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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More Tech>Interview 2
웨어러블 로봇 입고
다시 설 수 있다는 희망을 품다
김승환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엑소랩 연구원
김광균 사진 이승재

“웨어러블 로봇은 일상생활을 비롯해 산업현장, 극한 환경 등 다양한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어요.
워크온슈트에 들어간 요소기술도 조금만 기능을 확장하면 장애인은 물론 노약자, 환자 등의 보행 보조, 헬스케어 분야 등으로 활용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기술개발과 지원책 마련이 이뤄졌으면 합니다.”

수년 전 불의의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되어 걸을 수 없게 된 김승환 씨. 그는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엑소랩EXO-Lab의 일원으로 합류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혼자서 착용하고 걸을 수 있는 웨어러블 로봇 개발에 기여하며 제2의 삶을 개척하고 있다.
사이배슬론 대회 준비, 보행의 가능성을 보다
지난 10월 27일 대전시 대덕구에 있는 사이배슬론 아시아허브경기장에서 열린 ‘제3회 사이배슬론 국제대회’ 웨어러블(착용형) 로봇 종목에 출전한 팀 카이스트 김승환 연구원은 모든 미션을 통과한 후 두 팔을 번쩍 들며 환호성을 질렀다. 하반신 마비 장애인이 걸을 수 있도록 돕는 웨어러블 로봇을 착용하고 다양한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이 대회에서 김 연구원은 짐 옮기기, 문 여닫고 통과하기, 지팡이 없는 자유 보행, 주방에서 음식 다루기 등 총 6개의 미션을 단 6분 41초 만에 수행했다. 2, 3위를 차지한 팀들이 단 2개의 미션을 수행하는 데 그친 것과 대비되는 결과였다. 그야말로 초격차 기술력을 보여준 쾌거였다.

“우리만의 기술로 만든 웨어러블 로봇을 입고 미션을 수행했다는 점에서 감격스럽고, 몸이 불편한 분들에게 걸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 같아 뿌듯합니다.”

2023년 1월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엑소랩에 합류해 이번 대회 우승의 주역이 된 김 연구원은 감격에 겨웠던 그날의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한 기관이나 개인의 성과를 넘어 웨어러블 로봇이 몸이 불편한 사람들의 일상을 파고들 날이 머지않았음을 입증한 결과라는 점에서 우승은 더욱 값졌다.

김 연구원의 사이배슬론 대회 도전기는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이배슬론Cybathlon은 신체 일부가 불편한 장애인들이 로봇과 같은 생체 공학 보조장치를 통해 경기를 겨루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대회다. 이 대회를 준비하는 팀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지원해 선수 후보에 올랐으나, 건강 상태 악화로 끝내 대회를 포기해야 했다. 사고로 못 걷게 됐을 때보다 상실감은 더욱 컸으나, 그는 재활 치료를 이어가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고 2022년 재차 기회를 얻었다.
온몸으로 이룬 워크온슈트의 기술 혁신
팀 카이스트에 합류한 김 연구원은 새로운 웨어러블 로봇 ‘워크온슈트 F1’ 개발 과정에도 적극 참여했다. 기존 웨어러블 로봇은 보행이 불가능한 이들이 스스로 착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하반신 마비 중에서도 중증도가 가장 높은 ‘완전 마비’ 장애인을 대상으로 착용 편의성을 높이고 보행 보조 능력을 크게 개선한 웨어러블 로봇 개발에 주력했다. 김 연구원은 초기 단계부터 개발 과정에 참여해 사용자 입장에서 불편함을 최소화하고 사용 편의를 높이는 데 필요한 아이디어와 피드백 제공에 힘썼다.

“초기에는 기본적인 구상만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최종 사용자 입장에서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부터 시작해 로봇 제작의 방향성과 색깔을 잡아가기 시작했어요. 로봇이 완성된 이후에는 실제 슈트를 착용해보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민하고 반복적인 움직임을 통해 제어 알고리즘에 대해 제가 느끼는 바를 최대한 전달하려 노력했어요.”

연구진은 워크온슈트 F1 개발의 목적을 대회 출전에만 한정하지 않고 실질적인 활용성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연구진의 일원인 김종원 연구원(기계공학과 박사과정)은 “일상에서 더 많은 것들을 이룰 수 있도록 활용성을 확대하는 데 목적을 두고 슈트 개발에 임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회에서 팀의 주장을 맡은 박정수 연구원(기계공학과 박사과정)은 “2차 예선 때 사용자가 로봇을 혼자 잘 착용할 수 있다는 점을 전 세계에 보여주고 싶어 해당 동작을 시연했는데, 그 장면이 송출되고 있던 스위스 경기장에서 기립 박수가 이어졌다고 들었다”며, “우리의 연구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걸 느꼈다”고 거들었다. 웨어러블 로봇 개발에 참여하면서 그는 이전까지 잊고 지냈던, 걷는 행위에 대한 감각을 새삼 깨닫는 감격을 누렸다. 그 과정은 보행의 희망과 가능성을 열어가는 시간이기도 했다. 워크온슈트 F1을 입고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에 많은 이들의 기대와 염원이 담겨 있다는 생각으로 그는 오늘도 구슬땀을 흘린다.
워크온슈트 F1은?
카이스트 연구팀이 이번 사이배슬론 대회를 위해 준비한 로봇.
2021년 기획해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알고리즘을 짜고 부품을 하나하나 직접 제작해 만들었다.
장애인이 혼자서 로봇을 입고, 목발 없이 보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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