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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ging Tomorrow>R&D Policy
미래 먹거리 만드는 R&D 정책
이슬기 <한국경제신문> 기자

‘미래 먹거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대부분 인공지능AI과 바이오를 들 것이다.
AI의 경우 최근 챗GPT가 괄목할 만한 기술혁신을 보이면서 주목받고 있고, 바이오는 고령화사회와 더불어 향후 크게 성장할 산업으로 여겨지고 있다.
각국 정부는 이 같은 점을 감안해 여러 정책을 내놓고 있다.

해외
고령화 등 의학적 난제 해결하는 바이오 R&D 투자 확대
각국은 제약바이오산업이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의 중요한 열쇠라고 생각하고 R&D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 세계 인구가 고령화됨에 따라 생기는 각종 문제, 의학적 난제를 풀기 위해선 제약바이오 R&D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각국 정부가 관련 분야에 얼마나 많은 예산을 쏟고 있는지가 이를 보여주는 방증이다.

미국 보건복지부는 내년 R&D 예산으로 514억 달러를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이는 전년 476억 달러 대비 7.9% 증가한 규모다. 새로 생긴 인공지능 부처를 제외하면 전 부처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미국 모든 부처의 예산안 요구액 평균 증가율은 3.8%였다. 미국 보건복지부는 늘어난 예산을 통해 바이오 원천 기술 확보뿐만 아니라 암 예방 등 연구 프로그램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일본 역시 올해 보건의료 분야 R&D에 2237억 엔의 예산을 집행, 이 중 일본 의료 R&D 컨트롤타워인 일본의료연구개발기구AMED의 예산으로만 1489억 엔을 배정했다. AMED는 이를 신약 개발, AI·IoT 기술을 활용한 의료기기·헬스케어 기술개발, 게놈 및 레지스트리 등 의료 데이터 기반 연구, 그리고 뇌 기능이나 면역, 노화 등 질병 기초연구에 쏟겠다는 방침이다. 이 밖에 치매 연구개발 프로젝트 등을 통해 일본이 고질적으로 앓고 있는 고령화 문제에도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유럽연합EU도 오랜 기간 제약바이오 분야 R&D를 적극 지원해왔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제약바이오 R&D 지출이 큰 국가는 독일(11조5000억 원), 스위스(11조 원), 영국(9조2000억 원), 벨기에(7조 원), 프랑스(6조 원) 등이다. 또 EU는 지난해 11월 유럽 전역의 보건 위기 대비 태세를 강화하고 건강 문제 해결 및 디지털 건강 데이터를 활용한 의료서비스 제공 등 포괄적인 의료 대응을 보장하기 위해 ‘EU4Health’ 프로그램에 7억5240만 유로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
2027년까지 제조·서비스업 분야에 300개 이상 ‘AX 선도 프로젝트’ 지정
싱가포르에 있는 현대차그룹 글로벌혁신센터HMGICS. 센터의 조립 라인에 작업자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각 작업장마다 생산직은 단 한 명씩 있고, 여러 로봇이 차량을 최종 조립하고 있다. 부품은 자율주행로봇AMR이 쉴 새 없이 움직이며 나른다. 작업자가 조립을 하나씩 마칠 때마다 네 발로 걷는 로봇이 해당 부위를 촬영한 뒤 AI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품질을 확인한다. 현재 40%대의 자동화율을 앞으로 더 끌어올려 비용을 줄이고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게 현대차의 목표다.

이렇듯 기업들이 현장에 앞다퉈 AI를 도입하려고 하는 것은 AI 도입률이 생산성과 효율성을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난 9월 26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제1차 국가인공지능위원회 회의를 열고 AI의 산업 확산을 촉진하기 위한 방안을 발표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회의에서 ‘산업 AXAI Transformation 프로젝트’를 통해 2030년까지 현재 31% 수준인 기업의 AI 활용률을 70% 수준까지, 현재 5% 수준인 제조 현장 도입률을 40%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산업 AX는 계획, 개발, 생산, 판매 등 기업 활동 전반에 AI를 적용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이고 부가가치 창출을 극대화하는 것을 뜻한다.

산업부는 R&D, 금융, 컨설팅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대상인 ‘AX 선도 프로젝트’ 지정을 통해 기업들이 산업 현장의 모범 AI 적용 사례를 만들어내는 것을 지원함으로써 산업계 전반에 확산을 유도한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우선 25개 AX 선도 프로젝트를 선정해 각각 최대 100억 원을 지원할 방침이며, 오는 2027년까지 이 같은 지원 대상을 총 300개 이상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AI를 현장에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기업들을 뒷받침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기업들과 정부는 지난 7월 민관 합동 ‘AX 얼라이언스’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AI를 로봇, 장비 등과 결합해 산업 현장의 생산성·안전성·환경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AX 얼라이언스에는 총 12개 업종에서 153개 기업·기관이 참여했다.

현대차·기아, 동서기공, 삼성중공업, LG에너지솔루션, 하나마이크론, 씨젠, 대한항공,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자동차, 조선, 이차전지, 방산·항공 등 분야의 대기업과 핵심 공급망을 구성하는 중소·중견 기업이 대거 참여했다. 참여 기업 중 대기업은 21%, 중견기업은 23%, 중소기업은 56%를 각각 차지한다. 참여 기업 전체 매출액을 합하면 국내 제조업 전체 매출의 4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혁신센터HMGICS에서
아이오닉 5를 조립 중인 작업자 옆에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 ‘스팟’이 조립 품질을 검사하고 있다.
국내
한국과 체코, 수소 분야 정책·기술 협력
체코가 무탄소 전원인 수소에너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9월 20일 체코 프라하에서 개최된 ‘한-체코 산업·에너지 기술 협력 포럼’에서 한국수소연합과 체코수소협회HYTEP, The Czech Hydrogen Technological Platform가 ‘양국의 수소 정책, 기술 교류를 위한 업무협약’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게 대표적이다. 지속가능한 수소산업의 발전과 육성을 위해 협력하겠다는 게 골자다.

앞서 체코는 2021년 7월 국가수소 전략을 발표하고 연간 국가 수소 생산량을 2035년 28만4000톤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2030년까지 수소 버스를 최대 870대, 수소 승용차는 4~5만 대 보급하겠다는 계획도 있다. 다만, 체코는 내륙 국가로 풍력발전 등을 통한 저탄소 수소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체코가 필요한 수소 소비량을 확보하기 위해선 생산 설비 증대 및 신기술 투자 등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번에 한국과 수소 분야 정책과 기술 협력에 나서겠다고 협약을 맺은 건 이 같은 문제의식 때문이다. 한국은 수소 분야에 있어 체코 대비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양국은 MOU를 통해 △수소 분야 전주기 정책, R&D 및 혁신 분야 △국제 표준 및 인증 분야 △민관 양자 협력 분야 △연료전지, 수전해 및 원자력 실증 분야에 협력하기로 했다. 이번 MOU 체결로 양국은 기업 간 수소산업의 기술 협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과 체코 양국 정부의 협력으로 민간 기업들도 수소 분야에서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할 수 있게 됐다. 현대차가 지난 9월 20일(현지 시간) 체코 프라하에서 스코다그룹 산하 스코다 일렉트릭과 ‘수소경제와 지속가능한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조성을 위한 협력’ MOU를 체결한 게 대표적 예다.

현대차와 스코다 일렉트릭은 수소 연료전지 기술과 친환경 차량 시장의 확대를 목표로 양사의 기술과 제품을 융합해 글로벌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확장에 기여할 계획이다. 협력의 주요 내용은 현대차의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을 스코다 일렉트릭의 모빌리티 제품에 적용하는 한편, 에너지 효율화 연구와 수소 생태계 및 밸류체인에서 기회를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현대차와 스코다 일렉트릭은 다양한 모빌리티 분야로 연료전지 시스템을 확대 적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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