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규모 투자와 비용 혁신의 결합, 중국의 AI
이제 민관학 모델의 성공적인 산업과 기업의 예를 살펴보자. 누가 뭐래도 대표 사례는 AI다. 중국의 AI 모델은 대규모 투자와 비용 혁신의 결합으로 요약된다. 민간 부문에선 중국의
양대 빅테크인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앞장서고 있다. 알리바바는 2024~2027년간 530억 달러를 AI와 클라우드 인프라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과거 모든 AI 투자를
합친 것보다 많은 규모다. 텐센트 또한 2024년 AI 이니셔티브에 107억 달러를 투자하며 AI 클라우드 매출이 전년 대비 두 배 증가했다.
정부의 지원도 체계적이다. 신기술 기업HNTE에 대한 법인세 감면(25%에서 15%로 인하), 500만 위안 이하의 기술이전 수입 면세 등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연간
160억 달러 규모의 가이던스 펀드를 통해 공공과 민간 자본을 결합하고, 2024년 4월까지 117개의 생성형 AI 모델을 승인했다. 이는 성장을 지지하는 ‘선 허용 후 보안’
규제 완화 정책의 결과다. 특히 AI의 핵심인 데이터 정책은 전 산업의 데이터를 끌어모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서 관심 대상이다. 예컨대 저장성浙江省의 경우 AI 산업의 ‘데이터
훈련장’으로 표현하고 있다. 각종 공장에 설치된 센서와 IoT 장비를 통해 온도·습도·진동·압력 등 수십억 건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는 알리바바 등 클라우드 인프라를 통해 실시간
전송되어 딥러닝 기반의 모델 훈련에 활용된다. 이러한 지원 정책의 배경에는 AI를 소프트웨어 개발뿐 아니라 제조 하드웨어까지 확대, 고도화하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
대학 및 연구 기관으로는 칭화대, 푸단대, 우한대와 즈위안智源연구원, 중커위엔中科院자동화연구소 등이 대표적이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의 AI 논문 수는 2024년 기준 22만 건으로
미국(8만8000건)의 2.5배다. AI 연구자 수도 중국이 41만 명으로 미국 12만 명의 3배 이상이다. AI 특허도 전 세계 AI 특허의 70%로 압도적 1위다.
특히 AI 중에서도 최첨단인 생성형 AI의 민관학 모델은 세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에코 시스템(생태계) 구축형이다. 자사 서비스와의 융합 관점에서 자사가 우위에 있는 분야에
우선적으로 에코 시스템을 형성하고 타 업계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범용 AI 플랫폼을 구축해나가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다. 검색엔진 대형사인 바이두가 다른 산업 및 기업과 에코
시스템을 공동개발한다든지, 알리바바가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참여하는 기업들과 에코 시스템을 공동 설립하는 방안 등이 대표적 사례다.
둘째는 인프라 건설형으로, 베이징 즈위안인공지능연구원이 대표 사례다. 개발한 생성 AI 모델인 우다오悟道를 오픈소스화해 중소기업 개발을 지원할 방침이다. 미국의 對중국 고성능 칩
수출규제가 나오고 있어, 중국의 독자적 개발과 중국산 칩의 채용 비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 주된 목적이라고 한다.
셋째, 특정 업계를 위한 AI 모델로 업계 특화형이며, 대형 플랫폼 AI 모델과의 차별화가 특징이다. 음성인식 AI의 첨단기업인 iFLYTEK, 중국 최초의 의료 AI 모델을
발표한 청두이윈커지成都醫雲科技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환경과 인프라가 마련돼 있기 때문에 챗GPT와 어깨를 견줄 수 있는 딥시크DeepSeek의 R1 모델이나 후데샤오잉의 ‘마누스Manus’가 나올 수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딥시크와 후데샤오잉은 둘 다 창업한 지 3~5년밖에 되지 않은 벤처기업이다. 딥시크는 성능은 챗GPT 수준인데 비용은 60억 달러로 챗GPT의 15분의 1이고, 마누스는
세계 최초의 100% 자율적인 AI 에이전트여서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딥시크의 경우 창업 3~4년 만에 기업가치가 300억 달러(약 43조 원)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