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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Story>Fall in Tech
자율운항선박 시대를 여는
지능형 자율항해시스템
여동진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 책임연구원

인공지능 자동화 기술의 파고가 거대한 선박이 오가는 바다로 향하고 있다. 지난 6년간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결실인 ‘지능형 자율항해시스템’은
상황 인식부터 의사결정, 제어에 이르는 복합적 과정을 기술적으로 구현하며 미래 해양 수송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정의한다.
자율운항선박 시대를 앞당기고 있는 대한민국 기술의 현주소와 핵심 성과를 짚어본다.

대한민국 자율운항선박 기술개발사업의 핵심 성과를 검증하는 1800TEU급 실증 컨테이너선 ‘포스 싱가포르POS SINGAPORE호’. 2024년 하반기에 지능형 자율항해시스템 탑재 및 통합 구동 시험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기 위한 자동화 기술은 과거의 단순한 작업 자동화를 넘어 인간의 판단과 의사결정 행위까지 수행하는 단계에 도달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자동차, 항공기, 선박 등 전통적인 운송수단에도 여러 형태의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이는 해양 운송수단에서 자율운항선박이라는 형태로 나타났고, 자율운항선박이 미래의 해양 수송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예측에 따라 자율운항선박 기술 확보 경쟁이 세계적으로 본격화되는 추세다. 이러한 국제적 동향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자율운항선박 기술 선도를 목표로 다부처 국가연구개발사업인 자율운항선박 기술개발사업이 2020년부터 2025년까지 6년간 진행되었다. 자율운항선박 기술개발사업은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와 한국선급KR이 주축이 된 자율운항선박 기술개발사업 통합사업단 주도로 양 기관을 포함한 총 51개 기관이 참여하여 진행되었으며, 그 핵심 성과의 하나로 지능형 자율항해시스템 기술이 개발되었다.
자율항해
3단계 프로세스
STEP 01 상황 인식ISAS
객체 식별
레이더·카메라 등 다중 센서 정보를 융합해 주변 선박과 해상 객체를 자동 탐지.

위험 평가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시간 충돌 위험도를 분석.
STEP 02 의사결정 및 명령NEMO
기상 및 운항 환경,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 등을 고려해 경제적이고 안전한 항로를 설정.
STEP 03 실행 및 데이터 관리Digital Bridge
설정된 항로로 항해하기 위한 제어 명령을 조타 및 기관 시스템으로 전송. 선박 내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며 육상 관제센터와 실시간 정보 공유.
자율운항선박 기술의 핵심, 자율항해
선박 운용 과정에서 선원이 수행하는 업무는 매우 다양하지만, 그 가운데 항해 업무는 선박의 운용 목적 달성과 안전 확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기능으로 꼽힌다. 선박 운항 중 항해자는 주변 상황을 인식하고 위험을 판단하며 항로를 결정하고 선박을 조종하는 일련의 과정을 지속적으로 수행하는데, 이러한 복합적이고 지속적인 판단과 행동을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것이 바로 자율항해 기술이다.

자율항해를 위한 판단과 행동 과정은 크게 상황 인식Situational Awareness→의사결정Decision Making→제어Control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는 운송수단을 다루는 인간의 행동 과정이므로 근본적으로 대부분의 운송수단에서 유사한 형태로 이루어지나, 각 수단별로 운용 방법이나 적용 환경 및 법규 등 여러 조건이 다르므로 실제 이에 대한 기술적 해결 방법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선박의 경우 해상의 파도와 기상 등 환경조건에 따라 탐지 센서의 탐지 범위와 성능에 큰 영향을 받으며, 자동차에 비해 인식하고 대응해야 하는 공간 범위가 넓지만 해수면이라는 2차원 평면의 제한된 탐지 정보에 주로 의존한다는 제약이 존재한다. 또한 선박은 도로와 같은 정형화된 경로가 존재하지 않는 해상에서 항해하기에 주변 선박과의 통항 형태를 특정화하기 매우 어려운 특징을 보이며, 항공기와 달리 해수면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태에서 통항이 이루어져야 하는 차이점이 있다.

자율운항선박 기술개발사업에서는 항해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판단과 행동 과정을 고려하여 자율항해 기능을 크게 세 가지 기능으로 구성했다. 선박 주변을 확인해 통항 위험 요소를 식별하는 상황 인식, 능동적으로 필요 항로를 설정하고 이에 따라 항해를 이어가는 지능 항해, 여러 시스템과 장비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연계·관리하는 데이터 플랫폼이 그것이다. 이 세 가지 기능으로 설계하여 각각 iSASIntelligent Situational Awareness System, NEMONavigation Expert for MASS Operation, 디지털 브리지Digital Bridge로 명명된 시스템을 구축, 각 시스템이 항해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
면밀한 상황 감시자, iSAS
iSAS를 구성하는
‘4개의 눈’
1 AIS
주변 선박의 식별 정보와 실시간 항해 데이터를 수집하여 통항 상황을 파악.
2 레이더
다양한 환경에서 전파를 이용해 주변 물체를 탐지하고 거리를 측정.
3 라이다
고정밀 레이저로 객체의 위치와 형태를 측정.
4 카메라
시각 데이터를 기반으로 주변 선박 및 해상 객체를 영상으로 자동 인식하고 식별.
항해자는 AIS와 레이더 화면 등을 통해 획득한 항해 상황 정보와 견시 등을 통해 얻은 정보를 종합하여 선박 주변의 통항 상황을 인지한다. 자율항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항해자의 상황 인지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기능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개발된 시스템이 iSAS다.

iSAS는 선박에 탑재된 AIS·레이더·라이다·카메라 등 다양한 센서를 통해 획득한 정보를 융합하여 주변 통항 선박 및 해상 객체를 자동으로 식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선박의 주요 운항 정보를 포함한 항해 정보를 디지털 브리지를 통해 전달받고, 독립적으로 수집한 탐지 센서 데이터와 이를 처리하여 생성된 객체 추정 정보를 융합함으로써, 해상의 객체를 자동으로 탐지하고 상대적 충돌 위험을 평가한다. 이렇게 생성된 정보는 다시 디지털 브리지로 전달되어 지능형 항해시스템에서 활용된다. 특히 탐지 센서로부터 획득한 정보는 자선의 거동 및 주변 환경조건에 따라 영향을 받게 되므로, 이러한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각 센서에 대한 신뢰도를 조정하고 센서 간 정보를 융합함으로써 해상 객체 탐지의 안정성과 정확도를 향상한다.
HD현대 아비커스의 지능형 항해 보조 시스템 ‘하이나스HiNAS’가 탑재된 대형 선박의 모습. 선박에 장착된 카메라와 항해장비를 통해 수집된 주변 상황 정보로 해상교통 안전성을 확보한다.
노련한 항해자, NEMO
지능형 항해시스템 NEMO는 디지털 브리지를 통해 전달받은 해상 객체 정보와 항해 정보를 기반으로 필요 항로를 능동적으로 설정하고, 설정 항로를 추종하기 위한 제어 명령을 생성하여 디지털 브리지로 전송한다. 이는 선박의 전역 항로를 도출하는 기능, 통항 위험 요소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안전한 항로를 도출하는 기능, 도출된 항로 중 상황에 따라 합리적 항로를 선택하는 기능, 항로 추종을 위한 제어 명령을 생성하는 기능으로 구분해 개발되었다.

전역 항로 도출 기능은 선박의 출발항에서 목적항까지의 전역 경로를 도출하는 기능으로, 날씨와 해상상태 등의 운항 환경을 고려하여 운항 시간, 연료소모율 등의 관점에서 최적 전역 항로를 도출할 수 있도록 개발되었다. 안전 항해 기능은 통항 중 상대 선박의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COLREGs 준수 여부에 상관없이 최대한 안전을 도모할 수 있도록 개발되었다. 모든 상황에서 COLREGs를 준수하여 항로를 설정하는 알고리즘과 상대 선박의 COLREGs 준수 의사를 추정하여 규칙 비준수 선박이라 판단되는 경우 자선의 COLREGs 준수율을 낮추어 현실적으로 안전한 항로를 찾는 알고리즘, 총 두 가지 알고리즘을 설정해 각각의 항로를 도출하도록 하고, 이 가운데 좀 더 위험도가 낮은 항로를 선택하도록 했다. 전체적인 시스템 작동 과정은 항로 결정 알고리즘이 상위에 존재하여 기본적으로는 전역 항로를 따르되, 통항 선박과의 조우 상황이 발생해 통항 안전 도모가 필요한 경우에는 COLREGs 규칙 준수·미준수 상황을 대비한 두 가지 알고리즘이 제시한 항로 중 더 안전한 항로를 선택해 항해를 이어가며, 이후 통항 선박과의 조우 상황이 종료되면 다시 전역 항로를 따르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2024년 10월, 사전 계획되지 않은 예부선을 포함해 총 10척의 선박과 조우하는 복잡한 통항 환경에서 NEMO 시스템이 실시간으로 위험을 판단하고 안전한 항해를 이어가는 모습. KRISO는 실해역 시험 데이터와 개발 경험을 자산화하여, 국제해사기구IMO 및 국제표준화기구 ISO의 자율운항선박 관련 국제 규정과 표준 개발에 국내 기술이 핵심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힘쓸 계획이다.
안정적 정보 관리자, 디지털 브리지
iSAS와 NEMO가 각각 상황 인식과 항로 결정을 담당한다면, 디지털 브리지는 탐지 센서, 항해 장비, 기관 시스템 등 선박 내의 여러 장비와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각종 데이터를 수집·관리하고 지능형 자율항해시스템과 필요 데이터를 공유하는 통합 데이터 플랫폼 역할을 한다. 또한 자율항해시스템에서 생성된 제어 명령을 조타 및 기관 시스템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며, 선박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육상으로 전송하기 위한 데이터 허브 역할도 수행한다.
견고하고 안전한 시스템을 위한 체계적 검증
지능형 자율항해시스템은 선박의 운항 안전과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시스템이므로 신뢰성과 안전성에 대한 철저한 확인이 필수다. 이러한 요구에 따라 지능형 자율항해시스템의 성능을 검증하기 위한 체계적인 활동이 진행되었다.

iSAS는 개발 초기부터 해상 탐지 시험을 통해 기능을 확인하고 성능을 향상하기 위한 과정을 수행했으며, 지능형 항해시스템 NEMO는 체계적인 검증을 위한 시뮬레이션 및 수조·내수면 모형시험 수행 환경을 구축, 여러 통항 시나리오를 적용한 시험을 통해 알고리즘의 신뢰성을 더욱 높이는 과정을 거쳤다. 디지털 브리지의 경우 데이터 에뮬레이터를 개발 초기에 구성, 시스템 간의 연결을 가상으로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다.

지능형 자율항해시스템 통합 구축 후에는 실해역 시험을 통해 여러 핵심기술 요소를 검증하고 지속적인 성능 개선을 진행했다. 자율운항선박 기술개발사업의 일환으로 건조한 길이 약 25m의 해상 테스트베드 시험선 해양누리호에 2023년 하반기 통합 시스템을 탑재, 실해역 시험을 통해 안전 항해 기능을 중점적으로 검증했다. 상황 인식 및 데이터 처리 시스템 등 자율항해시스템을 구성하는 요소들의 통합 운용 성능을 측정했으며, 시험 모니터링 및 지원 시스템의 운용 성능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했다.
해상 테스트베드 ‘해양누리호’에 탑재된 NEMO 시스템이 3척의 통항선과 동시 조우하는 복잡한 상황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하여 항로를 추종하고 있다.
2025년 7월 실시된 이 시험은 국내 자율운항선박 기술의 실용화 가능성과 상용화 기반을 확보했다. 사진은 KRISO 자율운항선박실증연구센터 원격 모니터링 화면.
또한 2024년 하반기에는 1800TEU 실증 컨테이너선 포스 싱가포르POS SINGAPORE호에 시스템을 탑재해 통합 구동 시험을 마쳤다. 이후 해당 선박의 항해 중 통항선 인식 시험, 경유점 추종 시험, 가상 통항 선박 대응 안전 항해 성능 시험 등을 진행했으며, 자율항해시스템을 통한 항해 중 데이터 수집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상황이다.
자율운항선박 기술개발사업의 핵심 성과를 검증하기 위해, 2024년 하반기 1800TEU급 실증 컨테이너선 ‘포스 싱가포르호’에 지능형 자율항해시스템을 탑재하고 통합 구동 시험을 완료했다.
자율운항선박 시대 본격화를 위한 기술 도전
자율운항선박 기술은 조선·해운 분야에서 미래 핵심기술로 평가되며, 이를 통해 해상운송의 효율성과 안전성이 동시에 향상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자율운항선박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 있다. 특히 지능형 자율항해시스템 측면에서는 항해 전 구간에 인간의 개입 필요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기술 개발과, 이를 궁극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인공지능 기반 핵심기술 확보 등 다양한 기술적 도전 과제가 존재한다. 자율운항선박 시대를 향한 도전은 이제 막 시작된 단계다.
여동진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 책임연구원
서울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를 졸업했고, 동 대학에서 석사·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자율운항선박 기술 개발과 관련하여 운항 성능 해석 기술 및 지능형 항해시스템 기술, 성능 실증 기술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IMO와 ISO 등 국제기구의 자율운항선박 관련 동향에 우리나라의 대응을 위한 기술 자문 지원활동도 수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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