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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산의 미래 :
‘국방 AI 플랫폼 국가’로의 전환
협력으로 배우고 자립으로 완성하는 국방 소버린 AI 전략.
장원준 전북대 첨단방산학과 부교수

현대 전장의 패러다임이 ‘AI 중심 플랫폼’으로 급변하는 가운데 , 메이저리그에 진입한 K-방산의 국방 AI 활용은 여러 구조적 제약 속에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본 칼럼은 K-방산이 무기 제조를 넘어 ‘국방 AI 플랫폼 국가’로 진화하기 위한 국가적 해법을 제시한다.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을 통한 학습과 독자적인 ‘국방 소버린 AI’ 생태계 구축이라는 투 트랙 전략을 살펴본다.

글로벌 전장의 변화 : 전장은 이미 ‘AI 중심’으로 이동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현대 전장의 모습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드론이 전장 전역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인공지능이 표적을 식별하며, 지휘관은 데이터 화면을 기반으로 즉각적인 명령을 내린다. 이제 전쟁은 총과 포의 위력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AI와 데이터, 알고리즘이 전장의 성패를 좌우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 방위산업에도 중요한 화두를 던진다. 러-우 전쟁 이후 K-방산은 높은 가성비와 신속한 납기 능력을 앞세워 ‘글로벌 메이저리그’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계 10위 방산 수출국이자 2030년 글로벌 4대 방산 강국을 목표로 하는 지금, K-방산의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 단순히 무기를 더 많이 수출하는 것만이 아니라, AI 기반 첨단 방산 강국으로 진화해야 하는 과제가 눈앞에 놓여 있다.

세계 최강 방산 강국 미국은 이러한 변화를 빠르게 제도화했다. 10여 년 전 이미 국방혁신단DIU, Defense Innovation Unit을 설립해 민간 첨단기술의 국방 유입을 가속화했다. 그 결과 팰런티어, 안두릴 같은 방산 유니콘 기업이 등장했다. AI·드론·우주기술을 기반으로 단순한 ‘무기 제조기업’이 아닌 ‘전장 운영 플랫폼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팰런티어의 전장 데이터 통합 플랫폼 ‘고담Gotham’은 국방 AI의 상징적 사례다. 한때 신생 소프트웨어 기업에 불과했지만, 미 국방부와 정보기관의 지속적 도입과 업그레이드를 통해 오늘날 세계 최대 방산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팰런티어의 시장가치는 4000억 달러를 넘어 세계 1위 방산기업 록히드마틴(1022억 달러)을 크게 앞질렀다. 안두릴 역시 무인 감시체계 통합 AI 플랫폼 ‘래티스Lattice’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이제 경쟁의 핵심은 분명하다. 무기 그 자체보다 무기를 지능적으로 연결·운용하는 ‘국방 AI 플랫폼’이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 바야흐로 전장의 중심이 ‘철Iron’에서 ‘소스코드Source code’로 이동하는 것이다.
미국의 방산 스타트업 안두릴의 CEO 팔머 러키가 자사의 무인체계를 설명하고 있다. 안두릴은 하드웨어 제조를 넘어 AI 플랫폼 ‘래티스Lattice’를 통해 전장을 지능적으로 연결하는 차세대 방산기업으로 성장했다.
K-방산 AI의 현주소 : 투자 대비 실전 활용은 제한적
최근 발표된 ‘대한민국 인공지능 행동계획’은 AI를 국가 경쟁력의 핵심축으로 제시했다. 반도체·데이터·인재·산업 응용 확산을 통해 AI 생태계를 전면적으로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가운데 국방 AI는 안정적 초기 수요 창출, 첨단기술 실증의 테스트베드, 타 산업으로의 확산 효과 측면 등에서 전략적 의미가 크다.

미국의 경우 국방은 AI 스타트업의 ‘등용문’이었다. 국방 분야에서 기술을 검증받은 이후 민간 시장으로 확장하며 급성장했다. 한국에서도 국방 AI 전환AX, AI Transformation이 본격화된다면, AI 스타트업은 실증 기회를 확보하고 기술을 고도화할 수 있다. 반도체 기업은 국방 수요 기반의 AI 칩을 개발하고, 로봇·드론 기업은 자율 운영 알고리즘을 축적할 수 있다. 즉 국방 AX는 ‘대한민국 인공지능 행동계획’의 실질적 실행 플랫폼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방 AI의 현실은 아직 초기 단계다. ADD 내 국방 인공지능 조직이 확대되고 국방 AI 과제가 우선순위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실제 장병이 운용하는 AI 기반 무기체계는 매우 제한적이다.

그 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구조적 제약이 존재한다. 첨단 AI 기업의 높은 진입 장벽, 전용 신속 획득 창구 부재, 시제품이 아닌 R&D 중심 투자 구조, SW·소스코드 가치에 대한 낮은 평가, 군 보안 규제로 인한 데이터 활용 제약 등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요인들이 결합되면서 K-방산 AI는 ‘정책적 홍보’에 비해 실제 ‘현장 활용성’은 매우 더딘 상황이다.
2025년 12월 3일 서울에서 열린 ‘국방-산업 인공지능 전환AX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주요 부처 장관들이 전시 부스를 참관하고 있다. 국방 AI 전환은 안보뿐 아니라 대한민국 AI 생태계 전반을 강화하는 국가 전략 프로젝트로 추진되고 있다.
K-방산 AI 현장 도입을 가로막는 5가지 장벽
해법은 투 트랙 전략 : ‘협력’으로 배우고 ‘자립’으로 완성
한국이 단기간에 미국 수준의 국방 AI 생태계를 구축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첫 번째 단계는 ‘글로벌 협력 전략’이다. 글로벌 기업과의 공동연구, 훈련 기반 데이터 축적, 글로벌 표준과의 연계는 여전히 유효하다. 최근 국내 방산기업과 팰런티어, 안두릴 등 미국 방산 AI 기업 간 협력은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다. 다만 협력은 단순 도입이 아니라 학습과 기술 내재화 과정이어야 한다.

그러나 글로벌 협력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AI는 결국 데이터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군사 데이터는 국가 안보의 핵심 자산이다. 만일 핵심 전장 운영체계가 외국 플랫폼에 종속된다면, 전시 상황에서 커다란 전략적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필요한 개념이 바로 ‘국방 소버린Sovereign AI’ 전략이다. 다시 말해 우리 군이 독자적으로 통제하고 운용할 수 있는 AI 체계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의 네 가지가 필수다. 첫째, 군사 특화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둘째, 군 전용 데이터 인프라 구축, 셋째, 검증 가능한 AI 운용·실증 체계 마련, 마지막으로 소량 생산과 반복적 업그레이드를 허용하는 진화적 획득 구조다.

팰런티어 역시 초기에는 완성형 플랫폼이 아니었다. 미 정부의 지속적 도입과 업그레이드를 통해 오늘날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 핵심은 완벽한 출발이 아니라 지속적인 진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국방 소버린 AI 4대 핵심축
❶ 군사 특화 모델
적의 위협 식별, 전장 상황 판단 등 군사적 목적에 최적화된 독자적인 모델 개발.
❷ 군 전용 데이터 인프라
국가 최고 안보 자산인 군사 데이터를 외부 유출 위험 없이 안전하게 관리하고 운용할 수 있는 전용 인프라 구축.
❸ 운용·실증 체계
개발된 국방 AI를 실제 부대와 전장 환경에서 직접 사용해 보고, 오류를 찾아내 즉각적으로 실증할 수 있는 환경 마련.
❹ 진화적 획득 구조
소량 생산 후 현장 피드백을 바탕으로 소프트웨어를 반복적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유연하고 민첩하게 대응하는 제도.
미국의 DIU를 통해 성장한 팰런티어. 우리 군 역시 독자적인 ‘국방 소버린 AI’ 체계를 구축하여,
팰런티어와 같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AI 플랫폼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K-방산 AI 전략은 속도와 자율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투 트랙 전략으로 요약된다. 먼저, 글로벌 협력 트랙을 통해 빠르게 AI 기술을 습득하고 국제시장과 연계해야 한다. 이로써 공동연구, 국제표준 연계, AI 업그레이드 패키지 수출 등을 통해 단기간에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국방 소버린 AI 구축 트랙을 통해 국방 특화 AI 모델과 데이터 인프라를 독자적으로 구축하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국산 AI 반도체, 보안 클라우드, 자율 무기 인증 체계를 확보해 전략적 자율성을 강화해야 한다. 말 그대로 협력으로 배우고, 자립으로 완성해야 한다.
정책 방향 : 산업 전략으로서의 국방 AI 전환
국방 AX가 일회성 사업이 아니라 진정한 국가 산업 전략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정책적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국방 AI 핵심 모듈에 대한 전략적 R&D 집중이다. 전장 데이터 분석, 자율 운영 알고리즘, 국방 AI 반도체, 엣지 컴퓨팅 등 핵심 기술을 산업기술 R&D 체계 안에서 지원해야 한다. 둘째, 민·군 겸용 AI 테스트베드 확대다. 국방 실증 환경을 산업기술 기업에 개방하고, 반복적 개선을 허용하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이는 딥테크 기업 성장의 촉매가 될 수 있다. 셋째, 국방 소버린 AI 인프라의 국가 프로젝트화다. 군 전용 데이터 인프라와 국방 특화 AI 모델 개발을 국가 전략 인프라 구축 사업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산업기술 정책과 방위사업 정책의 유기적 연계가 필수다. 방위사업청과 산업통상부, R&D 전문 기관은 민간기업 참여와 민·군 기술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결론 : K-방산의 미래는 ‘국방 AI 플랫폼 국가’
ADEX 2025 전시장에서 관람객들이 한화의 최첨단 무기체계 솔루션을 살펴보고 있다. K -방산은 무기 수출을 넘어 AI로 무기체계를 연결·운용하는 진화를 준비 중이다.
대한민국은 이미 세계적인 무기 제조 강국으로 자리 잡았다. 다음 단계는 분명하다. 우리는 전통적 무기 수출 국가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AI 기반 전장 운영 능력을 제공하는 플랫폼 국가로 진화할 것인가.

해답은 명확하다. 협력으로 배우고, 자립으로 완성하며, 산업으로 확산하는 전략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다. 국방 AX는 선택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필수 요건이다. 지금이 바로 K-방산의 하드웨어 강국을 넘어 국방 AI 플랫폼 국가로 도약할 전략적 전환점이다.
장원준 전북대 첨단방산학과 부교수
산업연구원 방위산업연구부장과 미 CSIS 객원연구원을 역임한 국내 대표 방산 전문가다.
2022년 ‘자랑스런 방산인’ 방산학술상을 수상하는 등 국방정책과 방위산업 혁신 분야에서 깊이 있는 연구와 저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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