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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제조 서비스 :
제품을 넘어 서비스로 나아가는 제조업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
김지은 한양대학교 기술경영학과 교수

제조업은 더 이상 제품 판매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제품이 서비스 플랫폼이 되고, 경험 자체가 상품으로 전환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열리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이러한 흐름을 주도하면서 고객 데이터와 맞춤형 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으며,
한국 제조업 역시 AI와 데이터 전략을 통한 서비스 전환이 시급한 과제다.

제품 중심 제조의 종말, ‘데이터 기반 서비스’를 통한 비즈니스 가속화
올해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소비자 가전 전시회)에서 가장 주목받은 ‘모빌리티’관은 전통적인 제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레거시 자동차 회사 대신 아마존·퀄컴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낸 것은, 이제 차량이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데이터와 연결성을 중심으로 한 미래 생활 플랫폼으로 재정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아마존은 자율주행 기술을 차량 판매 플랫폼이 아닌 데이터 활용 기반의 미래 생활 플랫폼 서비스로 접근하고 있으며, 퀄컴은 단순 하드웨어 제조를 넘어 차량의 데이터 플랫폼으로서 클라우드 연결성을 강조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LG이노텍이 기존 스마트폰 카메라 중심의 사업에서 벗어나 자율주행 핵심인 비전 센싱 시스템으로 무장하고, 졸음 감지 및 서리 제거 시스템 등 차량 안전 솔루션을 통해 미래 자동차의 ‘눈과 귀’가 되는 AI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며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2025 CES에서 LG이노텍 부스에 전시된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전환DT과 인공지능AI이 산업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가운데, 제조업은 물리적인 ‘제품 공정’을 넘어 설계·디자인, 공급망 관리, 표준 등 제조공정과 연계된 서비스 라이프사이클 주기 전반의 실시간 데이터Operational Data를 수집하고, 이를 AI/머신러닝으로 분석·예측해 개인화, 예방적 유지보수, 성능 최적화와 같은 지속 가능한 ‘서비스 중심’ 산업으로의 전환이 시급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역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AI 기업과의 협력은 여전히 미약하다. AI 모델 개발에 필수적인 제조 데이터 역시 개별 기업 차원에서만 관리되는 한계가 있다. 올해 9월에 발표한 제조 AX 얼라이언스(이하 M.AX 얼라이언스)는 이러한 시대적 요구를 반영해 제조산업 전반에 혁신 동력을 불어넣고자 한다.
AI 및 데이터 가치 중심의 두 가지 제조 서비스 혁신 방향
제조 서비스화의 흐름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전개되며, 제조업체의 가치사슬을 확장하고 있다.
제품의 서비스 플랫폼화
‘제품의 서비스 플랫폼화’는 물리적 제품을 통해 고객의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수집, 분석, 관리함으로써 서비스를 확장하는 모델을 의미한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구글과 애플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1위로 꼽혔던 온라인 안경회사 와비파커Warby Parker는 ‘Home Try-on’ 서비스를 통해 단순한 유통 혁신을 넘어, 데이터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며 안경산업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그렇다면 안경 유통회사가 어떻게 ‘미국 최대 안과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었을까? 와비파커는 고객이 안경을 구매하는 데 필수적인 ‘유효 시력 처방전’ 확보 과정을 모바일 환경으로 전환했다. 핵심은 스마트폰 앱을 활용한 ‘자가 시력검사 체크Prescription Check’ 서비스로, 고객은 집에서 기기에 구애받지 않고 시력검사를 수행하고, 해당 검사 데이터는 실시간 와비파커의 서버로 전송된다. 이 데이터는 AI 알고리즘에 의해 1차 분석되고, 제휴한 지역 안과 의사들의 원격 최종 검토를 거쳐 처방전이 갱신된다. 이 과정에서 와비파커는 단순 안경 판매자가 아닌, 미국 전역의 방대한 고객 시력 변화 및 안과 건강 기록을 통합하는 데이터 플랫폼 사업자로 변화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안경이라는 물리적 제품은 이제 최종재가 아니라 고객의 건강 데이터를 획득하고 ‘시력 관리’라는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이터 수집 장치로 기능하며, 일회성 구매가 아닌 지속적인 데이터 흐름과 반복 수익을 창출한다.
와비파커는 ‘자가 시력검사 체크’ 서비스를 통해 고객의 시력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시력 관리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이터 플랫폼 사업자로 변신했다.
경험의 제품화Experience-as-a-Product
‘경험의 제품화’는 제품을 플랫폼으로 전환한 와비파커와 달리, 무형의 지식과 경험을 독자적인 유료 상품이나 서비스로 만들어 수익화하는 역방향 혁신이다.

국내 스타트업인 스마트 POS 개발 업체 넥스트페이먼트NEXTPAYMENT는 스마트 상점 데이터 기반 B2B SaaS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하며, 이제 하드웨어 판매를 핵심 수익원으로 두지 않는다. 스마트 POS는 고객 데이터를 수집하는 핵심 플랫폼으로, 주문자의 성별·나이, 방문자 동선, 공간 사용 분석 데이터와 결제 정보까지 통합 분석해 매장 운영 효율을 높이는 데이터 인사이트를 창출한다. 확보된 이 방대한 데이터를 정부의 공공데이터와 연계함으로써 소상공인을 위한 금융, 세무, 식자재 유통 플랫폼으로까지 연동 범위를 넓힐 수 있다. 이로써 스마트 POS라는 제품은 경영 컨설팅에 준하는 지식 서비스를 판매하는 통로가 되며, 제조업의 역할이 ‘판매자’에서 ‘솔루션 파트너’로 확장된 혁신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 ❶ SaaSSoftware as a Service : 소프트웨어 기반 서비스의 약자로,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의 핵심 모델 중 하나다. SaaS는 사용자가 소프트웨어를 직접 구매해 설치하는 방식이 아닌, 인터넷을 통해 원격으로 접속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제공 방식이다.
넥스트페이먼트는 단순 하드웨어 판매를 넘어, 스마트 상점 데이터를 분석해 경영 컨설팅급 지식 서비스를 판매하는 혁신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 제조업의 AI 서비스 전환 전략 : 데이터 기반의 목표 설정과 과제
제조기업이 AI 기반 서비스로 성공적인 전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막연한 서비스가 아닌, 인공지능과 데이터 전략에 기반한 목적형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은 네 가지 핵심 전략 질문에 주목해야 할 때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대한민국 제조업이 새로운 ‘AI 제조 서비스’ 시대를 선도할 혁신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AI 제조 서비스 전환을 위한
4가지 핵심 전략 질문
1데이터 활용 목표Performance Maximization
서비스 비즈니스가 핵심 제품에서 생성되는 실시간 데이터 스트림과 AI 분석을 활용해 제품 성능, 효율성, 고객 운영 환경의 예측 및 선제적 대응 능력을 어떻게 향상할 수 있는가?
2가치사슬 확장 및 회복 탄력성Value Chain Resilience
제품 수명주기 전반(설계-생산-운영)에서 서비스가 데이터 기반의 새로운 가치사슬을 어떻게 구축하여 기존 약점(예 : 데이터 안전 및 프라이버시)과 외부 환경 변화(예 : ESG와 지속가능성 이슈)를 상쇄하고 회복탄력성을 확보할 수 있는가?
3개인화된 성과 창출Hyper-Personalization
AI 분석을 통해 기존 제품 판매로는 불가능했던 차별화된 경험을 어떻게 제공하고, 수익화할 수 있을까?
4신규 플랫폼 진입Future Growth Platform
확보된 데이터 자산과 AI 기술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자율주행, AI 바이오, 휴머노이드 등 미래 고성장 비즈니스 분야에 어떻게 교두보를 마련하고, 시장 내 플랫폼 지위를 확보할 수 있는가?
김지은 한양대학교 기술경영학과 교수
한양대학교 기술경영학과 교수로, 제조와 서비스의 융합Servitization 데이터 기반 제품 혁신 및 융복합 IP 애널리틱스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또한 한국서비스디자인학과 및 한국지식재산연구원 등 다수의 공공 위원회 활동을 통해 국내 산업의 혁신 정책 수립에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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