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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ging Tomorrow>Tech Q&A
과학은 즐겁게, 세상은 새롭게
똑소리 나는 일상 속 과학 이야기
과학 커뮤니케이터 ‘과즐러’ 백정엽 박사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경험하는 현상들 뒤에는 신기한 과학 원리가 숨어 있습니다.
똑소리단 여러분이 보내주신 질문 속 흥미로운 과학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Q. 멀미는 왜 내가 직접 운전할 때는 안 나고, 남이 운전하는 차 뒷좌석에만 타면 심해질까?
뇌가 차의 움직임을 미리 알지 못해 깜짝 놀라기 때문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앉은 위치에 따라 움직임을 예측하는 능력에 차이가 나기 때문이죠. 운전자는 도로 상황을 보며 차선 이동이나 브레이크를 밟을 타이밍을 미리 압니다. 이때 뇌는 핸들을 꺾거나 페달을 밟는 명령만 내리는 게 아니라, ‘곧 몸이 왼쪽으로 쏠릴 거야’, ‘속도가 줄어들 거야’라는 예측 신호를, 평형감각을 담당하는 귀 안의 전정기관에 미리 보냅니다. 일종의 ‘예비 경고장’이죠. 그래서 몸이 흔들려도 뇌는 ‘계획대로군!’ 하며 침착하게 대응합니다. 반면 뒷좌석 승객은 차가 언제 설지, 어느 방향으로 돌지 모른 채 앞좌석 뒤편, 정적인 스마트폰 화면 또는 흐릿한 바깥 풍경만 보게 됩니다. 이때 전정기관은 ‘몸이 흔들린다!’라고 뇌에 비명을 지르는데, 눈은 ‘가만히 있는데?’라고 말하며 신호가 충돌합니다. 이를 ‘감각 갈등’이라고 합니다. 이런 감각 갈등 상황에서 생존에 최적화된 우리 뇌는 마치 독성 물질을 먹어 신경계에 이상이 생긴 위급 상황으로 착각하고, 몸 안의 독소를 내뱉으려 구토를 유발합니다. 수만 년 전 인류의 진화적 경험이 현대의 자동차 안에서 멀미라는 형태로 나타나는 셈이죠. 다행히 최근에는 전정기관에 미세한 전기자극을 주어 이런 감각 불일치를 줄이거나 늘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밝혀지면서, 미래 자율주행차 시대에는 멀미 없는 이동이 가능해질지 주목받고 있습니다.
Q. 자전거를 10년 만에 타도 어떻게 몸이 기억하는 걸까?
자전거 타는 방법을 ‘소뇌’라는 전용 하드디스크에 저장했기 때문입니다. 자전거 타는 것뿐 아니라 수영, 악기 연주, 키보드 타이핑처럼 몸으로 배운 기억을 ‘절차 기억’이라고 합니다. 생각보다 몸이 먼저 움직이는 기억이죠.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뇌의 신경망 자체가 물리적으로 변하며 무의식 영역으로 넘어간 장기 기억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소뇌는 절차 기억을 관리하는 운동 전용 하드디스크 역할을 합니다. 절차 기억은 소뇌뿐 아니라 다른 뇌 영역과도 연합해서 분산하여 저장됩니다. 기저핵은 근육을 사용하는 순서와 타이밍을 자동화하고, 운동피질은 근육에 직접 명령을 내립니다. 그리고 소뇌는 이 모든 정보를 통합해 미세한 균형을 잡고 방향을 조정하며, 그 결과 또한 저장하는 관제탑 임무를 수행하죠. 1962년 기억상실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어제 만난 사람은 기억하지 못해도 새로 배운 기술은 몸이 기억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즉 우리가 공부해서 외우는 기억(서술적 기억)과 몸으로 배우는 기억(절차적 기억)은 뇌에서 저장되는 통로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죠. 10년 만에 자전거 안장에 올랐을 때 느끼는 어색함도, 소뇌가 보관하고 있던 장기 기억을 불러오면 되기에 고작 10초 남짓의 어색함이면 충분합니다.
Q. 왜 가끔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고 착각하는 걸까?
뇌가 연락을 너무 기다려서 만들어낸 ‘유령 진동’입니다. 제가 비유적으로 표현을 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유령 진동 증후군Phantom Vibration Syndrome’입니다. 이 증후군을 심리학에서 ‘신호 탐지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우리 뇌는 중요한 정보를 놓치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합니다. 원시시대에 수풀이 흔들리는 소리를 바람으로 착각하는 건 괜찮지만, 호랑이인데 놓쳤다가는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죠. 뇌는 중요한 신호를 놓쳐서 손해 보는 것보다, 차라리 착각하더라도 확인하는 쪽을 선택하도록 진화했습니다. 따라서 뇌는 놓쳐서 손해 보는 것보다 착각하더라도 확인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다고 판단해 감각의 민감도를 최대치로 높여놓습니다. 그리고 현대로 돌아오면 우리에게는 스마트폰 연락이 과거의 호랑이만큼이나 생존 그리고 삶의 중요한 신호가 된 셈이죠. 특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연락을 간절히 기다릴 때 뇌는 감각의 민감도를 최대로 올려놓기 때문에 이런 착각을 더 자주 하게 됩니다.

연구에 따르면 의사나 간호사처럼 호출에 민감한 직업군에서 이 증상이 더 많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인턴십 3개월 차와 6개월 차에는 각각 95.9%와 93.2%가 유령 진동을 느꼈다고 합니다. 다행히 12개월 차에는 80.8%로 회복되었으며, 인턴십 종료 2주 후에는 50.0%로 감소했습니다.
인도 대학의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300명의 대학원생 중 91%가 유령 진동을 경험했다고 합니다. 저도 박사학위 시절 이 유령 진동뿐 아니라 유령 벨 소리까지 경험한 사람으로서 우리나라 대학원생들은 얼마나 유령 진동을 느끼는지 문득 궁금해지네요.
과학 커뮤니케이터 ‘과즐러’ 백정엽 박사
경희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에서 신경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가독성과학연구소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뇌과학을 기반으로 한 강연과 칼럼을 통해 과학 대중화에 기여해왔다.
현재 ‘과학을 즐기는 사람’이라는 뜻의 ‘과즐러’라는 이름으로 유튜브·방송 등 다양한 채널에서 뇌과학을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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