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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Story>Story③
한국 물류산업의 재도약,
물류 AI가 답이다
박건수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

M.AX의 주요 분야에 AI 팩토리, AI 제조 서비스와 함께 AI 유통·물류가 포함된다.
유통·물류산업은 제조 서비스와 밀접하게 연관되면서 AI를 활용한 성과가 가장 기대되는 산업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유통·물류산업에서 활약하고 있는 AI의 역할을 알아보고, AI가 주도할 유통·물류산업의 미래 발전 방향을 조망해보고자 한다.

공급망 위험을 관리하는 AI
2022년 미국의 대표적인 자동차 제조사 포드자동차는 제조를 마친 자동차들을 판매하지 못하는 예상치 못한 사태를 맞았다. 자동차 앞쪽 그릴에 부착되는 포드 로고마크를 생산하는 제작업체가 환경오염을 일으켜 생산 중지 명령을 받아 로고마크를 조립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포드는 로고마크를 제조해줄 대체 기업을 급히 찾았으나 금속으로 된 로고를 단시간에 제조할 수 없었기 때문에 결국 생산 중단 사태를 겪게 된 것이다.

이처럼 제조기업에서 수많은 부품이 모여 하나의 완성품을 조립하는 과정에는 수많은 부품 수급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부품들의 수급 어려움에 대비하기 위해 부품 재고를 보유하려면 엄청난 재고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최근에는 이런 의사결정에 인공지능 기법을 적용해 적절한 비축량을 계산하는 재고 최적화 기법이 연구되고 있다.

이러한 기법은 알고리즘을 통해 어떤 품목을 얼마나 비축할 때 나올 수 있는 결과에 대한 데이터를 입력한 후 스스로 적절한 양과 품목을 찾도록 학습시키며, AI 기법인 강화학습을 주로 사용해 각종 위험 및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최적의 재고량을 찾는다. 필자의 연구실에서도 다양한 기업 환경에서 AI 강화학습 기법을 활용해 재고 최적화를 달성하는 알고리즘들을 개발하고 있다.
포드자동차의 전면 및 로고. 사소한 부품인 로고마크 하나가 거대한 자동차 제조사의 생산 중단 사태를 초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AI 기반 수요예측으로 효율적인 재고관리
겨울 날씨는 방한 의류 수요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효율적인 재고관리를 위해서 날씨와 수요예측이 중요하다.
매번 겨울이 오면 추운 날씨에 대비해 두꺼운 옷을 찾기 마련이다. 의류산업에서는 겨울이 오면 따뜻하게 입을 수 있는 패딩을 전시하고 판매한다. 겨울 날씨가 추우면 추울수록 패딩 수요는 늘어난다. 하지만 따뜻한 겨울이 지속되면 패딩 수요는 급감하고, 많은 패딩이 재고로 남아 큰 폭의 세일이 시작된다. 이처럼 겨울 기온은 패딩 의류의 수요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우리가 겨울에 만나는 패딩은 겨울 시즌이 시작되기 한참 전에 미리 생산된다. 패딩 안에 들어가는 보온재는 새의 솜털과 깃털이 많이 쓰이는데, 털이 자라는 데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류회사는 겨울이 시작되기 3~6개월 전에 미리 생산량을 결정해야 한다.

신선식품을 판매하는 전자상거래 유통기업들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고객이 얼마나 제품을 원하는지 수요량을 모르는 상태로 해산물이나 과일·채소 같은 신선식품을 미리 구비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온라인 상거래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데이터를 학습해 고객이 필요한 제품들을 미리 준비해나가고 있다.

제조업에서도 적절한 재고관리를 위한 수요예측은 중요하며, 반도체같이 제품의 생산 규모나 가치가 큰 산업일수록 단 몇 퍼센트의 재고 감축만으로도 막대한 비용 절감을 기대할 수 있다. 수요예측 분야는 AI 기법 중 비교적 널리 활용되면서 코딩을 위한 라이브러리 등이 잘 갖춰진 편이기 때문에 필자의 경험상 산학 협력 과제로도 성과가 좋은 편이다. 특히 AI를 처음 적용해보는 기업에서 추진하기 좋은 분야로 추천할 수 있다.
물류 운반 로봇 운영 기법
물류 창고에서는 다양한 제품을 빠른 시간에 저장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이들 상품을 고객의 주문에 따라 신속하게 담아서 전달해야 한다. 이를 위해 물류 창고의 상품 운반은 보통 AGV Automated Guided Vehicle로 불리는 운반 로봇을 통한 자동화로 상품의 저장과 운송 속도를 높이려 하고 있다.

미국 아마존은 자사 창고에서 이미 50만 대 이상의 물류 로봇을 운행 중이며, 국내에서도 쿠팡 같은 온라인 상거래 플랫폼이 최근 물류 로봇을 도입한 자동화된 물류 창고를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수백·수천 대의 물류 로봇들이 서로 간섭이나 정체 없이 원활하게 상품을 옮길 수 있도록 제어하는 것은 쉽지 않다.

특정한 경우에 동작하는 단순한 규칙 기반의 제어로는 방대한 수의 로봇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최근에는 인공지능 기반의 강화학습 알고리즘을 사용해 물류 로봇을 제어하는 방법이 다양한 스타트업 기업들을 통해 시도되고 있다. 특히 피지컬 AI 기술이 확산되면서 물류 창고의 물리적인 상태를 가상으로 구현해 물류 로봇의 운영을 시험해보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런 기술은 M.AX 얼라이언스의 AI 팩토리 구축에도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 ❶ 박건수, <물류와 AI>, 커뮤니케이션북스, 2025.
쿠팡 물류센터에서 AGV(운반 로봇)가 선반을 운반하고 있다.
물류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첨단 로봇 기술을 활용한 물류 자동화 시연 모습. AI 기반 로봇 기술은 물류 창고의 적재·하역·포장 등 고된 작업의 자동화를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M.AX 얼라이언스에서 다루는 로봇 기법 중 하나로 물류산업에서 활용 가능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사업이 있다. 이 사업은 특정 상품이나 물품을 운송하거나 물류 창고 안에서 다양한 상품이 담긴 선반을 움직이는 데 특화된 운송용 AGV 형태가 아니라, 인간의 손·팔과 닮은 형태의 인간형 로봇을 개발하는 것이 특징이다. 인간의 손과 같은 섬세한 감각과 움직임을 가진 휴머노이드형 로봇이 개발된다면, 물류 창고 안에서 인간의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 각종 상품의 포장 같은 고된 작업의 자동화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럼 물류 창고 안에서 상품의 운송뿐 아니라 적재·하역·포장 등 자동화가 더딘 부분을 보완하여 무인 물류 창고 등의 새로운 물류 운송 거점이 탄생할 수 있다.

이런 로봇의 섬세한 제어는 최근 활발히 개발되고 있는 AI 기반의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을 통해 구현될 것이다.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은 로봇이 다양한 작업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범용 AI 소프트웨어로, M.AX 얼라이언스의 AI 제조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뿐 아니라 물류산업에서도 새로운 형태의 휴머노이드형 로봇을 개발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통해 아직 자동화가 더딘 배송 트럭의 운전이나 고객의 집 앞으로 최종 배송하는 업무가 자동화되면 효율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
물류 AI의 미래 발전 방향
물류산업에서는 수많은 제품이 다양한 장소를 거쳐 각기 다른 위치의 고객에게 전달되고 있다. 따라서 제품과 이동 수단, 고객에 대한 수많은 데이터가 축적될 수 있다. 그동안 이런 데이터는 양도 너무 방대하고 범위도 넓어서 분석이 쉽지 않았다. 또한 물류산업의 데이터는 각 개별 기업이 나눠서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하나의 큰 데이터로 공유되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제 AI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방대한 데이터가 합쳐지고, 개별 기업의 다양한 상황에 적용 가능한 범용 AI 모형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M.AX 얼라이언스 전략 회의 AI 팩토리 분야의 공동 의장인 고영명 포스텍 교수도 “현재 세계적으로 다양한 제조업에 적용 가능한 범용 AI 모델은 아직 개발되지 않은 상황이며, 우리 산업의 고품질 데이터를 활용하면 세계 최고 AI 모델의 개발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물류산업의 주요 문제인 공급망 관리, 재고관리 같은 주요 의사결정에 범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AI 모델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필자의 연구실에서도 AI 기반의 범용 재고 최적화 알고리즘을 개발 중이다. 완성된 기법은 다양한 규모의 제조 및 물류기업의 상황에 범용적으로 적용해 물류 및 재고비용 절감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건수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서울대학교 AI연구원 산하 물류 AI 선도·혁신센터장을 맡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물류 및 공급망 AI 응용, 재고 최적화 등이며, 한국생산관리학회 부회장, 한국경영과학회 이사, 한국SCM학회 공동 편집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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