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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바꾼
세계질서와 기술 패권 경쟁 시대
강구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

지난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통해 트럼프가 다시 백악관에 입성하면서 국제 사회는 또 한 번의 중대한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첫 임기 동안 보여주었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기조를 한층 강화하며, 외교, 안보, 무역, 환경 등 여러 방면에서 기존의 국제질서를 재편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아직 임기 초반이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단순히 다자주의를 벗어나는 것에서 나아가 기술과 산업의 패권 구도를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전략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용주의에 기반한 동맹 구조로의 변화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은 거래 관점에서 동맹국과의 관계를 재검토하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NATO와 주한미군, 주일미군 주둔과 관련한 동맹국들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는 ‘공짜 안보는 없다’라는 논리를 바탕으로 동맹국들이 미국의 군사력 제공에 상응하는 비용을 부담하고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이와 같은 트럼프식 접근은 단순히 미국과 동맹국이 비용을 어느 정도로 나눠 부담할지에 관한 협상에서 그치지 않고 동맹의 구조 자체를 실용주의에 기반해 재구성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에 따라 한국, 일본은 물론 EU 국가들은 안보 독립성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은 글로벌 방위 전략과 군사 기술 혁신 방향에 구조적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는 ‘공짜 안보는 없다’는 논리를 바탕으로 동맹국들의 미국의 군사력 제공에
상응하는 비용을 부담하고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다시 점화된 화석연료 산업의 부활
기후변화 대응 정책 분야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1기 때와 마찬가지로 화석연료 산업 생산 관련 규제 완화를 비롯해 해당 산업을 부활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과 함께 국제 환경 협정에 미국 우선주의를 반영하기 위한 행정명령Putting America First in International Environmental Agreements, Executive Order 14162에 서명하며 자신의 1기 정부 기조와 마찬가지로 파리기후협약 재탈퇴를 발표한 바 있다. 미국 납세자의 돈이 자국민의 이익과 관계없이 재정 지원이 불필요하거나 이를 받을 자격이 없는 국가에 투입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에 과도하거나 불공정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동 협약 재탈퇴의 근거로 제시했다. 트럼프의 이 같은 행보는 미국과 EU의 규제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동시에 석유, 천연가스 등 자원 안보의 중요성이 다시 주목받으며 에너지 관련 기술개발과 공급망 재편이 새로운 지정학의 한 축으로 자리 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강경한 대중국 견제 정책 추진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을 국가 전략 차원의 문제로 인식하며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 AI, 양자컴퓨팅, 통신장비 등 전략 기술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수출 통제와 투자 제한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트럼프는 ‘미국우선투자정책America First Investment Policy’ 대통령 각서Presidential Memorandum를 발표(2025년 2월 21일)하면서 중국과 연계된 외국인 투자를 제한하고 미국 내 전략적 부문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를 지시한 바 있다. 또한 2025년 국방수권법NDAA은 국방부 연구 보조금에 대한 연례 검토를 의무화하고, 중국과 연계된 외국 학술 기관과의 공동 연구에 대한 자금 지원을 제한하는 조치를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강경한 대중국 견제 정책 추진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 방지는 물론 첨단 기술의 미국 내 자급화를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 이에 따라 공급망 다변화와 탈중국화China decoupling는 선택의 문제를 넘어선다. 한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와 기업은 기술 자립과 함께 지정학적 리스크 대응이라는 이중 과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반도체, AI, 양자컴퓨팅, 통신장비 등 전략 기술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통제와 투자 제한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무역 질서의 구조적 변화
트럼프의 외교 전략은 기존의 가치 중심 동맹이 아닌 철저한 거래 중심 접근방식에 기반을 두고 있다. 다자간 무역협정이나 국제기구보다는 양자 협상과 실리 추구에 방점을 찍고 있으며, 이는 WTO, UN 등 기존 국제기구의 영향력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미국 제조업을 부활시키고 중산층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명목하에 무역법 제301조 대중국 관세, 무역확장법 제232조 관세, 상호관세 등 다양한 관세 정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상정책은 글로벌 무역 질서에 구조적 변화를 야기하고 있으며, 한국을 포함한 중견국들은 균형 외교를 추진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은 단순히 미국의 정권 교체 차원을 넘어 세계 질서의 근본적 재구성이라는 거대한 흐름의 시작점일 수 있다. 자국 중심주의, 기술 패권 경쟁, 기후 정책 후퇴 등은 모두 상호 연계된 복합적인 이슈로 개별 국가 차원에서나 각각의 사안별로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존재한다. 따라서 한국은 이러한 새로운 패러다임 상황에서 자체적인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입장이 같은 국가와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또 다변화된 외교 전략을 추진하며 정책 유연성에 기반한 장기적인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미국과 동맹을 공고히 하면서도 중장기적으로 대외경제 환경 변화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산업 전략의 재구성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제조업 부활과 중산층 일자리 창출을 위해 다양한 관세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사진은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 준공한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공장
강구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뉴욕주립대 올버니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정책과 시사점: 반도체 및 배터리 산업을 중심으로’,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정책 추진에 따른 대만의 대응과 정책 시사점’ 등 북미와 유럽 산업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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