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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대신
세포가 만드는 미래
김희식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세포공장연구센터장
김선녀 사진 서범세

석유 대신 미생물이 플라스틱과 항공유를 만드는 시대가 오고 있다. 마치 작은 공장처럼 설계된 세포 안에서 원하는 물질을 효율적으로 생산해내는 기술, 바로 ‘세포공장Cell Factory’이다.
김희식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세포공장연구센터장은 미생물을 활용한 바이오 제조 기술을 연구하며, 지속가능항공유SAF, 바이오 플라스틱 등 친환경 고부가가치 소재 개발을 이끌고 있다.
탄소중립 시대, 제조산업의 미래를 새롭게 설계하고 있는 김희식 센터장을 만나 세포공장이 바꿔갈 산업의 변화와 연구자의 삶에 대해 들어보았다.

현재 맡고 계신 연구와 세포공장연구센터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세포공장연구센터에서는 미생물 기반의 바이오 제조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세포를 작은 공장처럼 활용해 원하는 물질을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곳입니다. 현재는 지속가능항공유SAF , 바이오 플라스틱, 기능성 화학 소재 등 친환경 바이오 소재 생산 연구를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세포공장Cell Factory’이라는 개념이 아직은 다소 낯설게 느껴집니다.
기존 석유화학 공장이 여러 화학 공정을 거쳐 제품을 만드는 것처럼, 세포공장은 세포 안의 대사 경로와 효소를 활용해 원하는 물질을 생산하는 기술입니다. 쉽게 말하면 세포를 하나의 작은 공장처럼 활용하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유전자와 대사 경로를 조절하면, 세포는 스스로 특정 물질을 효율적으로 생산하게 됩니다.

이론적으로는 석유 기반 화학 소재 대부분은 세포 기반으로도 만들 수 있습니다. 석유는 탄소·수소·산소·질소 같은 요소로 이루어져 있고, 세포 역시 같은 원소들로 구성되어 있으니까요. 더 거슬러 올라가 보면 석유의 기원 자체도 오랜 시간 축적된 바이오매스, 즉 생명체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석유 역시 ‘바이오에서 온 물질’인 셈입니다.
세포공장에서 만드는 바이오 항공유나 바이오 플라스틱이 중요해진 이유는 무엇인가요?
결국 탄소중립 때문입니다. 기존 석유 기반 제조산업은 생산 과정에서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만, 바이오 기반 공정은 상대적으로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습니다. 특히 항공산업은 자동차처럼 전기화가 쉽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바이오 항공유가 매우 중요한 분야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유럽은 2025년부터 항공유에 SAF 혼합을 의무화했고, 우리나라와 일본도 사용 비율 확대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현재 바이오 항공유 원료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폐식용유UCO의 공급이 한정적이라는 점입니다. 수요는 계속 늘어나는데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원료 확보와 가격 경쟁이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세포공장을 활용해 항공유 원료 자체를 생산하려는 연구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과거 산업혁명이 기계와 석유 중심이었다면, 앞으로의 제조업은 ‘바이오 기반 제조’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보시나요? 그렇다면 가장 먼저 변화할 산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특히 가장 빠르게 변화할 분야는 플라스틱 대체 소재 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친환경 소재에 대한 규제와 소비자 요구가 빠르게 커지고 있기 때문에, 기존 석유 기반 플라스틱을 바이오 기반 소재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다음으로는 항공유와 같은 액체연료 분야가 중요한 변화 영역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항공산업은 전기화가 쉽지 않기 때문에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지속가능항공유 확대가 필수적입니다.
연구실 기술이 실제 산업으로 이어지기까지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가장 큰 문제는 결국 경제성입니다. 바이오 기반 소재가 시장에 빠르게 진입하지 못하는 이유도 대부분 가격경쟁력 때문입니다. 기존 석유 기반 공정은 원유를 정제·추출하는 방식이라 공정이 비교적 단순합니다. 반면 바이오 기반 공정은 원료가 되는 바이오매스를 먼저 생산해야 하기 때문에 공정이 더 복잡하고 비용도 많이 들어갑니다.

그래서 현재 연구의 핵심은 생산성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느냐에 있습니다. 바이오매스를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기술도 중요하고, 여기서 항공유나 화학 소재를 안정적으로 추출·정제하는 공정을 산업 규모로 확립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결국 실험실 수준의 기술을 실제 산업공정에서도 동일하게 구현하는 ‘스케일업Scale-up’이 가장 큰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센터장님의 하루 루틴도 궁금합니다. 연구자의 하루는 어떻게 흘러가나요?
하루보다는 주간 단위로 루틴이 진행되는 편입니다. 월요일에는 연구 결과를 점검하는 주간 미팅을 하고, 화요일에는 혼자 공부하거나 연구 계획을 정리합니다. 수요일에는 UST 수업과 학사 업무, 목요일은 출장이나 외부 협력 업무, 금요일은 한 주를 정리하고 다음 주를 준비하는 시간으로 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즘 가장 관심 있게 보고 있는 분야는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입니다. 예전에는 유전자를 하나씩 조작하고 결과를 확인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동력이 필요했지만, 최근에는 미리 설계된 바이오 부품과 AI·로봇 기술을 활용해 훨씬 빠르고 효율적으로 세포를 개발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앞으로 바이오 연구 역시 점점 더 자동화·고속화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좋은 논문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실제 산업과 사회에 연결되는 연구가 더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오랜 시간 연구를 이어오시면서 연구에 대한 생각도 많이 달라졌을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좋은 연구라면 학문적으로 뛰어난 연구, 즉 좋은 저널에 논문을 발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성과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연구원이나 선임연구원 시절에는 주어진 연구를 열심히 수행해 좋은 결과를 내고, 그것을 우수한 논문으로 발표하는 데 많은 의미를 두고 연구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연구 책임자로서 10년 정도 다양한 과제를 수행하고 전체 연구를 관리하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좋은 논문 자체보다, 실제 산업 현장에서 활용되고 우리 사회와 국가에 기여할 수 있는 연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연구는 사람들의 삶과 산업의 변화를 만들어낼 때 더 큰 의미를 갖는 것이니까요.
연구자의 길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자질은 무엇인가요?
실행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학생은 처음부터 ‘안 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시작 자체를 못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면 어떤 학생은 일단 해보자고 합니다. 저는 후자가 훨씬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연구를 해봐야 부족한 점도 보이고, 수정해야 할 방향도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완벽하게 준비한 뒤 시작하는 것보다, 직접 부딪치며 개선해나가는 태도가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연구가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결해나가시나요?
문제를 가능한 한 잘게 나누려고 합니다. 처음부터 거대한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려고 하면 오히려 막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은 문제부터 하나씩 해결하다 보면 어느 순간 전체 흐름이 풀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연구는 결국 긴 시간을 버텨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한 번에 답을 찾으려 하기보다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연구자의 역할도 많이 바뀔 것 같습니다. 미생물 연구원은 전통적인 생물학 연구자에 가까운지, 아니면 컴퓨터와 시스템을 다루는 엔지니어에 가까워지는지 궁금합니다.
바이오 분야는 영역에 따라 성격이 많이 다릅니다. 보통 인체와 의약 분야는 ‘레드바이오’, 농업·식물·축산 분야는 ‘그린바이오’, 그리고 화학 소재나 산업 소재 분야는 ‘화이트바이오’라고 부르는데, 제가 연구하고 있는 화이트바이오 분야는 굉장히 엔지니어링에 가까운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세포치를 설계하고, 공정을 최적화하고, 생산시스템 전체를 설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레드바이오 분야는 인체 질환이나 건강과 직접 연결되기 때문에 기초 생물학과 의학적인 이해가 훨씬 중요합니다.
앞으로 세포공장 기술은 우리 삶을 어떻게 바꾸게 될까요?
인체 친화적이고 생분해가 가능한 소재들이 훨씬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세플라스틱 문제도 지금보다 많이 줄어들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제조산업 자체가 점점 바이오 기반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고,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플라스틱이나 화학 소재 역시 훨씬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생산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봅니다.
김희식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세포공장연구센터장
김희식 센터장은 누구?
김희식 센터장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세포공장연구센터를 이끌며 미생물 기반 바이오 제조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지속가능항공유SAF, 바이오 플라스틱, 친환경 화학 소재 등 탄소중립 시대를 위한 바이오 기반 제조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바이오산업의 스케일업과 산업화를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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