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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지능도 제품이 된다!
제4차 산업혁명으로 태어난 새로운 공장,
AI 팩토리
이동훈 과학 칼럼니스트

인간은 동물과 달리 문명을 가지고 있다. 즉 생활을 더욱 편리하게 해주는 유무형의 도구를 만들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능력은 기술 발전과 함께 효율성을 더해갔다. 급기야 인간은 생산 활동의 핵심인 지능까지 생산할 수 있는 AI 팩토리 시대를 열었다.

제4차 산업혁명으로 등장한 스마트 팩토리는 AI 팩토리의 전 단계로 볼 수 있다.
성경에 “사람은 떡으로만 살 수 없다”고 했던가? 그 말을 산업적 측면에서 해석해보면 동물에 비해 훨씬 진보한 이성과 욕망을 지닌 인간은 의식주 충족만으로 만족할 수 없는 존재이니, 의식주 외에 다양한 물품을 공급해줘야 한다는 뜻도 될 수 있다.

그 물품은 사람이 직접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인간은 산업을 만들었다. 물품 생산도 그냥 하는 것보다는 최대한 효율적이고 경제적으로 해야 한다. 때문에 산업에 필요한 생산기술은 인류 역사를 거치며 꾸준한 발전을 이루었다. 그중 혁신적인 기술 발전을 우리는 산업혁명이라 부른다.

인류는 현재까지 여러 차례 산업혁명을 거쳐왔다. 당연히 인류의 초기 산업은 인력과 동물력, 자연력 등 통제하기 어렵고 증대하기도 어려운 힘에만 의존해왔다. 이러한 방식은 효율이 매우 낮았다. 즉 제작자의 기술에 따라 품질이 들쑥날쑥하고 생산량조차 적었다.

그러다가 18세기 후반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일어난 제1차 산업혁명으로 인간의 산업에 기계력(증기기관)이 도입된다. 이로써 공장제 기계공업이라는 품질 표준화와 생산량 면에서 더욱 효율성 높은 생산방식이 생겼다. 이후 20세기 초 전기, 내연기관, 분업화로 촉발된 제2차 산업혁명은 효율성을 더욱 높였다.
그리고 1970년대에 시작된 제3차 산업혁명부터 생산시스템은 초보적인 형태로나마 지능을 갖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산업 현장에 PLC(프로그램 가능 논리 제어장치, 즉 일종의 컴퓨터)와 로봇이 도입되면서 생산시스템이 인간의 도움 없이도 자체적으로 외부의 상황을 파악하고 그에 맞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 것이다.

생산시스템의 지능화는 더 발전하여 빅데이터로 기계학습이 가능한 인공지능, 그리고 이 인공지능이 네트워크를 통해 조종할 수 있는 로봇을 앞세운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인 현대에 들어와 더욱 가속화되었다. 이러한 시대의 조류에 따라 생산 활동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기능인 (인공)지능 역시 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이렇듯 인공지능까지 생산해 자체적으로 생산효율을 높일 수 있는 체계가 바로 AI 팩토리의 아주 ‘거친’ 정의인 셈이다.
AI 팩토리의 기반은 로봇과 PLC가 산업 현장에서 쓰인 1970년대부터 찾아볼 수 있다.
산업혁명에 따른 생산 핵심 요소 변화
단계 핵심 동력 생산방식 생산 결과물
제1차 증기기관 기계화 면직물, 단순 기계 제품 등 경공업 제품
제2차 전기에너지 분업화 및 대량생산 철강, 자동차, 석유화학 등 중공업 제품
제3차 컴퓨터·인터넷 자동화 컴퓨터를 통해 정제된 데이터와 지식
제4차 AI·빅데이터 지능화(AI 팩토리) AI가 스스로 판단해 도출한 ‘최적의 공정’과 ‘맞춤형 솔루션’
AI 팩토리란?
AI 팩토리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을 대량생산하고, 이를 제품과 서비스 전반에 내재화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의 운영 모델이다. 즉 ‘모델을 운영하는 공장’이 아니라, ‘지능을 생산하는 기업 운영체계’를 말한다.

이러한 개념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마르코 이안시티 교수와 카림 R. 라크하니 교수가 처음 제시했다. 이들은 2020년 저술한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소논문 에서, AI 팩토리를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중심으로 지능을 지속적으로 생산, 배포, 개선하는 운영체계’로 정의했다. 이후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온라인의 <비즈니스 인사이츠>에서는 이 개념을 확장해 ‘기업이 내·외부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알고리즘을 통해 예측 및 의사결정을 자동화하며, 그 결과를 다시 개선하는 지능 생산 사이클’로 설명했다.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젠슨 황. 그는 AI 팩토리를
‘데이터로 인공지능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정의했다.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NVIDIA는 이러한 개념을 기술적 맥락으로 발전시켜 AI 팩토리를 하드웨어,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데이터센터가 통합된 ‘지능 생산 플랫폼’으로 정의했다. 특히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 젠슨 황은 “과거 제1차 산업혁명의 공장이 물을 끌어와 전기를 만들었듯, 미래의 공장은 데이터로 인공지능을 생산하는 AI 데이터센터가 될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또한 “기존 IT 산업은 사람이 코딩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데 집중했으나, 이제는 AI가 스스로 학습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일’ 그 자체를 제조하는 시대”라며 “기업뿐 아니라 국가도 주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체적인 AI 팩토리를 보유해야 한다”는 표현까지 쓰면서 AI 팩토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AI 팩토리는 ① 데이터 수집과 정제 ②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AI 모델의 설계 및 학습 ③ AI 모델의 테스트, 검증 및 품질관리 ④ AI 모델의 생산, 배포 ⑤ AI 모델의 모니터링, 유지보수 및 지속적 개선을 생산의 사이클로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AI 모델의 사용 결과는 다시 새로운 데이터가 되어 모델 개선에 쓰이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 지속적이고 확장 가능한 인공지능 생산 라인으로 진화한다.
20세기부터 시작된 AI 팩토리의 발판
AI 팩토리는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개념이지만, 그 기원은 1970년대까지 거슬러 갈 수 있다. 앞에서도 잠깐 말한, 당대의 PLC와 로봇을 통해 이루어진 생산 자동화를 AI 팩토리의 첫 단추로 여길 수 있다. 물론 사전에 입력된 프로그램대로만 동작하는 것이라, 지금에 비하면 단순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다가 2010년대 초반 제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네트워크를 통한 연결성이 크게 발전했고, 이로써 스마트 팩토리 시대가 열렸다. 장비들이 직접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은 물론, 이를 사물인터넷을 사용해 전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모은 방대한 데이터로 무엇을 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

2010년대 중반 관련 기술 개발의 초점이 연결성에서 계산적 추론으로 이동하면서, 스마트 팩토리에서 AI 팩토리로의 변화도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러한 기술적 변화로 인해 인공지능은 데이터가 가진 의미를 논리적으로 분석하기 시작했다. 이는 최적의 해답을 제시하거나 직접 실행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되었다. 인간의 개입 없이도 데이터를 수집해 기계에 최적의 지시를 내리는 폐쇄형 데이터 루프 시스템이 구현되었고, 이를 통해 고장을 미리 예견하고 고장 전에 대처할 수 있는 예방정비가 가능해졌다. 이것은 원시적이긴 하지만 AI 팩토리의 본격적인 형태의 시작으로 볼 수 있다.

이후 2020년대 들어와 디지털트윈과 생성형 인공지능이 등장하면서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 간의 빈틈을 메웠다. 디지털트윈이란 실제 생산 현장의 실시간 가상 시뮬레이션이다. 인공지능은 디지털트윈을 사용해 1초에도 수천 개의 가상 시나리오를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관리자가 생산 라인의 변경을 원할 경우, 인공지능은 디지털트윈을 통해 그 효율성을 정확히 예측하고 가장 합리적인 조언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생성형 설계와 합성 데이터를 생산할 수 있다. 생성형 설계는 인간보다 더 뛰어난 설계를 해낼 가능성이 있다. 합성 데이터는 현실에 기반한 가상 데이터로, 이를 이용하면 현실에서 충분한 데이터를 얻을 수 없을 때도 인공지능 모델을 교육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이러한 생산과정의 혁명은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스위스 제네바의 세계경제포럼은 30여 개국 220여 개 공장을 이러한 혁신을 이룬 등대 공장으로 선정했다. 구체적으로는 인공지능의 내재화를 통해 ① 고객 중심 운영 ② 생산성 향상 ③ 공급망 회복탄력성 향상 ④ 지속가능성 향상 등을 이룩한 산업 현장을 등대 공장이라 부른다. 엔비디아 등에서 구상하는 AI 팩토리는 이러한 제품 생산방식을 인공지능 생산에까지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AI 팩토리의 미래와 도전
이러한 AI 팩토리는 우리에게 어떤 미래를 제시할 수 있는가? 우선 인공지능의 발전 추이에 맞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은 현재 생성형 인공지능을 넘어 에이전틱 인공지능, 물리적 인공지능으로 발전하는 추세다. 즉 현실 세계에서 자율적으로 작동하고 물리적 결과를 만들어내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그런데 현실 세계는 현재 인공지능의 고질적 문제인 할루시네이션(환각)을 용납치 않는다. 때문에 기업과 국가는 현실 세계에서도 할루시네이션 없이 훌륭하게 일할 수 있는 뛰어난 인공지능을 필요로 한다. 그러한 인공지능을 효율적으로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이 바로 AI 팩토리다. AI 팩토리는 이러한 변화를 수용해 지속 가능한 AI 개발 및 배포, 운영 효율화, 예측 및 개인화 등 고부가가치 AI를 생산해낼 수 있다.

또한 AI 팩토리는 표준화된 업무 흐름과 자동화된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통해 기업에 운영효율성과 혁신성, 확장성을 부여한다. 기업 조직을 실험적 단계에서 산업화 형태로 전환하는 속도도 높일 수 있다. 이는 장기적 경쟁우위의 토대가 되며, 기업에 한정되지 않는다. 국가 역시 AI 팩토리를 보유함으로써 보유하지 못한 국가에 비해 경쟁우위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AI 팩토리의 건설과 보급에는 장벽이 존재한다.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비용이다. AI 팩토리를 구축하려면 고성능 센서, 클라우드 인프라, 에지 컴퓨팅 장비 등 막대한 초기 비용이 필요하다. 게다가 IT 기술이 너무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이렇듯 큰돈을 들여 구축한 시스템이 급속히 구식화될 수도 있다. 그리고 비용 대비 효율이 얼마나 나올지도 사전에 정량적으로 예측하기 어렵다.

이외에도 데이터 수집 현장 환경의 열악함을 들 수 있다. 열악한 환경에서 수집된, 규격이 통일되지 않고 오염된 데이터는 인공지능을 정확하게 학습시킬 수 없다. 그렇게 잘못 학습한 인공지능은 비현실적인 결론을 도출할 우려가 있으며, 이는 현실 세계에서 인명 및 재산 피해까지 가져올 수 있다.

보안 및 신뢰성 문제도 큰 장벽이다.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지니고 있고 구성 요소 간 연결성도 뛰어난 AI 팩토리는 해커에게 매우 매력적인 공격 대상이다. 또한 인공지능에 존재하는 블랙박스 문제(판단의 근거를 설명하지 못하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실무자는 그 결론을 따르기 어렵다. 그럼에도 AI 팩토리는 고령화와 환경문제 등 실존하는 큰 문제들에 맞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보장하는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앞으로의 추이를 지켜볼 일이다.
기업의 경쟁력은 물론이고 국가경쟁력에까지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AI 팩토리.
하지만 그 앞에 놓인 장벽도 만만치 않다.
이동훈 과학 칼럼니스트
<월간 항공> 기자, <파퓰러사이언스> 외신기자 역임. 현재 과학·인문·국방 관련 저술 및 번역가.
<과학이 말하는 윤리>, <화성 탐사> 등의 과학 서적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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