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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Story>History
혁신 기술의
군사적 이용 역사
이동훈 과학 칼럼니스트

전쟁은 인간이 벌이는 것 중 가장 스케일이 큰 생존경쟁이다. 인간은 그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털어 넣었다.
그중에는 혁신 기술도 포함된다. 산업혁명 이후 각 시대의 혁신 기술이 군대와 전쟁에 끼친 영향을 알아보자.

흔히 산업혁명 하면 세계사 교과서에서 크게 다루는 증기기관의 발명을 먼저 생각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증기기관 발명 이후에도 인류는 여러 차례 혁신 기술을 경험했다. 따라서 오늘날에는 산업혁명도 여러 차례, 크게는 4차에 걸쳐 나타났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이란 바로 이러한 혁신 기술의 등장 횟수에 따라 정해진 표현인 셈이다.

그렇다면 각 차수별 산업혁명에는 어떤 혁신 기술이 등장했는가? 제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 제2차 산업혁명은 내연기관과 전기, 제3차 산업혁명은 정보화 기술, 제4차 산업혁명은 정보화 융합 기술이 대표적이다. 이 글에서는 각 혁신 기술이 군대와 전쟁에 끼친 영향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하겠다.
제1차 산업혁명 : 증기기관과 전신이 연 총력전
제1차 산업혁명 시기는 18세기 중반~19세기 중반을 꼽는다. 이때의 혁신 기술은 증기기관 발명, 그로 인한 생산과 유통의 기계화를 들 수 있다. 제1차 산업혁명 이전에는 인력과 자연력 외에는 어떤 형태의 힘도 사용할 수 없었다. 그런데 1705년 영국의 토머스 뉴커먼이 발명한 증기기관 덕에 드디어 제3의 힘인 기계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기계력은 바로 생산과 유통에 투입되었다.

기계력이 생산에 투입되자 표준화된 대량생산이 가능해졌다. 이로써 생산 속도와 효율 자체는 물론, 부품의 규격화로 인한 유지보수 효율도 극대화되었다. ‘장비의 부품이 고장 나면 그 부품만 다른 것으로 갈아 끼워 고친다’는, 요즘 기준으로는 정말 당연한 상식이 정착된 계기가 다름 아닌 제1차 산업혁명이었다.

또한 증기기관이 이식된 교통수단, 즉 증기기관차와 증기선의 도입으로 군수, 즉 병력과 물자의 이동속도 및 효율도 크게 개선되었다. “작전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할 수 있어도, 배식(군수)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할 수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시사하듯, 군대의 힘은 군수에서 나온다. 군수의 발전은 생산의 발전과 맞물려 장기전을 가능케 했다. 우리나라의 6·25전쟁에서도 중국군은 군수 능력이 약해 공세 지속력을 오래 유지하지 못했다. 특히 증기선은 화물선뿐 아니라 군함의 능력도 강화했다. 범선에 비해 날씨의 영향을 덜 받는 해상 작전이 가능해지자 제국주의 열강들이 전 세계로 영향력을 뻗칠 수 있게 되었다.

이 시대의 또 다른 중요한 혁신 기술은 바로 유선 전신이다. 1837년 미국의 새뮤얼 모스가 발명한 전신 덕에 전 세계는 이때부터 통신선만 깔려 있다면 이론상으로는 실시간 통신이 가능해졌다. 이로써 수도와 전투 현장 간에 즉각적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면서 전략적 유연성이 높아졌다.

이러한 제1차 산업혁명의 혁신 기술은 이전 전쟁이 가지고 있던 총력전 성격을 더욱 강화했다. 즉 전선에 배치된 군인들의 전투력뿐 아니라 국가 전체의 역량, 그리고 그 역량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능력이 전쟁의 승패를 더욱 크게 좌우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증기기관차. 증기기관은 군대를 위한 생산력과 보급력 증대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모르스 부호로도 유명한 전신. 전신은 군대에 처음으로 실시간 통신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제2차 산업혁명 : 전쟁의 규모와 차원을 확대
제2차 산업혁명 시기는 19세기 중후반~20세기 중반을 든다. 이 기간에 인류는 역사상 가장 거대한 규모의 전쟁, 즉 세계대전을 두 번이나 겪었다. 양차 세계대전 역시 어느 측면에서 봐도 제2차 산업혁명 혁신 기술의 소산이었다.

그 혁신 기술 중에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은 내연기관이다. 1859년 벨기에의 에티엔 르누아르가 발명한 내연기관은 연료와 산화제를 연소실에서 연소시켜 에너지로 바꾸는 기관이다. 외연기관인 증기기관에 비해 훨씬 작으면서도 강력하다. 더 효율적인 엔진이 출현한 것이다.

내연기관은 기존에 꿈도 꿀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이동 플랫폼을 만들어냈다. 자동차, 항공기, 잠수함이 그것이다. 자동차 중 군대에서 특히 유용했던 것은 전차와 장갑차, 트럭이다. 전차와 장갑차는 내부 인원을 비교적 안전하게 보호하면서도 험지를 돌파하면서 전투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해주었다. 트럭은 철도가 없는 최전선에서도 신속한 군수 지원이 가능하도록 해주었다.

항공기와 잠수함의 등장으로 드디어 하늘과 수중도 전쟁의 무대가 되었다. 군용 항공기는 정찰에 사용된 것을 시작으로, 이후 폭격과 공중전에도 투입되었다. 지형의 제약이 없고 전선의 영향을 덜 받는 공중으로 이동한다는 특성상, 적 후방 거점을 바로 정찰 및 타격할 수 있는 전략 병기로서의 가능성을 보였다. 이는 육군 및 해군과는 독립된 군종인 공군의 창군으로까지 이어졌다.
내연기관의 발전으로 등장한 항공기와 잠수함은 인류의 싸움 무대를 하늘과 수중으로까지 확대했다.
전기·전자 기술의 발전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1895년 굴리엘모 마르코니에 의한 무선통신의 등장으로, 앞서 말한 각종 이동 플랫폼과의 실시간 통신이 가능해졌다. 제1차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최전선에까지 전력이 보급되면서 이런 군용 통신 장비의 작동에 필요한 전기도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군대의 신경망을 더욱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개편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또한 금속 생산 및 가공 기술의 발달로 무기와 장갑판의 성능 역시 크게 높아졌다. 이는 기관총, 전차, 전함 등 각종 금속제 무기의 성능을 높이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제3차 산업혁명 : 힘보다는 지혜로
앞서 제2차 산업혁명의 혁신 기술들이 양차 세계대전을 낳았다고 밝혔다. 옛말에 “나라가 크더라도 전쟁을 좋아하면 망한다”고 했다. 전쟁은 가장 큰 국력 소모 행위이기 때문이다. 양차 세계대전으로 국력을 소모한 유럽의 식민 종주국들은 식민지를 해방시킬 수밖에 없었다. 또한 제2차 세계대전 최후반부에 실용화된 핵무기는 다음 전쟁으로 인한 인류 멸절 가능성까지 보여주었다. 아무리 도박이 좋더라도 도박장이 다 타버리면 곤란하지 않은가?
이러한 시대적 요건과 20세기 후반 제3차 산업혁명의 주요 혁신 기술인 정보화 기술의 발전을 통해, 전쟁 기술의 발전 방향은 화력의 규모를 늘리는 것에서 화력의 질을 높이는 것으로 바뀌어간다. 즉 과거의 전쟁이 적을 압도하는 규모의 화력을 투입해 승리를 추구하는 것이었다면, 제3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적보다 더 먼저, 더 정확히 적의 급소만을 정밀 타격함으로써 신속히 무력화해 전쟁이 위험한 수준으로 확전되는 것을 막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군대에는 다양한 신발명품이 등장한다. 그중에서도 대중에게 크게 알려진 것은 컴퓨터 없이는 만들 수도 운항할 수도 없는,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스텔스 군용기. 적의 특정 건물 중에서도 원하는 창문에 적중시킬 수 있는 정밀유도무기다. 이 둘의 조합은 30여 년 전인 걸프전쟁에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 바 있다.
정밀유도무기를 투하하는 F-35 스텔스 전투기. 제3차 산업혁명식 무기의 최종 진화형일지도 모른다.
이 시대의 군용 발명품 중에 오늘날 민간인들이 아주 잘 써먹는 것도 많다. 바로 인터넷으로 상징되는 네트워크다. 인터넷의 원조는 소련과의 핵전쟁으로 인해 기존 통신망이 붕괴되었을 경우를 대비해 미 국방부가 개발한 대체 통신망 아르파넷이었다. 다행히 핵전쟁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크게 발전한 네트워크 기술은 전쟁터의 모든 구성 요소를 하나로 연결해 이들이 수집한 전장 정보를 공유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이로써 지휘관은 전장의 안개를 걷어내고 실시간으로 부대를 지휘할 수 있다. 마치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하듯이 말이다. 이쯤 되면 왜 과거 우리 군에서 <스타크래프트>를 e스포츠로 채택했는지 이해되는 부분이다.

또한 이 시기에 폭발적으로 발전한 우주개발 기술도 군대에서 이용하기 시작한다. 우주의 군사적 이용은 적지에 대한 정찰(스파이위성)과 아군 간의 통신(통신위성)으로부터 시작했다. 이미 40여 년 전 미국의 전략방위구상SDI에서는 우주공간에 킬러 위성을 배치해 유사시 날아올 적국의 대륙간탄도탄ICBM을 요격한다는 발상까지 나왔다. SDI는 결국 실현되지 않았지만 이 개념 중 일부는 현재 미국의 미사일 방어 체계까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위성통신 기술은 원격제어 기술과 결합, 지구 반대편에 있는 전투 로봇(무인기 등)을 조종해 싸우는 시대도 열었다. 이러한 위성통신 기술은 오늘날 민간인들도 휴대전화와 자동차마다 붙어 있는 GPS 수신기로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 : 무섭게 발달한 융합 기술
21세기 초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제4차 산업혁명의 주요 혁신 기술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로봇공학, 네트워크다. 인공지능이 네트워크로 전달되는 빅데이터에 기반해 인간의 판단을 보좌하고, 로봇을 통해 그 판단을 물리적으로 실행하는 방식이 바로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생산방식이다.

이러한 생산방식은 파괴의 방식, 즉 전투의 방식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 네트워크로 전달되는 (전투 관련) 빅데이터에 기반해 지휘관의 판단(지휘 결심)을 보좌하고, (국방) 로봇을 통해 그 판단을 물리적으로 실행(전투 행동)하는 방식이 바로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전투 방식이다. 미군에서는 이러한 전투 방식을 네트워크 중심전Network-centric Warfare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미래 전쟁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부분은 로봇의 대두다. 원래 로봇은 인간이 하기 힘들거나 위험한 일을 대신 하라고 만든 기계다. 전쟁만큼 인간이 하기 힘들고 위험한 일도 없다. 인간의 원격조종을 받는 원시적인 로봇 무기는 20세기부터 등장한 바 있으나,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로봇 무기는 인공지능으로 스스로 학습 및 판단이 가능할 정도로 발전했다. 현재 세계 각국의 군대에서는 이러한 로봇 무기와 인간이 함께 싸우는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MUM-T가 핵심이 되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한국항공KAI에서 구상 중인 공군형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 문자 그대로 유인기와 인공지능 무인기가 협업해 전투를 벌이는 방식이다. 제4차 산업혁명식 무기체계의 상징과도 같은 모습이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 분쟁의 영역도 더욱 늘어났다. 기존에 땅과 바다, 하늘 등 인간이 활동 가능한 물리 공간에서만 벌어지던 무력 분쟁이, 인간이 들어가 활동할 수 없는 비물리 영역, 사이버 공간으로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사이버 세계는 네트워크 기술(인터넷 등)의 발전으로 인간에게 주어진 새로운 영토다. 각국은 이곳에서 인공지능 생성 가짜 뉴스 등으로 적을 기만하는 등 선전·선동전을 벌이거나, 적의 인프라 및 네트워크를 해킹해 혼란과 마비를 조장하는 등의 활동을 벌이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전쟁에서는 병력 수나 물리적 화력보다, 이렇듯 적의 시스템을 신속 정확하게 무력화하는 것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그러나 어느 시대든 전쟁은 결국 상대의 생명과 재산을 파괴하는 야만이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결국 인간이 상처 입고 피를 흘리며 쓰러져야 전쟁은 끝이 났다. “싸우지 않는 군대가 가장 강한 군대”, “쳐들어올 적이 아예 없는 상태가 가장 이상적인 안보”라는 말이 시사하듯, 비참한 전쟁이 이 땅에 다시는 없기를 기원한다.
이동훈 과학 칼럼니스트
<월간 항공> 기자, <파퓰러사이언스> 외신기자 역임. 현재 과학·인문·국방 관련 저술 및 번역가.
<과학이 말하는 윤리>, <화성 탐사> 등의 과학 서적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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