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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Story>Story①
CES 2026을 이해하기 위한 3가지 핵심 키워드
피지컬, 웨어러블, 시퍼블
이요훈 칼럼니스트

미래를 미리 볼 수 있을까?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세상에서 미래가 여기에 있다고, 오면 볼 수 있다고 주장하는 행사가 있다.
2026년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이다.
전 세계에서 모인 4100여 개 기업과 14만8000명이 넘는 사람이 참가한 이 전시에서, 정말 미래를 볼 수 있었을까?
아쉽지만 그렇게 말하는 것은 과하다. 대신 기술 업계가 어디로 가고 싶은지를 봤다.
CES 2026에서 확인한 트렌드를 피지컬 AIPhysical AI, 웨어러블 AIWearable AI, 시퍼블 AIShippable AI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나눠 살펴보자.

CES 2026 LG전자
현실 세계를 움직이기 시작한 AI
“그래서 이거 언제 나오나요?”
올해 CES에서 은근히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현장을 방문한 많은 기자, 인플루언서, 유튜버들이 끊임없이 묻고 다녔다. 그래서 이 제품은 언제 살 수 있냐고. 지난 몇 년간 CES에서 발표된 많은 제품이 출시도 못 할 베이퍼웨어거나, 관심을 끌기 위해 공개한 가짜 혁신 제품이었던 탓이다. CES 2024에서 공개된 래빗 R1 같은 제품이 그렇다. 큰 인기를 얻었지만 실제로 나온 제품은 형편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엔 다르다. 베이퍼웨어가 될 것이 여전히 꽤 보이긴 했지만, 곧 크라우드펀딩을 받거나, 실무에 투입되거나, 판매를 시작한다고 약속하는 제품이 많았다. AI 인프라가 향상되고, 콘셉트 제품을 개선하며 실제 쓰임새를 찾은 덕이다. 당장 할 수 없는 것은 덜어내고, 할 수 있는 것을 남겨서 살아남을 방법을 찾은 결과이기도 하다.

어떻게 살아남을 방법을 찾았을까? 피지컬 AI, 웨어러블 AI, 시퍼블 AI다. 인공지능이 소프트웨어에서 하드웨어로, 개념에서 제품으로, 미래에서 현재로 이동하고 있다고 해야 할까. AI는 이제 화면 속 기술이 아니라 현실 세계를 움직이는 힘으로 전환되고 있었다.
피지컬 AI, 로봇은 인간의 동료가 될 수 있을까
엄청나게 많은 제품을 선보이는 CES지만, 이번 CES 2026에서 압도적인 관심을 받은 제품은 딱 하나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보스턴 다이내믹스에서 공개한 양산형 휴머노이드 로봇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개발형 모델’이다. 기존 아틀라스의 뒤를 이어 완전 전동식으로 개발된 이 로봇은 사람들의 기대와 두려움을 동시에 부추기며 SNS에서 크게 화제가 됐다.
CES 2026에서 압도적인 관심을 받은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개발형 모델’.
실생활 영역으로 진입한 피지컬 AI, LG전자의 지능형 로봇 ‘클로이드’.
아틀라스만 있었던 것도 아니다. 이번 CES에선 탁구를 치거나, 복싱을 하거나, 빨래를 개는 등 각기 다른 작업을 수행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날 수 있었다. 한국 로봇 회사들이 결성한 ‘K 휴머노이드 연합’에서는 공동 전시 부스를 열어 산업용 휴머노이드 ‘앨리스’, 5지 로봇 손을 가진 ‘AI 워커’ 등을 선보였다. 중국 기업은 휴머노이드 로봇 전시 기업(38개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21개사) 인해전술을 과시하며,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을 시연해 눈길을 끌었다.
CES 2026 현장에서 화제가 된 싱가포르의 스타트업 샤르파Sharpa의 로봇.
카메라를 쥐고 있는 샤르파 로봇의 손.
인간의 손기술에 근접한 샤르파 로봇의 정밀한 핑거 제어 기술을 보여준다.
이렇게 몸을 가진 AI, 인공지능으로 현실 상황을 파악해 스스로 움직이는 하드웨어를 피지컬 AI라고 부른다. 자율주행차와 휴머노이드 로봇이 대표적이지만, 이번 CES에서는 그 밖에도 중장비 유지보수, 공장 생산, 제초용 로봇 등 다양한 형태로 퍼지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독일 지멘스는 조만간 설계부터 엔지니어링, 운영 등 작업 현장 전 과정에 AI를 투입하겠다고 했다. 물건을 생산하는 거대 로봇이나 다름없는 공장을 만들겠다는 이야기다.

유난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로봇을 볼 수 있었지만,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다. 많은 제품이 사람과 비슷한 작업을 하기에는 섬세함이 부족하거나 느린 모습을 보였다. 아직 다양한 작업에 쓸 수 있는 범용 로봇보다는 특정 작업에 특화된 로봇의 실용성이 더 높기도 하다. 외부 변수도 고려해야 한다. 실생활에서 쓴다는 것은 사용자의 반발이나 현실 규제를 마주해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인간을 제대로 도울 방법을 가진 피지컬 AI만이 성공할 수 있다.
웨어러블 AI, 우리는 항상 AI를 쓰고 싶어 한다
대화 상대가 되어주는 챗봇형 AI의 인기, 다양한 이미지와 소리 등을 인식할 수 있는 멀티모달 AI의 등장에 더해, 이런 기능을 쉽게 쓸 수 있게 만든 ‘레이밴 메타’ 스마트 안경이 인기를 끌면서 이번 CES 2026에도 다양한 웨어러블 AI 디바이스가 등장했다. 1세대 AI 기기의 한계를 넘어설 방법을 발견했다고 봐도 좋겠다. 기존 웨어러블 기기와도 다르다. 스마트워치 같은 장치가 주로 헬스케어에 초점을 맞췄다면, 2세대 AI 디바이스는 정해진 작업을 제대로 처리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어떻게? CES보다 한국에 먼저 출시됐던 ‘레이온 헤이2LEION HEY2’ 스마트 글라스를 보자. 상대방이 외국어로 얘기하면 내가 쓴 안경에 바로 번역문이 보이는 제품으로, 외국인과 자연스럽게 의사소통할 수 있게 도와준다. ‘세컨드 브레인’을 내세우며 등장한 ‘스위치봇 AI 마인드클립SwitchBot AI MindClip’은 이용자가 말하는 모든 것을 녹음해 자동으로 업무 기록을 하거나, 할 일 목록을 생성한다. 페블 인덱스 01Pebble Index 01은 버튼과 마이크만 달린 스마트 반지다. 충전도 필요 없는 간단한 제품이지만, 필요할 때 녹음하면 메모나 미리 알림 등을 만들 수 있다.

특이하게 청각 웨어러블 장치도 많아졌다. 안경형 스마트 보청기 ‘뉘앙스 오디오Nuance Audio’가 다시 선보였으며, 이 제품과 비슷한 안경형 스마트 보청기 ‘라이라Lyra’나 완전 귓속형 보청기 ‘딜라이트Delight’도 출시됐다. 모두 AI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소리를 처리해, 잘 듣게 도와준다. 레이저가 공개한 AI 웨어러블 콘셉트 헤드셋 ‘프로젝트 모토코’는 카메라가 장착된 헤드폰이다. 실시간으로 주변 상황을 파악하고, 챗GPT 같은 주요 AI 플랫폼과 연결해 대화할 수 있다.
일상으로 파고든 ‘웨어러블 AI’의 진화. ‘레이온 헤이2’는 단순히 정보를 표시하는 기능을 넘어,
AI를 통해 주변 상황을 인지하고 사용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즉각적으로 제공한다.
안경형 스마트 보청기 ‘뉘앙스 오디오’. AI가 주변 소리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처리하여
청각 보조가 필요한 사용자가 대화와 환경음을 더 명확하게 들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헬스케어 기기로 자리 잡은 스마트워치 이후 웨어러블 기기는 한동안 정체된 상태였다. 그 공백을 특화된 목적을 가진 AI 웨어러블 기기들이 메우기 시작했다. 생성 AI의 등장도 큰 영향을 끼쳐서, 상당히 많은 AI 웨어러블 기기가 생성 AI와 말로 대화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며 선보였을 정도다. 다만 개인정보 침해 우려가 크고, 기존 생성 AI의 문제를 답습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과제다. 사람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제품인 만큼, 가장 안심하고 믿을 수 있는 기기가 되어야 한다.
시퍼블 AI, 당신이 살 수 있는 제품입니다
셋 중 가장 낯선 단어가 등장했다. 시퍼블 AI. ‘Shippable Product’에서 바꾼 말로, 배송 가능한 AI 제품이란 뜻이다. 예전과 다르게 CES 2026에서 선보인 많은 제품이, 개발 중인 제품이 아니라 주문하면 받아볼 수 있는 제품이 되었음을 가리킨다. 실제로 위에서 소개한 많은 기기는 그동안 없었던 제품이 아니다. 지금 살 수 있거나, 크라우드펀딩을 받거나, 몇 년 안에 현장에 배치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앞에서 소개한 보스턴 다이내믹스 아틀라스는 2028년까지 미국 공장에 배치하고, 2030년까지 연 3만 대 규모로 생산될 예정이다. 중국 엔진AIEngineAI의 휴머노이드 로봇 T800은 이미 예약 구매를 시작했으며, 2026년 중반에 출하될 예정이다. 물론 여전히 콘셉트 상태에 남아 있는 여러 제품, 특히 자율주행이나 드론 관련 제품이 많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식의 말만 가득한 제품들에 대한 기대는 완전히 식어서, 미디어나 인플루언서도 대부분 관심이 없었다.
미래 기술의 각축장이 된 CES 2026 현장. 전 세계 4100여 개 기업과 14만8000명이 넘는 참관객이 몰린 이번 전시는 ‘신기한 콘셉트’를 넘어 ‘실제로 쓸 만한Shippable’ AI 제품이 주류를 이뤘다.
맞다. 전시 중심이 실제 쓸 수 있는 제품으로 바뀐 것은 기술이 성숙해진 영향도 있지만, 전시에 대한 기대치가 바뀐 탓이다. 참관객은 이제 ‘AI를 이용해 얼마나 신기한 것을 보여줄까?’에서 ‘AI를 어떻게 제대로 활용해서 영향력을 발휘할까?’를 생각했고, 그에 맞춰 기술 기업도 ‘신기한 콘셉트 제품’에서 벗어나 ‘실제로 쓸 만한 제품’임을 증명하는 것에 집중했다. CES 2026에서 새로 생긴 ‘CES 파운드리CES Foundry’는 그런 변화를 반영한 공간이다. 인공지능과 양자컴퓨팅의 리더들이 참여해 실제 기술을 토론하고, 실습 중심의 학습 및 고급 데모를 선보였다.

이런 변화는 단순하지 않다. 콘셉트 제품과 상용 제품의 차이는 ‘부품을 수급해 조립하고 배송하며 품질을 관리하는 과정’을 포함하는가, 그렇지 않은가에 있기 때문이다. 많은 AI 제품이 상용 제품이 됐다는 것은 이런 과정에 들어가는 수고를 감당할 만한 수요를 찾을 수 있었거나, 있을 거라 확신한다는 말이다. 이번 CES가 다른 때보다 차분하면서도 어떤 전환점처럼 느껴진다면, 이렇게 실용적인 관점에서 접근해 만들어진 제품이 주류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미래는 우리 집 현관으로 배송 중일까?
정말 많은 제품과 기술이 CES에서 공개된다. 오죽하면 게리 샤피로 소비자기술협회CTA 회장이 공개적으로 “CES에서 전시된 모든 것을 볼 생각을 하지 말라”고 했을까. 그렇게 다양한 제품이 있지만 어떤 트렌드가 존재한다. 각자 다른 개성을 가진 수많은 제품 속에서도 어떤 공통된 흐름이 떠오른다. 올해 흐름은 분명히 AI가 소프트웨어에서 하드웨어로, 개념에서 제품으로, 미래에서 현재로 이동하는 것이었다.

이런 흐름은 독립적이진 않다. AI 인프라의 성숙, 여유로운 투자자금, 상호 경쟁적인 개발 환경을 기반으로 하며, 동시에 반도체 부품 가격의 상승, 높아지고 있는 규제 환경, 부족한 자원 같은 문제를 공유한다. CES에서 선보인 기술과 제품은 이런 흐름이 현재 어디까지 왔으며, 어디로 갈 것인지를 보여준다. 남은 것은 우리 사회가 지금 처한 환경에서 무엇을 택하고 무엇을 책임질 것인지 결정하는 일이다. 원하든 그렇지 않든, 미래는 곧 우리 집 현관 앞으로 배송될 것이기에.
이요훈 IT 칼럼니스트
한양대학교 미래인문학융합학부 IAB 자문교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전문위원,
아리랑TV 〈비즈테크코리아〉MC 등을 맡았으며, 현재 IT 칼럼니스트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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