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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ging Tomorrow>R&D Diary
세상 그 어디에도 없던,
공간 리얼 홀로그램의 탄생
공간 홀로그램 기반 비접촉 터치 입출력 기기 개발 및 실증
김아름 사진 이승재

“홀로그램을 실제로 보신 적 있으세요? 유사 홀로그램 말고 ‘리얼 홀로그램’ 말이에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책임연구원인 김주연 박사가 건넨 첫 질문이었다.
한 번쯤은 본 것 같은데, 쉽게 답을 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우리가 봤던 홀로그램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하는 의문 때문에.

리얼 홀로그램? 유사 홀로그램?
홀로그램에 대한 환상은 SF 영화에 의해 만들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마블의 <아이언맨> 시리즈를 빼놓을 수 없다. 주인공 토니 스타크는 공중에 생성된 다양한 홀로그램을 자유자재로 다루고 원하는 대로 변형시킨다. 컴퓨터그래픽이 발전하며 영화 속 홀로그램은 실제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안타깝게도 현실에선 구현 불가능하다. 아니, 불가능했다. ETRI의 발표가 있기 전까지는.

홀로그램은 빛의 특성을 이용해 3차원 공간상에 이미지를 구현하는 기술이다. 레이저, 디스플레이 등 홀로그램을 구현할 수 있는 관련 기술이 발전하고, 색다른 콘텐츠에 대한 대중의 수요가 늘어나며 홀로그램의 인기 또한 높아졌다. 덕분에 콘서트, 쇼핑몰, 광고, 전시 등에서 홀로그램 기술을 도입하는 추세인데, 현재 상용화되는 기술은 모두 ‘유사 홀로그램’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리얼 홀로그램이 아니라, 2D 영상이나 이미지를 3차원 공간상에 실제로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한 유사 기술이라는 것이다. 리얼 홀로그램은 실제 물체처럼 3차원 공간상에 2D/3D 영상이나 이미지가 구현된다. 이미지의 위치나 바라보는 시각에 맞춰 재현 가능하고, 보이는 이미지의 깊이감이나 입체감이 자연스럽다. 문제는 기술의 한계, 비용의 제약이다. 최근 유사 홀로그램의 기술력이 높아지며 리얼 홀로그램 기술의 필요성이 늦춰지고 있기도 하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실제로 구현된 ‘공간 리얼 홀로그램’을 볼 수는 없습니다. 저처럼 관련 업무를 하는 소수 인원을 제외하면 말이죠. 우리 눈앞에서 만날 수 있고 내 손이 닿을 수 있는 공간 리얼 홀로그램의 구현은 우리나라, 저희 ETRI가 최초입니다.”
공상과학 영화에서 보여진 홀로그램 이미지.
세계 최초의 공간 리얼 홀로그램 기술
‘세계 최초의 기술’이라는 타이틀은 분명 자랑스럽지만, 이를 산업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순탄치 않은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 기술을 알리는 것부터가 난관이다. 김주연 박사는 “지금 진행 중인 과제는 비접촉 터치 기반 시스템에 홀로그램 이미지를 더해 직관성을 부여하는 것”이라며 단적인 예로 공공 화장실 세면대를 들었다. 물을 나오게 하려고 센서 주위에 손을 휘휘 저을 때가 있는데, 그게 바로 비접촉 터치 시스템이라는 것. 이때 홀로그램 이미지로 센서 위치를 알려주면 훨씬 직관적이라 편리할 것이다.

김주연 박사가 이 기술에 몰두한 계기는 코로나19 팬데믹이었다. 비대면, 비접촉 상황을 피할 수 없는 공공장소에서 홀로그램 기술과 비접촉 터치 시스템의 융합 가능성을 엿본 것이다. 시작은 엘리베이터 버튼이었다. ‘업-다운Up-Down 버튼을 직접 누르는 대신 비접촉 터치 시스템과 홀로그램 기술을 융합해 가상의(공간상의) 터치로 엘리베이터를 조작할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력이 새로운 기술로 이어진 것이다.

‘A라는 사람이 엘리베이터 문 앞에 선다. 동작 센서, 이미지 센서, 열 센서, 비전 센서 등 다양한 센서를 통해 A를 감지하고, AI를 통해 데이터를 분석한다. 이러한 다양한 센서들 중 비전 센서와 AI 기술을 융합해 A의 눈과 손가락의 위치를 인식, A가 포인팅하는 위치를 계산한다. 예를 들어 키 170cm인 A가 임의의 공간에 구현된 홀로그램 이미지를 손을 뻗어 터치한다. 비전AI는 센서를 통해 수집한 A의 행동을 인식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A가 원하는 대로 엘리베이터를 움직인다.’

자동문이나 스마트 조명, 보안 시스템 등 센서를 활용한 동작 명령은 이미 일상 속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김 박사는 홀로그램과 AI 기술을 더해 비접촉 터치 시스템의 응용 가능성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최근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디지털 배리어프리Barrier Free의 이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센서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함으로써 장애인의 편익이 증진되고, 직관성을 높임으로써 고령자, 정보 소외계층, 외국인 등이 쉽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간 홀로그램 기반 비접촉 터치 입출력 기기를 개발하고
실증 진행한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김주연 책임연구원.
공간 터치 기술 구현이 가능한
홀로그램 디스플레이.
세상에 선보이는 새로운 기술
난제는 기술적 한계와 이를 만들어내는 비용이었다. 3차원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빛의 회절현상을 만들어주는 홀로그램 특수 기판이 필요한데, 한 장을 만드는 기술력과 비용이 만만치 않다. 리얼 홀로그램 기술의 상업화가 어려운 원인도 이 때문이다. 김 박사는 소재 공정에서 힌트를 얻어, 현재 계산 가능한 고해상도의 홀로그램 필름 제작에 임프린팅Imprinting(각인) 기술을 도입했다. 임프린팅 기술은 틀에 패턴을 새긴 후 이를 찍어내는 판화의 개념으로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 활용된다. 같은 방법을 홀로그램 필름 제작에 활용하면 한 장당 제조원가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당초 그가 떠올렸던 엘리베이터 버튼은 세계 곳곳 어디에서나 동일한 패턴을 가져 임프린팅 기술을 사용하기 적절했다.

또 하나의 문제는 광원光源이었다. 홀로그램의 기본 광원은 레이저. 조도를 낮추더라도 레이저 빛 자체를 사람의 시야 방향으로 비추기엔 무리가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자랑스러운 기술은 ‘레이저를 탈피하는 기술’이에요. 보다 안전한 광원인 LED를 사용해 홀로그램 이미지를 구현하도록 고안했죠. 레이저를 탈피한 덕분에 안전성은 물론 범용성도 확대됐어요. 일반적인 키오스크나 조명을 그대로 활용하면 되니까요.”

KEIT 실증 과제를 수행 중인 김 박사의 목표는 ‘공간 리얼 홀로그램 기술의 상용화’다. 기술의 진정한 가치는 일상에서 사용될 때 만들어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제가 개발한 홀로그램 기술은 공상과학 영화처럼 화려하지도 다채롭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세계 최초이고, 리얼 홀로그램 기술의 첫 일상화인 것은 분명합니다. 저는 연구자로서 공간 리얼 홀로그램을 알리고 발전 가능성을 여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노력이 결국에는 영화 속 멋진 공간 리얼 홀로그램 기술로 이어지리라 믿습니다. 많은 응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 ❶ 빚의 회절현상: 빚이 작은 구멍이나 장애물을 만났을 때 그 주변으로 휘어지며 퍼지는 현상.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ICT(정보통신 기술) 및 융합 전략 기술에 대한 핵심 원천 기술과 부품·소재 기술을 확보하고자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특히 5G+/6G 통신, AI-SW, AI 반도체 및 시스템 반도체, 메타버스, 사이버보안, 슈퍼컴퓨터 및 양자컴퓨터, 소재·소자 기술 등에 집중하고 있다.
2024 CES 혁신상 수상, 세상에 도움이 되는 기술로 인정받은 순간
우리 연구팀이 개발한 ‘공간 리얼 홀로그램 버튼 기반 비접촉 기술’이 2024년 1월에 열린 미국 소비자 가전전시회CES에서 혁신상을 받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한동안 현실과 꿈 사이를 오가는 듯한 비현실적인 기분으로 지내기도 했어요. 저는 기술 개발자로서 수상 소식을 조금 더 일찍 접했는데 ‘수상에 문제가 생기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으로 마음을 졸이기도 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수상이 확정돼 ‘스마트시티’, ‘스마트홈’, ‘컴퓨터 주변기기 및 액세서리’의 3개 부문에서 기술 혁신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세계적인 무대에서 상을 받는다는 영광만큼 저를 뿌듯하게 만든 것은 기술의 진짜 의미였습니다. 연구소에 있다 보면 개발한 기술이 원천 기술로 남는 경우도 있고, 세상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사장되는 기술을 접하기도 하거든요. 감사하게도 제가 제안한 기술은 세상의 변화와 결을 같이 하고 있으니, 연구자로서 이보다 더한 응원이 있을까 싶습니다.
공간 리얼 홀로그램 버튼 기반 비접촉 터치 기술.
화살표 이미지의 크기는 조절할 수 있고, 화면 앞으로
튀어나오는 거리도 조절된다.
  • 2024 미국 LA CES 스마트시티·스마트홈·컴퓨터 주변기기 및 액세서리의 3개 부문 혁신상 수상
  • 실생활 공간 리얼 홀로그램 기술 선도 국가로서 해당 분야의 기술적 우위 확보
  •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진행할 KEIT 과제에 대한기대감 상승
  • 산업화·상용화를 위한 기술 최적화 진행
  • 스마트시티, 공공 키오스크, 공공건물 터치 버튼 등 관련 기업에 기술이전 및 공동 개발 진행
  • 공간 리얼 홀로그램 기술 필요성 홍보 및 고도화 연구
  • 키오스크, 차량용 디스플레이, 엘리베이터 버튼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어 비접촉 방식으로 위생과 편의성 동시 제공
  • 의료, 교육,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산업에 생동감 높은 경험을 제공하는 혁신적 도구가 될 것으로 예상
2024 CES 혁신상을 수상한 기술은 현재 KEIT의 지원 아래 실증연구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5년이라는 시간 동안 국민에게 소개할 수 있는 완성도 높은 기술로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죠. 그리고 그 후에도 저는 꾸준히 공간 리얼 홀로그램 기술 연구를 이어갈 생각입니다. 보다 편리한 세상, 기술 앞에 모두가 평등한 일상을 실현하겠다는 꿈을 선물해준 제 연구 분야에 감사하면서요.
김주연 책임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수도권연구본부 지역 ICT 융합연구실 소속으로, 홀로그램을 인터페이스로 구현하는 기술에 비접촉 터치 기술을 더해 활용도를 높이고자 ‘공간 홀로그램 기반 비접촉 터치 입출력 기기 개발 및 실증’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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