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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ging Tomorrow>Tech Q&A
과학은 즐겁게, 세상은 새롭게
똑소리 나는 일상 속 과학 이야기
과학 커뮤니케이터 이종원 교수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경험하는 현상들 뒤에는 신기한 과학 원리가 숨어 있습니다.
똑소리단 여러분이 보내주신 질문 속 흥미로운 과학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Q. 같은 플라스틱인데도 어떤 것은 오랜 세월이 지나도 그대로 남고, 어떤 것은 자연에서 분해된다고 합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대체 무엇이 다르기에 미생물이 분해할 수 있는 걸까요?
비밀은 플라스틱을 이루는 사슬의 ‘연결 고리’에 숨어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비닐봉지나 페트병은 탄소끼리 워낙 단단히 맞물려 있어서, 물도 미생물도 이 고리를 좀처럼 끊지 못합니다. 미생물 입장에서는 너무 질겨 도무지 손댈 수 없는 먹이인 셈이고, 그래서 오랜 세월이 지나도 모양이 그대로 남습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바로 이 지점이 다릅니다. 사슬 곳곳에 물에 약한 고리가 자리 잡고 있어서, 물이 닿으면 그 부분이 비교적 쉽게 툭툭 끊어집니다. 옥수수 같은 식물에서 얻은 원료로 만드는 폴리락트산PLA이나, 미생물이 제 몸속에서 직접 만들어내는 폴리하이드록시알카노에이트PHA가 대표적입니다. 자연 속 미생물은 이 약한 고리를 정확히 노려, 마치 가위처럼 긴 사슬을 잘게 잘라내는 효소를 내놓습니다. 토막 난 조각은 미생물이 양분으로 받아먹고, 마지막에는 이산화탄소와 물, 그리고 미생물의 몸을 이루는 성분으로 돌아갑니다. 말 그대로 플라스틱이 미생물의 밥이 되어 자연으로 되돌아가는 셈입니다. 다만 여기엔 함정이 하나 있습니다. ‘생분해성’이라는 말만 믿고 아무 데나 버려도 알아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 분해가 제대로 일어나려면 따뜻한 온도와 적당한 습기, 그리고 미생물이 왕성하게 활동하는 환경이 갖춰져야 하는데, 보통은 전문 퇴비화 시설에서나 가능합니다. 그냥 땅에 묻거나 강과 바다로 흘려보내면 분해 속도가 뚝 떨어져, 결국 일반 플라스틱처럼 오래 남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일반 플라스틱을 완전히 대신하기는 아직 이르며, 제대로 버리고 처리하는 시설이 함께 갖춰질 때 비로소 제 역할을 하는 단계라고 봐야 합니다.
Q. 요즘 위고비Wegovy와 마운자로Mounjaro라는 이름을 뉴스에서 자주 듣습니다. 살을 빼준다고 해서 전 세계가 주목하는 약인데, 이 약을 맞으면 어떻게 식욕이 줄고 체중이 빠지는 걸까요?
두 약의 비결은 우리 몸이 식사 뒤에 스스로 내보내는 호르몬을 그대로 흉내 낸다는 것입니다. 음식을 먹으면 장에서 ‘GLP-1’이라는 호르몬이 나오는데, 이 호르몬은 세 가지 일을 동시에 합니다. 췌장을 콕 찔러 인슐린을 더 내보내게 함으로써 혈당을 낮추고, 위에서 음식이 내려가는 속도를 늦춰 든든한 느낌을 오래 붙잡아두며, 뇌에는 ‘이제 그만 먹어도 된다’는 신호를 보냅니다. 그런데 우리 몸이 만든 GLP-1은 몇 분 만에 사라져버립니다. 위고비에 든 ‘세마글루타이드’는 바로 이 호르몬과 똑같이 행동하되 훨씬 오래 버티도록 만들어져 식욕을 꾸준히 눌러줍니다. 말하자면 ‘배가 부르다’는 신호를 몸에 오래도록 들려주는 셈입니다. 마운자로의 ‘티르제파타이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GLP-1뿐 아니라 ‘GIP’라는 또 다른 장 호르몬의 역할까지 함께 흉내 내, 레버 두 개를 동시에 당기듯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쪽만 자극할 때보다 혈당조절과 체중감량 효과가 더 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두 약 모두 처음에는 당뇨를 다스리려고 개발되었다가 식욕을 눌러 체중을 크게 줄여주는 효과가 확인되면서 비만 치료에까지 쓰이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다만 누구나 마음대로 사 먹는 약이 아니라, 반드시 의사의 처방을 받아 식사·운동 관리와 함께 써야 하는 전문 의약품입니다.
Q. 고층 건물 엘리베이터를 탈 때면 ‘줄이 끊어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 때가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엘리베이터가 곤두박질치기도 하는데, 실제로 엘리베이터가 추락할 위험은 거의 없는 걸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영화 같은 자유낙하는 현실에서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서로 다른 방식의 안전장치가 겹겹이 칸을 붙잡아주기 때문입니다. 우선 엘리베이터 칸은 줄 하나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 가닥의 굵은 강철 줄이 칸을 떠받치고 있는데, 그 수가 칸 하나를 들어 올리는 데 필요한 것보다 훨씬 많아서 한두 가닥이 끊어져도 나머지가 거뜬히 버팁니다. 이 모든 안전장치의 출발점에는 한 편의 극적인 장면이 있습니다. 1850년대 엘리샤 오티스는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앞에서 자신이 올라선 발판의 줄을 일부러 끊게 했습니다. 모두가 추락을 예상했지만, 발판은 떨어지지 않고 그 자리에 딱 멈춰 섰습니다. 줄을 팽팽하게 당기던 힘이 사라지는 순간, 용수철이 튀어나와 양옆 레일의 홈을 꽉 물어 발판을 붙든 것입니다. 오늘날 엘리베이터에는 여기에 속도를 감시하는 ‘조속기’라는 장치가 더해졌습니다. 칸이 정해진 속도보다 빨라지는 낌새가 보이면 조속기가 즉각 반응해, 칸 옆면의 브레이크가 양쪽 레일을 와락 움켜쥐며 칸을 서서히 멈춰 세웁니다. 게다가 모터에 달린 브레이크는 정전이 되면 오히려 저절로 잠기도록 설계돼 있어, 전기가 끊겨도 칸이 미끄러지지 않습니다. 통로 맨바닥에는 만일의 충격까지 받아주는 완충장치가 놓여 있습니다. 결국 엘리베이터의 자유낙하는 정기 점검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일입니다.
과학 커뮤니케이터 이종원 교수
계명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건축 및 도시를 전공한 연구자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로도 활동하고 있다.
공공기관 및 정부 출연 연구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특별한 경험을 바탕으로, 과학과 건축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대중에게 전달한다.
현재 방송, 강연, 기고 등을 통해 과학 지식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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