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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ging Tomorrow>Tech Q&A
과학은 즐겁게, 세상은 새롭게
똑소리 나는 일상 속 과학 이야기
과학 커뮤니케이터 이종원 교수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경험하는 현상들 뒤에는 신기한 과학 원리가 숨어 있습니다.
똑소리단 여러분이 보내주신 질문 속 흥미로운 과학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Q. QR코드는 점들이 마구잡이로 찍혀 있는데 어떻게 정보를 읽을 수 있을까?
QR코드를 처음 보면 정말 모래알을 흩뿌려놓은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세 모서리에 큼지막한 정사각형 무늬가 박혀 있는데, 이게 카메라에게 “여기가 QR코드구나. 이렇게 기울어져 있구나” 하고 한눈에 알려주는 일종의 등대 같은 표지판입니다. 1994년 일본의 자동차 부품 회사 덴소웨이브가 부품 추적을 좀 더 빨리하려고 개발한 이 표지판 시스템 덕분에 스마트폰은 QR코드가 거꾸로 놓여 있든 옆으로 누워 있든 1초도 안 돼 정확한 방향을 잡아냅니다. 표지판으로 자세를 잡은 카메라는 나머지 검은 점과 흰 점들을 0과 1로 읽어들여 데이터를 끄집어내는데, 진짜 비밀은 따로 있습니다. QR코드에는 원래 정보 뒤에 ‘리드-솔로몬 부호’라는 수학적 백업 점들이 한 묶음 더 끼워져 있습니다. 1960년 미국에서 처음 만들어진 이 흥미로운 기술은 지금도 흠집 난 CD가 음악을 끝까지 재생되게 해주고, 화성 탐사선이 보낸 사진이 깨지지 않고 지구에 도착하게 해주는 바로 그 알고리즘입니다. 원리를 비유하자면 ‘사과 다섯 개’라는 문장을 보낼 때 ‘빨간 사과 다섯 개, 그러니까 손가락 수의 과일’이라고 일부러 장황하게 말해두는 식인데, 듣는 사람이 중간 단어를 흘려도 앞뒤 단서로 메시지를 복원할 수 있습니다. 백업이 많이 되어 있는 경우 코드 면적의 약 30%가 망가져도 복원되고, 결제 QR 한가운데 회사 로고가 떡하니 박혀 있어도 멀쩡히 인식되는 비결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결국 우리가 보는 그 어수선한 점박이 무늬는 데이터와 백업과 위장막이 한꺼번에 겹쳐 그려진 매우 잘 계획된 그림인 셈입니다.
Q. 교통카드의 태그는 어떻게 작동되나요?
교통카드의 진짜 신기한 점은 건전지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분명 카드 안에 작은 칩이 들어 있고 계산까지 척척 해내는데, 어떻게 전원도 없이 돌아갈까요. 비밀은 단말기 쪽에 있습니다. 단말기는 가만히 있는 것 같아도 사실은 13.56MHz라는 정해진 주파수의 전파를 끊임없이 뿜어내고 있습니다. 카드 안에는 머리카락보다 얇은 구리선이 동그랗게 코일처럼 감겨 있습니다. 카드가 단말기 가까이 들어가는 순간 이 코일이 전파의 자기장 안에 놓이고, 그러면 코일 안에 저절로 전기가 만들어집니다. 1831년 영국의 마이클 패러데이Michael Faraday가 발견한 전자기 유도 현상입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무선 충전 패드 위에 휴대폰을 올려놓으면 케이블 없이 충전되는 것과 정확히 같은 원리입니다. 단지 무선 충전기는 자기장의 사정거리가 패드 위 1~2cm에 불과하고, 교통카드 역시 단말기에 바짝 갖다 대야 ‘삑’ 소리가 나는 이유도 자기장이 닿는 범위가 보통 몇 센티미터를 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깨어난 칩은 단말기와 같은 주파수의 전파에 데이터를 실어 보내며 “잔액 얼마예요. 요금 빼고 이만큼 남았어요” 하고 짧은 대화를 주고받습니다. 1996년에 처음 나온 교통카드는 단말기가 시키는 대로 숫자를 받아 적기만 하는 단순한 메모장이었지만, 요즘 카드는 손톱만 한 컴퓨터CPU가 안에 들어 있어 스스로 계산하고 자기 잔액이 맞는지 검산까지 한 뒤 결과를 단말기에 회신합니다. 그래서 지갑째 두 장의 교통카드를 같이 대면 두 카드가 동시에 응답하다 신호가 엉키면서 양쪽 다 인식되지 않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Q. 와이파이는 벽을 통과하는데, 왜 방에 따라 신호 세기가 달라질까?
와이파이 신호는 사실 빛의 친척입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전파라는 옷을 입고 있을 뿐, 빛과 똑같이 전자기파라는 한 가족에 속해 있어서 무언가에 닿으면 일부는 통과하고, 일부는 흡수되고, 일부는 반사됩니다. 그러니까 ‘벽을 통과한다’기보다는 ‘벽을 만나면 일부만 살아남는다’가 더 정확한 표현입니다. 살아남는 비율은 벽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석고보드나 나무, 유리는 비교적 너그럽게 통과시켜주지만 콘크리트나 벽돌, 특히 철근이 박힌 콘크리트 벽은 신호를 사정없이 깎아 먹어 한 장만 지나도 신호의 90% 가까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금속은 거의 거울처럼 신호를 튕겨내 버려서, 방문 바로 옆에 큰 냉장고가 있으면 그쪽 방의 와이파이가 유독 약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현상은 따로 있습니다. 한 번 쏜 와이파이 신호는 곧장 우리 노트북으로 오는 게 아니라 벽과 천장, 가구에 부딪혀 여러 갈래로 갈라진 뒤 시간차를 두고 도착합니다. 잔잔한 호수에 돌 하나를 던지면 동심원이 깔끔하게 퍼져나가지만, 좁은 욕조 안에 돌을 던지면 벽에 반사된 물결이 처음 물결과 만나 어떤 곳은 더 크게 출렁이고 어떤 곳은 잠잠해지는데, 와이파이 신호도 똑같이 행동합니다. 운이 나쁘게 반사파끼리 박자가 거꾸로 만나는 자리에서는 신호가 서로 상쇄되어, 공유기가 코앞에 있어도 인터넷이 뚝뚝 끊기는 묘한 사각지대가 생깁니다. 같은 책상에서 노트북을 한 뼘만 옮겼는데 갑자기 인터넷이 빨라지는 경험도 바로 이 상쇄 구역을 벗어났을 때 일어나
는 현상입니다. 한 가지 더, 우리가 쓰는 와이파이에는 보통 2.4GHz와 5GHz 두 종류의 주파수가 섞여 있습니다. 2.4GHz는 파장이 길어 멀리 잘 가고 벽도 그럭저럭 뚫는 대신 도로의 화물 트럭처럼 느리고, 5GHz는 스포츠카처럼 빠르지만 파장이 짧아 벽 한 장에도 힘겨워합니다. 거실에서는 잘 되던 인터넷이 방에 들어가는 순간 답답해지는 건, 빠른 쪽 주파수가 벽에 부딪히면서 느린 쪽으로 자동으로 갈아탔거나 신호가 한계까지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과학 커뮤니케이터 이종원 교수
계명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건축 및 도시를 전공한 연구자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로도 활동하고 있다.
공공기관 및 정부 출연 연구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특별한 경험을 바탕으로, 과학과 건축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대중에게 전달한다.
현재 방송, 강연, 기고 등을 통해 과학 지식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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