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은 플라스틱을 이루는 사슬의 ‘연결 고리’에 숨어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비닐봉지나 페트병은 탄소끼리 워낙 단단히 맞물려 있어서, 물도 미생물도 이 고리를 좀처럼 끊지 못합니다. 미생물 입장에서는 너무 질겨 도무지 손댈 수 없는 먹이인 셈이고, 그래서 오랜 세월이 지나도 모양이 그대로 남습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바로 이 지점이 다릅니다. 사슬 곳곳에 물에 약한 고리가 자리 잡고 있어서, 물이 닿으면 그 부분이 비교적 쉽게 툭툭 끊어집니다. 옥수수 같은 식물에서 얻은 원료로 만드는 폴리락트산PLA이나, 미생물이 제 몸속에서 직접 만들어내는 폴리하이드록시알카노에이트PHA가 대표적입니다. 자연 속 미생물은 이 약한 고리를 정확히 노려, 마치 가위처럼 긴 사슬을 잘게 잘라내는 효소를 내놓습니다. 토막 난 조각은 미생물이 양분으로 받아먹고, 마지막에는 이산화탄소와 물, 그리고 미생물의 몸을 이루는 성분으로 돌아갑니다. 말 그대로 플라스틱이 미생물의 밥이 되어 자연으로 되돌아가는 셈입니다. 다만 여기엔 함정이 하나 있습니다. ‘생분해성’이라는 말만 믿고 아무 데나 버려도 알아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 분해가 제대로 일어나려면 따뜻한 온도와 적당한 습기, 그리고 미생물이 왕성하게 활동하는 환경이 갖춰져야 하는데, 보통은 전문 퇴비화 시설에서나 가능합니다. 그냥 땅에 묻거나 강과 바다로 흘려보내면 분해 속도가 뚝 떨어져, 결국 일반 플라스틱처럼 오래 남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일반 플라스틱을 완전히 대신하기는 아직 이르며, 제대로 버리고 처리하는 시설이 함께 갖춰질 때 비로소 제 역할을 하는 단계라고 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