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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ism>공학자의 시선
자연에서 답을 찾다 :
Global Challenge
문제해결을 위한 생체모방기술 개발
이상준 포항공대 기계공학과 교수

식물, 곤충, 동물 같은 생명체들은 수억 년의 진화 과정을 거치며 구조와 기능을 발달시켜 최적화된 생존 전략을 갖추고 있다. 이상준 포항공대 교수 연구팀은 자연의 비밀,
특히 생명체 내외부에서 일어나는 미지의 생체유동현상을 자세히 분석하고, 이에 대한 상세한 이해를 바탕으로 학제 간 융합 연구를 통해 여러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생체모방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개발한 생체모방기술을 활용해 인류가 직면한 글로벌 문제Global Issues인 물 부족, 에너지 및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❶ 생체유동현상 : 혈액· 영양분 등 생체 물질이 몸 안에서 원활하게 순환하고 흐르면서 생명 활동을 유지하는 과정.
  • ❷ 생체모방기술 : 자연에 존재하는 생물체의 다양한 구조와 기능을을 모방해 물건이나 물질로 이용하는 기술.
해양 생체모방형 윤활유 주입 MIS 표면 기술
생체모방형 저항 감소 기술 개발과 글로벌 에너지 문제 해결에 기여
연구팀은 해조류나 해양 동물의 표피 점액층에 있는 입구가 좁고 오목한 형상의 점액 저장공간에서 영감을 받아, 미세 공동Cavity을 가진 생체모방형 윤활유 주입 표면인 MISMarine-creature Inspired Surface 기술을 개발했다. MIS 표면의 미세 공동은 가혹한 해양환경에서 윤활유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막아, 표면에 형성된 미끄러운 윤활층을 지속적으로 유지했다. 이 MIS 표면은 대형 선박의 운항 속도에 해당하는 13m/s(25knot)의 고속 유동 조건에서 매끈한 알루미늄 표면에 비해 마찰저항계수를 최대 39%까지 저감시켰다. 또한 대면적의 곡면에 MIS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스프레이 분사 방식의 sMIS 기술을 개발하고 최적화했으며, 선박과 해양 운송체에 활용하기 위한 후속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해양 생명체가 가진 미끄러운 점액층의 주요 구성 성분인 지방산 아마이드Fatty-acid Amide에서 영감을 받아, 이를 모사한 생체모방형 올레오젤 표면 기술을 개발했다. 올레오젤 표면은 탁월한 방오Anti-fouling 성능과 우수한 저마찰 특성을 가지고 있다. 고속 유동 조건에서 대부분의 기존 저마찰 표면이 마찰 저감 효과를 잃어버리는 데 비해 올레오젤 표면은 마찰저항을 14% 이상 줄였으며, 실제 해양환경에 4개월간 노출한 결과 해양 유기물들이 전혀 부착하지 않음을 확인했다. 최근에는 다공성 탄소 나노 구체Nanospheres 혹은 PDMS 브러시를 표면에 추가적으로 부착해 올레오젤의 저마찰 성능을 강화했다.
초소수성 표면의 공기층 불안정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닷가에 서식하는 조류인 가마우지의 깃털과 공기층 유지 성능이 우수한 수생식물의 형태학적 구조를 모사한 초소수성 표면 기술을 개발했다. 생체모방형 미세 격벽 구조를 가진 이 표면은 기존 초소수성 표면에 비해 공기층을 6.5배 이상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그리고 가오리 가슴 지느러미의 물결 모양 구조를 모사해 제작한 생체모방형 방오 표면은 소용돌이 흐름을 생성시켜 표면 부근에 위치한 해양 유기물의 부착을 억제했다. 이 밖에 폴리머 내부에 함침시킨 윤활유를 지속적으로 분비하는 LEPLong-chain Entangled PDMS 젤 기술을 개발해 실제 해역에서 실증시험을 수행한 결과, 생물오손Biofouling이 심한 여름철에도 따개비 같은 해양 유기물이 전혀 부착되지 않았으며, 방빙Anti-icing 성능도 매우 우수함을 확인했다.

또한 화물차의 연료 소비와 이산화탄소 배출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생체모방형 에너지 절약 기술을 개발했다. 예로 바다사자 머리 모양을 자연 모사한 3차원 형상의 CRFCap Roof Fairing, 갭Gap 페어링 등과 같은 항력 저감용 유동 제어 기술을 개발해 화물차의 연비를 크게 향상시켰다. 개발한 생체모방기술들을 실제 화물차에 적용해 성능시험을 수행한 결과, 13.4%의 연비 저감 효과를 공인받았다. 개발한 공기저항 감소 기술들을 적용하면 화물차 1대당 연간 550만 원 정도의 연료비를 절약할 수 있다.
  • ❸ MIS : 해양 생명체의 점액 분비 구조를 자연 모사한 표면. 윤활유가 함유된 구형의 공동을 갖는다.
  • ❹ 방오 : 표면에 오염물이 달라붙지 못하게 하는 것.
  • ❺ PDMS 브러시 : PDMS(폴리디메틸실록산) 기판 위에 만들어진 고분자 브러시 코팅으로, 한쪽 끝이 공유 결합된 고분자 사슬들이 뻣뻣한 브러시처럼 밀집해 있는 형태를 말한다.
  • ❻ 초소수성 : 물과 잘 섞이지 않는 성질인 소수성이 극대화된 현상.
  • ❼ 생물오손 : 물에 잠긴 인공적인 표면에 해양 미생물, 식물, 동물이 달라붙어 성장하는 현상.
  • ❽ CRFCap Roof Fairing : 주로 대형 트럭이나 버스 같은 차량의 공기역학 효율을 높이기 위해 지붕에 장착하는 장치.
매일 버려지던 커피박. 사실 석탄 못지않은 발열량을 가진 에너지 덩어리다.
글로벌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생체모방형 해수담수화 기술 개발
현재 10억 명 이상이 물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머지않아 인류 절반이 물 부족에 시달릴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바닷물을 담수로 바꾸는 해수담수화 기술은 지속 가능한 물 공급을 위한 핵심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런데 역삼투압법이나 막 증류법 같은 기존의 담수화 기술은 막대한 에너지 소비와 막 오염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구팀은 염생식물인 맹그로브 뿌리가 가진 해수 염분의 필터링 원리를 규명하여 염분 제거 기작을 밝히고, 이를 모사한 생체모방형 멤브레인 기술을 개발했다. 그리고 양이온에 대한 흡착력이 높은 갈조류Brown Algae의 주성분인 알긴산 화합물을 금속 유기 골격체MOF, Metal-organic Framework에 합성하여 해수를 담수화하는 흡착식 담수화 기술도 개발했다.

연구팀은 탄화된Carbonized 식물이 태양광을 이용해 광열Photothermal 증발하는 현상에서 영감을 얻어 대나무, 발사Balsa나무, 규조토, 에어로겔, 하이드로겔, PDMS 및 폐기물 등 여러 다공성 탄소 물질을 활용해 다양한 광열증발기술을 개발하고, 이에 기반한 태양광 기반의 계면증발식ISSG, Interfacial Solar-based Steam Generation 담수화 기술들을 개발했다. 개발한 ISSG 해수담수화 기술은 높은 광열 변환 효율과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의 담수화 성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담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증발기 내부의 물 수송 성능 개선과 함께 응축 성능을 극대화하고, 증발 과정에서 석출된 소금의 축적을 억제하는 기술을 확보했다. 개발한 해수담수화 기술들을 활용해 콤팩트한 소형 담수화 장치를 개발했으며, 일부 기술을 관련 산업체로 기술이전했다.
  • ❾ 막 증류법 : 소수성 다공성 분리막이라는 특수한 막을 이용해, 온도 차이에 의한 증기압 차이를 구동력으로 하여 물질을 분리하는 기술.
  • ❿ 광열증발기술 : 태양광과 같은 빛에너지를 열에너지로 직접 바꿔서 물을 증발시키는 차세대 물 정화 기술.
  • ⓫ 계면증발식 담수화 기술 : 광열 증발을 활용한 방식으로, 태양광을 ‘물 표면(계면)’에만 집중시켜 초고효율로 물을 증발시키는 것이 핵심 원리다.
글로벌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생체모방형 미세먼지 제거 기술 개발
연구팀은 스킨답서스나 틸란드시아 같은 공기정화식물이 기공을 통해 분출한 증기가 주변의 상대습도를 높이고 미세먼지를 침강시키는 원리를 밝혔는데, 이는 비가 오면 미세먼지가 줄어드는 현상과 유사하다. 이러한 현상에 기반하여 증산작용이 왕성한 공기정화식물 잎이 가진 미세먼지 제거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생체모방형 습윤 기반의 미세먼지 제거 기술을 개발했다. 또한 환경 생물학적 지표로도 사용되고 있는 착생식물인 틸란드시아는 특이한 구조를 가진 잎사귀를 통해 공기 중의 수분과 미립자들을 흡수하는데, 이러한 미립자 포집 기능을 자연 모사하여 흡착식 미세먼지 제거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공기 중 수분을 물로 회수하는 기술로도 활용할 수 있다.

태양광 기반의 계면증발기술이나 미세 구멍을 가진 기판을 부착한 초음파 가습기로 수 마이크로미터μm 크기의 미세 액적을 생성하여 1시간에 초미세먼지(PM2.5)를 90% 이상 제거하는 효과적인 초미세먼지 제거 기술을 개발했다. 이 정도의 초미세먼지 제거 성능은 기존의 초미세먼지 제거 기술로는 달성하기 어렵다. 또한 미세 액적의 크기가 작을수록 초미세먼지 제거 효과가 증가함을 밝혔다.

결론적으로 연구팀은 수억 년에 걸친 진화를 통해 구조와 기능을 최적화한 생명체가 가진 생존 전략에 주목, 이를 생체모방형 공학적 기술로 활용해 인류가 직면한 글로벌 문제해결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 ⓬ 미세 액적 : 마이크로미터μm 크기 범위의 매우 작은 액체 방울을 말한다. 작은 크기 때문에 일반적인 상태의 액체와는 다른 독특한 물리·화학적 특성을 지녀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용된다.
틸란드시아는 공기 중 수분과 미립자를 흡수하는
특이한 잎사귀 구조를 가졌다.
ISSG 기술로 생성한 미세 액적을 이용한 미세먼지 제거 기술
광열 막PM이 없을 때는 햇빛 (5 sun)을 쬐어도 ‘Steam’ 화살표가 가리키는 것처럼 증기 발생량이 상대적으로 적음.
광열 막에 동일한 햇빛 조건(5 sun)에서 ‘Steam w/ PM’ 화살표가 가리키는 것처럼 훨씬 강력하고 많은 양의 수증기Steam가 발생.
이상준 포항공대 기계공학과 교수
포항공과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이자 생체유체연구단 단장으로 재직 중이다.
생체 유동, 미세 유동 현상 등을 해석하여 효과적인 유동 제어 기법을 연구하고 있다.
과학기술 1급 훈장 창조장을 수훈하는 등 연구 성과를 국내외적으로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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