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는 잘 살고 있는가
우리 연구진은 1998년부터 까치의 번식 생태를 조사하고 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 한 종의 번식을 20년이 넘도록
모니터한 예가 거의 없지만, 해외에는 수십 년이 넘는 장기 생태 모니터링 프로젝트의 예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 해 번식기 동안 추우나 더우나 사다리차를 타며 얻은
자료가 ‘올해의 까치 번식성공도는 평균 알 6.13개, 새끼 3.5마리’라는 한 줄로 요약될 때의 그 허무함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그래도 한 해 한 해 자료를 차곡차곡 쌓는다는
사명감으로,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단기간의 연구로는 절대로 얻을 수 없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연구를 진행해왔다. 처음 5~7년간은 이런 방식으로 어떤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고 우리 노력의 결실을 예측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20년 넘는 자료가 축적되자 까치의 번식이 환경 변화의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 속속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지금 우리는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까치의 번식에 도시화와 기후변화가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도시화는 전 세계적으로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2050년이 되면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2가 도시에서 살게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숲이 없어지고 건물이 들어서는 도시화 그 자체로도 야생동물에게 큰 환경 변화일 수 있겠지만,
현재의 상황은 도시화와 기후변화가 동시에 야생동물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문제이다. 기후변화라고 하면 온난화만 떠올리기 쉽지만, 온난화와 함께 이상기후도 점점 더 자주, 더
극심하게 발생한다. 극심한 이상기후가 도시화된 환경에서 살아가는 까치에게 큰 타격을 줄 것임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지금까지 축적된 자료를 분석해보니 까치의 번식성공도도 바로 이런 양상을 드러내고 있었다. 도시환경에서 사는 까치가 자연환경에 가까운 지역에 사는 까치에 비해 극심한 이상기후가
발생할 경우 산란도 지연되고 더 적은 새끼를 길러내는 등 더 큰 타격을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까치가 이렇다면 도시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참새, 박새 등의 야생조류도
비슷한 영향을 받을 것이며, 이들이 수명이 짧고 적응력도 높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까치보다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