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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ging Tomorrow>Best Practice
100% 수입하던 OLED 핵심 부품,
이제 국내에서 생산‧공급한다
| 풍원정밀㈜
김아름 사진 김기남

“오랫동안 FMM 연구개발을 이어왔기에 언젠가 성공할 것이라 믿었지만,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의 과제 덕분에 그 시기를 앞당길 수 있었습니다.”
첨단 디스플레이 부품 제조 기업, 풍원정밀㈜이 파인 메탈 마스크FMM, Fine Metal Mask 양산을 눈앞에 두고 있다. 수입에 의존하던 FMM의 공급망이 안정될 것이란 기대다.

FMM, 고해상 OLED를 위한 필수재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구매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화질이 좋기 때문이다. 더 생생한 화면이 몰입을 높여주니까. 그렇다면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란 무엇인가. 하나의 화면에 더 많은 픽셀이 들어 있는 상태다.

하나의 픽셀은 세 가지 색의 결합으로 이루어진다. 빨강(R), 초록(G), 파랑(B). 이를 합쳐 ‘RGB’라고 부른다. 이 색들은 서로 다른 비율로 섞이며 여러 색을 만든다. 세 가지 빛이 모두 섞이면 흰색, 하나도 없을 땐 검정이다. 이를 종합해보면, 하나의 픽셀을 구성하는 RGB 조합을 더 작게, 더 촘촘하게 배열해야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만들 수 있다는 말로 정리할 수 있다.

이때 사용하는 부품이 메탈 마스크로 이 중 중소형 디스플레이(휴대폰, 태블릿 등) 제조에 사용되는 것이 ‘FMM’이다. 얇은 금속판처럼 생긴 FMM을 현미경으로 확대하면, 무수히 많은 구멍Hole이 규칙적으로 배열된 것을 볼 수 있다. 바로 이 구멍으로 RGB 화소가 만들어진다. R, G, B 각각의 FMM이 따로 사용되며 1장의 FMM으로 수천만 개의 픽셀이 형성된다. 따라서 수천만 개 중 하나의 구멍이라도 막히지 않아야 한다.

풍원정밀㈜은 본 과제 전에도 200ppi, 300ppi 수준의 FMM을 개발했었다. 하지만 디스플레이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며 해당 수준으로는 시장의 인정을 받기 어려웠다. 결국, 600ppi 이상의 높은 해상도 기술을 쌓기 위해 KEIT의 문을 두드렸다.
풍원정밀은 현재 600ppi 이상의 높은 해상도를 구현하는 FMM을 개발하고 있다.
  • ❶ ppi: pixels per inch. 1인치(2.54cm) 안에 포함된 픽셀의 개수를 나타내는 단위로, 숫자가 높을수록 화면에 표시되는 이미지가 더 세밀하게 보인다.
단 하나의 문제 없는 정밀한 제품 위해
2020년 4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총 45개월 동안 풍원정밀㈜이 수행한 과제는 ‘에칭법에 의한 고해상도 OLED용 6GH급 및 8G급 FMM 제조기술 개발’이다. 패널로 사용하는 기판Glass의 크기를 뜻하는 6GH와 8G는 각각 1500×925mm, 2200×2500mm에 달하며, 숫자가 클수록 더 큰 디스플레이를 제작하는 데 쓰인다. 보통 6GH 제품으로 스마트폰 등의 고해상도 OLED 디스플레이를, 8G로 대형 OLED 디스플레이를 만든다.

에칭Etching(식각)법은 FMM을 만드는 실제적인 방법이다. 쉽게 말해 필요 없는 부분을 깎아낸다는 뜻이다. FMM에서는 수천만 개의 미세 구멍을 뚫어내는 과정이 에칭에 속한다. 풍원정밀㈜은 화학 용액을 사용해 필요 없는 부분을 녹이는 습식 에칭 공법을 활용한다. 관건은 정밀도다. 모든 구멍이 정교하고 정확한 모양으로 뚫려야 상품이 된다. 본 과제의 핵심 기술 또한 여기에 집중되었다.

첫 번째 핵심 기술은 ‘픽셀 보정 설계 기술’이다. 기존 설계법으로는 600ppi 이상의 조밀한 픽셀을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구멍의 모서리나 변을 정밀하게 설계해 에칭 후 모양이 왜곡되지 않도록 했고, 소재, 재료 특성에 따른 픽셀 위치 변화를 미리 계산해 각 구멍이 정확한 위치에 배치될 수 있도록 위치 정밀도를 높였다.

두 번째는 ‘포토레지스트Photo Resist 박리 기술’이다. 포토레지스트는 빛에 반응하는 감광성 물질로 설계된 패턴을 형성하기 위해 사용된다. 설계도대로 소재 위에 밑그림을 그리는 과정에 사용되는 재료다. 에칭 이후 이 재료를 벗겨내야(박리) FMM이 완성되며, 이때 깨끗하게 벗겨지지 않아 잔여물이 남으면 RGB 증착 공정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이번 과제를 통해 박리에 사용하는 특수 용액과 장치를 개발하여 기존 시스템과 비교해 박리 소요 시간을 현저히 줄이면서도 잔여물이 없는 FMM을 만들 수 있었다.
세 번째는 FMM 소재 표면과 포토레지스트의 밀착력을 높이기 위한 ‘소재 표면처리 기술’. 공정 중 밀림이나 들뜸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불량 문제를 줄인다.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과 공동연구를 통해 개발한 건식 표면처리 기술, 접착촉진제 등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세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총 17개의 특허 기술을 출원했으며, 현재 10건의 등록을 마쳤다.
디스플레이 소·부·장 국산화에 기여
본 과제는 지난 12월 ‘2024년 산업통상자원부 R&D 대표 10선’에 선정되었다. 당초 개발을 약속한 핵심 기술을 모두 확보했을 뿐만 아니라, FMM 생산에 필수적인 금속판 소재 압연 기술의 국산화까지 이루어낸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FMM의 재료인 ‘인바Invar’는 철-니켈 특수 합금으로, FMM과 함께 일본 수입 의존도가 높은 소재였으며 상황에 따라 수급에 문제를 겪기도 했다. 풍원정밀㈜은 FMM의 기술력을 높이기 위해선 인바의 안정적 수급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방안을 찾기 위해 긴 시간 국내 기업들과 협력해왔다. 지난한 노력 끝에 해법을 마련했고, 두께 0.018mm까지 얇은 고품질 인바 금속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결과적으로 풍원정밀㈜은 이번 과제를 수행하며 디스플레이 패널 제작의 핵심적인 소재와 부품 두 가지의 국산화를 이뤄내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다. 곁가지처럼 뻗은 여러 기술이 우리 디스플레이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원천기술로 발전할 것이다.

“기업의 규모를 막론하고 전체 산업계가 디스플레이 소·부·장의 국산화율을 높이는 데 지대한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우리 풍원정밀㈜과 같은 작은 기업도 맡은 분야에서 늘 최선을 다하고 있지요. 한 가지 걱정인 것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술을 쌓는데 긴 시간과 큰 비용이 든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Mini Interview
권재수 풍원정밀㈜ 연구소장
산업통상자원부의 R&D 대표 10선에 선정됐다.
여러 연구원의 노력과 열정을 인정받은 것 같아 매우 기쁘다. 디스플레이 분야에는 대기업 중심의 R&D가 많은 편이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선정된 걸 보니 디스플레이 소·부·장 국산화를 향한 관심이 크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정부 R&D 과제 수행 시 장점은?
산업부 과제는 달성 목표가 매우 높은 편이고 기술개발이 어렵다. 성공하기 쉽지 않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이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다른 기업이나 연구기관 등과의 협업을 통해 문제에 접근하고 해결하는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 있었다. FMM 사업화를 앞당기는 데도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고 생각한다.
향후 더 필요한 지원 부분이 있다면?
디스플레이 분야 개발에 대한 R&D 지원이 확대되길 바란다. 단적인 예로 우리가 개발한 FMM 생산시설의 투자·유지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은 경제적 상황이 여의치 않아 기술을 포기하는 안타까운 문제를 맞닥뜨리기도 한다. 디스플레이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세심한 지원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현재 풍원정밀 연구소에서는 하이브리드 포토마스크Hybrid Photomask 기술개발 및 8.6GH급 1000ppi FMM 기술개발을 진행 중이다. 단기적으로는 이 과제를 성공시키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OLED 소재 부품 분야에서 지속적인 성장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풍원정밀㈜
금속 소재를 가공해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포토에칭 전문기업이다. 1996년에 설립되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주요 부품 등을 생산해왔으며, 현재는 OLED 증착용 메탈 마스크를 주로 생산하고 있다. 국내에서 오픈 메탈 마스크Open Metal Mask 분야를 선도하는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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