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기술이 경쟁력이 되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강화로 선박 연료 시장은 빠르게 전환기를 맞고 있다.
기존 중유
중심의 연료 체계에서
저유황유·LNG·메탄올 등 친환경 연료로의 이동이 가속화되면서,
연료의 ‘종류’뿐 아니라 이를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공급·처리하는 기술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SB선보는 선박 연료 공급 및 처리 분야에서 축적해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변화하는 연료 환경에 대응하는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연구과제명
선박용 암모니아 연료 공급 시스템 개발 및 실증
제품명(적용 제품)
암모니아 연료 공급 시스템LFSS
개발기간
(정부과제 수행기간)
2022년 4월 1일 ~ 2026년 3월 31일
총 정부출연금
58억9920만 원
개발 기관
SB선보㈜(주관), 정우이앤이㈜, 하이에어코리아㈜,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 한국해양대학교(공동 연구개발 기관),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수요기관)
참여 연구진
SB선보㈜ 장호길, 정우이앤이㈜ 박준형, 하이에어코리아㈜ 이광현,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 김종립, 한국해양대학교 최재혁 등
국제해사기구IMO가 제시한 2050년 탄소중립 목표는 조선·해운산업의 기술 전략을 근본부터 다시 수립하게 만든다. 연료 효율 개선이나 배출 저감
장치만으로는 더 이상
대응이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업계의 논의는 자연스럽게 ‘어떤 연료를 사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이동했다. 이는 단순한 기술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선박
설계와 조선 공정, 운항 방식 전반을 다시 정의해야 하는 구조적 전환을 의미한다. 그 대안 중 하나로 암모니아가 부상했다. 연소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분명한 장점을 지니지만, 독성과 부식성, 연소 특성의 불안정성이라는 위험 요소 역시 동시에 안고 있다. 이 때문에 암모니아는 기존 연료를 단순히
대체하는 선택지가 아니라, 선박의 연료 저장과 이송, 안전관리 체계까지 포함한 ‘시스템 전환’을 요구하는 연료로 인식돼왔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추진된 것이 SB선보가 진행한 ‘선박용 암모니아 연료 공급 시스템 개발 및 실증’ 과제다. 이 과제는 암모니아 추진선의 가능성을 이론적으로
검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선박 운용 환경에서 작동 가능한 연료 공급 시스템 구현을 목표로 한다. 특히 연구실 수준의 기술 검증을 넘어, 조선소 제작과 현장
적용을 염두에 둔 실증 중심의 접근을 택했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SB선보는 선박 기자재와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축적해온 모듈화 설계와 시스템 통합 경험을
바탕으로, 조선소 생산공정과 선박 운항 조건을 동시에 고려한 해법을 제시하고자 했다. 암모니아라는 새로운 연료를 ‘가능성의 영역’에서 ‘현장의 기술’로 끌어내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이번 과제는 탄소중립 시대 조선 기술 전환의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시스템 통합 경험을 바탕으로 선박 건조 공정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개발 과정에서 큰 난제도 만났다. 바로 암모니아 고압 펌프였다. 80bar 이상의 고압 조건에서 독성과 부식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이 장치는, 반복적인 시운전 과정에서 진동과 내구성 문제가 드러나며 설계 변경이 불가피했다. 구조 보완과 소재 재검토, 부품 단위의 신뢰성 평가가 여러 차례 반복됐고, 성능 확보보다 장기 운용 안정성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기술적 선택이 이뤄졌다. 이 과정은 개발 일정에 부담을 주었지만, 실제 선박 환경을 고려해 기술 완성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또한 암모니아를 직접 취급하며 실증을 수행해야 했던 연구 현장은, 이 기술이 단순한 설계 문제가 아니라 작업자의 안전과 운용 절차까지 포함한 ‘종합 기술’임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이러한 시행착오는 결과적으로 암모니아 연료 공급 시스템을 좀 더 현실적인 기술 단계로 끌어올리는 기반이 됐다.
저장, 이송, 압력·온도 제어는 물론 누설 감지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통합 시스템으로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80bar 이상의 고압 조건에서 암모니아의 독성과 부식성을 동시에 견딜 수 있도록 특수 설계됐다.
SB선보는 이번 과제를 계기로 암모니아를 비롯해 수소, 탄소 포집, 풍력보조추진시스템WAPS 등으로 친환경 에너지 기술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전환 과정에서 조선산업에 필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라 검증된 기술이다. 이번 실증은 그 출발선이 어디인지 보여주고 있다.
암모니아 연료 기술에서 종종 간과되는 부분은 ‘운용 주체’에 대한 고려입니다. 시스템이 아무리 정교해도, 실제로 이를 다루는 선원과 유지보수 인력이 안전하게 이해하고 운용할 수 없다면 기술은 현장에서 작동하기 어렵습니다. 이번 과제를 수행하면서 기술적 완성도 못지않게 운용 절차와 안전 개념을 얼마나 명확히 구조화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친환경 연료 전환은 기술혁신인 동시에, 사람과 조직의 적응을 포함한 변화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암모니아는 연료 특성상 안전과 제어 측면에서 매우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하기 때문에, 이를 다뤄본 경험 자체가 중요한 기술 자산이 됩니다. 이번 개발 과정에서 축적한 통합 제어, 위험 분석, 실증 기반 설계 경험은 향후 수소나 메탄올 같은 다른 친환경 연료 시스템에도 충분히 확장 적용이 가능합니다. 즉 개별 연료 기술을 넘어 친환경 연료를 다루는 ‘시스템 설계 방식’에 대한 공통된 기준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현재 가장 큰 과제는 기술 자체보다 엔진 및 연료 공급 시스템과 규제·선급 기준이 동시에 성숙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단일 기업의 기술개발보다는, 실증 데이터를 공유하고 산업 전반이 함께 기준을 만들어가는 협력 구조가 중요합니다. 이번 과제 역시 하나의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상용화를 향한 현실적인 출발점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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