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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활동의 보이지 않는 지휘자,
효소를 읽다
하리하라 과학저술가

우리 몸속 무수한 화학반응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숨은 조력자가 있다. 바로 체내 대사 과정을 지휘하는 스페셜리스트, ‘효소Enzyme’다.
너무 익숙해서 미처 깊이 생각해보지 못했던 효소의 경이로운 세계와 그 가치를 쉽게 풀어낸 세 권의 안내서를 찬찬히 살펴본다.

<효소>

폴 엥겔 지음 / 최가영 옮김 / 김영사 펴냄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구슬을 바닥에 뿌려두면 바람이 부는 대로, 발길에 차이는 대로 이리저리 굴러다닐 것이다. 그렇게 구르고 구르다 보면 어쩌면 한곳에 모두 모일 수도 있을 터다. 하지만 그 확률은 매우 낮으며, 설사 일어난다고 해도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실이 결정적인 건 이 때문이다. 실 자체는 구슬에 비해서는 볼품없고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가느다란 실 한 오라기가 구슬을 엮어 이들이 흩어지지 않고 한데 모이는, 자연적으로는 매우 드문 상황을 아주 수월하게 만들어낼 수 있다. 바로 효소처럼 말이다.

화학반응에 생명을 불어넣는 생체 촉매

효소酵素, Enzyme란 주로 단백질로 이루어진 물질로, 생체 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화학반응에 관여해 그 반응 속도를 극적으로 빠르게 만들어주는 효율적인 촉매를 통칭하는 말이다. 음식물의 소화, 세포 내 물질대사, DNA 복제, 에너지 생산, 해독, 면역반응뿐 아니라 체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화학작용, 다시 말해 분자를 분해하거나 결합하거나, 일부 원소를 붙이거나 떼어내거나 다시 재조립하는 모든 과정에 효소가 관여한다.

만약 효소가 기능하지 않는다면 생체 내부에서 일어나는 모든 생명 활동의 속도는 극히 느려질 것이고, 결국 기능이 정지될 것이다. 우리가 먹은 고기는 소화기관을 통과하면서 펩신 등의 단백질 소화효소에 의해 단 몇 시간 만에 아미노산으로 분해돼 체내로 흡수된다. 단백질 소화효소는 각각의 아미노산을 단단히 묶고 있는 펩타이드 결합을 끊어내 단백질 소화를 돕는다. 단백질 소화효소 없이 펩타이드 결합이 저절로 끊어지는 것 자체가 이론적으로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다만 자연적으로 펩타이드 결합이 깨지기까지는 수십에서 수백 년이 걸리기에 생존에는 쓸모가 없다.

수백 년 걸릴 것을 단 몇 시간 만에 처리할 만큼 단백질 소화효소의 능력은 걸출하지만, 이들이 분해할 수 있는 건 오직 단백질뿐이다. 지방이나 탄수화물의 소화 및 대사에는 관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효소는 매우 뛰어난 능력자지만, 자신의 일밖에 할 수 없는 극단적 스페셜리스트이기도 하다.

체내에서 효소가 관여하는 과정은 셀 수 없이 많으며, 각각의 효소마다 기질 특이성이 있어 특정한 분자를 정해진 방식으로만 다루기 때문에 체내에 존재하는 효소 수는 수천 종에 이른다. 신체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효소가 모두 존재해야 하며, 각각이 지나치거나 모자람 없이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또한 효소는 생존에 필수적이기에, 생물은 자체적으로 유전자 속에 효소 제작 정보를 탑재하고 있다. 우리가 단백질을 먹으면, 이들은 아미노산으로 분해돼 흡수되고 효소로 재조립돼 우리 몸 구석구석에 재배치되는 것이다. 따라서 건강을 위한다면, 특정한 무언가를 골라 먹기보다 가급적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먹는 것이 좋다. 우리 몸을 유지하는 수많은 효소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의 양과 종류가 모자라지 않도록 말이다.

DNA가 레시피라면, 효소는 생명 활동을 완성하는 셰프

때로 가장 단순한 것이 가장 많은 것을 담기도 한다. 수십 년간 효소에 대해 연구한 생화학자 폴 엥겔Paul Engel의 저서 <효소>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DNA를 생명의 원천으로 인식하지만, DNA 자체는 생명 정보를 암호화해 저장할 뿐이다. 요리책에 모든 요리 비법이 들어 있다고 해서, 저절로 음식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닌 것처럼 말이다. 요리책에 담긴 정보가 요리가 되려면, 식재료와 함께 이를 제대로 다룰 줄 아는 요리사의 솜씨가 필요하다. 생체 내에서 효소의 역할은 바로 이런 것이다. DNA라는 화학 분자 속에 담긴 암호를 살아 숨 쉬는 생명체로 바꾸는, 기적에 가까운 과정을 담당하는 존재 말이다.

#생명_활동의_주체 #생화학의_중심

<카툰 칼리지-생화학 I>

신인철 지음 / 마리기획 펴냄

유쾌하고 친절한 효소 안내서

앞서 말한 <효소>는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는 책의 흔한 장점과 단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 내용 면에서는 매우 충실하지만, 읽기에 다소 딱딱하고 초보자에게는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알고는 싶지만 너무 어려울 것 같아 망설여진다면, ‘만화 그리는 과학자’ 한양대학교 생물학과 신인철 교수의 카툰 칼리지 시리즈 중 <생화학 I>을 추천한다. 이 책은 효소만 다룬 것은 아니지만, 효소에 대한 내용을 매우 비중 있게 다루고, 만화로 그려져 있어 흥미와 이해를 더한다. 아무리 만화라도 어려울 것 같아 읽기가 망설여진다면? 그래도 괜찮다. 저자가 직접 자신의 유튜브 채널 ‘카툰과학대학’을 통해 해당 내용을 페이지별로 상세하게 강의하고 있으니 말이다.

#효소 #만화로_공부하기

<퀴네가 들려주는 효소 이야기>

이홍우 지음 / 자음과모음 펴냄

효소의 아버지  퀴네가 안내하는 맞춤형 과외

그래도 효소가 뭔지 알쏭달쏭하다면? 과감하게 청소년 코너로 발길을 돌려보자. 오랫동안 논픽션 작가로 일하면서 얻은 노하우 중 하나는, 어떤 분야를 처음 시작할 때 ‘청소년을 위한~’이란 제목이 붙은 책을 고르면 대부분 실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청소년이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책을 쓰는 것이 성인 대상 책보다 더 어렵다. 생소한 내용을 독자에게 ‘이해시켜야 하는 책임’이 성인을 위한 책보다 훨씬 더 크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잘 쓴 청소년용 책은 오히려 이해도 면에서 성인 책보다 훨씬 더 낫다. 이 책은 제목부터 ‘퀴네가 들려주는 효소 이야기’다. 체내En에서 발효Zymē 등의 화학반응을 담당하는 물질에 Enzyme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효소의 아버지’가 바로 독일의 생리학자 빌헬름 퀴네Wilhelm Kühne(1837~1900)이니, 그보다 더 잘 알려줄 이가 누가 있으랴.

#효소의_아버지 #퀴네

유튜브 찾아볼까?
세포생화학 2장 효소학 1부
카툰과학대학
만화로 그리는 생화학 강의 채널

‘만화 그리는 과학자’로 유명한 한양대학교 생명과학과 신인철 교수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다. 복잡한 생화학 속 효소의 원리를 저자가 직접 그린 유쾌한 캐릭터와 만화 동영상으로 쉽고 흥미롭게 풀어낸다. 시각적 재미는 물론, 대학 강의 수준의 깊이 있는 효소학 이론을 친절하게 설명해 지식의 깊이를 더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효소학#화학#카툰

생명 유지에 꼭 필요한 효소?!
생명과학 교과서 속으로 11편! | 김응빈의 응생물학
미생물과 생명과학을 흥미롭게 풀어내는 지식 채널

김응빈 교수가 직접 진행하는 신뢰도 높은 생물학 콘텐츠로, 이번 편에서는 생체촉매인 효소의 본질을 명쾌하게 짚어준다. 효소와 기질의 관계를 ‘열쇠와 자물쇠’에 비유해 기질 특이성 개념을 직관적으로 이해하도록 돕고, 체온과 pH 변화가 효소 활성에 미치는 영향까지 친절하게 해설하여 이해를 돕는다.

#기질_특이성#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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