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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ging Tomorrow>R&D Note
소형선박 해양
안전의 새로운 장을 열다
소형선박(어선·낚시어선) 침몰·재난 사고 대응을 위한 실시간 감지 시스템 개발
| 국립목포해양대학교
김규성 사진 김기남

지난 11월 제주 앞바다에서 금성호가 균형을 잃고 침몰해 27명 중 13명만이 구조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그리고 채 며칠이 지나지 않아 제주 서귀포 앞바다에서 소형선박이 전복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매년 반복되는 해상 사고의 현실적 대응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빈번한 소형선박 사고, 실시간 대응 시스템으로 대비한다
우리나라 해양 사고의 특징은 20톤 미만의 소형선박 사고가 빈번하다는 점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023년 해양 사고는 총 3092건이었는데, 이 중 선박 사고가 2047건으로 66%에 달해 수상레저기구 사고(555건, 17.9%), 비어선 사고(490건, 15.9%)에 비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렇듯 선박 사고가 빈번한 데는 운항 부주의나 정비 소홀 등 다양한 원인이 지적되지만, 어업 종사자 대부분이 고령화되면서 신규 어선은 줄고 노후 어선 비율이 높아지는 구조적 문제도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해양수산부 조사 결과 선령이 21년 이상인 노후 어선은 2만4504척으로 집계돼 전체의 38%를 차지했다. 특히 노후 어선은 배 자체의 복원력이 떨어지고 파도에 취약해 사고에 노출될 확률 또한 높아진다.
이에 국립목포해양대학교 산학협력단은 소형선박의 위험 상황을 진단하고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연구에 나섰다. 2020년 시작된 연구는 3년여의 기간을 거쳐 소형선박 침몰·재난 사고 대응을 위한 실시간 감지 시스템인 ‘K-Fishery Guard’ 개발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연구개발을 총괄한 목포해양대 항해학부 임남균 교수는 “소형선박의 전복 사고가 빈번해 재난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끊이지 않는 상황이라 예방 방안이 절실했다”고 개발 동기를 밝히면서, “선박에 있는 안전 키트가 사고를 감지하고, 안전 앱을 통해 선장과 선원, 육상 관리국에 알람을 전달하는 침몰 재난 실시간 대응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K-Fishery Guard 시스템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소형선박에 안전 키트와 센서(침몰, 화재)를 설치해야 한다. 다음으로 선장, 선원 등 선내 주요 인물의 휴대폰에 안전 앱을 설치해 위험 상황에 알람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운영 업체나 관제소 등 육상 모니터링 센터를 선정하면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감지된 상황에 대응하고 구조 요청에 나선다. 특히 기존에 선주들이 활용하던 사고 모니터링 시스템에 비해 기능이 개선돼 높은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분석된다.

임 교수는 “기존의 선박용 사고 감지 시스템의 경우 초기 버전이기에 에러나 고장이 발생하는 경우가 잦아 현장에서 꺼놓는 선박까지 있을 정도였다”면서, “단순히 위기 알람을 주는 것을 넘어 명확한 선박의 복원성 상태를 파악하고 수치를 통해 위험 상황을 선박과 육상에 동시에 알리는 대응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복원성·동요·파고 등 객관적 데이터 기반한 안전장치
그렇다면 침몰 안전성은 어떤 기준으로 평가될까? 연구팀은 2020년 시스템 개발에 나선 뒤 ▲소형선박 운항 특성 분석 ▲소형선박용 평가지수 정립 ▲재난 실시간 대응 시스템 개발 ▲실해역 사업화 추진 연구 ▲연구 확산화 사업 등의 과업을 수행했다.

특히 항해 중인 소형선박의 침몰 위험도를 평가할 위험 요소를 설정해 종합적·정량적으로 정립해 구체화했다. 해당 요소로는 더 이상 기울어지지 않고 제자리로 돌아가는 성질인 ‘복원성지수’, 파도에 따라 선체가 회전운동하는 ‘동요지수’, 파도의 높이를 나타내는 지수인 ‘파고지수’를 선정했다. 임 교수는 “각 지수의 이론적 연구 토대를 정립한 뒤 시뮬레이션을 통해 평가지수를 도출해냈다”면서, “중요 요소인 복원성의 경우 검증 대상 선박을 선정하고 실험하는 과정을 거친 뒤에야 평가지수를 세울 정도로 객관적이고 실제적인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의 선박 관련법을 살펴보면 길이 24m 미만 소형어선은 어선 복원성 및 만재흘수선(최대 적재량을 실은 선박이 잠기는 깊이) 기준에 적용되지 않아 어선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고, 선박의 복원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임 교수는 소형선박에서도 복원성·동요·파고 등 객관적 지표를 적용한 안전지수를 실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궁한 활용도를 가진 시스템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확신했다.

“소형선박은 날씨나 파도 변화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안전성을 보장하는 기술이 필수적입니다. K-Fishery Guard는 IoT(사물인터넷) 센서 기반의 실시간 모니터링과 경고 기능을 갖춰 기존보다 훨씬 정밀하게 위험을 감지하고 대응할 수 있습니다. 소형선박을 운용하는 주체가 대부분 고령의 선주라는 점을 감안해 개발 과정에서 사용자 친화적이고 신뢰성 높은 시스템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수많은 현장 테스트를 수행하며 여러 변수를 확인한 뒤 적용한 만큼 어민들의 안전한 어업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K-Fishery Guard’ 개발에 참여한 국립 목포해양대 학교 연구진.
국립목포해양대학교와 함께 이 연구를 진행한 엔디씨에스가 싱가포르 전시회에서
소형어선 안전 시스템 ‘K-Fishery Guard’를 알리고 있다.
현장 연구 어려움 극복하며 상용화 앞둬
물론 개발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바다에서 진행하는 실험의 경우 동일한 조건에서 실시해야 하는데, 해상의 날씨 변화에 의해 데이터가 변동되는 경우가 잦았다. 또 연구진이 멀미로 괴로워하는 등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극복해야 했다. 임 교수는 “자신의 배에 장비를 설치하고 연구진에게 공간을 내어줘야 한다는 점 때문에 현장 연구 초반에는 선장님을 섭외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시간이 흐르며 많은 선장님을 알게 됐고, 시스템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원활하게 연구를 수행할 수 있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목포해양대 산학협력단은 이번 연구를 통해 많은 결실을 거뒀다. 국외 논문SCIE 5편, 국내 논문KCI 7편을 관련 저널에 등재했으며, ‘소형어선의 침몰 방지를 위한 안전성 평가 시스템’ 등 4건의 특허를 등록했다. ‘연안 해역 선박의 운항 위험 표출 시스템 및 방법’은 특허를 출원한 상황이다. 더불어 연구진은 향후 안전 플랫폼 구축, 기술이전 등 상용화를 통해 참여 기업의 수익 창출에 나설 계획이다. 2025년 본격적인 판로 확보를 시작으로 국내 소형선박 50% 장착(231억 원 규모 매출), 해외 선박 50만 척 장착(2억5000만 달러)을 목표로 상품화에 돌입한다. 지난해에는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최신 선박 관련 전시회 ‘2023 SEA-ASIA’에 참가해 ‘소형선박 안전 시스템 안전 키트’를 전시하고 대만 SOIC, 이탈리아 CAIM GROUP 등 다수의 바이어와 업체 등에서 사업 제안을 받아 시스템 판매를 협의 중이다.
Mini Interview
임남균 국립목포해양대학교 항해학부 교수
R&D 과제 수행으로 얻은 가장 큰 성과라면?
이번 연구는 사회문제 해결 R&D 사업에 선정돼 지원받게 됐다. 무엇보다 정부에서 공인한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주요 사회문제’에 소형선박 문제가 선정됐다는 당위성이 저를 비롯한 연구진 전체에 의욕과 활력을 북돋아줬다. 우리가 개발하는 시스템이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보탬이 된다는 것 자체가 큰 보람이었다. 바다에 나가고 직접 배를 빌려 테스트하는 과정 모두 예산이 필요했기 때문에 지원받은 연구비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었다.
소형선박 안전 확보를 위해 법제화를 추진한다고?
시스템의 보급 활성화와 원활한 유지관리를 위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 사실 아무리 좋은 시스템을 개발한다고 해도 어선에 설치되지 않으면 쓰임새가 없다. 현재 ‘선박패스V-Pass’, ‘이내비게이션e-Navigation’ 등의 프로그램이 행정규칙과 법률로 적용돼 어선에 보급되고 있다. 이런 부분이 K-Fishery Guard의 보급에도 적용된다면 국내 소형선박의 사고율을 크게 낮추게 될 것이다. 목포해양대 자체적으로도 소형선박의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해지방해양경찰청에서 2023년부터 주관해 실시하는 ‘어선 전복 사고 예방 실무 협의체’ 등의 심포지엄에 꾸준히 참가해 자문하고 있으며, 향후에도 소형선박의 과적 등 현실적인 문제를 막을 수 있는 법제화를 위한 제언을 계속해나갈 계획이다. 향후 해양수산부가 주체가 되어 소형어선 복원성 규제에 대한 전반적 검토를 통해 국내 어선 사고 방지를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해양 연구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바다에 대한 열정이 있다면 누구든 해양대의 문을 두드려주길 바란다. 흔히들 반드시 배를 타야 하는 것으로 오해하는데, 연구직의 경우 배에 대한 간접경험만으로 연구 수행을 원활히 할 수 있다. 더불어 해양 분야에 진출할 경우 취업률이 매우 높다. 또 아직 미지의 영역이 많기에 성과를 낼 요소도 많다고 생각한다. 저 또한 젊은 시절 호기심 하나로 바다의 문을 두드렸다. 궁금하다면 바다가 얼마나 넓은지 직접 느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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