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창 열기
Changing Tomorrow>R&D Project
OLED 국산화의 빈칸?
8.6세대 디스플레이는 다르다!
8.5세대 부하물 350kg 이상 작동 거리 7m 이상의 OLED 마스크 및 유리기판 이송용 진공 로봇 개발
㈜티로보틱스
김아름  사진 김기남

글로벌 OLED 제조 강국인 대한민국이 이제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핵심 장비의 국산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티로보틱스가 기술개발에 성공한 ‘증착 공정용 진공 로봇’은 오랜 기간 일본 기업이 주도해온 분야로,
차세대 OLED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국산 장비가 어떤 성과를 낼지 관심이 쏠린다.

연구과제명

8.5세대 부하물 350kg 이상 작동 거리 7m 이상의 OLED 마스크 및 유리기판 이송용 진공 로봇 개발

제품명(적용 제품)

LRH080(8세대 OLED 증착 공정용 진공 로봇)

개발기간
(정부과제 수행기간)

2021.04.~2024.12.

총 정부출연금

70억5500만 원

개발 기관

㈜티로보틱스(주관),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공동 연구 기관), LG디스플레이(수요 기업)

참여 연구진

이수종, 이창성, 이성표, 지창현, 함상휘, 공승권, 이석현, 김동건, 이태한, 김경식 외 다수

공급망 재편, 장비 산업의 트렌드를 바꾸다
한국은 세계 최고의 OLED 디스플레이 제조 국가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각각 중소형과 대형 OLED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위상과는 별도로 OLED 제조에 쓰이는 핵심 장비 상당수를 일본 등 해외 기업에 의존해왔다. 제품 수율과 정밀도, 공정 연계성이 중요한 디스플레이 산업의 특성상 한번 도입된 장비를 다른 제품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OLED 제조공정은 단 몇 분의 정지가 막대한 손실로 이어지는 ‘시간과의 전쟁’인 산업인 만큼, 보수적인 설비 운용이 일반적이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로 인해 국내 디스플레이 장비 기업들이 제품 공급 기회를 얻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장비 산업의 국산화를 지연시키는 구조로 이어져왔다.

변화의 바람이 감지된 때는 2019년 무렵이다. 일본 정부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품목 수출 규제 입장에 따라, 기업들은 공급망 다변화와 기술 자립의 필요성을 체감했다. 정부 또한 대응책 마련에 나서면서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는 정책을 추진했다. 세계시장의 분위기도 한몫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 공급망 재편,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수요 확대 등 장비 다변화에 대한 요구가 높아진 것이다. 티로보틱스의 KEIT 과제 ‘8.5세대 부하물 350kg 이상 작동 거리 7m 이상의 OLED 마스크 및 유리기판 이송용 진공 로봇 개발’ 또한 이러한 가운데 진행되었다.
기술도 전략도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애초 2200×2500mm 크기의 8.5세대 OLED 패널을 기준으로 기획된 과제는, 2022년 9월 애플이 아이패드와 맥북 등에 OLED를 탑재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방향을 수정해야 했다. 애플은 기존보다 큰 크기의 OLED를 요구했고, 이에 따라 관련 기업들은 8.5세대보다 가로 90mm, 세로 120mm가량 확대한 2290×2620mm의 8.6세대 패널 제작을 공식화하게 되었다. 디스플레이는 고객사 요구에 맞게 패널을 절단해 공급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기존 규격을 고수할 경우 원단 손실(로스)이 증가하고 생산성이 저하된다. 결국 사업성과 생산효율을 고려해 8.6세대로의 전환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관건은 KEIT의 과제 변경이 가능한지와, 이에 드는 절차 및 기간을 얼마나 단축할 수 있는지에 있었다.

티로보틱스의 CTO로서 연구개발을 총괄하는 이수종 부사장은 이 과정에서 산업부와 KEIT의 빠른 판단과 유연한 대응에 감사를 표했다.

“정부 과제를 진행 도중에 변경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내외부의 우려가 있었습니다. 큰 부담을 안고 연락을 드렸지만, ‘시장과 기업이 필요로 한다면!’이라는 태도로 공식 접수부터 특별평가위원회 회의, 과제 변경 승인까지 단 2주 만에 처리돼 개발 일정에 거의 지장이 없었습니다.”

티로보틱스의 과제가 공식적으로 변경된 시점은 2023년 2월. 과제 종료까지 2년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진 신속한 전환이었다.
국산 장비의 새 장을 연 창의적인 기술력
기계공학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가로 9cm, 세로 12cm의 차이를 크지 않게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전체 면적이 약 20% 증가하는 수준으로, 장비 설계와 로봇의 동작 범위 등을 모두 다시 설계해야 할 만큼 큰 변화이기도 하다. 일반적이라면 2년 안에 완전히 새로운 구조를 설계하고 양산 가능한 제품을 개발하는 것을 ‘불가능하다’ 말할 것이다. 하지만 이 부사장과 연구진에게는 해볼 만한 도전이었다. 왜냐하면 티로보틱스는 반도체용 로봇을 단순히 키워 OLED에 활용하는 기존의 업체들과 달리 처음부터 OLED에 최적화된, 기하학 원리를 바탕으로 새롭게 설계한 방식을 고안해왔기 때문이다.

핵심은 ‘기어비 2:1의 구조’라는 원리다. 기어비 2:1의 구조란 기어 A가 한 바퀴 돌면 기어 B는 두 바퀴를 도는 방식으로, 두 개의 관절을 정확한 비율로 연동시켜 로봇 팔이 직선으로 자연스럽게 움직이도록 설계할 수 있다. 복잡한 제어 계산 없이도 하나의 모터로 로봇 전체를 구동할 수 있어 구조가 단순하고 진동이 적다. 진동이 줄면 유기물을 쌓는 유리기판에 가해지는 물리적 자극도 감소해, 디스플레이의 불량이 줄고 기기의 제어나 유지·보수 또한 쉬워진다.

이 기술은 현재 국내는 물론 일본, 중국 등에서 해외 특허로 등록되어 있으며, 이를 적용한 일부 진공 로봇이 양산되어 글로벌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기업에 납품되고 있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관련 매출만 91억 원을 기록했다.

그렇다면 본 기술의 핵심 제품인 ‘8.6세대 OLED 마스크 및 유리기판 이송용 진공 로봇’은 언제쯤 상용화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이 부사장은 “기술이 완성되었다고 곧바로 시장에 적용되는 게 아니다”라며 신중한 견해를 밝혔다.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받은 사업인 만큼 본질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지만, 현실적인 시장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고, 차세대 OLED 수요 역시 당초 기대만큼 빠르게 확대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글로벌 전자 기업들의 투자 시점에도 변동성이 커졌고, 관련 생산설비의 구축 일정 또한 예상하기 어려워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사장은 티로보틱스의 장비가 기존 제품들과 비교해 기술적으로 대등하거나 우위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향후 OLED 수요가 본격 확대되는 시점에는 충분한 성과를 낼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수십 년간 일본이 주도해온 OLED 장비 시장에서 한국 기술의 존재감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티로보틱스의 이송용 진공 로봇은 하나의 장비를 넘어 한국 산업이 고난도 장비를 스스로 설계하고 구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의 증거다. 이제는 불가능이란 단어 대신 기회를 이야기할 차례다.
티로보틱스는 OLED에 최적화된 기어비 2:1 구조의 새 설계를 통해 하나의 모터로 정밀하고 진동이 적은 로봇을 구현했다.
이를 통해 불량률을 낮추고 유지·보수 효율을 높였다.
Mini Interview
㈜티로보틱스 이수종 CTO
작동 거리 7m의 진공 이송 로봇이라고 하면, 로봇이 OLED 디스플레이 제조 라인을 이동하면서 제품을 옮기는 것처럼 들리는데, 실제로는 어떤 역할을 하나?
로봇이 공장 설비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진공 이송 로봇은 증착 장비 내부의 진공 챔버 안에 고정된 상태에서 작동한다. ‘7m 작동 거리’란 로봇에 부착된 팔(핸드 유닛)이 최대 7m까지 뻗어 유리기판과 마스크를 정해진 위치로 옮기는 능력을 뜻한다. 8.6세대 OLED 디스플레이는 유리기판이 매우 크기 때문에, 한쪽 끝에서 다른 끝까지 이송하려면 팔의 길이가 7m 이상 되어야 한다. 이처럼 진공 환경 내에서 고정된 로봇이 정밀하게 긴 거리 이송을 수행하는 역할을 한다.
본 과제를 수행하면서 기술적으로 구현이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
가장 큰 난제는 240kg에 달하는 금속 마스크를 7m 이상의 공간에 팔을 뻗어 옮길 때 발생하는 하중과 처짐 현상을 제어하는 일이었다. OLED 증착 공정은 1~2mm의 오차만 생겨도 유리와 마스크 정렬이 어긋나 불량을 유발할 수 있기에, 극한의 정밀도 확보가 필수적이다. 단순히 구조를 무겁게 보강하면 처짐을 줄일 수 있지만, 이 경우 로봇이 증착 챔버에 물리적으로 들어갈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구조를 단순화하고 무게를 줄이면서도 강성을 유지하는 방법이 필요했다. 우리는 ‘위상 최적화’라는 기법을 통해 꼭 필요한 부위에 하중을 집중시키는 해법을 찾아냈다.
지면을 통해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AI 발전과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수요 증가로 인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에서의 장비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티로보틱스 같은 장비 기업들의 기술력을 높이고, 공급망 내의 자립 기반을 확대하는 것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우리가 이번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던 데는 산업부와 KEIT의 빠른 결정, 적극적 지원, 그리고 수요 기업인 LG디스플레이의 협업이 주요했다. 장비 국산화는 단순한 수입 대체가 아니라 산업 생태계 강화 및 기술 자립, 고용 창출과 중소기업의 성장으로 이어지며 장기적으로 국가의 이익이 될 것이다. 앞으로도 정부, 수요 기업, 공급 기업이 함께 힘을 모아 더 큰 성과를 만들어가기를 희망한다.
㈜티로보틱스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의 진공 로봇 사업과 자동차·이차전지 등 분야의 물류 로봇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2008년 8세대 LCD 건식 식각용 진공 로봇을 국내 최초로 개발하며 두각을 나타냈고, 현재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진공 로봇 기업으로 성장했다. LG디스플레이,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등이 주요 고객이다.
 이번 호 PDF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