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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ging Tomorrow>R&D Note
미래 섬유로 각광받는 슈퍼섬유 개발
첨단 소재 신시장 열린다
고탄성 방향족 폴리에스터 섬유 소재
국산화 기술개발
| ㈜삼환티에프
김광균 사진 서범세

섬유라고 하면 의류에 쓰이는 소재를 떠올리기 쉽지만 그 쓰임새는 무궁무진하다.
고부가가치 소재로 각광받는 ‘슈퍼섬유’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릴 만큼 첨단 산업의 발전과 함께 수요와 용도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일본이 독점하고 있는 슈퍼섬유의 하나인 LCP 소재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LCP | 친환경·고효율·저비용의 고성능 유기섬유 소재.
일본 의존도 탈피 위해 LCP 소재 국산화 도전
섬유는 의류뿐 아니라 생활용품, 산업자재, 섬유강화 복합재 등 폭넓은 분야에서 활용되는 기초 소재다. 원료와 제조 기술에 대한 혁신적인 연구개발이 지속되면서 첨단 산업 분야로 그 쓰임새가 확대돼왔다. 첨단 산업 분야의 핵심 소재로 가치가 높아지면서 고부가가치 신소재로 각광받는 슈퍼섬유에 대한 개발 경쟁과 투자도 활발해지고 있다.

슈퍼섬유는 일반 섬유보다 강도가 월등히 높거나 고열에 견딜 수 있는 내열성·난연성이 우수한 고성능 섬유 소재다. 아라미드·폴리페닐렌 설파이드PPS·액정고분자LCP 섬유와 같이 고강도·내열성·내화학성 등이 우수한 슈퍼섬유는 자동차·우주·항공·전자 등 다양한 첨단 산업 분야에 활용된다. 그중에서도 친환경·고효율·저비용 등 우수한 특징을 갖는 LCP는 전기전자 부품, 기계 부품, 음향기기, 화학장치, 스포츠용품 등의 산업에 폭넓게 사용되고 있으며, 향후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은 신소재로 꼽힌다. 하지만 제조 과정이 까다롭고 일본 기업이 세계 시장의 90% 이상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량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실정이다.
삼환티에프는 2016년부터 LCP의 가치와 시장성에 주목해 소재 개발에 착수했다. 5년간 연구과제를 진행한 끝에 국내 최초로 고강력 열방성 액정 폴리에스터TLCP 섬유 개발에 성공했다. 고강도의 물성을 지녀 해양 로프나 컨베이어벨트 등에 활용되는 TLCP 섬유 소재 개발에 성공했지만 내진동 및 진동 흡수율이 우수한 고탄성률의 물성을 갖는 방향족 폴리에스터MLCP 섬유 개발은 아직 시도된 바 없었다. 높은 기계적 물성과 함께 진동과 충격 흡수 성능이 우수한 섬유가 개발된다면 보다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가능성을 기대해볼 수 있다. 특히 국내에서 최근 급증하고 있는 지진 혹은 건축물 붕괴에 대비한 토목건축용 내진 및 구조 보강 복합재 분야의 수요도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주목한 삼환티에프는 2020년 4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인장탄성률 800g/den. 이상의 고탄성 방향족 폴리에스터 섬유 소재 및 이를 이용한 토목건축용 복합재 개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는 크게 두 단계로 진행됐다. 1단계는 고탄성 수지를 사용한 섬유화 기초 연구와 토목건축용 복합재 제조를 위한 기초 설계 연구가 목표였다. 2단계는 1단계에서 진행한 기초 연구를 토대로 실제 섬유 소재를 개발하기 위한 최적화 조건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상용화가 가능한 수준의 MLCP 제조 기술 확보와 토목건축용 복합재 제조 기술 및 현장 적용 가능한 최적화 모듈 개발이 핵심이었다.
국내 최초 고탄성 LCP 소재 개발 성공
LCP는 온도에 매우 민감한 소재다. 용융방사(화학섬유를 만드는 방법의 하나)가 가능한 소재지만 섬유 제조 과정에서 온도에 의해 분해되기 쉬운 특성을 지녔다. LCP 섬유 소재를 개발하는 데는 두 단계의 공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 우선 용융방사를 통해 섬유를 제조하고, 그 후 물성을 강화하기 위해 열처리 공정을 거쳐야 한다. 열처리를 하게 되면 강도가 2배 이상 높아지기 때문에 높은 강도를 요하는 용도로 제품화하려면 열처리 공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질소 농도가 조금만 낮아져도 원사가 산화하거나 물성이 저하돼 섬유가 끊어지기 쉽다. 이처럼 열처리 공정은 기술적 난도가 매우 높고 섬세한 작업이 요구된다. 삼환티에프는 열처리 공정의 최적 조건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고 그만큼 시행착오도 많았다. 열처리 공정을 위한 설비를 따로 개발하고 공정 조건을 최적화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한 끝에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성공적으로 MLCP 섬유를 제조할 수 있었다.

삼환티에프는 연구개발을 통해 MLCP 개발을 위한 최적의 용융방사 공정 조건과 제조 기술은 물론, 사업화 규모의 양산화 기술까지 확보했다. 물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열처리 조건과 시스템 개발에도 성공했다. 이로써 전량 일본 수입에 의존하던 LCP 섬유 소재의 국산화 기술을 확보하고, 사업화 규모의 양산 시스템과 인프라까지 구축하는 성과를 거뒀다.

토목건축용 보강 복합재 시제품 개발을 완료한 것도 커다란 성과다. 실제 산업 분야 적용 가능성을 보여준 첫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내진 보강은 내진설계가 이뤄지지 않은 건축구조물에 지진을 견딜 수 있도록 구조물을 보강하는 기술로, 최근 탄소 섬유와 아라미드 섬유 등 산업용 섬유를 콘크리트 표면에 접착해 내력을 보강하는 신소재 섬유 접착 공법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선 내진 성능 향상을 위해 일본에서 직물을 수입해 사용하는 실정이었으나 이번 LCP 섬유 소재의 국산화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소재 국산화로 응용 분야 확대, 후속 연구 활성화 기대
MLCP 섬유는 다른 섬유에 비해 우수한 특성을 지닌 만큼 시장성도 유망하다. MLCP는 섬유 제조 과정에서 강산을 용매로 사용하는 아라미드 섬유와 달리 용융방사가 가능해 용매 회수가 불필요하고 독성물질이 발생하지 않아 친환경적이다. 아라미드·탄소 섬유 등 다른 섬유들과 비교해 효율이 높고 비용이 적게 들며 생산성이 높은 특징이 있는 데다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지녔다. 극한 환경에서도 우수한 기계적 물성과 내구성을 보이며, 진동 감쇠(진동을 줄이거나 방지하는 특성) 효과가 우수해 토목·건축 분야뿐 아니라 자동차 내장재, 스피커 흡음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MLCP 섬유를 자동차의 내·외장재에 적용하면 차량의 무게를 낮출 수 있어 온실가스 배출 감소, 연비 개선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내진동과 진동 흡수율이 우수한 만큼 차량 스피커에 적용하면 무게를 줄이고 풍부한 입체 음향을 구현할 수 있다. 또 베임 방지 기능이 우수해 안전방호용 신발과 안전장갑, 방검복, 가방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삼환티에프는 이미 안전방호용 예초 장화, 안전장갑 등 다양한 용도의 시제품을 제작하고 실증 테스트를 거치며 상용화 가능성을 타진 중이다. 이와 더불어 2022년부터 한국전력공사, KAIST와 함께 ‘그래핀·TLCP 섬유 기반의 초경량·대용량 전력선’ 개발을 진행하며 LCP 섬유의 응용 분야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LCP 섬유에 대한 연구개발이 미진한 상황에서 소재 국산화는 물론 상용화 기반 확보, 응용 제품 연구개발까지 사회적 가치 창출의 가능성을 열고 있는 삼환티에프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Mini Interview
안유진 ㈜삼환티에프 기술연구소장
(신섬유사업부 이사)
섬유 소재 개발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LCP 섬유를 생산하기 위한 최적의 공정 조건을 개발하는 과정이 힘들었다. 소재의 물성을 강화하려면 열처리 공정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데, 질소 농도가 조금이라도 낮아지거나 열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스를 적절히 제거해주지 않으면 산화되거나 물성이 저하된다. 또한 LCP 섬유 소재 생산을 위한 최적의 장비도 따로 갖춰야 한다. 5년간 과제를 진행하는 동안 공정 조건을 조정해가며 장비를 수십 번 뜯어고쳤다. 밤을 새우기 일쑤였고 팔에 화상을 안 입은 연구원이 없을 정도다. 열처리 공정의 안정화를 위한 연구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R&D 과제 수행으로 얻은 가장 큰 성과라면?
처음 정부 지원 과제를 수행할 땐 원사를 1kg밖에 뽑지 못했다. 과제 수행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할 만한 것은 장비다. 장비 스펙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LCP 소재 생산을 위한 최적의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는 동안 장비 설계를 반복하면서 최적의 설계 조건을 얻었고, 이를 통해 품질 높은 원사를 10kg까지 뽑을 수 있게 됐다. LCP 소재 생산에 최적화된 기반 시설을 확충했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가 아닐까 싶다.
정부 R&D 지원과 관련해 도움이 됐다거나 추가로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정부 지원이 없었다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생산 인프라를 갖추기 힘들고, 도전적인 연구에 뛰어들 시도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향후 제품화에 대한 가능성까지 타진하면서 질 높은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 정부 R&D의 큰 장점이다. 다만, 연구개발로 우수한 성과를 낸 기업의 기술이나 제품을 관련 산업에 실제 적용할 수 있도록 일정 정도 수익을 보장해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한 지금까지 정부 지원은 주로 태섬사(굵은 섬유) 위주로 이뤄졌는데 앞으로는 세섬사(얇은 섬유) 개발에도 지원이 이뤄졌으면 한다. 그렇게 되면 응용 분야 확대를 위한 후속 연구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향후 계획이나 목표가 궁금하다.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국가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우수한 품질의 LCP 소재 연구를 지속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태섬사와 더불어 세섬사 분야까지 연구개발을 확대할 계획이다.
㈜삼환티에프
기능성 섬유 소재와 산업용 섬유 소재를 자체 개발·양산하는 섬유 소재 전문 기업이다.
합성수지에 친환경 유·무기 소재를 혼합해 다양한 종류의 기능성 원료와 제품을 개발·생산하고 있다. 섬유업계 최초로 섬유의 표면층에 나노급 소재를 균일하게 분포시키는 첨단 기술로 신기술NET 인증을 획득했다. 슈퍼섬유의 하나인 LCP 소재 방사 기술과 방사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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