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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ism>공학자의 시선
렌즈의 한계를 넘어,
산술 광학 영상의 미래

광학 하드웨어와 인공지능의 융합이 그려내는 차세대 영상 패러다임.

주철민 연세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

단 한 번의 촬영으로 삼차원 구조를 측정하고, 넓고 깊은 영역에서 고해상도 영상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면 어떨까.
한때 공상에 가까웠던 이 질문은 광학과 인공지능이 손을 맞잡은 지금 빠르게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렌즈의 시대를 넘어 산술의 시대로
전통적인 광학 영상 시스템은 정밀하게 가공된 다수의 렌즈와 필터, 고가의 광원과 카메라가 결합된 거대한 하드웨어 위에서 작동해왔다. 생체 현미경과 반도체 계측장비가 대표적이다. 광학 설계 전문가가 최상의 품질을 끌어낼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교하게 구축하고, 영상 후처리 전문가가 다시 알고리즘을 적용해 결과물을 다듬는 방식이 수십 년간 표준이었다.

산술 광학 영상은 이러한 분업의 사슬을 끊어낸다. 광학적 영상 전달 과정 자체를 인공지능 기반의 최적화·추론 과정에 통합함으로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처음부터 하나의 시스템으로 설계되는 것이다. 그 결과 우리는 새로운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됐다. 고해상도 영상을 얻기 위해 반드시 렌즈가 필요한가? 초점이 맞지 않은 물체를 보기 위해 카메라를 굳이 움직여야 하는가? 삼차원 정보를 얻으려면 정말 여러 번의 촬영이 필요한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이 바뀌는 순간, 광학산업의 지형도 함께 바뀐다.
더 깊게, 더 빠르게 보는 기술
연세대학교 연구팀은 광학 물리와 인공지능을 결합해 산업 현장에 실제로 적용 가능한 산술 광학 영상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영상 면적과 해상도, 그리고 영상 심도의 한계를 동시에 넘어서는 시도다. 고배율 현미경은 본질적으로 영상 심도가 얕다는 약점을 안고 있어, 두꺼운 시편을 관찰하려면 초점을 옮겨가며 수십〮수백 장의 영상을 찍고 합성해야 한다. 시간과 비용이 함께 늘어나는 이유다.

연구팀이 선보인 해법은 인공지능으로 설계한 이진二進 광 위상구조와 신경망 기반 영상 복원 알고리즘의 결합이다. 두 개의 단차로 이루어진 투명 유리 광학소자는 제작이 쉽고 대량생산이 가능하며, 광학계 조리개 단에 끼워 넣는 것만으로도 손쉽게 적용된다. 이 단순한 부품 하나가 영상 심도를 기존 현미경 대비 수십 배까지 끌어올린다. 현재 이 기술은 병리 진단과 반도체 소자 계측·검사 분야에서 산업화 검증이 진행되고 있으며, 머지않아 임상과 생산 라인에서 그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 ❶ 이진 광 위상구조 : 빛의 위상Phase 정보를 0과 1, 혹은 두 가지 상태의 디지털 신호처럼 이진화하여 제어하는 광학적 설계.
E2E-BPF 현미경을 통한 쥐 신장 조직의 다중 색상 형광 영상 결과
DNA Tubules F-actin | 2 mm
기존 현미경
E2E-BPF
전통적인 현미경은 시료의 깊이가 달라지면 초점이 흐려져 여러 번 나누어 촬영해야 하지만, E2E-BPF(이진 위상 필터) 기술이 적용된 이 현미경은 한 번의 촬영만으로도 초점 이동 없이 다양한 깊이의 조직 구조를 시각화한다.
기술을 넘어 산업으로
최근 인공지능의 비약적인 발전 덕에 단일 촬영만으로 삼차원 구조, 초분광 정보, 복굴절 특성까지 동시에 끌어내는 기술이 잇따라 가능해지고 있다. 광학 영상이 형성되는 물리적 과정을 모델 안에 통째로 녹여 넣는 접근은 더 단순하면서도 더 정밀한 시스템을 가능하게 한다. 여기에 에지 컴퓨팅과 아날로그 PIMProcess in Memory 기술이 결합되면, 영상 취득과 동시에 실시간으로 고차원 정보를 처리하는 차세대 광학 영상 장비의 출현이 곧 가시화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가능성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물리 모델과 데이터 기반 모델 간의 정합성, 다양한 환경에서의 안정성, 그리고 산업 현장에서의 신뢰성 확보가 중요하다. 또한 광학·전자공학·컴퓨터과학을 아우르는 융합 연구가 필수적이며, 이를 위한 학문적·산업적 협력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지난 10년간 세계 각국에서 산술 광학 영상기술에 대한 연구가 급격히 증가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발전이 아니라, ‘보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패러다임 전환의 신호다. 이제 우리는 렌즈의 한계를 넘어, 계산을 통해 세계를 재구성하는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

매년 어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지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산술 광학 영상의 지평은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렌즈가 만들어온 시대의 끝자락에서, 알고리즘이 빛을 빚어내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 그 변곡점에 서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 분야에 몸담은 모든 이들에게 더없이 흥분되는 일이다.
주철민 연세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
광학 하드웨어와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통합 설계하여 기존 광학계의 한계를 극복하는 ‘산술 광학 영상’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물리적 현상을 데이터로 재구성함으로써 바이오 현미경부터 반도체 계측까지 정밀 영상기술의 새로운 지평을 넓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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