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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ism>공학자의 시선
소재 기술로
희토류 만리장성을 넘다
이정구 한국재료연구원 책임연구원

스마트폰부터 전기차, 드론에 이르기까지 현대 첨단 산업의 심장부에는 언제나 강력한 자기장을 뿜어내는 ‘네오디뮴 자석’이 자리하고 있다.
첨단산업의 필수재이자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가 높은 희토류 영구자석 기술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희토류 공급망 문제 해결을 위한 소재공학의 미래 지향점을 공학자의 시선으로 전달한다.

미래 혁신을 선도하는 희토류
눈에 잘 보이진 않지만 영구자석은 일상생활에서 항상 우리와 같이 있다. 매일 손에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 가정과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PC와 노트북, TV, 세탁기, 청소기 등 헤아릴 수 없는 제품에 영구자석이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또한 전기차와 드론은 이제 거대한 산업군을 이루었고, 피지컬 Al라는 무시무시한 놈(?)이 등장해 미래 사회의 혁신을 일으키려 하고 있다. 하지만 영구자석 없이 미래 사회의 혁신은 불가능하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영구자석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Nd-Fe-B계 자석(이하 네오디뮴 자석)이다.

영구자석이란 한번 자화되면 외부전원 공급 없이도 자체적으로 강력한 자기장을 반영구적으로 생성하는 물질이고, 그 자기장은 원자 내 전자들의 회전운동에 기인한다. 즉 전자의 회전운동이 자기장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형성된 원자 자기장은 결정 내에서 한 방향으로 향하는 힘(자기이방성)이 강해야만 영구자석으로 사용될 수 있다. 철과 희토류가 만나면 이러한 자석의 자기이방성이 매우 강해진다. 특히 중희토류인 터븀Tb과 디스프로슘Dy을 첨가하면 자기이방성을 훨씬 더 높일 수 있기 때문에 특히 고온 환경에서 이방성이 감소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전기차 구동 모터의 경우 실제 주행 중에 작동온도가 섭씨 150℃ 이상 상승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고온에서도 높은 자력을 유지하기 위해 좀 더 높은 자기이방성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중희토류 사용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2010년 중·일 외교 분쟁으로 촉발된 희토류 파동을 계기로 희토류 생산을 거의 독점해왔던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시작하면서 전 세계가 희토류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중희토류는 생산량이 매우 적을 뿐 아니라 현실적으로 중국에서만 생산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최근 중국의 수출 통제로 전 세계 관련 산업 제조 현장에서 심각한 생산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네오디뮴 자석에서 중희토류 사용을 극저감하거나 완전 배제하는 것이 매우 시급한 실정이다. 중희토류를 사용하지 않고 고온 환경에서 사용하기에 충분한 높은 자기이방성을 달성하는 유일한 방법은 영구자석의 미세구조를 정밀 제어하는 것이다.
전략 희토류 사용량 극감을 위한 미세구조 정밀 제어 기술
희토류는 주기율표에서 란타넘 계열 15개 원소와 스칸듐Sc·이트륨Y을 포함한 17개 원소를 말한다. 이 가운데 네오디뮴 자석 제조에 사용되는 원소는 중희토류인 Tb·Dy와 경희토류인 네오디뮴Nd·프라세오디뮴Pr이다. 미세구조 정밀 제어로 이러한 전략 희토류 사용량을 배제·저감하기 위한 핵심기술은 ① 입자 미세화 기술 ② 입계 확산 기술이다.

입자 미세화 기술이란 영구자석 결정립을 현재 수 마이크론 크기에서 이론적으로는 단자구Single Domain 크기인 약 300나노미터까지 작게 만드는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네오디뮴 자석은 분말 야금 공정을 통해 제조되고 있다. 따라서 입자 미세화를 위해서는 기존의 수 마이크론 크기의 출발 합금 분말을 최대한 작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톱다운Top-down 방식인 젯밀Jet-milling 공정을 대체할 새로운 합금 분말 제조공정 개발이 필요하다. 환원-확산Reduction-Diffusion 공정은 버텀업Bottom-up 방식으로 1마이크론급 분말 제조가 가능하다.
VS
환원 확산 공정 기반 극미세 희토 합금 분말(왼쪽)과 기존 젯밀 공정 기반 희토 합금 분말(오른쪽).
한편 이렇게 제조된 분말은 성형 후 고온에서 소결을 통해 영구자석으로 제조되는데, 고온 소결 과정에서 결정립 성장이라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러한 결정립 성장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도 입자 미세화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이렇게 제조된 네오디뮴 소결자석은 미세한 결정립들과 결정립 경계면인 결정립계로 이루어져 있다. 결정립계에는 다수의 조직학적인 결함이 존재하고 철의 함량이 높아, 결정립 간에 자기적인 커플링을 유도해 자기적 특성 저하를 유발한다.

입계 확산 기술이란 이러한 계면 결함을 제거하고 결정립 간의 자기적 커플링을 억제하기 위해 정밀하게 설계된 저융점 확산물질을 자석 표면에 도표한 후 열처리해 결정립 계면을 따라 정밀 확산시키는 기술이다. 이러한 입계 확산 공정에서도 결정립 성장이 발생하기 때문에 결정립 성장 억제가 중요하다. 본 연구팀에서는 최근 ‘2단계 입계 확산 공정 기술’을 개발해 입계 확산 공정 중의 결정립 성장을 억제함에 따라, 중희토류를 사용하지 않고도 매우 높은 보자력(자기이방성과 동일한 개념)을 가지는 네오디뮴 자석을 제조할 수 있었다.

한편 네오디뮴 자석 무게의 약 30%를 차지하는 경희토인 Nd도 수요 급증에 따라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Nd 사용량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가 앞으로의 기술경쟁력에서 매우 중요하다. 본 연구팀에서는 네오디뮴 자석에서 Nd를 세륨Ce으로 치환하는 연구를 수행해오고 있다. Ce는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매장량과 생산량이 많아 수급 문제가 없을 뿐 아니라, 산업 활용도가 적어 가격이 Nd의 거의 1/100 수준으로 저렴하다. 따라서 Nd 일부를 Ce로 대체할 경우, 희토류 수급 문제 해결뿐 아니라 자석 부품의 가격경쟁력까지 확보할 수 있다.
희토류 매장량 : 희토류는 결코 희귀한 원소가 아니다. 세륨Ce 매장량은 구리Cu와 비슷할 정도로 풍부하다.
하지만 네오디뮴 자석에서 Nd를 Ce로 치환하면 자석의 성능이 크게 저하되는 문제가 있다. 그 원인을 규명한 결과, Ce 첨가에 따라 자석 내에 Ce가 응집된 불필요한 비자성 입자의 형성이 자기 특성 저하를 유발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따라서 이러한 불필요한 비자성 입자 형성을 억제하기 위해 멜트스핀법과 저온 이방 벌크화가 가능한 열간 변형 공정을 이용해, 불필요한 비자성 입자를 포함하지 않는 Ce 치환형 전구체 분말과 최종 고특성 영구자석 제조에 성공했다. 현재 Ce 약 30% 치환 네오디뮴 자석 소재 기술을 기반으로, 실증연구와 더불어 Ce 치환량을 30% 이상으로 늘리면서 고특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 개발도 진행 중이다.
한국재료연구원에서 개발한 멜트스핀법과 열간 변형법을 적용해
세륨의 함량을 높인 자석 원료들과 하이브리드 자동차 구동 모터용 영구자석.
폐자석 재활용을 통한 희토 자원 선순환 생태계 구축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희토류 생산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희토류는 전적으로 해외 수입에 의존해야 한다. 소재 기술 개발을 통해 네오디뮴 자석에서 전략 희토류를 최대한 줄일 수는 있어도, 당분간 비희토류로 완전 대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 한편 가전과 전기차 등에서 배출되는 폐자석량이 해가 갈수록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폐자석을 재활용해 국내 희토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지금부터 매우 중요하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네오디뮴 자석에는 약 30%의 희토류가 포함돼 있어, 희토류 광산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고품위 희토류 자원을 얻을 수 있다. 사실 희토류 매장량 자체는 적지 않지만 지각 중에 매우 낮은 농도로 섞여 있어 분리·정제가 매우 힘들고, 이 과정에서 엄청난 환경오염과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그 때문에 중국보다 훨씬 빠른 1960년대부터 희토류를 생산한 미국이 2002년 생산을 중단했다. 한편 중국은 희토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수십 년 동안 분리·정제 기술을 확보하고 전 세계 생산을 독점해, 오늘날 희토류를 강력한 외교 카드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폐자석 재활용은 희토류 수급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그 중요성이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폐자석 재활용 기술 개발은 폐자석에서 희토류를 분리·정제하는 것과 자석으로 직접 재사용하는 것으로 나누어 접근할 수 있다. 특히 후자의 경우는 폐자석을 분말화한 후 탈산소 처리를 거쳐 다시 자석 출발 합금 분말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엄청난 친환경 공정이다. 여기서 중요한 기술이 폐자석 분말에서 잔류 산소 농도를 줄이는 것이다. 이 공정에도 위에서 언급한 환원 확산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 본 연구팀에서는 이러한 폐자석 직접 재활용 기술로 자기 특성을 실제 자석의 90% 이상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단, 이러한 개발 기술이 산업적으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폐자석을 효율적으로 수집·분리할 수 있는 회수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올해부터 정부에서도 폐자석 회수 체계 구축 사업과 비축 사업을 시작해 폐자석 확보에 나서는 만큼, 가까운 미래에 폐자석 재활용이 폐배터리 재활용과 함께 국내의 새로운 산업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정구 한국재료연구원 책임연구원
일본 오사카대학에서 재료공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6년 한국재료연구원에 입사해
영구자석 소재 개발 연구에서 국산화를 위한 실증화까지 전 주기로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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