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창 열기
R&Dism> 슬기로운 기술 생활
지구촌 신세계를 이끌어갈
2025년 유망 기술
김형자 과학 칼럼니스트

글로벌 리서치 기업 가트너Gartner가 ‘2025년 주목해야 할 10대 전략 기술 트렌드’를 발표했습니다.
2025년은 인공지능을 앞세운 기술이 활발할 전망입니다. 내년 한 해 동안 지구촌 세계를 이끌어갈 가장 눈여겨봐야 할 기술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인공지능의 다음 단계, 에이전틱 AI
지금 우리의 삶은 인공지능AI과 접목해 있습니다. 특히 생성형 AI인 챗GPT 기술이 대중화되면서 이를 활용한 기업들이 크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챗GPT는 대표적인 대화형 AI로, 사람의 언어인 자연어 처리NLP 기술을 통해 사람이 질문하면 답을 제공합니다. 거대 언어 모델인 챗GPT가 빅데이터로 깊이 있게 학습해 스스로 언어적 능력을 키웁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AI 자동화는 엄밀히 말해 수동적 자동화에 가깝습니다. 만약 세탁기를 돌리려면 먼저 사람이 세탁물의 종류와 양을 직접 설정해주어야 합니다. 또 혁신적으로 보이는 생성형 AI 서비스도 원하는 결과물을 얻기 위해 프롬프트 엔지니어링Prompt Engineering이라는 특별한 명령 기술을 입력해야 합니다.

프롬프트는 챗GPT가 텍스트를 입력받고 이에 대한 응답을 생성할 때, 입력하는 텍스트 또는 질문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AI가 최적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AI 프롬프트를 작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개발 방법론이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인 셈입니다.

그런데 가트너는 2025년에는 이처럼 수동적 자동화가 아닌 자율형 AI, 즉 ‘에이전틱 AIAgentic AI’가 필수 기술로 자리 잡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에이전틱 AI는 사용자가 정의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율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하는 AI입니다. 여러 출처로부터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해 독립적으로 문제를 분석하고 전략을 개발합니다.

예를 들어 “친구가 다음 주에 강릉 정동진에 올 예정이고, 정동진 해변을 바라보면서 일출 하이킹 관광을 시켜주고 싶은 상황입니다”라는 요청을 한다면, 에이전틱 AI는 “제 친구가 정동진에 오는데 내일 아침 일출을 같이 보고 싶어요. 전망 좋은 장소를 찾아주시고, 운전 시간과 일출 시간을 확인해서 우리가 갈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고려해 캘린더 일정을 잡아주실 수 있나요?”라고 질문을 정리합니다.

그런 다음 센서, 데이터베이스, 디지털 인터페이스 등 다양한 출처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처리합니다. 이를테면 크롬 실행 → 구글 검색(정동진에서 전망 좋은 장소) → 지도앱 실행 → 사용자의 지역과 일출 장소 사이의 거리 검색 → 구글 검색(내일 일출 시간) → 캘린더 실행 → 일정 등록 및 이동 시간을 고려한 출발 시간 등을 계산해 알려줍니다.

이처럼 에이전틱 AI는 더 높은 자율성을 부여해 더 넓은 영역에서 더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게 합니다. 정교한 추론과 반복적인 계획을 사용해 복잡한 다단계 문제를 자율적으로 해결합니다. 에이전틱 AI 기술이 추구하는 목표는 다양한 작업을 처리할 수 있는, 보다 적응력 있는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에이전틱 AI는 특히 방대한 양의 의료와 환자 데이터를 분석해야 하는 의료 분야에 필수적입니다. 행정 작업을 자동화해 환자 진료 시 임상 기록을 저장,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작업의 부담을 줄임으로써 의사는 환자와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집중할 수 있습니다.

가트너에 따르면, 2024년에는 에이전틱 AI가 일상 업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전혀 없었지만, 2028년까지는 최소 15%를 에이전틱 AI가 자율적으로 처리할 것으로 예측합니다. 이는 가상 인력의 가능성을 제시해 산업 전반의 생산성과 운영을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됩니다.
새로운 현실 만드는 ‘공간 컴퓨팅’
진작부터 거론돼온 ‘공간 컴퓨팅Spatial Computing’이 선정된 부분도 흥미롭습니다. 공간 컴퓨팅이란 디지털로 이루어진 컴퓨터 속의 가상 세계와 아날로그인 현실 세계로 서로의 공간을 확장하며 연결하는 컴퓨팅 기술을 아우르는 용어입니다.

쉽게 말해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과 같은 디지털 기술을 통해 현실과 가상 세계를 혼합해서 물리적 세계를 디지털화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용자가 특정 장소로 이동하지 않아도 다양한 공간 속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하는 현장(콘서트)을 만들거나, 사용자가 원하는 장소(관광지)가 사용자에게 찾아오는 형태를 제공합니다.

특히 실시간으로 현실과 같은 환경, 조명, 질감 등을 생성해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렌더링Rendering’ 기술은 공간 컴퓨팅을 통한 사용자 몰입을 극대화하고 활용 분야를 확장하는 데 가장 핵심적인 요소입니다. 이 기술은 산업체가 공장, 작업 현장, 창고에서 근무하는 일선 근로자의 작업을 최적화하는 방식을 디지털로 혁신할 잠재력을 갖습니다.

현재 실시간 렌더링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공간 컴퓨팅 시장 역시 향후 5~7년 내에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가트너는 2023년 1100억 달러에 불과했던 공간 컴퓨팅 시장이 2033년이면 1조700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2개 이상의 작업을 수행하는 스마트 ‘다기능 로봇’
공간 컴퓨팅은 ‘다기능 로봇Polyfunctional Robots’과도 연결됩니다. 다기능 로봇은 두 개 이상의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스마트 로봇을 말합니다. 단일 작업만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도록 맞춤 설계된 기존의 작업 전용 로봇을 대체하는 게 목적입니다.

다기능 로봇은 하나의 로봇이 다양한 작업을 자동으로 하기 때문에 생산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하나의 단일 작업만 하는 로봇보다 훨씬 경제적입니다. 또 인간과 협업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작업의 정확도와 안전성이라는 측면에서도 효율적입니다.

제조업이나 창고 등에서 사용할 다기능 로봇이 구현되려면 그만큼 정밀한 로봇 센서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로봇이 물리적 신호에 반응할 수 있는 그리퍼Gripper와 같은 부품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퍼는 사람의 동작을 흉내 내는 ‘동작 감지기’입니다. 사람의 손가락처럼 물체를 쥐거나 조이고, 다루고, 풀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장비입니다.

현재는 스마트 다기능 로봇 사용 비율이 10% 미만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내년에는 한층 고급화된 다기능 로봇이 널리 보급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가트너는 2030년쯤엔 80%의 인구가 스마트 다기능 로봇을 일상적으로 사용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작업에 따라 최적화된 컴퓨팅 자원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컴퓨팅’
새로운 컴퓨팅의 또 다른 대안으로 ‘하이브리드 컴퓨팅Hybrid Computing’이 각광받을 전망입니다. 하이브리드 컴퓨팅은 기존의 컴퓨터(호스트 기반 시스템)와 이종적인 기기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연산 능력이 강화된 컴퓨터를 만들어내거나 그에 관련된 기술을 지칭합니다.

이를테면 현재 존재하는 7가지 컴퓨팅 체계, 즉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에지 컴퓨팅, 주문형 반도체, 신경형 시스템, 양자 컴퓨팅, 광 컴퓨팅을 스토리지 및 네트워킹과 효율적으로 결합해 새로운 개념의 초고효율 컴퓨팅을 구축하는 것을 말합니다. 다양한 컴퓨팅 체계를 통합해 각각의 컴퓨팅 자원이 가진 고유한 장점을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하이브리드 컴퓨팅은 컴퓨터의 연산 능력을 획기적으로 올리는 고성능 컴퓨팅 기술의 하나입니다. AI 성능을 극대화해 복잡한 계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최대 목적입니다. 다중 컴퓨팅 구조를 통해 각 작업의 성격에 맞는 최적화된 컴퓨팅 자원을 선택해 사용하는 것이 바로 하이브리드 컴퓨팅의 핵심입니다. 기존의 전통적인 CPU 중심의 컴퓨팅 방식은 다양한 유형의 복잡한 작업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CPU는 범용적인 처리 능력을 제공하지만, 특화된 작업을 처리하는 데는 상대적으로 성능이 낮습니다. 머신러닝(기계학습)과 같은 계산 집약적 작업에서는 CPU보다 GPU나 TPU(텐서처리장치)와 같은 특수 하드웨어가 훨씬 더 빠르고 효율적입니다.

디지털 정확도와 아날로그 속도가 균형 있게 조화를 이룬 하이브리드 컴퓨팅은 대규모 데이터 처리와 고성능 연산이 필요한 현대의 정보기술IT 환경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특히 물리적 현상을 모델링하거나 실험을 수행하거나 일기예보, 비행 시뮬레이션 분야와 같이 두 가지 유형의 처리가 모두 필요한 작업에 적합합니다. 가트너는 하이브리드 컴퓨팅이 현재 AI 개발의 기술적 한계를 뛰어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 ❶ 에지 컴퓨팅: 단말장치 등 사용자와 가까운 기기에서 컴퓨팅을 수행해 중앙 클라우드의 데이터 처리 부담을 분산하는 네트워크 기술
  • ❷ TPU(텐서처리장치): 구글이 2015년 개발하고 2016년 5월에 공개한 데이터 분석 및 딥러닝용 하드웨어
또 다른 주요 전략 기술들
2025년 유망 기술로 가트너가 선정한 또 다른 기술들로는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를 구축하기 위한 ‘AI 거버넌스 플랫폼’, 정보의 진위 여부 평가, 유해 정보 확산 추적을 위한 방법론적 시스템을 제공하는 ‘허위 정보 보안’, 양자 컴퓨팅 환경에서 안전하게 암호 기술을 이용하도록 하는 공개키 암호인 ‘양자내성암호’, ‘앰비언트 인비저블 인텔리전스’ 등이 있습니다. 앰비언트 인비저블 인텔리전스Ambient Invisible Intelligence는 다양한 사물과 환경의 위치와 상태를 추적하기 위해 작고 저렴한 태그와 센서를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 친환경 에너지를 채택하거나 더 효율적인 하드웨어로 전환하는 ‘에너지 효율적 컴퓨팅’, 뇌 활동을 읽고 해독하는 기술을 사용해 인간의 인지 능력을 향상시킬 ‘신경학적 향상Neurological Enhancement’이 2025년 주목해야 할 10대 전략 기술 트렌드로 선정됐습니다. 이 같은 첨단 기술들이 내년 한 해 동안 국제 산업계를 이끌어갈 핵심 기술로 부상해 우리 생활 속까지 파고들기를 기대합니다.
김형자
청소년 과학 잡지 <Newton> 편집장을 지냈으며, 현재 과학 칼럼니스트와 저술가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구멍에서 발견한 과학>, <먹는 과학책> 등이 있다.
 이번 호 PDF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