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사는 지구는 매 순간 우주에서 날아오는 수많은 입자로 가득 차 있다. 특히 뮤온Muon이라는 입자는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대기권에서 생겨나 지표에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다. 이 뮤온은 과학자들이 희미한 신호를 포착하려고 할 때 방해가 되는 입자다. 마치 조용한 곳에서 속삭임을 듣고 싶은데 주변에서 계속 큰 소음이 들리는 것과 같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깊은 땅속으로 내려간다. 땅이 두꺼운 방패막이가 되어 우주에서 날아오는 뮤온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예미랩Yemilab은 정선군 신동읍의 예미산 지하 1000m의 깊숙한 곳에 위치하기 때문에 뮤온의 투과율이 수십만 분의 일로 줄어든다. 덕분에 밝혀지지 않은 우주 입자의
희미한 흔적을 포착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다. 세계적으로도 같은 목적의 깊은 지하 실험시설들이 많이 있는데, 그중 이탈리아의 그랑사소LNGS, 캐나다의 스노우랩SNOLAB,
미국의 샌포드 지하실험시설SURF 그리고 일본의 가미오칸데Kamiokande 등이 규모 면에서 대표적이다. 이들 연구시설은 땅속 깊이 자리해 우주 입자의 미세한 흔적을 찾는
데 앞장서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노벨상 수상자도 4명이나 배출되었다. 이제 우리나라의 예미랩 시설과 그 안에서 어떤 모험적인 실험이 진행되는지 소개하려고 한다.
→보이지 않는 우주의 퍼즐

직경과 높이가 각각 20미터, 28미터의 원통 형태로, 6,000톤의 액체섬광물질 수용이 가능하다.
액자그림은 LSC홀에 구축될 차세대 검출기의 개념도. 검게 표현된 것이 사람의 크기로 검출기의 규모를 알 수 있다.
윔프WIMP는 1980년대부터 암흑물질의 후보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윔프라는 이름은 ‘약하게 상호작용하는 무거운 입자Weakly Interacting Massive Particle’라는 뜻에서 지어졌다. 그 이름대로 물질 간 상호작용이 아주 약하기 때문에 그 존재를 선뜻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면 약하게라도 중력에 의한 상호작용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희박하게나마 보통 물질과 충돌이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희박한 충돌 확률이 있더라도 통계적으로 가능성을 검토하며, 현재 전 세계의 많은 실험그룹들이 각국의 지하에서 정밀한고도 독창적인 검출기를 제작해 실험을 진행하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굳이 지하에서의 실험을 고집하는 이유는 희박한 신호가 뮤온 등의 우주선 신호에 묻히는 것을 피하기 위함이다. 미국의 LUX-ZEPLIN, 중국의 PandaX, 이탈리아의 XENONnT 등 여러 실험실이 깊은 지하에서 윔프 검출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양양의 COSINE-100 실험은 지난 2023년 말에 정선 예미랩으로 이전하면서 개선을 거듭하였고, COSINE-100U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암흑물질을 타깃으로 후속 실험이 지속되고 있다.

현재는 정선 예미랩으로 이전하여 추가된 검출기와 함께 암흑물질을 기다리고 있다.
→유령 입자의 비밀
우주에는 빛 다음으로 많은 입자가 바로 중성미자다. 하지만 중성미자는 전기적으로 중성인데다 매우 작고 가벼운 특징 때문에 거의 모든 물질을 그냥 통과해 버린다. 그래서 ‘유령 입자’라는 별명이 붙었다. 과학자들은 중성미자가 ‘마요라나 입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마요라나 입자는 스스로 물질이면서 반물질인 입자다. 현재까지 우리가 아는 모든 물질은 디락 입자다. 디락 입자는 물질과 반물질로 엄격히 나뉘어 존재한다. 반면에 마요라나 입자는 디락 입자와 대립하는 입자라 볼 수 있다. 1937년 이탈리아 물리학자 에토레 마요라나Ettore Majorana가 처음 제시하였다. 그리곤 사라졌다. 마요라나 입자도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한 번의 베타붕괴에는 필수적으로 중성미자 한 개가 튀어나온다.



성균관대 물리학과에서 입자물리학실험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학위 후 2006년부터 현재까지 RENO 검출기 구축, SBL 검출기 제작, 양양지하실험시설 구축,
암흑물질(COSINE-100) 차폐체 제작, AMoRE-I 차폐체 제작, 예미랩 구축·운영 등을 수행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