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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생명과학,
질병 정복 앞당기는 의료 혁신
이남규 단국대학교 의생명과학부 교수
김광균 사진 서범세

의생명과학은 의학과 생명과학을 비롯한 다양한 학문과 융합 연구를 통해 미래 의료 혁신을 도모하는 학문이다. 다양한 질병의 기전을 연구하며 치료법 연구, 정밀의료, 바이오메디컬 공학 등 다양한 분야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암 대사 연구를 통해 혁신적인 치료 전략을 개발하는 데 전념하고 있는 단국대학교 이남규 의생명과학부 교수를 만났다.

의생명과학자는 주로 어떤 연구를 하는지 궁금합니다.
의생명과학자는 의학과 생명과학이 융합된 영역을 연구하며, 다양한 학문 분야와 결합해 폭넓은 연구를 수행합니다. 특정 생명현상만을 단독으로 연구하기보다는 암, 신경퇴행성질환, 감염병, 면역질환과 같은 다양한 질병의 기전을 연구합니다. 질병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를 발굴하고 개인 맞춤형 치료를 연구하는 등 정밀의료 분야에도 기여합니다. 더 나아가 바이오센서 개발, 의료 영상 분석 기술과 같은 바이오메디컬 공학 분야도 의생명과학에 포함됩니다.
  • ❶ 바이오마커: 단백질이나 DNA, RAN(리보핵산), 대사 물질 등을 이용해 몸 안의 변화를 알아낼 수 있는 지표
교수님의 연구 분야와 주요 프로젝트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세포대사생화학 연구에 초점을 맞춰 세포 내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대사 경로와 대사체의 기능을 주로 연구합니다. 기존에 최종 산물을 만들기 위한 중간단계로만 여겼던 중간대사물의 비정형적 역할을 탐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현재 가장 집중하고 있는 연구 분야는 셀레늄 대사와 비타민 B12 대사입니다. 특히 간암, 유방암, 혈액암 등 특정 암에서 이러한 대사 경로가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는데 암세포가 왜 이러한 경로를 활성화하는지, 정상 세포와의 대사적 차이를 이용해 새로운 암 치료 전략을 개발할 수 있는지를 연구 중입니다.
포항공과대학교에서 생명과학 박사학위 취득 후 매사추세츠대학교 의과대학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활동하셨습니다.
이러한 경로를 선택한 계기나 이유가 무엇인가요?
박사과정 중 특정 단백질이 암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규명하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당시 암 연구 분야에서는 대사적 관점에서 암을 바라보는 연구가 활발해지는 추세였고, 기존에 알려지지 않던 암세포의 특이적 대사 경로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암 대사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임상 샘플을 보다 쉽게 확보할 수 있는 의과대학에서 연구를 수행하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습니다. 제가 하는 연구가 치료제 개발로 이어지려면 대학교수나 연구소 선임연구원의 길을 가야 한다는 생각에 박사후 연구원 과정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생명과학을 전공했는데 그중에서도 의생명과학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암은 정상 세포와 다른 대사적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상 세포와 차별화된 암의 특이적 대사 경로를 찾아내고, 해당 경로가 암세포 생존에 필수적이라는 점을 규명할 수 있다면 이를 차단해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사멸시키는 전략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 방향에서 저는 암 대사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그중에서도 셀레늄 대사에 주목한 이유는 셀레늄이 대사를 거치면서 생성하는 ‘셀렌화수소H2Se’가 세포 내에서 셀레노 단백질 형성에 필요한 셀레노시스테인이라는 아미노산을 만들지만, 특수 상황에서는 독성을 가질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실제로 산업 현장에서 셀렌화 수소는 독성가스로 알려져 있지만, 세포 내에서는 이것이 특정 대사 효소에 의해 처리되면서 안전한 농도로 유지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효소를 저해하면 셀렌화수소가 축적되면서 암세포에 선택적으로 독성을 나타내는 현상이 생깁니다. 이러한 과정이 매우 흥미로웠고, 이를 계기로 셀레늄 대사의 새로운 기능과 치료적 활용 가능성을 더욱 깊이 연구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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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셀레늄의 항산화 효과에 대한 새로운 작용기전을 밝혀낸
이남규 교수는 앞으로 실험실 학생들이 독립적인 과학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고 말한다.
지난해 셀레늄의 항산화 효과에 대한 새로운 작용기전을 밝혀내셨는데요. 해당 연구의 주요 성과와 의의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셀레늄은 항산화제 역할, 갑상선호르몬 조절, 정자 발달 조절 등의 기능을 수행하는 필수영양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셀레늄의 주요 기능은 셀레노단백질 합성에 기인한다는 것이 정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이러한 기존의 개념을 확장해 셀레늄이 반드시 셀레노단백질 합성을 통해서만 세포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는 새로운 기전을 제시했습니다. 즉 셀레늄의 중간대사물인 셀렌화수소가 항산화물질인 코엔자임 Q를 환원시켜 세포를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셀레늄이 단순히 셀레노단백질 합성을 위한 필수영양소에 그치는 게 아니라 셀레늄의 중간대사물이 직접적인 세포 보호와 조절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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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향후 현장의 의료 활동과 치료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저희 연구는 셀레늄 대사체가 페롭토시스라는 새로운 타입의 세포 사멸을 조절하는 기전을 규명함으로써 기존 셀레늄 생물학 패러다임을 확장하는 중요한 발견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의료 및 치료적 측면에서 본다면 페롭토시스가 동반되는 퇴행성 뇌질환, 간질환, 뇌졸중 등 다양한 질환에서 안전한 농도의 셀레늄을 활용한 치료 전략이 적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의생명과학 기술이 우리의 일상과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실제 어떤 식으로 적용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의생명과학 기술은 의료, 제약, 바이오산업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도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유전체 분석 기술을 활용한 정밀의료가 발전하면서 개인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지고 있으며,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한 유전자 치료와 면역세포 치료제를 희귀 유전병과 암 치료에 이미 적용하고 있습니다. 또 재생의학과 조직공학의 발전으로 줄기세포 기반 치료와 인공 장기 프린팅 기술이 연구되고 있고,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AI를 활용한 의료 영상 판독, 신약 개발, 환자 데이터 분석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격히 발전한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 기술은 감염병뿐만 아니라 암 치료 백신 개발에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의생명과학 기술의 발전은 의료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욱 정밀하고 효과적인 치료법 개발과 건강한 삶을 위한 혁신이 지속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의생명과학자가 되려면 어떤 자질과 역량을 갖춰야 할까요? 의생명과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의생명과학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기존 지식을 습득하는 것뿐 아니라 늘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실험을 통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즐길 줄 알아야 합니다. 실험 결과를 분석하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단순한 데이터 해석을 넘어 새로운 가설을 제시하고 기존의 패러다임을 확장할 수 있는 창의적인 접근 방식도 요구됩니다. 항상 새로운 기술과 방법을 배우고 적용할 줄 아는 유연성도 중요하고요. 소통 능력과 협업 정신도 필수입니다. 의생명과학 연구는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과 협업해 진행되는 만큼 원활한 소통으로 연구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됩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작은 발견에도 기쁨을 느끼며 끊임없이 질문하고 도전하는 자세를 갖춘다면 미래의 의생명과학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도전 과제나 향후 목표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단기적인 목표는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는 우수신진글로벌 과제와 기초연구실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단국대학교 학생들이 연구자로서 탄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연구자로서 목표는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의미 있는 성과를 내는 실험실을 만들어 나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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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규 단국대학교 의생명과학부 교수
이남규 교수는 누구
포항공과대학교에서 생명과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매사추세츠 의과대학에서 박사후 연구원을 지냈다. 박사과정을 거치는 동안 자연스레 암 대사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됐으며, 자신의 연구가 치료제 개발까지 이어지길 희망한다. 의생명과학자로서 암세포가 셀레늄을 활용하는 방식과 대사 조절을 통한 새로운 치료 전략을 탐색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암 대사와 셀레늄 생물학을 접목한 연구를 통해 새로운 치료 표적을 발굴하고, 대사 조절을 기반으로 혁신적인 항암 전략을 개발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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