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의료 시장의 성장
AI를 활용한 글로벌 의료 시장이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 및 예측 전문 기관인 프레지던스 리서치Precedence Research에
따르면, 2024년 글로벌 의료 분야 AI 시장 규모는 266억9000만 달러(약 39조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대비 38.5% 증가한 수치로 의료 시장에서는 상당히
높은 증가율이다.
2024년 시장 규모도 예상을 뛰어넘는 수치지만, 더욱 놀라운 사실은 10년 후인 2034년에는 시장 규모가 23배나 성장해 6138억1000만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이 같은 성장세는 AI가 의료산업 발전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보여주는 데이터로, 많은 의료 기업이 AI를 적극 도입하고 있으며, AI 없이는 신약 개발이나 의료
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할 정도로 AI가 필수적 요소가 되어가고 있다.
국내에서도 AI 기반의 의료 기술에 대한 투자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국내 의료 AI 관련 연구개발 투자액은 총 2조2000억 원에
달하며, 매년 약 33%씩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의료산업에 활용되는 AI의 핵심 키워드
JPMHC 행사에서도 파악되었듯이 현재 첨단 의료산업을 이끌고 있는 AI의 핵심 키워드는 ‘신약 개발’과 ‘의료 진단’, 그리고 ‘의료 로봇의 활용’이다.
‣ 신약 개발
신약 개발은 기본적으로 10년이 넘는 오랜 개발 기간과 천문학적 비용이 투입되어야 하는 고난도 프로젝트다. 하지만 AI 기술의 발전으로 신약 후보물질을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냄으로써
이 개발 과정이 획기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AI 기반의 신약 개발 플랫폼들은 연구 기간을 대폭 단축하고 성공 확률은 기대 이상으로 높인 것으로 파악됐다. 예를 들어 엔비디아NVIDIA는 자체 AI 신약 개발
플랫폼인 ‘바이오니모BioNeMO’를 통해 신약 개발 과정을 혁신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이 플랫폼은 유전자 관련 데이터를 학습한 AI를 활용해 신약 개발 속도를 혁신적으로 앞당기고
있다. 또한 인실리코 메디신Insilico Medicine이 구축한 AI 플랫폼도 프로젝트를 가동한 지 불과 18개월 만에 간경화 치료제 후보물질 개발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의 알파폴드AlphaFold 같은 AI 플랫폼 역시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데 있어 일대 혁명을 일으켰는데, 이는 신약 개발의
초기 단계를 획기적으로 가속화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최근에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AI 플랫폼이 다중 치료용 단백질을 설계하는 단계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생성형 AI가 단백질의 3D 모델을 만들면, 추론과 논증에 특화된 AI가
단백질 간의 결합을 최적의 조건으로 구성하는 방식이다. 이는 기존의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던 단백질 기반 치료제 개발 과정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것이다.
엔비디아는 자체 AI 신약 개발 플랫폼 바이오니모를 통해 신약 개발 과정을 혁신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 의료 진단
의료 진단 분야에서는 이미 AI가 의사의 능력을 넘어서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특히 암 진단 같은 복잡한 의료 영역에서 AI의 정확성은 경이로울 정도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미국 스탠퍼드 의과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AI 기반 의료 영상 분석 시스템은 유방암, 폐암, 피부암 등의 진단에서 인간 병리학자보다 더 높은 정확도를 보인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초기 단계 암 진단에서 AI의 성능은 더욱 두드러졌다.
이처럼 AI는 의료 진단 분야에서도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딥러닝 기술을 활용한 이미지 분석은 암과 심장병, 그리고 신장병 등 다양한 질병의 조기 발견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진료 과정에서 확보한 의료 영상을 분석해 질병의 조기 진단을 돕고 있으며, 의료진의 업무를 지원하고 의사의 판단을 보조하는 데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구글 딥마인드는 신약 개발 외에도 안과 질환을 진단하는 AI 시스템을 통해 임상시험에서 높은 정확도를 보인 바 있다. 이 시스템은 전문의의 진단 결과와 비교해 유사한
정확도를 보여주었으며, 조기에 질병을 발견해 치료 시기를 앞당기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 외에도 AI 기반의 자연어처리NLP 기술은 복잡한 의료 기록을 읽고 중요한 내용만 뽑아 요약해주는 역할을 함으로써 의사나 간호사들이 빠르고 쉽게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들고, 음성인식 기술도 환자와 의료진이 더 잘 소통하도록 돕는 데 기여하고 있다.
특히 최근 개발된 대규모 언어 모델은 환자의 상태를 정리하고 중요한 정보를 분석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의사는 더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을 내릴 수 있고,
환자별 맞춤형 치료법까지 제안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 의료용 로봇의 발전
AI 기반의 의료용 로봇을 대표하는 모델은 수술용 로봇이다. 수술용 로봇은 수술 중 합병증 발생률을 감소시키고, 수술 시간을 단축하며, 환자의 회복 시간을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예를 들어, 로봇 수술 시스템 선구자이자 최소 침습 치료의 글로벌 기업인 인튜이티브 서지컬Intuitive Surgical의 연구에 따르면 로봇 수술은 개복 수술 대비 44% 낮은
합병증 발생률을 보였으며, 복강경 수술 대비 10% 낮은 수치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AI 기반의 로봇 수술은 수술 시간을 대폭 단축시키고 있다. 수술 로봇은 정밀도가 높아 의사가 수술 과정에서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데, 이로 인해 수술
절차가 간소화되면서 결과적으로 수술 시간이 줄어드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이 외에도 수술용 로봇을 활용하면 환자의 회복 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 로봇 수술이 최소 침습적 접근 방식을 사용하므로 출혈과 감염의 위험을 줄이고, 환자의 회복 속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는 덕분이다. 실제로 로봇 수술을 받은 환자는 전통적 수술 방법에 비해 회복 기간이 짧아진다는 것이 의료 현장의 의견이다.
한편 수술용 로봇의 경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의료용 로봇의 발전은 의료 분야의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수술뿐만 아니라 재활이나 간병, 또는
위생 관리 등 다양한 의료 서비스 영역에서 활용될 수 있는데, 예를 들면 일본 소프트뱅크SoftBank의 페퍼Pepper 로봇이 대표적이다. 페퍼 로봇은 환자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시기에 간호사를 호출하는 등 기존 간병인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절대적으로 부족한 간병인을 대체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의료의 미래를 열 AI, 그러나 보완점은?
AI는 의료 분야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AI가 의료 현장에 완전히 자리 잡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데이터 보안과 알고리즘의 편향성,
그리고 윤리적인 문제 등이 대표적인 예다.
‣ 데이터 보안
개인 의료 정보의 보안은 매우 중요하다. AI가 의료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필요하지만,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될 위험이 존재한다. 따라서 강력한
보안 시스템을 구축하고,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 알고리즘의 편향성
AI는 학습 데이터에 의존하기 때문에 학습 데이터에 편향이 존재하면 알고리즘 또한 편향될 수 있다. 이는 특정 인종이나 성별에 대한 차별을 발생시킬 수도 있으므로, AI 알고리즘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 윤리적 문제
AI가 의료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면서, AI의 책임 소재에 대한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AI의 발전이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따라서
AI 개발과 활용에 윤리적 기준을 마련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동안 AI를 활용한 의료 기술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왔다. 하지만 AI가 이룬 의료 분야의 성과는 시작에 불과하며, 미래에는 더욱 놀라운 발전이 기대된다. 앞으로 AI는
의료산업의 패러다임을 지속적으로 변화시키며 질병의 조기 진단, 맞춤형 치료, 예방의학 등 다양한 영역에서 혁신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는
AI가 의료 분야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음을 보여주는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