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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본질에서 컴퓨터 혁명까지,
양자역학의 여정
우아영 과학 칼럼니스트, <평행세계의 그대에게> 저자

양자역학은 현대 물리학에서 가장 혁명적이면서도 논쟁적인 이론이다. 동시에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기도 하다.
리처드 파인만은 “아무도 양자역학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했지만, 반도체, 레이저, 컴퓨터 등 현대 과학기술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직관을 거스르지만 결코 틀리는 법이 없는 이 놀라운 이론을 함께 들여다보자.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

카를로 로벨리 지음 / 김정훈 옮김 / 쌤앤파커스 펴냄

인류가 엿본 자연의 가장 아찔한 비밀

양자역학은 태생부터 달랐다. 우리가 ‘고전역학’이라고 부르는 물리학은 점진적으로 발전해왔다. 기존 개념을 유지하면서 더 정교한 수학적 모델이 추가됐다. 그러나 19세기 후반부터 기존 물리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실험 결과가 쌓이면서 과학자들은 익숙했던 개념을 포기해야만 했고, 양자역학이 탄생했다. 실험이 기존 패러다임을 무너뜨린 것이다.

당시 과학자들은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우리가 믿고 있던 세계가 흔들린다는 혼돈과 충격, 그러나 동시에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흥분이 공존하지 않았을까. 이 모든 감정을, 세계적인 이론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는 이렇게 표현한다.

“나는 종종 궁금했습니다. 인류가 엿본 자연의 가장 아찔한 비밀 중 하나에 처음으로 눈을 뜨고 난 후, 북해의 바람이 부는 척박한 헬골란트섬에서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바위에 올라 거친 파도를 바라보며 일출을 기다리던 젊은 하이젠베르크는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느꼈을까.”

이 책은 1925년 스물세 살의 베르너 하이젠베르크가 기존 물리학의 한계를 깨고 양자역학을 탄생시킨 순간을 출발점으로 삼아, 이후 양자역학이 어떻게 발전하고 어떤 논쟁을 불러일으켰는지를 따라간다.

사실 우리도 양자역학을 처음 접할 때 비슷한 혼란을 경험한다. 뉴턴역학에서는 모든 것이 명확한 인과관계에 따라 결정된다고 배웠는데, 양자역학에서는 입자가 동시에 여러 상태에 있을 수 있고, 관측하면 상태가 변한다는 개념이 등장한다.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이 책의 저자조차 양자역학을 이해하기가 왜 그렇게 어려운지를 설명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보는 세계는 거친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를 달에서 바라본 모습과 같습니다. 푸른 구슬의 매끈한 표면처럼 보이는 것이죠.” 자기 정체성에 앞서고 협력이 자율성을 앞선다. 우리를 우리로 만들어주는 존재는 바로 함께 ‘헤엄치는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세계적인 이론 물리학자가 들려주는 논쟁의 최전선

양자역학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양자역학을 발전시킨 과학자들이 노벨상을 휩쓸고 수많은 혁신적 기술이 탄생했지만, 그 본질에 대한 논쟁은 끝나지 않았다. 양자역학의 기초를 확립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 닐스 보어는 이렇게 말했다.

“양자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양자에 대한 추상적인 설명만이 있을 뿐이다. 물리학의 임무가 자연이 어떠한지 기술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물리학은 자연에 대해 우리가 무엇을 말할 수 있는지를 다룰 뿐이다.” 예컨대, 그 유명한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정말로 깨어 있으면서 동시에 잠들어 있는 걸까? (원래 사고실험에서는 고양이가 죽는 설정이지만, 카를로 로벨리는 고양이의 생사를 논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도대체 이 이론이 실제 세계에 대해 제시하는 그림은 무엇일까?

이 책에서는 숨은 변수 이론, 다세계 해석, 물리적 붕괴 이론 등 다양한 ‘양자역학의 해석’을 다룬다. 하지만 저자인 카를로 로벨리는 자신이 연구하는 ‘관계론적 해석’에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하며, 다른 해석의 문제점을 비판한다. 특정 해석이 편중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이것이야말로 과학자가 쓴 책의 묘미다. 한 학자의 관점을 통해 지금 벌어지고 있는 토론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양자역학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학계 최전선의 논쟁을 통해 과학이 이미 확정된 사실들의 집합이 아니라 기존의 질서를 다시 묻고 때로는 뒤엎으면서 더 나은 설명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어쩌면 가장 중요한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코펜하겐해석#양자역학#관계론적해석

<빛의 양자컴퓨터>

후루사와 아키라 지음 / 채은미 옮김 / 동아시아 펴냄

양자컴퓨터 기술은 춘추전국시대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은 최근 양자컴퓨터 상용화 시기에 대해 “매우 유용한 양자컴퓨터를 시장에 내놓는 데 15~30년이 걸릴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디웨이브 퀀텀의 CEO 앨런 바라츠는 “양자컴퓨터 상용화는 30년 후도, 20년 후도, 15년 후도 아닌 바로 지금”이라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양자컴퓨팅 기술 수준과 상용화 가능성에 대한 관점이 크게 엇갈리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양자컴퓨터는 기존 컴퓨터의 한계를 뛰어넘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질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매우 적은 에너지로 계산을 할 수 있다. 현재 양자컴퓨터는 초전도 물질, 극저온 물질, 이온, 빛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연구가 진행 중인데, 이 책에서는 저자가 연구하는 빛 양자컴퓨터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극저온에서만 작동해야 하는 다른 플랫폼과 달리 상온에서 작동시킬 수 있는 빛만이 궁극적으로 상용 양자컴퓨터를 만들 수 있다고 저자가 믿기 때문이라고.

과연 우리는 어떤 양자컴퓨터를 가장 먼저 만나게 될까? 이 책을 시작으로 다양한 양자컴퓨터를 비교해보는 것도 즐거운 여정이 될 것이다.

#양자컴퓨팅#광양자컴퓨터

<무한한 가능성의 우주들>

로라 머시니-호턴 지음 / 박초월 옮김 / 동녘사이언스 펴냄

다중우주의 비밀을 양자역학으로 파헤치다

이제, 양자물리학이 뒤바꾼 우주론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현대 이론물리학계는 ‘단일우주론’과 ‘다중우주론’으로 양분돼 있다. 세계적인 이론 물리학자 로라 머시니-호턴 교수는 여러 우주론을 철저히 검토한 끝에 단일우주론으로는 우주의 기원을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결국 연구 방향을 다중우주론으로 전환했다.

새로운 이론적 돌파구를 찾은 계기는 2000년대 끈이론의 발전이다. 양자이론의 기묘한 세계를 밝히려는 끈이론은 양자가 11차원의 끈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끈이 진동해 다양한 입자가 만들어진다고 설명한다. 우주 초기 물질은 매우 작은 상태였기에 양자역학을 적용해야 한다. 2004년 끈이론 연구자들은 빅뱅을 일으킬 수 있는 무수한 개수의 ‘위치 에너지 집합’을 발견했다. 머시니-호턴은 이 발견을 다중우주론과 연결했고, 그 결과 ‘양자 경관 다중우주론’이 탄생했다.

많은 비평가들은 다중우주 개념이 너무 사변적이라고 말하지만, 저자는 양자 경관 다중우주론이 실제로 검증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중 하나가 다른 우주와의 양자 얽힘이 남긴 흔적(거대 거시공동)인데, 플랑크 위성의 데이터 분석을 통해 실제로 이런 구조가 발견됐다.

마치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믿었던 시절이 지나고 태양이 중심임을 받아들였듯, 이제 우리는 우주 역시 더 이상 중심이 아닐 수도 있음을 인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다중우주#멀티버스

유튜브 찾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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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술한림원
채은미 고려대 교수
https://www.youtube.com/watch?v=H6Xmc-DUpAk

2022년 노벨 물리학상: 양자역학의 초석을 쌓다
2022년 노벨 물리학상은 양자 얽힘을 이용한 양자통신 및 양자컴퓨팅 실험과 관련이 깊어 미래 양자 기술의 발전 가능성을 더욱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채은미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의 해설을 통해 수상자들의 업적을 간결하게 만나볼 수 있다. 채은미 교수는 분자 큐비트를 이용한 양자컴퓨터를 연구하는 과학자로, 그의 다른 강연을 찾아보는 것도 추천한다.

#노벨물리학상#알랭아스페#신경세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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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시 강연
김은아 코넬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https://www.youtube.com/watch?v=VlY7KIDjeEY

나를 설레게 하는 전자 사회의 헌법 제1조: 양자역학
가장 최신 기술의 트렌드를 볼 차례다. 김은아 미국 코넬대 물리학과 교수가 구글 연구팀과 함께 양자컴퓨터 연구의 난제 중 하나를 어떻게 돌파했는지 소개한다. 최근 급격히 발전한 대규모 언어 모델LLM과 깊이 연관돼 있는데, 이를 통해 김은아 교수는 양자 하드웨어, 인공지능, 정보과학, 응용수학 등 다양한 분야 연구자들이 협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양자컴퓨터#구글#LLM#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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