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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신약 개발의 패러다임은
바뀌고 있는가?
황재성 한국제약바이오협회 AI신약융합연구원CAIID 책임연구원

지난해 노벨 화학상은 단백질 설계 예측 연구에 기여한 AI 모델 알파폴드를 개발한 연구진이 수상했다. 단백질 구조의 비밀을 밝혀 신약 개발과 질병 퇴치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AI를 이용한 신약 개발은 AI 의료 기술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분야다. 엔비디아는 신약 단백질 설계 플랫폼을 제공한다고 밝혀 업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AI를 이용한 신약 개발의 글로벌 트렌드와 국내 기술 동향에 대해 알아본다.

AI 신약 개발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주제로 원고를 쓰기 위해 챗GPT, 제미나이, 퍼플렉시티 등 몇 가지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통해 아래와 같은 질문을 해보았다. “AI 신약 개발 패러다임 변화라는 검색으로 가장 오래된 기사를 찾아줘.” 요즘은 질문을 잘해야 한다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 뜨고 있지만 위와 같이 아주 단순하게 물어보았다. 해당 주제가 비교적 최근에 부상했기 때문에 시기를 특정하기 다소 어렵다는 대답으로 시작해 2023년 8월 18일 발행한 ‘AI 신약 개발 준비하는 제약바이오… 산업 패러다임 변화 시작되나’라는 기사가 가장 오래되었다는 답변과 2019년 7월 18일에 발행된 ‘글로벌 시장 신약 개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기사가 5년 7개월 전에 작성되었다는 대답 등 상반된 답변이 생성되었다. 개인적으로 검색 사이트의 기사 검색을 통해 ‘AI 신약 개발 패러다임 변화’를 추가 검색해보았다. 2016년 3월 9일의 사설 ‘산업 패러다임 바꿀 AI 혁명 시작됐다’라는 기사를 살펴보니 AI는 의료산업의 기존 패러다임을 바꿀 파급력을 가졌다는 내용부터 세계 AI 산업은 아직 절대 강자가 없는 상황이라 우리의 전략에 따라 AI 산업에서 얼마든지 기회를 만들 수 있다며 다행스럽다고 한 기사를 찾을 수 있었다. 어떤 시기를 AI 신약 개발의 패러다임이 바뀐 때로 생각할지는 본 기사를 읽어본 후 독자들께서 판단하기를 바란다.
신약 개발 시장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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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다트머스 대학의 존 매카시 교수
요즘은 일반인도 AI 기술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무료로 공개된 딥시크DeepSeek의 기술적인 주요 핵심 내용을 파악하고 있는가 하면, 다양한 LLM 중 하나 정도는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활용하고 있을 만큼 일상에서 AI를 경험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AI의 개념은 1943년 인공신경망에 대한 기초이론이라는 논문으로부터 시작되었고, 1956년 미국 다트머스 대학에 있던 존 매카시 교수가 개최한 다트머스 회의를 통해 처음으로 AI라는 용어가 사용되었다. AI의 빙하기를 지나고 컴퓨팅 파워의 증가와 알고리즘의 발전으로 일반인에게 AI의 파괴력을 보여주어 큰 관심을 이끌어낸 것은 2016년 3월 9일부터 15일까지 치러졌던 천재 기사 ‘쎈돌’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의 AI ‘알파고’의 대국에서부터일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AI로 신약 개발 분야의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라는 사설이 바로 저 대국 시기에 작성된 것으로, 8년이 지난 지금 신약 개발 분야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AI의 강점은 거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거나 복잡한 데이터를 처리하고 정보를 예측하여 판단하는 패턴 인식 작업에 있기에 언어, 이미지, 영상 처리 및 생성에 많이 사용되고 있었고, 2012년 알렉스넷ALEXNET이라는 이미지 분석 알고리즘이 공개됨과 동시에 AI 신약 개발 분야의 기업도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다. AI 신약 개발의 초기를 이끌었던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2012년 창업한 아톰와이즈Atomwise, 엑사이언티아Exscientia, 엡셀레라AbCellera, 플랫아이언 헬스Flatiron Health, 2013년 창업한 베네볼렌트 에이아이BenevolentAI, 씨클리카Cyclica, 리커젼Recursion, 자이머젠Zymergen, 2014년의 인실리코 메디슨Insilico Medicine, 2015년의 크리스탈 파이XtalPi 등이 미국, 중국, 유럽 등에서 생겨났다. 국내에서도 이세돌-알파고 대국 이전에 신테카바이오(2009년), 루닛(2013년), 스탠다임(2015년), 온코크로스(2015년) 등이 AI 신약 개발에 기치를 내걸고 창업되었다. 2016년 이후부터는 신규 타깃 발굴, 후보군 탐색 및 새로운 물질 생성, 물질의 성질 최적화, 새로운 치료법이나 약물 전달 방법 개발, 임상시험 예측 등의 다양한 신약 개발 분야의 AI 활용 바이오벤처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2017년 약 37개의 회사에서 2020년 240여 개로 10배 가까이 늘어났고, 2021년 300개, 2022년 700개, 2023년 800개, 그리고 2024년에는 950여 개의 AI 신약 개발 관련 회사들이 딥 파마 인텔리전스DEEP PHARMA INTELLIGENCE라는 영국의 제약·바이오 전문투자 조사업체에 의해 보고되었다. 이러한 AI 신약 개발 분야의 활용은 기존 제약바이오 메이저 업체들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어 20대 제약사의 경우 수천억 원의 비용을 들여 최소 10개 이상의 업체들과 AI 신약 개발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화이자의 디지털혁신센터, 아스트라제네카의 데이터사이언스&AI센터, 사노피의 AI신약개발가속센터 등은 독자적 연구시설을 설립해 수백 명에서 많게는 1000명 이상의 AI 관련 연구원을 채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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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부터 지금까지 신약 개발 회사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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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AI 신약 개발 타이틀 누가 가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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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단백질 구조 예측과 디자인의 혁신적인 발견으로 노벨 화학상을 공동 수상한 워싱턴대학의 데이비드 베이커David Baker 교수가 창업한 제어라Xaira는 시리즈A라는 초기 투자 라운드로 약 1조4000억 원(10억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으며, 다른 공동 수상자인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가 이끄는 아이소모픽 랩스Isomorphic Labs의 경우에도 구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지난 2024년에 노바티스Novartis와 12.4억 달러, 일라이릴리Eli Lilly와 17.5억 달러의 연속 빅딜을 이루어내면서 AI 신약 개발 업계의 관심을 주도하고 있다. 필자가 속해 있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 AI신약융합연구원에서 40여 개 AI 신약 개발 회사로 이루어진 AI 신약 개발 협의회를 통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에서 100억 원 이상의 투자금을 유치한 회사는 15곳 정도이며, 900억 원이 가장 많은 투자를 받은 회사로 파악되고 있어 세계적인 투자 추세와는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투자자들의 기대와 노벨상 수상 등으로 커지고 있는 AI 신약 개발의 성과는 하나의 신약이 탄생하는데 10~15년이 걸리고 최소 수조 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일반 제약업계의 신약 개발기간과 비용을 줄인 것이다. 10년 이상이 소요되는 연구 기간을 1년으로 줄인 모더나와 화이자의 mRNA 백신 개발을 AI 기술이 적용된 최초의 신약으로 소개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는 정부와 규제 기관의 전폭적인 지원이 이루어진 특수한 경우로 필자는 아직 AI 기술을 적용해 발매된 사례는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 2024년 바이오파마 트렌드Biopharma Trend에서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약 8개 정도의 AI 신약 개발 회사가 임상1상 이상의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리커전 파마슈티컬스Recursion Pharmaceuticals가 엑센시아Exscientia를 흡수 합병하면서 현재 10여 개의 다양한 임상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국제 뇌졸중 콘퍼런스에서 REC-994에 대한 뇌해면체기형Cerebral Cavernous Malformation, CCM 환자의 뇌와 뇌간 병변의 부피가 감소하는 유망한 임상2상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보고서에 소개된 8개의 AI 신약 개발 회사 중에서 최초로 임상3상에 진입하는 사례가 나타날 것으로 보이며 아마도 그 약물이 AI 신약 개발의 최초 발매 타이틀을 얻을 것으로 예상한다.

세계적인 투자금 규모와 비교해 적은 투자금으로 유지되고 있는 국내 AI 신약 개발 업체들도 현재 임상1상을 진행하거나 완료해 조만간 임상2상에 진입하는 성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약물 재창출 기반 AI 신약 개발 기술을 활용한 근감소증 치료제 후보물질 ‘OC514’ 임상1상을 완료하고 2상을 준비 중인 온코크로스, AI를 통해 도출한 급성골수성백혈병AML 치료제 후보물질 ‘PHI-101’ 임상1상을 시험 중인 파로스아이바이오, AI 기반 바이오마커 발굴 및 복합제 예측 모델을 활용한 루게릭 치료제 ‘NDC-011’ 해외 임상1상을 진행 중인 닥터노아바이오텍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회사들 중 모든 임상을 통과하여 발매되는 약물이 나와야만 실제적인 개발비용 감소에 대해서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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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나와 화이자의 mRNA 백신 개발을 AI 기술이 적용된
최초의 신약으로 소개하는 경우도 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특수한 경우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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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다임 변화를 위한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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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신약 개발 분야에 관심이 있는 필자는 거의 매일 쏟아지는 AI 신약 개발의 장밋빛 미래에 대해 접하고 있다. AI 신약 개발이 대두된 2012~2016년, 10여 년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아직 최초의 AI 신약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약물이 발매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AI 신약 개발은 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인가? 아니면 바꿀 것인가? 그렇다면 그 시기는 언제인가?

이 질문에 대한 확답은 현재 가능하지 않을 것 같다. 다만 AI에 의한 신약 개발의 혁신은 알파고와 알파폴드, 챗GPT, 딥시크 쇼크처럼 한번에 밀려올 것이다. 패러다임의 변화는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더욱 투자를 확대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필자는 세 가지 정도를 제안해본다.

첫째, AI의 핵심 능력은 방대한 데이터로부터 추론하는 것이고, 신약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데이터이다. 이를 위해 신약 개발과 관련된 많은 양의 고품질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자율주행실험실Self-Driving Lab, SDL 구축이나 공동연구, 협력이 가능한 네트워크를 시급히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실제 인체에서 검증하는 임상시험 기간을 줄여야만 실제적인 개발기간의 단축이 가능하다. 따라서 식약처와 같은 규제 기관에서 AI 기술 전문가 확보, 기술 검증 부서 설립과 함께 규제 기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방대한 전임상시험 결과, 성공적인 임상시험과 실패한 임상시험에 대한 결과 등을 AI 신약 개발에 활용 가능하도록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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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제약바이오 연구원들도 이제는 먼 이야기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AI 기술에 관심을 가지고 변화에 대응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AI 신약 개발에 대한 정부 차원의 변화와 일반 연구원들의 관심이 지속되어야만, LLM 모델에서 작성해 준 아래와 같은 AI 신약 개발의 패러다임 전환으로 다가갈 수 있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이제 신약 개발은 더 이상 수십 년이 걸리는 과정이 아니다. AI가 후보물질을 찾아내고, 로봇이 실험을 수행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인공지능이 신약 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기존 방식으로 10년이 걸리던 신약 후보 발굴이 AI를 통해 단 몇 개월 만에 가능해졌다.”

“전통적인 신약 개발이 ‘느리고 비싼’ 방식이었다면, AI 기반 신약 개발은 ‘빠르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화합물 하나하나를 실험하던 연구자들은 이제 AI의 도움을 받아 수십억 개의 후보물질을 단숨에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신약 개발의 혁신이 시작됐다. AI가 데이터를 분석하고, 생성형 AI가 새로운 약물을 디자인하며, 로봇 실험실이 이를 검증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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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성 한국제약바이오협회 AI신약융합연구원CAIID 책임연구원
제약바이오산업 현장에서 24년간 연구하며 수많은 실패 사례를 통하여 신약 개발의 어려움을 경험했다. 2016년 해외 라이선싱 아웃의 성공 케이스를 가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AI 신약 개발 정책 연구 및 제약사의 AI 신약 개발 도입 등을 제안하고 있다. 국내 컴퓨터 활용 신약 개발 분야의 오랜 경험자 중 하나인 디지털 분자구조 디자이너Digital Molecular Designer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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