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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Story>Film&tech
영화 속 의료용 인공지능
이경원 과학 칼럼니스트

미생물의 존재조차 몰랐던 중세인이 오늘날 첨단 의료 현장을 본다면 어떤 느낌을 받을까?
그것을 알고자 한다면 SF영화 속에 묘사된 미래 의료 기술을 보라.
인공지능AI과 네트워크, 로봇이 합심해 인간의 건강을 지키는 미래. 그 미래는 오늘도 꾸준히 다가오고 있다.

영화 <애프터 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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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어스> 포스터
M. 나이트 샤말란 감독, 윌 스미스와 제이든 스미스 부자父子가 의기투합해 만든 SF영화다. 극 중 부상을 당해 움직이지 못하던 사이퍼 레이지(윌 스미스 분)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활동하는 아들 키타이 레이지(제이든 스미스 분)의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체크한다. 키타이가 독충에 물리자 바로 그 사실을 알고 대처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의사가 먼 곳에 있는 환자의 상태를 알아내고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원격의료의 모습이 영화 속에서 멋지게 구현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현대에도 이미 이러한 원격의료는 존재한다. 병원에 가야 하지만 거동이 불편하다든지, 무의촌에 산다든지 하는 환자들도 안심하고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해주면서, 또한 위험을 조기에 발견해 쉽게 치료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환자의 주요 생리적 매개변수를 측정하는 ‘센서’, 센서가 획득한 데이터를 저장해 의료 서비스 공급업자의 중앙 저장장치로 전송해주는 ‘로컬 저장장치’, 센서, 로컬 저장장치, 진단 프로그램, 의료 서비스 공급업자들이 생산한 데이터를 저장하는 ‘중앙 저장장치’, 획득한 데이터에 따라 처방을 제시하거나 경보를 울리는 ‘진단 프로그램’의 4가지 구성 요소를 통해 원격의료를 구현한다. 이 중 진단 프로그램이 바로 의료용 AI에 해당되는 부분이다. 2008년 영국 정부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원격의료를 통해 사망률 45% 감소, 입원 기간 14% 감소, 의료 비용 8% 감소 등 공중보건상 많은 긍정적 효과를 얻었다고 한다.
영화 <로봇 앤 프랭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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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앤 프랭크> 포스터
은퇴한 늙은 도둑 프랭크 웰드(프랭크 란젤라 분)에게 아들이 선물로 노인 도우미 로봇(피터 사즈가드 분)을 주면서 생기는 사건을 다룬 SF영화다.

영화 속 로봇은 지금 봐도 꽤 잘 만들었다. 프랭크가 더욱 건강한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식사 등에 다양한 조언을 해줄 수 있고, 또 물리력을 발휘해 프랭크를 도울 수도 있다. 훌륭한 AI가 탑재되어 있지 않으면 안 되는 설정이다. 고령화가 가속화되어 노인들을 돌볼 사람이 모자라는 요즘, ‘저런 거 있으면 부모님 하나 사드리고 싶다’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하지만 프랭크는 그 모든 것을 쓸데없는 오지랖으로 여기고 마땅치 않아 한다. 노인 등 소외계층이 겪는 기술 장벽의 단면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과연 그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던져준다.

한편 이 로봇은 새로운 것을 배우는 능력도 매우 뛰어나다. 로봇이 어려운 문제를 쉽게 푸는 모습을 본 프랭크는 나쁜 생각을 품게 된다. 이 로봇을 데리고 인생 최후의 한탕을 저지르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영락없이 기술을 악용하려는 인간의 모습이다!
영화 <엘리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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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시움> 포스터
양극화가 지독하게 진행된 서기 22세기의 디스토피아를 다룬다. 극소수 부자들은 우주 식민지 엘리시움에서 최첨단 의료 혜택을 누리면서 건강하게 살고, 대부분의 가난한 사람들은 지구에 남아 형편없는 의료 서비스를 받는다. 지구에 사는 가난한 주인공 맥스(맷 데이먼 분)가 근무 중 산업재해를 당한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5일 내에 죽게 되지만 진통제 5일치만 처방받는다. 그런 그에게 밀항 업자 스파이더(와그너 모라 분)는 엘리시움의 설계자 존 칼라일(윌리엄 피츠너 분)을 납치해 오면 엘리시움에 보내주겠다고 제안하는데….

영화 속 상당수 기술은 이미 현재에도 쓰이고 있거나, 가까운 미래에 실용화가 예정되어 있다. 극 중에서 인간을 돕는 도우미 로봇, 맥스가 착용하고 다니는 외골격, 안면 인식 기술, 빅데이터 기술, 유전자 신분증 기술 등은 현재도 볼 수 있다.

한술 더 떠서 엘리시움의 AI 치료 기계는 환자를 스캔하기만 해도 바로 증상을 진단해주고, 수류탄 파편으로 박살이 난 안면 조직을 순식간에 재생한다거나, 백혈병을 곧바로 치료하는 등 엄청난 능력을 발휘한다. 황당하기까지 한 영화의 설정은 재산 규모에 따라 평균수명까지도 변하는 현재의 건강 불평등 문제에 대한 풍자다. 그뿐만 아니라 기술 적응력과 접근성에 따라 건강 불평등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기술은 결코 그 자체만으로 장밋빛 미래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기술의 과실을 공평하게 나눌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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