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창 열기
R&Dism>잡 인사이드
의료용 로봇이 만드는
편리한 의료서비스 환경
황선희 큐렉소㈜ 재활로봇팀 책임연구원
김규성 사진 김기남

수술실에서 정밀한 손길을 더하는 수술보조로봇, 환자를 돌보는 간호로봇, 신체 회복을 돕는 재활로봇까지.
첨단 기술과 결합한 의료용 로봇은 의료 환경의 혁신을 이끌며 다양한 분야로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로봇 기술과 의료적 지식을 융합해 의료형 로봇의 개발과 연구에 매진하는 큐렉소의 황선희 책임연구원을 만났다.

큐렉소가 어떤 회사인지 소개해주세요.
큐렉소는 2017년부터 의료용 로봇 연구개발을 추진해온 전문 기업으로, 보행 재활로봇 ‘모닝워크Morning Walk’, 인공관절 수술로봇 ‘큐비스 조인트CUVIS-joint’, 척추 수술로봇 ‘큐비스 스파인CUVIS-spine’ 등을 개발했습니다. 의료용 로봇은 빠르게 발전해나가는 분야로, 많은 기업이 수익보다는 투자 유치에 집중하는 상황인데요. 큐렉소는 재활, 정형외과 로봇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꾸준히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의료용 로봇산업이 성장하고 기술 혁신이 이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의료용 로봇이 의료 현장에 도입된 지 30여 년이 넘은 현재, 그동안 축적된 임상적 효과가 입증되면서 의료용 로봇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보행 재활로봇은 과거 환자 한 명의 보행 재활치료를 위해 2~3인 이상의 물리치료사들이 투입돼야 했던 재활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했습니다.

기존의 보행 재활치료에서는 물리치료사가 환자의 보행 동작을 돕기 위해 다리를 들어 올리고 내리는 반복적인 움직임을 수행해야 했지만, 이제는 한 대의 로봇이 그 역할을 대신해줄 수 있습니다. 치료사는 환자의 움직임에 더 집중해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고, 환자는 개인의 상태에 알맞은 훈련을 수행하며 빠르게 회복될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재활로봇에 탑재된 다양한 센서는 환자가 발판을 밟는 강도와 보행 자세를 측정해 의료진과 환자에게 데이터를 시각적으로 제공합니다. 이를 통해 개선점을 제시하고 데이터를 축적함으로써 치료의 질을 높여줍니다.

이처럼 의료용 로봇은 의료진 본연의 역할을 돕는 유용한 도구로 자리 잡았으며, 앞으로도 활용도가 점차 높아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재활로봇팀에서 담당하는 업무는 무엇인가요?
로봇을 이용해 걸음이 불편한 환자들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보행 재활로봇의 연구와 개발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의료용 로봇 연구소는 큐렉소의 ‘연구개발-제조-판매’ 라인업 중 연구개발을 전담하는데요. 현재 연구소는 수술로봇팀, 재활로봇팀, 수술로봇App팀, RA팀(의료기기 인증 담당), 연구지원팀 등으로 구성돼 운영 중입니다.

제가 소속된 재활로봇팀은 대표적인 보행 재활로봇인 모닝워크를 개발했으며, 지금까지 70대 이상의 제품을 병원과 재활원 등에 공급해 환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더불어 꾸준한 성능 개선 작업을 통해 환자들이 더욱 편리하고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재활로봇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s7_2_2.jpg
보행 재활로봇은 어떻게 개발하고 제작되나요? 또 그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요?
모닝워크와 같은 보행 재활로봇은 로봇 기술을 활용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의료기기로 분류되기 때문에 의료기기 설계와 개발 절차를 준수해 제작합니다. 특히 의료기기의 특성상 다른 공산품으로 다뤄지는 로봇보다 더 엄격한 시험 기준을 적용받게 되는데요. 의료기기는 그 사용 목적과 사용 시 인체에 미치는 잠재적 위해성의 정도에 따라 1~4등급으로 나뉘며, 모닝워크는 3등급 의료기기에 해당합니다. 이는 1, 2등급의 의료기기보다 더 엄격한 허가 및 심사 절차를 요구합니다.

모닝워크 또한 출시를 앞두고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와 안정성을 검증받아야 했는데요. 다행히도 모닝워크의 경우 유사한 기기들과의 비교 검증을 수행했고, 인허가 관련 연구팀원들과 긴밀한 협업으로 안전성을 입증받을 수 있었습니다. 기관의 요구사항을 충족하기 위한 문서화 작업과 검증 작업이 어려웠지만, 이러한 과정을 통해 더욱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을 출시할 수 있었습니다.
s7_2_1.jpg
의료용 로봇은 가장 따스한 로봇이어야 한다.
황선희 책임연구원은 설계기술이나 프로그래밍 능력에 앞서 생명을 구한다는 사명감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s7_2_3.jpg


연구원님이 개발을 주도한 기능은 무엇인가요?
모닝워크 초기 모델의 경우 환자가 발판을 누르는 힘의 강도만 표시됐습니다. 제가 개발팀에 합류한 뒤 발바닥의 어느 부분에 압력이 집중되는지 표시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요. 연구진과 개발을 진행한 결과, 보행 과정에서 발바닥의 앞뒤와 좌우 중 어느 부분에 압력이 많이 분포되는지 눈으로 보며 확인할 수 있게 됐습니다. 환자는 정상적인 발걸음의 압력 분포와 자신의 분포도를 비교하며 어떻게 보행 활동을 개선해야 할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개발 단계에서 의도하지 않았던 성과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보행 재활로봇의 주요 구분 요소 중 하나는 환자를 고정하는 방식입니다. 대부분의 재활로봇은 환자를 낙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하네스’를 사용하는데, 하네스는 로프를 이용해 환자의 몸을 지탱하는 장비입니다. 하지만 모닝워크는 하네스가 아닌 안장 방식을 채택해 환자의 체중을 발판과 안장에 분산시킵니다.

안장 방식은 환자가 매달려서 발만 움직이는 하네스 방식에 비해 신체에 더 많은 감각적 자극을 주며, 균형감각을 개선하는 데 효과가 큰 것으로 입증됐습니다. 또한 하네스나 외피형 골격을 착용하는 기존의 재활로봇보다 준비 시간이 짧아서 운동 준비까지 약 3분밖에 걸리지 않아 환자의 선호도가 매우 높습니다.
의료용 로봇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의료용 로봇 분야는 여러 학문 분야가 융합돼 있습니다. 저는 의료공학을 전공해 개발팀에 합류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로봇, 기계, 전기 및 전자, 컴퓨터공학,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방면에서 수학한 엔지니어들과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또 의료기기 인허가 관련 지식을 갖춘 인원들도 필수적으로 필요합니다.

개발팀에서 요구되는 자질을 꼽는다면 로봇공학과 의학이 어우러져 업무에 활용되기 때문에 공학자나 개발자라고 할지라도 기본적인 의학 지식이 필요합니다. 로봇의 기획부터 개발 후 피드백을 받는 과정에서도 끊임없이 의료진과 소통해야 하므로 의학 용어나 의료 관련 지식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연구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은 무엇이었나요?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할 무렵, 삼성의료원에서 근무하며 보행 보조로봇을 유전성 말초신경병 환자에게 적용하고 효과를 검증하는 임상시험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100명이 넘는 환자와 연구를 수행하면서, 감사를 표하던 환자와 보호자의 모습이 기억에 남아 연구를 수행하는 데 큰 동기가 됐습니다. 그즈음부터 직접 환자와 장애인을 위한 기기를 개발해야겠다는 목표를 갖게 됐습니다. 혁신 기술이 적용되는 분야이기에 설계기술이나 프로그래밍 등의 능력이 필요하지만 생명을 구한다는 사명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향후 목표를 말씀해주세요.
우선 저와 팀, 회사의 목표는 모닝워크가 국내를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는 것입니다.
또 전 세계에 보행 장애를 겪는 환자들이 의료용 재활로봇의 발전으로 쉽게 치료받는 데 일조하길 바랍니다. 그 과정에서 더 공부하고 연구해 재활로봇 분야의 스페셜리스트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황선희는 의료용 재활로봇 분야의 대표적인 연구자’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때까지 노력하겠습니다.
s7_2_4.jpg
황선희 큐렉소㈜ 재활로봇팀 책임연구원
황선희 책임연구원은 누구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머릿속이 가득했던 청소년기, 아픈 사람을 돕고 싶다는 꿈과 물리·수학에 재능이 있다는 적성을 고려해 의료공학과에 지원했다. 학업 과정에서 의료 분야와 함께 전기·전자·기계 분야를 배우며 자연스럽게 의료용 로봇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석사와 박사 과정을 거치며 목표지향적인 자신에게는 연구직이 꼭 알맞다고 확신했다. 2019년 큐렉소에 입사한 뒤 책임연구원으로서 재활로봇 개발과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s7_2_5.jpg
 이번 호 PDF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