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창 열기
Changing Tomorrow> Alchemist Diary
AI 기반 초임계 소재 개발로
미래 모빌리티 시장 선점 나선다
산업기술 알키미스트 프로젝트 ‘AI 기반 초임계 소재 연구’
김광균 사진 김기남

차체용 철강 소재와 배터리용 전고체 소재가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이끌어갈 핵심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핵심 소재 기술을 공략하면 미래 모빌리티 시장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기존 소재보다 물성을 훨씬 뛰어넘는 초임계 소재 개발에 매진하고 있어 기대감을 낳고 있다.

s3_1_1.jpgs3_1_1-mo.jpg
s3_1_2.jpg
미래 자동차 시장 성장 이끌 핵심 소재 주목
많은 신소재 중에서도 초고온 혹은 초극저온 상태와 같은 극한 환경에서 파괴되지 않고 견딜 수 있는 물성을 지닌 소재를 초임계 소재라 한다. 현재의 기술적 한계를 뛰어넘는 소재를 개발한다는 것은 그만큼 어렵기도 하지만, 연구의 최신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연구자의 로망이라 할 수 있다.

많은 산업 분야에서 소재 연구가 쉼 없이 일어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활발하게 소재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분야는 자동차산업이다. 미래 차 중심으로 전환하는 자동차 시장에서 미래 모빌리티에 사용될 소재, 특히 극한 환경에 적용할 수 있는 금속 소재 연구가 주목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연세대학교 신소재공학과 이영국 교수가 알키미스트 프로젝트 연구의 하나로 ‘AI 기반 초임계 소재 연구’를 이끌며 자동차 차체용 철강 소재와 배터리용 전고체 소재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시장 흐름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산업기술 알키미스트 프로젝트’를 처음 접했을 당시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과제의 성격에 매료됐다. 기존 과제들이 가까운 장래에 상용화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기존의 문제점을 어느 정도 개선하는 수준에 그친다면, 알키미스트 프로젝트는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시장 창출과 기술 주도권 확보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연구자의 도전 정신을 자극했다. 무엇보다 ‘알키미스트Alchemist(연금술사)’라는 프로젝트명만 보더라도 ‘금속쟁이’로서 반드시 참여해야만 하는 과제라는 것이 이 교수의 판단이었다.
초고강도강·초이온전도체의 AI 기반 초임계 소재 개발
알키미스트 프로젝트는 개념연구(6배수)-선행연구(3배수)-본연구(1배수)의 3단계 경쟁형 R&D 방식을 취하고 있다. 경쟁을 통해 1·2단계를 모두 통과해야 최종적으로 본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이 교수 연구팀은 1단계에서 다양한 산업 분야에 쓰일 7개의 초임계 소재를 선정해 연구를 진행한 뒤 4개 소재로 추려 2단계 연구를 진행했다. 그리고 본연구 단계에서 최종적으로 선택한 2개는 자동차 차체용 철강 및 배터리용 전고체 소재로, 모두 미래 자동차와 관련된 것이었다. 전기차, 수소차 등 미래 차의 경쟁력을 가르는 요소 중 하나는 경량화다. 차량의 무게를 줄여야 연비가 좋아지기 때문이다. 현재 자동차 무게의 70~80%를 철강재가 차지하고 있는 만큼 무게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강판의 두께를 줄이되 안전을 위해 강도를 높여야 한다. 현재 자동차에 적용되는 철강재 가운데 가장 높은 강도는 1.8GPa(기가파스칼) 수준이다. 연구팀은 이를 훨씬 상회하는 2.4GPa급의 인장 강도를 지닌 소재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초고강도강을 상용화하려면 단순히 강도만 높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물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하기에 개발이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철강 소재는 강도가 높아지면 수소취성(금속이 수소를 흡수해 부서지는 현상) 저항성, 용접성, 성형성이 감소한다. 특히 철강은 강도가 높아질수록 수소취성이 더 잘 일어나므로 극미량의 수소가 들어가더라도 쉽게 깨지고 만다. 따라서 수소취성이 일어나지 않는 고강도강을 만드는 것이 연구팀의 핵심 과제라 할 수 있다.

배터리용 전고체 소재 개발도 난제이긴 마찬가지다. 전고체전지는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이온을 전달하는 전해질을 기존 가연성의 액체에서 화재나 폭발의 위험성이 낮은 고체로 대체한 것으로, 장시간 높은 이온전도도(이온에 의해 전하가 운반되는 전기전도)를 유지하면서 수분 안정성을 갖는 초이온전도체 개발이 관건이다. 이에 연구팀은 높은 이온전도도를 가질 뿐 아니라 장시간 이용해도 높은 이온전도도를 유지할 수 있고, 수분의 영향에도 성능이 저하되지 않는 우수한 전고체전지 소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연구팀은 연구의 정확성을 높이고 두 가지 핵심 소재의 개발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기 위해 AI 기술을 도입하고자 했다. 소재의 설계·제조·분석 및 평가 단계를 통합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통합 AI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를 활용함으로써 개발기간을 단축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AI 플랫폼 구축에도 시간이 걸리는 만큼 경험 기반의 연구와 AI 기반 연구를 병행하면서 성과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s3_1_3.jpg
기계로 철강을 잡아당겨
강도를 확인하는 인장 실험.
s3_1_4.jpg
‘AI 기반 초임계 소재 연구’를 이끌고 있는 이영국 연세대학교
신소재공학과 교수가 초임계 소재로 만든 제품을 들고 설명하고 있다.
멤버십 기업 참여로 R&D 시너지 기대
과제 시행 후 2년이 지난 지금, 연구팀은 이미 상당한 성과를 올렸다. 초고강도강의 경우 현재 여러 물성을 만족하는 강도 기준으로 2.2GPa 수준까지 도달한 상태이며, 초이온전도체 또한 액체 전해질 수준의 높은 이온전도도를 이끌어내고자 했던 1차 목표를 달성했다. 또한 과제를 진행하는 동안 38편의 국제 논문과 18건의 특허출원 및 등록을 완료했다. 이 과정에서 세계 최초로 초고강도 페라이트계 경량 철강 소재를 개발해 미국·유럽·일본에 특허출원 및 등록을 완료했으며, 멤버십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상용화를 위한 ‘파일럿 스케일(중간 시험)’ 평가도 진행하고 있다. 다중 물성을 충족하는 최적의 예측 모델을 도출해내는 AI 플랫폼 기술도 특허출원 중이다.  
 
국내 유수의 기업들을 멤버십 기업으로 유치해 협업 체계를 이룬 점도 커다란 성과다. 현재 포스코, 현대자동차, 현대제철, 삼성SDI, 에코프로비엠 5개사가 멤버십 기업으로 참여 중이다. 멤버십 기업들은 연구개발 단계부터 연구팀의 소재 개발에 관심을 갖고 상용화와 제품 양산에 필요한 정보와 피드백을 제공하며 기술의 사업화 과정을 단축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연구팀의 목표는 추후 초임계 소재 개발과 함께 관련 기업들에 기술을 이전하는 것이다. 기술 이전을 받은 기업들이 우수한 미래 차를 양산함으로써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선도하게 될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참여 연구진은?
성공적인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초고장력강과 초이온전도체 관련 국내 최고 수준의 전문가들로 연구단을 구성했다. 주관기관인 연세대를 비롯해 국민대, 경상국립대, 동의대, 세종대, 순천대, 포항공대, 포항가속기연구소,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자동차연구원 등 9개 연구기관과 포스코, 현대제철, 삼성SDI, 에코프로비엠 등이 멤버십 기업으로 참여하고 있다. AI 전문가와 실험 및 물성 평가 전문가도 함께 참여해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s3_1_tit.jpg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으로 상용화 가능성 키우다
알키미스트 프로젝트만의 특징을 꼽는다면 우리 연구진 외에 멤버십 기업들이 참여해 함께 협력한다는 점입니다. 현재 철강 소재 연구 분야에는 현대자동차, 현대제철, 포스코가, 전고체 소재 연구 쪽에는 삼성SDI, 에코프로비엠이 자진해 참여해주고 있습니다. 우리 연구팀은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고, 다른 팀들에 비해 상용화에 가장 근접해 있다는 점에서 관심과 기대가 집중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s3_1_5.jpg
연구팀은 연구의 정확성을 높이고 개발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기 위해 AI 기반 연구와 경험 기반의 연구를 병행하면서 성과를 끌어올리고자 한다.
s3_1_9.png
  • ‘2023 대한민국 산업기술 R&D 대전’ 알키미스트 어워드에서 ‘베스트 멤버십상(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표창)’ 수상
  • AI 기반 초임계 소재 연구 성과와 더불어 5개 멤버십 기업과의 활발한 협력 공로 인정받음
s3_1_10.png
  • 다중 물성을 만족시키기 위한 소재 연구 지속
  • 다양한 소재 개발에 활용이 용이한 통합 AI 플랫폼 구축
s3_1_11.png
  • 초임계 소재의 물성 향상으로 미래 모빌리티 시장 경쟁력 확보
  • 국내 기업들이 시장의 혁신을 주도하는 퍼스트 무버로 도약 기대
그런 가운데 2023년 연말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산업기술 R&D 대전’ 알키미스트 어워드에서 ‘베스트 멤버십상(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습니다. R&D 대전 기간 중 알키미스트 프로젝트를 소개하기 위한 취지로 알키미스트관이 마련돼 전시를 하기도 했고요. 알키미스트 과제를 수행하는 여러 팀 중에서도 특히 우리 연구팀이 멤버십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이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과제 수행 중 우수한 연구 성과를 냈을 뿐 아니라 9개 연구기관 및 5개 멤버십 기업과의 활발한 협력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죠. 알키미스트 프로젝트라는 큰 과제 덕분에 각 분야 전문가를 설득해 연구진을 꾸렸고, 이에 더해 굵직굵직한 기업들과 협업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연구자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귀중한 경험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s3_1_6.png
이영국 연세대학교 신소재공학과 교수 알키미스트 프로젝트 연구의 하나로 ‘AI 기반 초임계 소재 연구’를 이끌며 자동차 차체용 철강 소재와 배터리용 전고체 소재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이번 호 PDF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