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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서의 간략한 발전사
이동훈 과학칼럼니스트

기계가 세계를 인식하고 그에 맞춰 반응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센서Sensor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센서는 의외로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다.
현대 센서 문명의 주춧돌을 놓은 것들은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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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은을 이용한 온도계 덕택에 인류는 정확한 온도 측정이 가능해졌다.
센서는 외부의 물리적 현상을 감지해 출력 신호로 바꾸는 기기다. 즉 빛, 무게, 속도, 온도, 압력 등의 현상을 감지해 사람 또는 기계가 객관적으로 알아볼 수 있게 보여주는 것이다. 센서는 인공적인 것만 있는 게 아니다. 사람을 포함한 모든 생물의 몸에도 있다. 흔히 말하는 오감(시각·미각·후각·촉각·청각)이 바로 그것이다. 생물의 감각기관은 객관적 수치로 측정값을 출력할 수 없다. 그러나 생물들은 이러한 감각기관을 사용해 외부의 상황을 신경 신호로 바꿔 인지하고 그에 맞게 대응할 수 있다.
Keyword 1.
해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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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계는 인류 최초의 인공 센서였다.
우리나라의 해시계 앙부일구.
해시계야말로 가장 원시적인 인공 센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알다시피 해시계는 빛과 그림자를 이용해 시간을 알려주는 도구다. 시각이 적힌 판 그리고 지구 자전축과 평행한 각도로 세워진 시곗바늘로 이뤄져 있다. 햇빛에 의해 시곗바늘이 시각판에 그림자를 드리우면, 그 그림자의 끝이 가리키는 위치를 보고 시각을 알 수 있는 원리다. 물론 같은 자리의 하늘에서도 태양이 지나가는 길은 매일 조금씩 바뀐다. 하루 중 태양이 떠 있는 시간도 매일이 다르고, 일출 시간과 일몰 시각도 그렇다. 그 때문에 정밀한 해시계를 만들려면 상당한 수준의 지구과학 및 천문학에 대한 지식 축적이 선행돼야 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해시계는 기원전 1500년경 고대 이집트 및 바빌로니아에서 사용된 것이다. 이후 16세기 유럽에서 기계식 시계가 발명될 때까지 해시계는 무려 3000년 이상을 시계 업계의 표준으로 군림했다. 즉 그 시간 동안 인류는 최초의 시간 센서인 해시계에 의존해 시간 정보를 감지하고 공유하며 효율적 공동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Keyword 2.
수은 온도계
인간의 생활에 매우 큰 영향을 주는 요소 중 하나가 기온이다. 당장 기온에 따라 인간은 옷차림과 냉난방을 달리해야 한다. 하지만 이 기온을 어떻게 정확히 재느냐는 인간이 풀지 못한 오랜 숙제였다. 인류는 온도에 따라서 여러 가지 물질의 물성이 변하는 것을 발견, 이를 온도 계측에 활용하려고 했다. 그러다가 서기 17세기 들어 수은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수은은 어는점 -38.83℃, 끓는점 356.73℃인 금속이다. 즉 상온에서는 언제나 액체 상태다. 게다가 팽창률이 크며, 온도가 변해도 팽창률이 거의 일정하다. 당대의 연구자들은 이러한 수은의 특성에 주목했다. 수은의 부피 변화를 통해 온도를 나타내는 온도계를 구상한 것이다.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18세기인 1717년 폴란드 출신 연구자 다니엘 가브리엘 파렌하이트가 수은을 사용한 온도계의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 온도계는 그 이전까지 사용하던 알코올 기반 온도계에 비해 성능이 우수해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파렌하이트가 창안한 화씨온도 단위(물이 어는점을 32°F, 끓는점을 212°F로 설정)도 이 온도계와 함께 유럽 각지에 전파됐다. 물론 현재는 화씨 단위보다는 1742년 스웨덴의 안데르스 셀시우스가 창안한 섭씨 단위(물이 어는점을 0℃, 끓는점을 100℃로 설정)가 국제적으로 더 많이 쓰이고 있다.

수은 온도계는 안전 문제가 있다. 인체에 유해한 중금속인 수은을 사용하고, 외장은 잘 깨지는 데다 날카로운 파편을 발생시키는 유리다. 그 때문에 요즘은 예전만큼 널리 사용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수은주水銀柱라는 말을 기온을 가리키는 또 다른 표현으로 자리 잡게 할 정도로 한때 절대적 위치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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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은 사용 기압계. 기압계 덕택에 기압과 고도의 정확한 측정이 가능해졌다.
Keyword 3.
공기의 압력과 고도까지 읽는 기압계
요즘은 기압계가 시계와 휴대폰 속에도 들어가 있다. 이 기압계의 탄생에도 수은이 큰 영향을 미쳤다. 기압의 존재를 발견하고, 그것을 재는 기압계를 최초로 발명한 사람으로 이탈리아의 에반젤리스타 토리첼리를 꼽는다. 정확한 연도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1640~1644년 사이의 어느 시점인 것은 분명하다.

토리첼리가 기압계를 만들게 된 계기는 1630년 지오바니 바티스타 발리아니의 실험이었다. 발리아니는 사이펀을 사용해 높이 21m의 언덕 저편으로 물을 보내려 했다. 하지만 사이펀 속의 물은 원래 들어 있던 용기에 비해 높이 10.3m까지밖에 올라가지 않았다. 기압의 존재를 몰랐던 당대인들은 이것이 사이펀 속 진공의 장력 한계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자연 속에 순수한 진공이 존재하기 어렵다고 생각한 토리첼리는 이를 공기가 일정한 무게로 용기 수면을 눌렀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그리고 이것을 증명하기 위해 물보다 밀도가 14배 높은 액체인 수은을 물 대신 사용해 실험했다. 그러자 사이펀 속 수은의 높이가 10.3m의 14분의 1인 76cm가 됐다.

훗날 블레즈 파스칼이 이러한 수은 사이펀을 들고 공기가 희박한 고고도로 올라가자, 사이펀 속 수은의 높이도 낮아지는 것을 발견했다. 사이펀 용기 수면 위에 작용하는 공기의 무게가 줄어들었기 때문이었다. 이로써 기압의 존재와 그것을 계측할 수 있는 방법이 발견됐다. 또한 이를 응용해 고도의 측정도 가능해졌다.
  • ❶ 사이펀Siphon: 한 다리는 길고 한 다리는 짧은 ‘U’자 모양의 굽은 관. 대기의 압력을 이용해 높은 곳에 있는 액체를 낮은 곳으로 옮기는 데 쓴다.
Keyword 4.
전류의 크기와 방향을 측정하는 검류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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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창기의 검류계.
현대는 전기전자 문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수많은 전기전자 기기가 사용되고 있다. 이들 제품에 흐르는 전류의 크기와 방향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센서가 바로 검류계Galvanometer다. 이러한 원리를 발견한 사람은 덴마크의 학자 한스 크리스티안 외르스테드다. 그는 1820년 자기 나침반을 전류가 흐르는 전선 근처에 가져다 대면 바늘이 이상한 방향으로 돌아가는 현상을 발견했다. 전류가 흐를 때면 자기장이 생성되는데, 이것이 자기 나침반의 바늘 방향에 영향을 준 것이다. 프랑스의 학자 앙드레 마리 앙페르가 이 현상을 수학적으로 설명해냈다. 그리고 전류의 세기와 방향을 나타내는 기기인 검류계의 이름을 이탈리아의 학자 루이지 갈바니의 이름을 따 갈바노미터로 명명했다. 갈바니는 죽은 개구리의 다리도 전류를 통하게 하면 움직인다는 것을 발견한 학자다.

검류계는 전기전자 계통에서 쓰이지 않는 곳이 드물 정도다. 특히 19세기에 건설되기 시작해 세계를 하나로 이어준 통신용 해저 케이블은 검류계가 없다면 제대로 건설하는 것이 아예 불가능하다. 전기전자 분야 외에서도 활약해 인간의 심장과 뇌 등에 흐르는 생체전류를 측정, 그 전기적 활동을 밝혀내기도 했다.
Keyword 5.
센서계의 반도체 혁명, MOSFET
그 외에도 중요한 센서들이 정말 많다. 그중 전자 시대의 센서를 논하면서 모스펫MOSFET 기반 센서를 빼놓을 수 없다. MOSFET은 금속 산화막 반도체 전계 효과 트랜지스터를 의미하는 Metal-Oxide-Semiconductor Field-Effect Transistor의 약자다. 1955년부터 1960년 사이에 벨 연구소에서 발명됐다. MOSFET은 문자 그대로 반도체의 기초라고 할 수 있다. 흐르는 전류를 조절하는 반도체 소자이기 때문이다. 이 현상을 이용해 검체 속 전하를 띤 입자 농도를 측정할 수 있다. 또 생물학적·화학적·물리적·환경적 등 다양한 매개변수의 측정에 응용할 수 있다. 특히 금속 대신 이온 감지막, 전해액 등을 사용하는 ISFET(이온 감지 전계 효과 트랜지스터) 기반 센서의 경우 DNA, 혈중 생체 표지자, 항체, 혈당, 산도 등 다양한 생체 의학 목적의 측정에 사용된다. 센서의 초소형화, 전자화, 정확성 향상 등에 큰 역할을 한 것이 MOSFET인 셈이다.

그 밖에도 MOSFET 기술 기반 센서는 많은 곳에 쓰인다. 빛을 감지해 이를 전하로 변화시켜 화상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CCDCharge-Coupled Device(전하 결합 소자)와 CMOSComplementary Metal–Oxide Semiconductor 능동 화소 소자 등의 이미지 센서가 대표적이다. 오늘날 우리의 휴대폰에도 들어 있는 디지털카메라는 이러한 이미지 센서가 없으면 존립할 수 없다. MOSMetal–Oxide Semiconductor 기술을 이용한 각종 관측용 센서 역시 쉼 없는 관찰과 대응이 필요한 분야인 방범, 농업, 교통, 기상관측 등에 유용하게 쓰인다.

이 외에도 우리 주변에는 많은 센서가 있다. 일상 속에서 센서가 하는 일은 정말 많다. 휴대폰 속의 가속도계 덕택에 매일의 운동량을 알 수 있고, IC칩 센서 덕분에 교통카드와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 버스 정거장에 앉아서 원하는 버스가 언제 올지 알게 되는 것도 버스의 센서가 위치 정보를 보내오기 때문이다. 지문 인식 등 생체 정보 인식 센서로 확실한 방범 및 보안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오늘도 묵묵히 제자리에서 수고하며 인간의 또 다른 오감이 되어주는 첨단 센서들. 그 센서들의 존재와 고마움의 무게를 한번쯤 생각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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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기술이 센서에 접목되면서 센서의 역사에 큰 혁신이 찾아왔다.
디지털카메라도 반도체 기술의 발전으로 태어난 이미지 센서가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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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과학 칼럼니스트
<월간 항공> 기자, <파퓰러사이언스> 외신 기자 역임. 현재 과학/인문/국방 관련 저술 및 번역가. <과학이 말하는 윤리>, <화성 탐사> 등의 과학 서적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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