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펌프, 긴급 상황에서 꼭 필요한 건 신뢰성
펌프는 액체나 기체를 한쪽으로 흡입해 반대쪽으로 내보내는 장치다. 일반적인 펌프는 항상 물이나 기체를 나르며 운용되지만, 소방펌프는 평상시 대기 상태로
유지된다. 문제는 화재나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한 작동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두크 기업 부설 연구소의 윤인식 연구소장(이하 소장)은 두 펌프의 실제 운용 방식이 매우
다르다고 강조했다.
“인천 청라동 아파트 화재, 김포시 요양병원 화재 등 2020년대 들어서도 소방펌프의 작동 불능으로 사고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소방펌프는 긴급 상황에서 반드시 작동해야
하므로 운전 안전성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하지만 많은 소방펌프가 건물에서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하실이나 기계실 같은 열악한 환경에 설치되다 보니 녹이 슬어 방치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소방펌프의 작동 불능 상태를 체크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기 이전에, 연구진은 고장이 나지 않는 소방펌프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했다. 기존 소방펌프의 주요 고장 원인은 저가
주철로 제작된 펌프 내부의 회전체가 달라붙어 작동하지 않는 고착 현상이었다. 이에 연구진은 오랜 시간 작동하지 않아도 고착되지 않도록 내식성 자재를 활용한 대용량 소방용 입형
다단펌프❶ 제작에 착수했다.
“당시만 해도 작은 용량의 펌프를 개발한 경험은 있었지만 대용량 입형 다단펌프는 처음 도전하는 분야였습니다. 데이터가 부족했고 직접 실험을 진행할 여건도 되지 않아 대용량 펌프의
구조 내구성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었죠. 다행히도 과제 수행 과정에서 한국전자기술연구원과 협업해 유체의 압력분포, 펌프 회전 부품의 응력과 진동 해석 등 신뢰도 높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3년여 간의 연구 끝에 연구소는 부식과 고착이 발생하지 않는 스테인리스 재질의 대용량 소방용 입형 다단펌프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실린더, 축, 임펠러, 디퓨저 등 펌프를
구성하는 주요 부품 대부분을 스테인리스로 제작해 내구성을 확보했으며, 기존 횡형 구조가 아닌 입형 구조를 채택해 설치 공간을 80% 이상 절감할 수 있었다. 개발된 펌프는
스프링클러나 소방 시스템뿐만 아니라 급수 및 가압 설비, 세척 시스템, 보일러 급수 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어 산업용 펌프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