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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Story>Film&tech
영상 속 첨단 센서들
이경원 과학 칼럼니스트

첨단 기술에 힘입어 인간의 감각을 확장시켜주는 센서들. 어느새 그 센서들은 영상매체의 스토리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비록 엔딩 롤에 이름은 나오지 않는 무명의 영웅들이지만 말이다. 은막 속 세상을 위기에서 구해낸 센서들 중 일부를 만나보자.

영화 <블루 썬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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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블루 썬더> 포스터.
1983년 개봉한 고전 헬리콥터 액션 영화다. 영화 속 주역 헬리콥터인 블루 썬더는 단순히 싸움만 잘하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첨단 센서도 가지고 있다. 놀랍게도 해당 기술은 이미 영화 개봉 시점에 존재하고 있던 것들이었다.

블루 썬더에 탑재된 기관총은 조종사의 시선 변화를 감지, 그에 맞춰 자동으로 총구를 조준한다. 이는 당시 최신예 공격 헬리콥터였던 AH-64 아파치에 이미 사용되고 있던 기술이었다. AH-64는 통합형 헬멧 및 시현 조준 체계IHADSS, Integrated Helmet And Display Sight System를 사용했다. 조종사의 시선에 맞춰 표적을 획득 및 지정해 30mm 기관포를 사격할 수 있었다. 생각할수록 정말 직관적인 시스템이 아닐 수 없다.

그 외에도 블루 썬더는 100배 줌과 열영상 야간 투시 능력, 고감도 마이크까지 가진 TV 카메라를 장착하고 있다. 이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과 소리를 탑재한 비디오테이프에 저장할 수도 있다. 영화의 주인공들은 이 기능을 이용해 미국 정부 내 일부 급진파들의 쿠데타 시도를 사전에 적발해내고, 이를 언론에 알려 참사를 예방한다.
이것도 실존하는 기술일까? 얼마 전 벌어졌던 이라크 전쟁이나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에서 미군 항공기들이 야간에 촬영한 동영상들만 봐도 확연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잘 숨은 적병이어도 그 체온을 열영상으로 보고 조준해 탄을 날리는 동영상들 말이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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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션 임파서블>에서 바닥의 하중 센서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줄에 매달린 이단 헌트.
약 30년 전인 1996년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은 톰 크루즈, 장 르노 등의 주연배우를 앞세워 과거 유명했던 미국 TV 드라마 <미션 임파서블>의 후속작 격인 스파이 영화 <미션 임파서블>을 내놓았다. 그 후 현재까지 꾸준히 작품이 나오는 장수 시리즈가 됐다.

<미션 임파서블>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면, 역시 영화 중반에 주인공 이단 헌트(톰 크루즈 분)가 CIA 본부 컴퓨터실에 침투해 자료를 훔쳐내오는 모습일 것이다. 첩보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듯이 이런 곳에는 그에 걸맞은 보안설비가 있게 마련이다. 이 영화에서는 컴퓨터실 방바닥에 무려 하중 센서가 설치돼 있다. 사람이 없을 때 바닥에 물 한 방울이라도 떨어지면 경보가 울린다. 이 하중 센서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이단 헌트는 컴퓨터실 천장과 자기 몸 사이에 로프를 연결, 천장에 매달린 상태로 침투해 자료를 획득한다. 이 장면을 본 많은 관객들이 손에 땀을 쥐었다.

이런 지극히 민감한 보안 시스템이 과연 현실성이 있을까? 제작이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실제로 만들었다가는 걸핏하면 오경보가 나서 여러 사람을 피곤하게 할지도 모르겠다. 물 한 방울의 무게가 0.03~0.05g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말이다.
게임 <레인보우 식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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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레인보우 식스> 포스터. 심박 센서를 잘 사용하면 승률이 높아진다.
1990년대 말 출현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현재까지도 꾸준히 후속편이 나오는 게임 프랜차이즈 <레인보우 식스>. 원작은 미국의 유명한 군사 소설가 톰 클랜시의 1998년작 동명 소설이다. 이 시리즈에는 재미있는 장비가 나온다. 바로 심박 센서Heartbeat Sensor다. 은폐물 뒤에 숨은 적의 심장박동을 탐지해 플레이어에게 적의 위치를 정확히 보여준다. 이 정보를 토대로 공격하면 된다.

엄청나게 대단해 보이기는 한데, 과연 이런 비슷한 장비가 실제로 있을까? 소설과 게임이 나오기 불과 몇 년 전인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때 구조작전 지원에 나선 주한미군은 STOLSSystem To Locate Survivors(생존자 위치 파악 체계)라는 장비를 가져왔다. 이 장비는 건물 잔해에 깔린 사람의 말소리나 움직이는 소리 등을 탐지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오랜 세월이 지난 현재, 기술은 더욱 발전했다. 지난 2019년 미 육군은 제트슨Jetson이라는 장비를 선보였다. 이 장비는 레이저를 이용해 200m 이내에 있는 사람의 심박을 감지해내고, 그 패턴을 통해 상대의 신원까지 유추할 수 있는 성능을 지니고 있다. 비슷한 시기 미국 본토안보부는 NASA 제트추진 연구소와의 합동 연구개발을 통해 파인더FINDER 장비를 만들었다. 이 장비는 극초단파 레이더로 최대 9m 두께의 건물 잔해 속에 있는 사람의 숨소리와 심박음을 탐지해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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