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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Story> Fall in tech
지능형 시스템으로 진화하는
스마트센서
김희연 한국센서학회 회장

인공지능AI과 5G 기술의 도입으로 디지털 혁신이 빨라지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는 인력 채용의 어려움으로 로봇이 도입된 지 수십 년이 흘렀고, 자율차와 가정용 로봇 청소기는 이제 우리 실생활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이 세상의 모든 전자 기기들은 센서로부터 수집된 정보로 움직이고 판단한다. 센서 없이 디지털 전환은 애당초 불가능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우주항공, 국방 등 사람이 직접 운영하기 어려운 극한 환경에서 사용되는 시스템들은 거의 반도체와 센서로 작동된다. 단순히 물리량을 감지하던 과거의 센서와 달리, 오늘날의 스마트센서는 데이터 수집·처리·분석까지 가능한 지능형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진화는 산업 전반에 혁신적 변화를 가져오고 있으며, 미래 기술 발전의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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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지속될 성장모멘텀
스마트센서는 기존의 센서 기능에 데이터처리와 판단 능력을 더한 고도화된 시스템이다. 전통적인 관점에서 센서는 차원에 따라 검출기(0차원), 센서(1차원), 이미저(2차원)로 구분할 수 있다. 검출기는 측정 대상의 존재 여부만을 확인하는 장치로, 출입문의 적외선감지기가 대표적이다. 센서는 물리량의 선형적 변화를 전기적 신호로 변환하며, 이미저는 2차원 영상 정보를 제공한다. 최근에는 시공간에서 물체의 형상과 거리까지 측정하는 3차원 센서가 등장해 자율주행차나 로봇에 필수적인 TOFTime of Flight 센서 등이 상용화되고 있다.

스마트센서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 스마트센서 시장은 2022년 약 457억 달러 규모에서 2032년까지 연평균 18%가량 성장해 약 2276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주목할 만한 사업화 성공 사례로는 보쉬Bosch의 ‘BME688’ 환경 센서를 들 수 있다. 이 센서는 AI 프로세서를 내장해 온도·습도·압력·가스를 동시에 측정하면서 에지 AI 기능을 통해 실시간 데이터 분석이 가능하다. 2021년 출시 이후 스마트홈과 산업용 사물인터넷IoT 분야에서 큰 성공을 거두며, 현재 연간 1000만 개 이상 판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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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스마트센서의 진화는 산업 전반에 혁신을 가져오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 스마트팩토리, 의료 기기 분야에서는 고도화된 센서 시스템의 도입이 필수적이며, 이에 따라 관련 시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최근에는 메타버스와 확장현실XR 기기용 고성능 센서의 수요도 증가하고 있어, 스마트센서 시장의 성장모멘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 ❶ 에지 AI: AI를 에지 컴퓨팅과 결합 사용해 물리적 위치나 그 근처에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기술 키워드는 융합, AI, 고성능
반도체 공정 기술의 융합
반도체 공정 기술과 센서의 융합은 스마트센서 혁신의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순수하게 MEMS 기술을 적용한 센서는 전체 센서 시장의 약 40~60%를 점유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CMOSComplementary Metal–Oxide Semiconductor 공정과 MEMS 기술의 결합은 센서의 소형화, 저전력화, 대량 생산을 가능하게 해 시장 성공 요인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 혁신 사례로 인벤센스InvenSense사의 ‘Nasiri Process’를 들 수 있다. 이는 CMOS 공정을 활용해 관성 센서를 대량 생산한 혁신적 기술이다. 인벤센스는 이 공정을 활용해 TSMC와의 협력을 통한 대량 생산 체제를 구축해 센서 가격을 크게 낮추는 데 성공했으며, 이는 모바일 기기의 대중화에도 기여했다. 특히 닌텐도 위Wii 게임기에 채택돼 전 세계적으로 1억 대 이상 판매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현재는 스마트폰 모션 센서 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의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자체 개발한 MEMS 공정을 통해 자동차용 고성능 관성측정장치IMU의 양산화에 성공했다. 특히 자율주행차에 필요한 고신뢰성 센서 시장을 선점, 현재 자동차용 IMU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 ❷ MEMSMicro-Electro-Mechanical Systems: 미세전자기계 시스템. 나노기술을 이용해 제작되는 매우 작은 기계를 의미한다.
온센서 AI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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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디바이스On-device AI는 스마트폰이나 IoT 기기와 같은 단말기 내부에서 AI 처리를 수행하는 방식이다. 디바이스의 메인 프로세서나 전용 AI 칩NPU을 활용해 센서로부터 받은 데이터를 처리한다. 여러 센서의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센서에서 프로세서로의 데이터 전송 과정에서 지연 시간이 발생하고 전력 소비가 증가하는 단점이 있다. 반면 온센서On-sensor AI는 센서 자체에 AI 프로세서를 내장해 데이터를 획득하는 즉시 처리 방식이다. 소니의 ‘IMX500’ 이미지 센서가 대표적인 예로, 센서 내에서 객체 인식 등의 AI 처리를 수행한다. 데이터 전송 없이 즉각적인 처리가 가능해 지연 시간이 최소화되고 전력효율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센서의 지능화는 AI 기술과의 결합을 통해 가속화되고 있다. 센서에 AI 기능을 직접 통합하는 온디바이스 AI 또는 온센서 AI의 개발은 데이터 처리 방식의 혁신을 가져오고 있다. 인텔의 ‘Loihi 2’ 뉴로모픽 칩은 기존 CPU 대비 1000분의 1 전력으로 센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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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시각·청각 센서 데이터의 실시간 처리에 최적화돼 있어 로봇이나 자율주행 차량에 적용된다. 전력 소비는 센서당 1MW 미만을 달성했다. 퀄컴은 ‘Sensing Hub’ 플랫폼을 통해 다중 센서의 통합 제어와 AI 처리를 구현했다. 최신 ‘QSH7’ 시리즈는 초당 100TOPS의 연산 능력을 보유하면서도, 평균 전력 소비는 0.5W 수준에 불과하다. 현재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를 중심으로 연간 2억 개 이상 출하되고 있다.
  • ❸ TOPS: 연산 수행 속도 단위로, 컴퓨터의 성능을 측정하는 단위 중 하나다. 1TOPS는 1초에 1조 번 연산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슈퍼컴퓨터의 성능을 나타내는 데 사용된다.
극한 환경용 차세대 고성능 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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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양자정보연구단에서 연구진이 양자 센싱 분야의 광학 셋업을 들여다보고 있다. 양자 센서는 고전 센서로는 측정할 수 없는 값을 측정하거나 측정 정밀도를 높일 수 있어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사물의 위치, 온도, 시간 등 다양한 물리량을 높은 정밀도로 측정할 수 있고 고감도 센서에 의한 데이터 정밀 측정이 가능해 4차산업혁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주항공, 국방 분야를 중심으로 차세대 고성능 센서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극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고신뢰성 센서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레이시온Raytheon은 군사용 AESAActive Electronically Scanned Array 레이다의 핵심 센서 기술을 개발했다. 질화갈륨GaN 기반의 RF 센서는 기존 대비 탐지 거리를 2배 이상 늘렸으며, -55℃에서 125℃까지의 극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현재 F-35 전투기에 탑재해 운용되고 있다. NASA의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에 사용된 적외선 센서는 극저온(-266℃)에서 작동하는 첨단 기술의 집약체다. 특히 수은 카드뮴 텔루라이드HgCdTe 소재를 사용한 센서는 단일 광자까지 감지할 수 있는 초고감도를 실현했다. 양자 센서 기술도 새로운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다. IBM은 질소-공공 중심NV Center을 이용한 양자 자기장 센서를 개발 중이다. 이 기술은 기존 자기장 센서보다 1000배 이상 민감하며, 뇌 활동 측정이나 지하자원 탐사에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반도체 공정과의 융합, AI 기술의 통합, 고성능화는 앞으로도 센서 기술 발전의 핵심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소형화와 저전력화를 동시에 달성하면서 성능은 지속적으로 향상시키는 것이 주요 과제가 될 것이다. 이러한 기술 혁신은 자율주행, 로봇, 우주항공, 국방 등 첨단 전략 산업 발전의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 ❹ RF 센서: 특정 주파수의 전파를 송신한 후 해당 신호의 반사를 감지해 거리에 따른 주파수를 검출하는 방식. 라디오 주파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벽과 같은 물체를 뚫고 송수신이 가능하다.
분야별 주요 응용 분야
자율주행 차량
테슬라Tesla는 자율주행 센서 시스템에서 독자적인 접근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부분의 경쟁사들이 라이다를 포함한 다중 센서 시스템을 채택하는 것과 달리, 테슬라는 8대의 카메라와 12개의 초음파 센서, 전방 레이다를 조합한 ‘Tesla Vision’ 시스템을 개발했다. 자체 개발한 AI 칩 ‘FSDFull Self-Driving’는 초당 144조 회의 연산이 가능하며, 2023년 기준 전 세계 400만 대 이상의 테슬라 차량에 탑재돼 있다. 테슬라의 카메라 기반 시스템은 250m 거리에서 물체를 감지할 수 있으며, AI 기반의 실시간 이미지 처리를 통해 도로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한다. 특히 신경망neural network 학습을 통해 시스템의 성능이 지속적으로 향상되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테슬라는 자율주행차 시장에서 45%의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웨어러블 기기
애플Apple은 웨어러블 헬스케어 센서 분야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애플워치 시리즈 9에 탑재된 S9 칩은 광학 심박 센서, 전기 심장 센서ECG, 혈중산소포화도 센서, 체온 센서를 통합 제어한다. 특히 최신 광학 심박 센서는 초당 1000회 이상의 측정이 가능하며, 심방세동 감지 정확도는 98.5%에 달한다. 애플은 2022년 기준 스마트워치 시장의 34.1%를 점유하고 있으며, 웨어러블 헬스케어 데이터 플랫폼 시장에서도 선도적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혈당 측정 센서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2025년까지 비침습 혈당 측정 기능을 탑재할 계획이다.
로봇산업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Optimus Gen 3’는 로봇 센서 기술의 최신 동향을 보여준다. Optimus는 시각·청각·촉각 센서를 통합적으로 활용해 인간과 유사한 방식으로 환경을 인식하고 상호작용한다. 손 부분에는 11~12개의 자유도를 가진 센서 시스템이 탑재돼 있다. 각 손가락에는 압력 및 힘 센서가 내장돼 있어 인간의 손에 근접한 수준의 그립력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 제한적이지만 촉각 피드백이 가능하며, 반응 시간은 수십 밀리초 수준을 달성했다. 사람이 던진 테니스공을 자연스럽게 받아낼 뿐만 아니라 시각 센서 시스템은 8K 해상도의 카메라와 깊이 센서를 결합해 3D 환경 인식이 가능하다. 감정 인식 정확도는 60~80% 수준에 도달했다. 테슬라는 2025년까지 90% 이상의 감정 인식 정확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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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Optimus Gen 2’.
스마트팩토리
지멘스Siemens는 산업용 스마트센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특히 ‘SIMATIC IPC Edge’ 시스템은 산업 현장의 다양한 센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해 생산 효율을 최적화한다. 이 시스템은 현재 전 세계 2만 개 이상의 공장에 도입돼 있으며, 평균 15% 이상의 생산성 향상 효과를 보이고 있다. 지멘스의 최신 AI 기반 진동 센서 시스템은 99.9%의 정확도로 설비 이상을 감지할 수 있으며, 예측 정비를 통해 설비 다운타임(비가동 시간)을 70% 이상 감소시켰다. 현재 산업용 IoT 센서 시장에서 35%의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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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스마트공장구축 및 생산자동화전SMATEC 2022에 국내외 180개 업체가 참가해 스마트제조, 디지털가공, 로보틱스, 스마트센서 등 주요 기반 기술을 선보였다. 관람객들이 협동로봇을 이용한 공장자동화를 살펴보고 있다.
지속 성장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들
스마트센서산업은 4차산업혁명의 핵심 동력으로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지만, 동시에 여러 과제에 직면해 있다. 미·중 무역분쟁, 국지전쟁과 신냉전 시대의 도래로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됨에 따라 각국은 기술개발 및 독자적 공급망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정책적 측면
각국 정부는 센서산업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미국은 2022년 ‘반도체·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을 통해 반도체와 센서산업에 52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결정했으며, 특히 국방용 고성능 센서 개발에 100억 달러 이상을 배정했다. 한국은 2021년 국가전략기술에 차세대 센서를 포함시켰으며, 2030년까지 2조 원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센서산업은 전체 반도체산업의 0.1%에 불과한 실정이며, 대부분의 고성능 센서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기술 자립화가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기술적 측면
고성능 센서의 신뢰성 확보가 핵심 과제다. 특히 자율주행차나 의료 기기와 같이 인간의 생명과 직결되는 분야에서는 고도의 신뢰성이 요구된다. 또한 우주항공이나 군사용 센서는 극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작동이 보장돼야 한다. 전력 소비 문제도 중요한 과제다. AI 기능이 통합된 스마트센서의 경우 연산 처리에 필요한 전력 소비가 크게 증가하는 문제가 있다. 특히 배터리로 작동하는 IoT 기기나 웨어러블 기기에서는 저전력 설계가 필수적이다.
산업적 측면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대응도 시급하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핵심 센서의 공급망 다변화와 기술 보호가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우주항공, 국방 분야의 고성능 센서는 전략물자로 분류돼 수출 통제가 강화되는 추세다. 이러한 도전 과제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산학연 협력을 통한 연구개발 강화, 전문 인력 양성,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한국의 경우 반도체 강국의 경험을 바탕으로 센서산업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히 요구된다.

스마트센서는 4차산업혁명의 핵심 요소이자 미래 산업의 성장 동력이다. AI와의 결합을 통한 지능화, 반도체 공정을 통한 소형화와 대량 생산화는 앞으로도 주요 트렌드가 될 것이다. 우주항공, 국방 분야의 차세대 고성능 센서 기술은 국가안보와 직접적으로 연계돼 있다. 국내 기업들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기술개발과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나, 아직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는 미미한 수준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과 기업들의 과감한 투자가 결합된다면, 한국의 센서산업도 메모리 반도체처럼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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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연 한국센서학회 회장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문위원, 나노종합기술원 책임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
삼성전기 수석연구원과 국방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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