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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변으로 여성 생애주기 진단하는
글로벌 리딩 디바이스의 탄생

여성 소변 호르몬 조합을 이용한 수정 관련 자가진단 바이오센서 및 기기 개발
㈜수젠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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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서 병원에 가면 대개 가장 먼저 검사를 한다. 검사 결과가 나온 후에야 약 처방이나 수술 등 치료가 진행된다.
이때 대부분의 검사가 체외진단으로 이뤄진다. 이 분야가 헬스케어를 주도할 분야로 꼽히는 이유가 여기 있다.

word 오인숙 photo 이승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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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호르몬 5종을 하나의 디바이스로 측정
체외진단 회사가 일반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이 계기가 됐다. 체외진단은 크게 PCR(중합효소 연쇄반응)처럼 유전자를 기반으로 하는 ‘분자진단’과 항체를 이용해 우리 몸에 있는 바이오마커를 측정하는 ‘면역화학진단’으로 나뉜다. 분자진단이 인프라가 필요한 대형 병원 시스템에 적합하다면, 면역화학진단은 대형병원시스템인 CLIA 뿐만 아니라 신속한 검사가 요구되는 작은 병원이나 개인용 홈 테스트등 그 활용이 광범위하다. 면역화학진단 중 신속진단의 경우 환자가 집에서 간단하게 혈당을 체크할 수 있는 혈당 측정기나 코로나19 진단키트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홈 테스트 제품이 성장하면 관련 시장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일례로 당뇨 시장은 혈당 측정기와 같이 개인이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던 20여 년 전과 비교해 10배 이상 성장했다.

㈜수젠텍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여성 소변 호르몬 조합을 이용한 수정 관련 자가진단 바이오센서 및 기기 개발’을 진행했다. 회사는 이 과제를 수행하며 두 가지 목표를 세웠다.

첫째, 지금까지 개인이 측정 결과를 눈으로 판독하던 것을 시스템화하여 그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다. 기존 임신 테스트기의 기술 정확도는 99%에 달한다. 그럼에도 임신 테스트기의 정확도가 75%라고 말하는 건 검사 결과를 개인이 판독하기 때문이다. 개인적 감정이나 바람을 바탕으로 결과를 판단하기 때문에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 측정 후 제품마다 제시하는 측정 시간을 시간을 지키지 않고 판독하는 경우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이러한 개인의 판독 오류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검사 결과를 정확한 시간내 기기로 읽어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수젠텍은 이 과제를 통해 소형 디바이스(진단 테스트기)에 5종의 호르몬 진단시약을 소변에 묻혀 테스트하고, 내장된 타이머가 정확히 결과를 인식한 후 앱과 연동해 디지털로 결과를 알려주는 기술을 개발했다.

둘째, 임신, 배란, 폐경은 물론 유산 가능성, 자궁외임신까지 모니터링할 수 있는 5종의 호르몬을 하나의 디바이스로 측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 결과 진단시약(검사지)을 바꿔가며 5종의 호르몬을 동시에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완성했다. 무엇보다 가장 눈에 띄는 지점은 패턴 분석이다. 어떤 검사를 받았을 때 일정 수치 이상이면 양성, 이하면 정상으로 나뉘는데, 이를 구분해주는 것이 컷오프다. 하지만 호르몬의 경우는 개인 편차가 무척 큰 데다 다이어트 등 여러 변수에 의한 변화도 심하다. 따라서 다른 질환 검사와 달리 컷오프의 기준이 다소 애매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패턴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이러한 패턴을 분석하는 제품이 전무했는데, ㈜수젠텍이 이를 처음으로 개발해 구현했다. 지속적인 검사로 패턴을 분석해 배란기, 가임기 등을 보다 정확히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독보적 기술의 플랫폼 개발로 글로벌 사업 기지개
이 과제에는 바이오마커, 항체, 나노비드, 광학, 하드웨어, PCB, 앱 연동 등 여러 기술이 필요했다. 소형 디바이스를 통해 고가의 대형 장비와 유사한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그만큼 집약된 기술, 융합 기술이 필요했다. 난도가 높은 기술인 만큼 구현이 쉽지 않았고, 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하기 위해 시행착오를 거쳤다. 한국기계연구원 등과 함께 과제를 수행하고, 의료기기 만드는 IT 회사를 인수하고, ‘베스펙스’라는 IT 서비스 자회사를 만든 것도 이런 노력의 연장선상에 있다.

어렵게 개발에 성공한 제품을 대량 양산하기까지는 또 다른 지난한 과정이 있었다. 당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물류난이 심화되며 부품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생산 일정이 지연된 것. 우여곡절 끝에 부품별 품질 테스트를 마치고 2022년 대량 양산 문제를 극복했다. 이후 2023년 말 ‘슈얼리 스마트’라는 이름으로 소비자에게 첫선을 보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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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자사몰을 비롯해 올리브영, 네이버, 오픈마켓 등에서 만날 수 있는 이 제품은 20~40대 여성을 타깃으로 한다. 새로운 기능의 신제품이 겪는 어려운 점은 소비자에게 해당 제품의 필요성을 알리고 교육하며 스스로 시장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것. 긴 마라톤이 될 것을 각오하고 마케팅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미국,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 글로벌 시장을 본격 공략할 예정이다.

팬데믹 상황으로 기술개발에서 상용화까지 다소 공백이 생겼지만, 독보적 기술을 확보한 만큼 시간은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이 정도 수준의 개인용 디바이스를 만들어낼 수 있는 회사는 우리나라에서는 ㈜수젠텍이 유일하며 세계적으로도 세 손가락에 꼽히기 때문이다.
체외진단 의료기기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으로
과제를 통해 ㈜수젠텍은 많은 것을 얻었다. 우선 다양한 것들을 시도하고 검증해볼 수 있는 자금 여력이 생겼다. 과제 수행 결과를 바탕으로 추가 투자를 받아 시장에 제품을 출시하는 선순환 구조도 만들었다. 신규 연구원 채용도 늘려 R&D 인력이 50명에 달한다. 진단 분야에서 이 정도 규모의 R&D 인력을 확보한 곳은 많지 않다. 2011년 12월 연구소기업으로 창업한 ㈜수젠텍은 2016년 이 과제를 시작하며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고, 이를 통해 쌓은 기술적 특허와 성과를 디딤돌 삼아 2019년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체외진단 영역은 면도기와 면도날과 같은 비즈니스다. 하나의 면도기에 여러 면도날을 바꿔 쓸 수 있는 것처럼 하나의 플랫폼을 만들어 당뇨, 심혈관, 코로나19 감염 등 여러 검사를 적용할 수 있다. 이런 시스템의 발전으로 개인이 주요 질환까지 검사할 수 있게 될 날도 머지않았다. 앞으로 개인용 디바이스가 병원에서 구현하는 정도의 정확도를 보장하면 게임체인저가 되고 시장의 변화를 이끌 것이다. 체외진단 의료기기 기업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수젠텍은 그 변화의 선두에 서서 시장을 확대하며 성장해 가고 있다.
㈜수젠텍
체외진단 의료기기의 여러 플랫폼 기술을 가지고 있는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이다. 대형 병원에서 사용하는 질병 진단 기기(랩용), 중소형 병원에서 간단히 검사를 진행하는 POCTPoint-of-Care Test, 집에서 진단하는 개인용(홈 테스트)까지 체외진단 의료기기 전 분야를 아우르는 기술력과 장비를 확보하고 있다. ‘알레르기나 자가면역을 진단하는 랩용 플랫폼’, ‘당화혈색소, 심혈관 질환, 갑상선 질환 등을 검사할 수 있는 POCT’, ‘여성 호르몬 진단 홈 테스트’가 주력 제품이다.
sugentech.co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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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의 성장을 위한 지원
좋은 기획이
좋은 결과물로
연구 결과물이 제품화되고 시장에 출시되면 연구자로서 느끼는 보람과 만족감이 클 것 같다.
과학자 출신으로 정부출연연구기관과 기업체 연구소에서 근무하다가 창업했다. 연구 결과가 주는 만족감이나 성취감이 지속 가능한 연구 사이클을 만드는데, 특히 보건의료분야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커 보람이 남다르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경험했듯이 진단이 국가적·국민적 이슈가 되기도 한다. 이번 과제는 BT, NT, IT, AI 등 여러 기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 연구 책임자로서 힘들었지만, 이러한 기술을 통합해 하나의 시스템으로 완성하고 나니 그만큼 성취감도 크다.
기술 구현 이후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여러 규제 사항을 꼽을 수 있겠다. 기존에 없던 제품을 개발하면 규제 기관과 협의하는 게 쉽지 않고,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에 시간도 오래 걸린다. 그러다 보니 선진국에서 먼저 허가를 받고 들어와 국내에서 허가를 신청하는 경우도 있다. IT, 앱 등 디지털 관련 규제가 높은 편인데 특히 의료 데이터와 관련된 규제는 더욱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수출 시 앱의 작은 변화까지 모니터링되기 때문에 이런 규제까지 감안해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정부 R&D 지원과 관련해 필요한 부분이나 의견이 있다면?
산업통상자원부 과제의 경우 산업의 성장을 위한 지원이라는 명확한 목표가 있기 때문에 산업을 턴어라운드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다. 그만큼 과제의 기획이 중요하다. 기획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제안 요청서RFP가 기업의 입장과 동떨어지지 않으려면 톱다운 방식보다는 바텀업 과제를 확대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기업이 최신 기술 트렌드를 반영하고 아이디어 싸움을 벌일 수 있도록 말이다. 지금은 시장의 변화가 무척이나 빠르다. 과제를 진행하는 동안 시장이 바뀌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 상용화를 감안해 과제의 목표나 방향을 바꿀 수 있도록 유연성을 허용했으면 한다.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
질염, 매독 검사 등 여성 관련 다른 아이템 이나 남성호르몬 검사로도 제품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이 플랫폼은 소변 뿐만 아니라 코로나19와 같은 감염 검사도 가능하다. 또 의료 분야 외에도 미생물 오염물질 검사, 수산물 바이러스 검사나 대장균 오염 검사와 같이 생명과학, 화학, 환경, 수산 분야 등으로도 확대 적용할 수 있다. ㈜수젠텍은 면역화학분야에서 시약과 자동화 장비를 모두 만들 수 있는 국내 유일의 회사다. 체외진단 영역에서 성장했지만, 가고자 하는 방향은 언제 어디서 누구나 검사할 수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영역으로의 확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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