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ESG Tech Trend>ESG Issue
국산 지속가능항공유SAF
깨끗한 하늘길 여는 데 앞장선다
s_double.jpg

지난 8월 30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국산 지속가능항공유SAF를 급유한 국제선이 정기 운항을 실시했다. 우리나라는 정유산업을 기반으로 한 세계 1위의 항공유 수출 국가. 이에 SAF 시장 또한 우리의 주요 관심사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는 ‘지속가능항공유SAF 확산 전략’을 발표하며 업계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 가운데 폐식용유를 활용한 국산 SAF를 수출한 HD현대오일뱅크의 사례 또한 주목받고 있다.

word 구현화 <한경ESG> 기자

s6_2_1.jpg
지속가능항공유 시대가 왔다
국내 지속가능항공유SAF, Sustainable Aviation Fuel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HD현대오일뱅크가 SAF를 생산해 국내 최초로 일본에 수출했다. 구매한 곳은 일본 ANA항공이다. 국내 정유사 모두가 SAF 개발과 생산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실제로 SAF를 생산해 판매까지 이뤄낸 곳은 HD현대오일뱅크가 최초로 꼽힌다. 항공사에 SAF 구매 비율이 의무화되며 글로벌 규제가 강화되는 시점에 국내 정유업계가 내놓은 첫 글로벌 성과이기도 하다.

HD현대오일뱅크가 SAF 개발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20년부터다. UN 산하 국제민간항공 기구ICAO는 2020년부터 국제항공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0년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선언했다. 항공사 모임인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역시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2050년까지 2005년 대비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50% 감축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다음 해인 2021년에는 각국 정부에서 규제 바람이 불었다. 유럽연합EU은 ‘지속가능항공연료ReFuel EU Aviation’ 이니셔티브를 통해 2025년부터 목적지와 관계없이 EU에서 이륙하는 모든 항공기에 SAF 혼합 사용을 의무화했다. 2025년부터 SAF 혼합 비율은 2%, 2030년 5%를 거쳐 2050년에는 70%에 달할 예정이다.

미국 에너지부 또한 2030년까지 SAF 생산량을 연간 30억 갤런으로 늘리는 ‘SAF 그랜드 챌린지’를 발표했다. 또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현지에서 혼합·급유하는 SAF에 1갤런당 1.25~1.75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2030년까지 항공유 수요의 10%를 SAF로 대체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s6_2_2.jpg
지난 8월 30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진행된 ‘지속가능항공유SAF 확산 전략 발표’.
국내 SAF 사용 확대를 위한 상호 협력을 위해 산업부와 국토부, 국적 항공사 및 국내 정유사 등이 MOU를 체결했다.
국산 SAF 수출 역사의 첫 순간
HD현대오일뱅크는 이와 같은 상황을 주시했다. 당시 바이오디젤, 에탄올 등 친환경 대체 연료를 연구 중이던 바이오에너지사업팀은 항공 부문에서 탈탄소화를 위해서는 SAF가 유일한 대안이라고 판단했다. 수소, 암모니아 등과 같은 대체 연료는 에너지 밀도량이 너무 낮고, 전기 배터리를 싣는 전동화를 이루기엔 비행기 특성상 무게가 문제였다. 이에 SAF에 대한 심도 있는 스터디를 시작했다.

결정적인 계기가 된 때는 2023년 말이었다. 당시 ICAO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5% 줄이겠다고 선언하며 탄소 감축 및 상쇄 제도인 ‘코시아CORSIA’를 도입했다. 코시아는 2024년부터 2026년까지 탄소배출량 감소를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2027년부터 SAF 혹은 탄소배출권을 구매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가격경쟁력이나 안정성 측면에서 SAF를 선택하는 항공사가 많아졌다. 결국에는 SAF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전망. 이에 HD현대오일뱅크는 SAF 확장에 무게를 싣게 되었다.

같은 시기 국내에서 SAF를 생산할 수 있는 길이 제시됐다. 기존에는 법에 자연산 원유에서만 항공유 같은 석유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명시해 SAF를 생산하는 데 걸림돌이 됐다. 2023년 국회는「석유 및 석유 대체 연료 사업법」대상을 친환경 정제 원료까지 확대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친환경 정제 원료는 ‘석유에서 유래한 것을 재활용하거나 생물 유기체에서 유래한 것으로 석유 정제 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정한 것’으로 규정됐다. 이제 고민은 SAF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였다.
폐식용유와 코프로세싱으로 국산 SAF 생산
SAF는 그 원료가 다양하다. 따라서 기업마다 그 원료를 정하는 것이 큰 숙제인 셈인데, HD현대오일뱅크는 ‘폐식용유’를 낙점했다. 온실가스를 줄이자는 취지를 위해서는 폐기물 기반의 원료가 적절했는데 그중 국내 소싱이 가능한 한국산 폐기물에 주목한 것이다. 이에 폐식용유를 수거해 정제한 후 판매하는 사업자와 협업을 맺었다. 폐식용유 자체는 훨씬 많지만 사업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조달 가능한 원료로 포커싱했다.

이와 동시에 기술 설비도 정해야 했다. SAF 전용 생산설비를 만들려면 7000~8000억 원 수준의 투자비가 소요된다. SAF가 규모 경제가 되려면 30만 톤 내외여야 하는데, 시장의 개화 시점이 오지 않은 상황에서는 투자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었다. 따라서 우선 기존 정유 공정 일부를 전환해 SAF를 생산하는 방식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미국재료시험협회SATM에서 항공유를 만들 수 있는 다양한 공정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있는데, 그중 코프로세싱Co-Processing이 가장 적합한 형태라고 보았다.

코프로세싱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안전 측면도 고려해야 하지만 기존 공정에 해가 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 공정에나 넣을 수도 없어 후보군 중 최종 수소 첨가 공정에서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바이오매스 원료에는 산소O가 있기 때문에 수소H 첨가 공정에 넣어 물H2O을 만들어 산소를 탈락시키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열이 발생해 온도가 올라가는데, 이 부분에서 관계자들은 기존 공정과는 다른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공정담당팀은 SAF를 이해하기 위해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해 문제를 해결해나갔다. 코프로세싱은 생산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 SAF는 현재 석유 총공정의 5%밖에 넣지 못하도록 생산 규모에 제한이 있다. 따라서 SAF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어느 정도 시장이 성숙해진 후에는 기존 정유 공정 외에 새로운 설비를 준비해야만 한다.
s6_2_3.jpg
대한항공은 2024년 8월 30일부터 2025년 7월까지 인천-하네다 노선 KE719편에 국산 SAF를 일반 항공유와 혼합해 사용한다. 국내산 SAF를 사용하는 국적 항공사는 대한항공이 최초다.
SAF 시장, 선택 아닌 필수
지금 SAF의 가격은 일반 항공유 대비 2~3배 비싼 데 반해 일반 원유와 연비 차이는 크지 않다. 결국 SAF 시장의 관건은 규모의 경제다. 글로벌 정유사들도 전략의 차이는 있지만, SAF를 차세대 수익원으로 보고 사업을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전용 설비를 갖추거나, HD현대오일뱅크처럼 코프로세싱을 택하는 곳도 많다. 현재 SAF 분야의 선도적인 기업 중 한 곳은 핀란드의 네스테Neste이다. 자체적으로 SAF 단독 설비를 다양하게 갖추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바이오 항공유, 바이오디젤 등을 가장 많이 만드는 기업으로, 상업성과 친환경성을 모두 잡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MarketsandMarkets에 따르면, SAF 시장은 2030년 157억 달러(한화 약 21조 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HD현대오일뱅크와 같은 기업들이 SAF 시장에 빠르게 진출해야 하는 명확한 이유다.
 이번 호 PDF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