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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의 혁신을 가져온
역사 속 자동화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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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에게 자동화는 공기나 물처럼 당연한 요소가 되었다. 하지만 자동화는 결코 자연스레 얻어진 것이 아니다.
자동화 기기가 모두 사라진 일상을 과연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우리 일상을 뒤바꾼 자동화 제어 기술에 대해 정리해봤다.

자동화의 필수 불가결, 피드백 제어 메커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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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270년 이집트 크테시비우스의 물시계,
인류 최초의 자동화 기기 중 하나다.
자동화自動化의 사전적 의미는 ‘다른 힘을 빌리지 않고도 스스로 움직이거나 작용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다른 힘’이란 바로 사람의 힘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사람의 개입을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다. 모든 일의 최종 결정권과 그에 따르는 책임을 사람이 져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동화의 실질적인 의미는 ‘사람의 판단력과 노동력의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일이 잘 진행되게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인류의 역사는 곧 자동화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인류는 산업혁명 이전부터 사람의 힘이 아닌 동물력(가축), 자연력(풍력과 수력 등)을 이용해왔기 때문이다. ‘남의 힘’을 제대로 제어하려면 자동화가 필수적이다. 자동화 하면 흔히 인공지능, 로봇을 떠올리지만, 그것은 앞뒤가 뒤바뀐 인식에 가깝다.
인류 최초의 자동화를 명확하게 정의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기본이 되고 절실했던 자동화 수요 중 하나는 시간 계측이었다. 사람들을 제때 모아서 일하게 하려면 시간을 정확히 알아야 하니까 말이다.

기원전 270년 이집트에서 발명가 크테시비우스Ctesibius가 부표 조정기를 설치한 물시계를 발명했다. 물을 흘려 통 안으로 넣어주면 통 안의 수위가 높아지고, 부표가 높이 떠오르면서 특정 시간을 가리킨다. 그러다가 물이 기준 높이를 초과할 경우, 순간적으로 긴 통 속의 물이 다음 칸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때 아래 톱니바퀴들을 움직이며 위의 눈금을 다음 시간으로 돌리는 것이다. 오늘날 화장실 변기 물탱크에 쓰이는 것과 매우 비슷한 이것이 인류 역사 최초의 피드백 제어 메커니즘이다. 즉, 결과값을 입력값에 반영하여 제어값을 결정하는 장치이다. 이러한 제어 장치는 자동화에 필수 불가결로, 기계의 원치 않는 정지나 폭주를 막고, 일정하게 원하는 출력값을 내도록 한다.
수차와 풍차, 자연력의 본격적 이용
수차는 물의 힘으로 돌아가는 바퀴다. 고대에는 문자 기록이 제대로 남아 있지 않아 최초의 수차를 명확히 특정하기는 어려움이 있으나, 기원전 1세기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수차를 이용해 곡물을 제분하는 행위가 보편적이었다고 본다.

서양인의 주식은 밀이다. 밀은 제분 과정을 통해 밀가루를 만드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서양에서는 제분에 필요한 동력 확보, 이를 통제하는 자동화에 일찌감치 관심을 기울였다. 수차는 이전에 인력이나 동물력으로만 수행하던 제분 작업을 ‘자연력’으로 수행, 인간과 동물의 노동력을 절약시켜주었을 뿐 아니라 반자동화의 시대, 즉 자동화 혁명의 시초를 열었다.

서기 7세기에는 페르시아에서 풍차가 발명되었다. 풍차는 바람의 힘으로 돌아가는 바퀴다. 수차와 풍차는 세계 각지에 전파되어 제분을 포함한 다양한 산업에 활용되었다. 둘은 상호 보완적인 부분이 있었다. 에너지 효율은 수차가 훨씬 뛰어났지만, 물이 없이 바람만 부는 지역(페르시아) 등에서는 풍차의 쓰임새가 더욱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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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차는 그 자체로 훌륭한 자동화 기기다. 사진 속 풍차에는 자동 팬테일(우측의 작은 바람개비)이 달려 있다.
자동 팬테일은 풍향에 맞춰 반응, 풍차의 주날개가 언제나 바람을 가장 잘 받는 쪽으로 향하게 해주는 자동화 제어 기기다.
기계력, 자동화를 가속하다
17세기 서유럽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산업 자동화의 큰 분수령이었다. 이 시기에 증기기관과 내연기관이 차례로 발명되며 풍차와 수차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인력과 동물력, 자연력은 그 힘의 한계가 명확했다. 그러나 인간이 만든 힘인 ‘기계력’은 기술의 발전에 따라 그 힘을 얼마든지 높일 수 있었다. 이와 동시에 물리적인 힘을 제어하는 기술 또한 매우 중요해졌다.

1785년 영국의 발명가 올리버 에반스Oliver Evans가 만든 자동 제분기는 인간의 개입 없이 연속적으로 생산이 가능한, 즉 완전 자동화 산업 체계를 구현한 최초의 제품이었다. 또한 1867년 영국의 물리학자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James Clerk Maxwell이 발간한 논문 <동력학적 기체 이론에 관해>는 자동화 제어 이론의 기초를 다졌다.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물리적인 힘과 그 제어 능력이 증가함에 따라 선진국들은 다양한 상품을 이전보다 더욱 많이 빠르게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동시에 교통과 통신 기술이 발달하며 이러한 상품들은 전 세계로 팔려나가게 되었다.

1920년대에 들어서는 전기의 보급이 자동화를 촉진했다. 생산 현장의 전동기 및 릴레이Relay 논리회로 도입이 그 구체적인 형태였다. 계전기라고도 불리는 릴레이는 인간의 개입 없이 자동으로 전기회로를 켜고 끌 수 있는 스위치다. 내부에 전자석이 들어 있어, 전원을 공급하면 이 전자석이 자석이 되어 전기회로를 켠다. 이러한 작동을 하는 데 필요한 전압 및 전류는 작지만, 그것으로도 훨씬 큰 전압 및 전류를 제어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릴레이를 여러 개 연결하는 방식에 따라서, 특정 조건에 따라 회로를 자동으로 켜거나 끌 수 있는데, 이를 릴레이 논리회로라고 한다. 릴레이 논리회로를 전력망 및 전동화된 공장의 생산 기기에 적용, 자동적으로 제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전동화된 공장의 생산 효율은 증기기관 시대에 비해 최소 30% 늘었다. 성능 자체의 개선 외에 정비 유지 시간을 줄이고 라인 축과 벨트의 마찰을 감소시키는 데도 기여했다.

1930년대에는 정해진 값에서 편차가 발생할 경우에도 대응할 수 있는 정밀 제어 장치들이 등장한다. 이러한 제어 장치들을 제조 현장에 투입해 생산성을 크게 늘렸고, 공장 전동화의 단점을 상쇄할 수 있었다. 또한 제1·2차 세계대전 가운데 등장한 대규모 통신과 신호 처리 필요성 역시 자동화 기술의 발전에 도움을 주었다. 1958년부터는 자동화 제어 장치의 반도체화가 진행되기 시작하며 더욱 정밀한 자동화 제어가 가능해졌다.
전자 기술을 통한 자동화가 안방까지
반도체의 발전은 컴퓨터 성능 개선으로 직결되었다. 특히 1971년 마이크로 프로세서가 발명되면서 컴퓨터 대량 보급이 가능해졌고, 컴퓨터를 사용해 생산 현장의 정밀 수치를 제어하게 된다. 컴퓨터가 제어하는 물리력을 사람들은 로봇이라고 부른다. 오늘날 로봇은 다양한 제조 현장은 물론 가정과 식당, 카페 등에도 배치되어 있다. 로봇은 생산과 생활의 자동화만 이룩한 것이 아니다. 인간을 위험한 요소들로부터 보호하고, 제품의 생산 단가와 품질을 개선시켰다.

자동화는 가전제품을 통해 우리 일상을 변화시켰다. 일례로 미국의 경우 약 100년 전인 1930년대에 이미 가정 전기 보급률이 70%에 도달해 식기세척기, 냉장고, 세탁기 등 다양한 가전제품을 사용할 수 있었다. 오늘날 우리는 이러한 가전제품을 너무나도 당연히 여기고, 자동화로 따로 분류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가정 자동화는 실로 기술의 축복이다.

4차산업혁명은 자동화를 더욱 촉진시키고 있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인공지능은 네트워크를 이용해 다양한 기기를 효과적으로 자동 제어하고 있다. 이만큼 발전을 이룩한 자동화는 현대인의 생활 속 사실상 모든 부분에 영향을 주고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동네마다 있는 자판기, 버스와 전철마다 있는 교통카드 리더기부터 자동화의 산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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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가용하는 힘의 크기가 커질수록 자동화의 필요성과 기술 성숙도도 그에 비례해 올라갔다.
증기기관의 발명 및 보급이 그 대표적 사례다.
자동화의 이점과 숙제
자동화의 장점은 효율이다. 110여 년 전인 1905년에 등장한 자동화 유리병 제조 기계의 사례만 보더라도 분명히 알 수 있다. 조작에 2명이 필요한 이 기계는 24시간 동안 1만7280개의 유리병을 만들어냈다. 제조 단가는 10센트에 불과했다. 반면 인간 6명으로 이루어진 1개 팀이 수작업으로 유리병을 제조할 경우, 24시간 동안 2880개를 생산했는데 비용은 1.8달러가 들었다.

자동화에도 단점은 존재한다. 무엇보다 자동화 설비를 구축하기 위해선 초기비용이 크게 든다. 또한 빠른 생산 속도로 인해, 제품 불량을 조기에 발견해내지 못할 시에는 불량품에 의한 손실도 클 수 있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자동화가 진행될수록, 자동화를 감독하는 인간의 중요성 역시 커진다. 물론 인간의 개입 정도는 줄어들지만, 그 줄어든 개입 하나하나가 전체 공정에 가하는 영향은 더욱 커지게 되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이유에서 아무리 자동화를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인간의 개입을 제로화할 수는 없다. 인간은 비선형 계산이 가능한 가장 효율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인간과 기계의 능력을 잘 조율해 최적의 결과를 도출해내는 것, 그것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기술을 손에 쥔 인간이 풀어야 할 숙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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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이 수족처럼 편하게 사용하는 스마트폰은 수천 년간 발전해온 자동화 제어 기술의 결정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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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과학 칼럼니스트
<월간 항공> 기자, <파퓰러사이언스> 외신 기자 역임. 현재 과학/인문/국방 관련 저술 및 번역가. <과학이 말하는 윤리>, <화성 탐사> 등의 과학 서적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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