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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제조업의 패러다임 변화
‘자율제조’와 ‘산업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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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하며 전 세계 제조업은 새로운 전환의 압력을 받고 있다.
과연 AI가 가져온 산업 환경은 제조업을 오래된 굴뚝산업으로 전락시켜버릴 것인가? 아니면 제조업이 새롭게 부활할 기회로 다가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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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자율제조, 한국에 기회로 작용할 수도
AI와 제조업에 대한 논쟁이 국내외에서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 ‘AI는 과연 어디까지 발전할 것인가?’, ‘AI와 전통 제조업을 어떻게 결합해 지속가능한 기술 생태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산업화 시대에 각각 다른 경쟁력을 가졌던 국가들은 어떻게 국가전략을 전환하여 생존해 나갈 것인가?’ 등에 대한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

현재 한국이 처해 있는 국내외적 환경은 이 같은 과제를 해결해나가는 데 많은 도전 요인과 가능성을 동시에 던져주고 있다. 국내의 정치·사회적 환경은 물론이고 미·중 기술 전쟁의 국제정치 환경 아래 한국이 가야 할 길은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한국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제조업을 어떻게 새로운 AI와 결합할 것인가에 따라 한국에도 기회의 창이 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은 급격한 출산율 하락으로 전 산업군에서 인력 수급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대도시와 떨어진 근무지와 열악한 근무 환경 등으로 인해 젊은 층이 기피하는 산업 분야로 인식되고 있다. 제조업 기피 현상은 비단 한국의 문제만은 아닌 전통 제조 강국인 독일, 일본에서도 겪고 있는 현상이다. 미국 MIT 공대와 보스턴 대학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독일, 일본, 한국 모두 고령화로 인한 제조업 노동력 부족을 심각하게 경험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동화 및 로봇 활용이 증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제조업의 가치를 올려야 하는 까닭은
미국 트럼프 정부의 자국 무역 보호 조치를 시작으로 바이든 정부의 탈공조Decoupling 및 탈리스크Derisking 전략 등은 세계 제조 무역 질서의 새로운 국면을 열고 있다. 최첨단 제조 분야인 반도체의 경우 일본의 소재와 미국의 장비 연합으로 중국 반도체 성장에 대응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고, 중국은 갈륨, 게르마늄과 같은 반도체 천연자원 공급 수출 제안으로 맞서는 형국이다. 이처럼 제조업, 특히 반도체나 이차전지와 같은 첨단 제조업은 국가 경제 및 정치 외교 전략으로 그 가치가 증대되고 있다.

제조업의 가치를 가장 잘 설명해줄 수 있는 부분이 지난 20년간 중국과 인도가 취해왔던 산업 정책이다. 중국은 제조 중심, 인도는 IT 기술 중심 성장 전략을 선택했다. 국가 규모와 인구를 감안하면 두 정부의 시작점은 비슷했지만, 국가적 위상은 차이가 존재한다. 중국의 외교적 위상과 비교해 인도는 아직 그에 미치지 못한다. 이것이 제조업의 차이라 결론 내리기에는 다소 비약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제조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국가의 위상과 자원·서비스업으로 성장한 국가의 외교 위상이 다른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물론 여기에 대해서는 보다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제조업이 경제·산업적 가치뿐만 아니라 외교 안보, 기술 확산 등 국가경쟁력 전반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제조업에 적용되고 있는 글로벌 AI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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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ICT 기술의 발전에 따라 제조업도 새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스마트팩토리는 제조 산업과 ICT 기술 융합의 결과물이다.
제품의 불량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분류하던 것에서 ‘AI 분류Classification and Clustering 기술’을 통해 자동으로 분류하는 방식이 이미 반도체, 이차전지, 평판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활용되고 있다. 경험치와 암묵적 지식에 의존하던 장비 진단 또한 ‘AI의 이상 징후 판독Anomaly Detection 기술’이 적용되어 일반적인 상황과 이상 상황을 파악한다. 생산 운영 분야에서는 수학적 최적화 등의 기술을 활용하여 재고 관리, 생산 스케줄링 관리, 생산 물류 관리 등을 전산화하고 있다.

발전된 로봇 기술은 공장 환경 전체를 바꾸고 있다. 1912년 미국 포드사가 도입하여 보편화된 컨베이어 방식은 지난 100년 이상 제조 자동화를 대표하는 기술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자율 주행 로봇ARM, Autonomous Mobile Robot’이 컨베이어를 대체하고 있다. 특히 강화 학습Reinforcement Learning과 로봇 기술이 융합하여 제조 자동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고 있다. 수십 대에서 수백 대에 이르는 로봇이 필요한 부품을 제조 장비에 보급하는 방식은 이미 가전, 전자 부품 조립, 자동차 생산 분야에 활발히 적용되고 있다.

챗GPT와 같은 대규모 언어 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 기술 및 생성형 AI 기술 또한 제조 산업의 혁신을 주도할 것이라 기대된다. 기존 로봇 기술과 결합해 사람의 자연언어로 로봇이나 자동화 장비를 제어하는 기술은 구글 및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개발 중이며, 생성형 AI를 활용해서 제품 설계를 자동화하는 기술들이 이미 제품화 단계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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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는 제조업 분야에 AI 기술을 도입해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새롭게 열리는 AI 시대의 제조 트렌드를 주도하기 위해 ‘AI 자율제조’ 기술 개발 및 현장 도입에 힘쓰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월에 열린 ‘인공지능AI 자율제조 얼라이언스 출범식’(위)과 지난해 12월에 열린 ‘인공지능AI 자율제조 혁신전략 포럼’ 현장을 담았다.
글로벌 AI 경쟁 가운데 우리의 강점은 ‘제조업’
범용적인 AI 기술들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과 같은 미국 거대 IT 기업이 주도할 수밖에 없는 산업으로 전환되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OpenAI사의 챗GPT와 같은 LLM 또한 조 단위의 투자가 없이는 경쟁이 불가피하다. 국내 기업으로는 네이버가 클로버 X를 출시하며 챗GPT의 대항마로 거론되고 있지만, 한국어 데이터에 의지하는 상황에서는 개발 및 비즈니스 모델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렇다면 국가 AI 기술을 포기하는 것이 답일까? 이에 대한 답은 제조업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이미 명실상부한 제조 강국이다. 메모리 반도체, 평판 디스플레이, 자동차, 이차전지, 조선 등에서 세계적인 제조 리더십을 확보하고 있다. 또 인구당 산업 로봇 보급률 1위는 한국이다. 이처럼 다양한 제조 산업에서 이미 로봇 및 첨단 ICT 기술이 도입되고 있으며 첨단 기술 적용에 적극적인 곳이 바로 우리나라다.

미국이 범용 AI 사업에는 독보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지만, 제조 AI와 관련해서는 아직 시장을 장악하지 못했다. 제조 AI를 적용할 제조 기반 산업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 제품을 만드는 공장이 있어야 ‘제조-공정 데이터’ 수집이 가능하다. 한국이 이 강점을 잘 활용해서 제조 AI 기술을 적극 육성한다면, 세계적인 제조 AI 기술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한국은 ICT 기술에서 중요한 ‘속도’와 ‘빠른 의사결정’ 측면에서 독일과 경쟁이 가능하다. 중국의 경우 제조 AI 기술을 자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이에 기반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전 세계로 확산해 글로벌 서비스로 제공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

자율제조는 AI, 디지털트윈, 로봇 기술을 융합하여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한 무인 공장을 의미한다. 자동화는 정해진 업무를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것이지만, 공장 환경 변화나 제품 변경, 예측하지 못한 상황 발생 등에 인간의 개입이 필요한 한계가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바로 자율제조의 목표다.
‘자율제조’ 우리의 다음 수출 효자 품목이 될 수 있다
자율제조는 제조 자동화의 다음 단계다. ‘자동화’가 사람이 사전에 정의할 룰과 규칙에 의해 반복적인 업무 수행을 의미한다면, ‘자율제조’는 변화하는 환경에 시스템이 이를 인지, 파악하고 최적의 의사결정을 스스로 내리는 것을 의미한다. 공장 생산 제품 물량이 변할 때나 장비가 고장 나면 이를 즉각 인지하고, 공장 생산 스케줄링, 재고 관리 등을 자동으로 수행해 최적화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뜻이다.

자율제조에서 가장 핵심적인 기술은 ‘AI’와 ‘디지털트윈’이다. 스스로 인지하고 판단하는 AI 기술과 AI의 판단을 가상 환경에서 구현해 오류나 문제점이 없는지 사전에 검토하는 가상 검증Virtual Commissioning 등이 여기에 속한다. 공장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로봇 기반 유연 생산 시스템Flexible Manufacturing System’ 또한 자율제조의 주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KAIST에서는 이미 제조 물류 시스템 및 로봇 기반의 자율 공장 연구를 통해 실증 사업화를 진행 중이다. 자율제조는 이제 선진국에서 제조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필수 기술이 되었다. 선진국이 제조의 자국화를 추구하는 시점에서, 자율제조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수출 아이템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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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제조 산업 육성하기 위한 방안
지금까지 한국의 제조 전략은 좋은 제품을 잘 만들어 공급하는 것이었다. 품질 좋은 자동차와 전자제품으로 세계 자동차 및 가전 시장을 장악했던 일본의 전략을 모방한 것이었다. 최근에는 중국이 이 전략을 모방했다. 대규모 자국 시장을 기반으로 저가 제품부터 고품질 제품에 이르기까지, 제품군을 확대하고 시장도 넓혔다. 이에 중국과 비교해 한국이 ‘물건을 만들어 판매’하는 유사한 전략을 지속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제는 제품을 만드는 장비, 설비, 인프라 및 공장 자체를 구축하거나 위탁 운영하는 독일의 전략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독일의 지멘스는 10여 년 전, 기업의 사업 방향을 전자 부품 판매에서 공장 구축 및 운영 서비스로 변경했다. 지멘스에서 제공하는 제조 분석, 시뮬레이션, 제조 AI 서비스 및 스마트공장 구축 서비스 등 공장 자체가 수출품이 되었다.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롯데칠성음료의 맥주 ‘클라우드’를 생산하는 충북 충주 공장은 독일 기술진이 설비, 장비, 제조 IT 시스템을 통째로 구축한 공장이다.

이러한 독일의 ‘공장 수출’ 전략을 벤치마킹하고 여기에 AI를 결합하여 제조업을 인공지능화하는 새로운 산업화 전략을 추구해볼 만하다. AI 기술을 제조업에 특화하고, 이러한 기술과 스마트공장을 글로벌 시장에 수출하는 전략은 AI 시대에 한국의 국제경쟁력을 제고하는 새로운 돌파구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독일처럼 국내 장비, 설비, 자동화 장비 기업 등과 함께 해외 공장 건설 수출 및 서비스 지원 사업으로 전략을 확대해볼 것을 제안하고 싶다.

제조업은 지난 30년간 한국의 주력산업이었다. 이 주력산업이 미래에도 그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와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제조업의 지속가능한 경쟁력과 국가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도 자율제조는 핵심적인 국가전략으로 채택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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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진화한 스마트팩토리로 꼽히는 독일 지멘스 암베르크 공장의 내부 모습.
최신 스마트 제조 시설을 한자리에 모아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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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에 설립된 ㈜롯데칠성음료 충주2공장.
독일 기술진이 설비, 장비, 제조 IT 시스템 등을 전부 맡아 설립했다.
우리나라 또한 독일처럼 AI 기술을 결합한 제조 시스템 자체를 수출한다면,
AI 분야에서 남다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자료: ㈜롯데칠성음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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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재 KAIST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교수
스마트팩토리, 자동화 시스템, 인공지능 및 수학 알고리즘과 데이터를 이용한 제조 최적화 등이 주 연구 분야다. 디지털제조혁신인재양성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스마트팩토리&디지털트윈 연구로 카이스트 10대 기술에 선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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