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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제조 경쟁력
‘AI 자율제조’ 시스템이 지킨다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자율제조연구센터 송병훈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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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는 제조업에 인공지능AI을 도입해 생산성과 안전성, 환경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는 ‘AI 자율제조’ 전략을 선언했다. 이에 우리 제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을 응원하면서도 한 가지 의문을 품게 됐다. ‘그런데 AI 자율제조가 정확히 뭔가요?’라는. 중견·중소 기업들을 위한 자율제조 기술을 연구하는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자율제조연구센터 송병훈 센터장을 만나 AI 자율제조에 대해 물었다.

word 김아름, 김규성 photo 김기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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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자율제조연구센터
송병훈 센터장
Q.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자율제조연구센터가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독자분들에게 간단히 설명해주세요.
KETI는 전자 분야의 전문 생산 연구기관입니다. 첨단산업 분야에서 중견·중소 기업들의 성장을 지원하고 유망 기술을 선제적으로 연구개발R&D하는 곳이지요.
저희 자율제조연구센터는 KETI 내에서 AI 기반의 로봇·기계·시스템 등이 생산 주체가 되어 자율적으로 협업 생산하는 원천 기술과 응용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세워졌습니다. ‘AI 자율제조’ 그 자체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곳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현재 저희는 자율제조에 필수적인 데이터 표준과 산업용 네트워크, 산업 AI, 휴머노이드 로봇 활용 기술 등을 연구하고 있으며 각 기술이 제조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지를 검증하고 있습니다.
Q. ‘AI 자율제조’를 한마디로 설명한다면요?
AI가 두뇌가 되고 공장의 각종 로봇·장비가 몸통, 손발이 되어 움직이는 첨단 제조 기술이라고 하면 적절할까요.
AI는 제조 현장에서 발생하는 여러 데이터를 통합하고 분석해 제조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최종 생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적의 방안을 도출합니다. 이를 로봇과 장비, 공정, 시스템 등에 실행하도록 명령을 내리면 각각의 기계들이 그에 따라 작동하게 되지요. 작업자(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해서 공장이 잘 돌아가도록 하는 시스템입니다.
Q. AI 자율제조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무엇일까요?
제조업이 국가의 핵심 산업인 나라들은 현재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품질, 노동력, 생산성 등에 따른 부가가치 문제와 ESG가 대표적이죠. 특히 우리나라는 다른 제조 선도국과 비교해 저출산에 따른 인구감소 문제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지금도 일부 산업에서는 숙련공이 부족한 상황이며, 앞으로 노동력 부족 문제는 더 커질 전망입니다.

한편 4차산업혁명이 시작된 이후, 산업계는 제조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해당 데이터를 AI 기술에 접목해본 결과 새로운 기술에 대한 습득이 빠르고, 경우에 따라서는 사람보다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도 합니다. 결국 자율제조 환경에서는 AI 기반의 로봇·장비 등이 자율적으로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노동력 문제를 일부 해소할 수 있으며, 고품질의 제품을 더욱 빠르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것이 제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또 제조 과정 전반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기 때문에 탄소 이력 관리가 가능해지며, AI를 통해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도 있어 ESG 트렌드를 따르는 데도 효과적일 것입니다.
Q. 최근 생성형 AI에 대한 문제점, 한계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신뢰성인데요,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AI를 믿고 제조 업무를 맡길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정형 테이터가 많이 사용되는 제조영역의 데이터는 보안상 확보는 어렵지만, 형태는 명확한 유형이라 학습을 통한 오류가 일반 영역에 비해 더 적긴 합니다. 그러나 제조업에서는 잘못된 AI 학습으로 인한 오답이 주는 피해 규모는 상상할수 없는 수준으로 파장이 커질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연구 센터에서는 이러한 오류를 막기위해 설명가능한 AIXAI와 같은 기술을 통해 오답 가능성을 줄이고 AI의 신뢰성을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요한 공정의 판단에 AI 모델을 도입할 때는, 여러번의 검정을 하는 구조 모델을 개발하여 안전한 공정 운영이 가능하게 하고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제조업에서 AI가 신뢰성 있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정확하고 일관된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데이터를 수집, 정제, 처리하는 프로세스를 잘 정립하는것이 필요하고 저희는 이러한 방법을 업종별로 지원하는 ‘표준 산업 데이터 수집/활용’ 지원 센터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Q. 결국은 데이터의 역할이 결정적이겠네요.
네, 그렇습니다. AI의 인지, 판단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양질의 산업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자동화된 설비에 네트워크 기능을 가진 데이터 수집 및 처리 장치를 내장해야 하지요. 이를 통해 디지털화된 현장의 데이터를 단계적으로 학습시켜야 합니다. 이 과정에 학습 기능을 가진 AI 플랫폼과 AI 기능을 연계 활용하는 소프트웨어(MES, ERP 등)가 필요하지요.
한편 데이터 수집만큼 중요한 것 중 하나가 ‘표준을 세우는 일’입니다. 데이터의 형식이나 의미에 대한 표준이 명확해야, 데이터 수집이 수월하고 AI 학습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Q. AI 자율제조의 이점과는 별개로, 실제 제조 환경에서 이를 적용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 텐데요.
특히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사업장이나 중소기업에선 고민이 크겠습니다.
센터장님께서 만나본 산업계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대기업과 중견·중소 기업 간의 입장 차가 클 수밖에는 없지요. 국가 주력산업을 맡고 있는 대기업들은 자체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하는 환경을 만들고 있고, AI 분야의 인력을 채용하는 등 R&D 투자에 적극적입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무인화, LG전자 스마트파크, 현대자동차의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 등이 대표적인 예가 되겠지요. 그들은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AI 자율제조에 온 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물론 글로벌 수준의 데이터 표준화나 자율제조용 로봇 기술인 휴머노이드 로봇 등의 적용은 초기 단계지만요.

대기업과 직접적으로 협력하는 일부 중견기업들은 공장 자동화나 제조응용시스템(MES, ERP 등) 등의 중간 단계 기술들을 이미 활용하고 있어, AI 자율제조 도입의 기반은 어느 정도 마련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부 공정에서는 이미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어 기술이 확산된다면 적용도 가능할 것입니다.

안타까운 곳이 중소기업입니다. 일부 스마트공장을 경험하고 기초적인 수준을 넘어선 중소기업들은 자율 제조 시스템을 도입할 때 방향성 설정과 적절한 투자 시기를 고민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성공 사례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소기업들이 시행착오를 줄이고 안정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추진할 수 있는 벤치마크 사례가 절실히 요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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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현재
산재한 노동력 부족, 환경오염 등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AI 자율제조’가 그 답을 제시할 것이다.
Q. 제조 현장에 AI를 도입하면 일자리가 크게 줄 것이란 걱정도 많습니다.
단순히 생각해보면 틀린 말이 아닌 것 같은데요, 여기에 대한 생각을 여쭙고 싶습니다.
인간이냐 기계냐에 대한 갈등은 공장자동화 초기부터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작용해왔습니다. 그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사회적 대응과 정책이 제시되었고요.

최근 AI와 자율제조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전에 겪었던 이슈들이 다시 등장하고 있습니다. 차이점은 과거의 자동화는 단순히 육체노동을 대신했다는 것이고, 오늘날의 AI는 보다 복잡한 분석이나 관리의 역할까지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겠죠. 하지만 과거의 문제들이 잘 해결되었던 것처럼, 지금의 걱정도 그 방법을 찾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동화는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었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AI 자율제조가 광범위하게 확산되면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들이 많은 고민을 해야겠지요. 노동자들에게 재교육 기회를 제공하거나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 기회를 마련해야 합니다.
Q. 그렇다면 AI 자율제조 시스템 안에서 인간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관리·감독의 일을 맡게 된다면 어떤 역량이 필요할까요?
AI 시스템과 인간이 협력하는 제조 환경에서는 AI 시스템을 잘 이해하고, 해당 제조업의 도메인 지식이나 AI 기술을 아는 능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AI는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작업을 잘 처리하지만, 예외적인 상황이나 복합적인 문제 앞에서는 인간에게 도움을 요구할 것입니다. 우리는 더욱 창의적이고 비정형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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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자율제조연구센터의 수장으로서 개인적인 목표 혹은 센터가 지향하는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저희 역할은 무엇보다 AI 자율제조가 잘 구현되고 확산되도록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무엇보다 기술 개발에 몰두할 계획입니다. ‘산업 AI 기술’과 ‘로봇에게 인간의 제조 노하우를 전하는 AI 기술’을 개발하는 것에 우선적인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산업 AI 기술은 AI 자율제조의 핵심입니다. 여러 중견·중소 기업 제조 현장에서 통용되는 AI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토대가 되는 제조업 특화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에게 인간의 노하우를 전달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결국 인력으로 채울 수 없는 자리에 우리의 모습을 닮은 로봇이 일하게 될 것입니다. 전체적인 명령과 통제는 인간이 하겠지만, 사소한 문제들은 로봇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도록 할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AI 기술은 활용도가 높고 도입 시기도 빠릅니다. 다른 산업과 비교한다면 제조업의 AI 기술 도입은 느린 편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산업보다 AI의 역할이 중요하고 필수적입니다. 제조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글로벌 첨단산업 강국들과 계속해서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연구자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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