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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고기능성 원단 상용화,
내수 넘어 세계로 도약한다

식물 유래 폴리올을 이용한 투습·방수 PU 필름의 고기능화 및
그린마켓 대응형 응용 섬유제품 개발
㈜비에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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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의 시간이 돌아왔다. 20세기 중후반 우리 경제의 큰 축이었던 섬유가 반세기가 지난 지금 첨단 산업과 친환경 전환의 키를 움켜쥐게 되었다.
다시 섬유의 시대가 오기만을 학수고대하며 연구개발R&D의 끈을 놓지 않았던 ㈜비에스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word 김아름 photo ㈜비에스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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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산업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원료 및 원사’, ‘원단’ 그리고 ‘완제품’이다. ㈜비에스지는 ‘원단’ 산업 내에 위치하는 기업으로, 원단에 폴리우레탄PU 기반의 필름을 덧붙인 기능성 제품을 생산한다. ㈜비에스지처럼 원단에 필름이나 기타 재료 등을 결합해 새로운 복합 섬유 원단을 만드는 공정을 ‘라미네이팅Laminating’이라고 한다. 쉽게 말해 ‘원단을 코팅하는 것’인데, 엄밀히 말하면 공정 방식과 결과물에서 코팅과는 차이가 크다. 라미네이팅은 원단의 방수·방풍·방염 기능 등을 향상시키고 내구성을 강화한다. ㈜비에스지는 여러 역할 가운데 방수·투습 등 ‘수분’의 이동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고기능성 PU 필름을 만들어 원단에 결합시킨다. 이렇게 만들어진 고기능성 원단은 각종 스포츠 의류, 아웃도어, 국방 및 보호복 등에 활용된다.
석유 대신 식물 원료, 친환경 PU 필름의 시작
PU 필름의 주요 재료 중 하나는 폴리올Polyol이다. 폴리올은 산소O와 수소H로 이루어진 수산화기-OH를 다수 가지고 있는 유기화합물로, 이소시아네이트NCO라는 기능성 화합물과 결합해 PU가 된다. 이 폴리올은 다양한 원료에서 추출되거나 합성되지만, 보통은 석유에서 기인한다. 그 때문에 석유 기반 폴리올을 가공하고 폐기할 때 다량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는 단점이 있다. 석유 자원의 한정성과 가격 변동성이 폴리올의 가격과 생산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최근 식물성 기름에서 추출한 바이오매스 폴리올의 수요가 높은 것도 석유 기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비에스지 또한 기업의 성장과 산업의 발전을 위해 바이오매스 폴리올 R&D를 고민하게 되었고,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의 지원 아래 ‘식물 유래 폴리올을 이용한 투습·방수 PU 필름의 고기능화 및 그린마켓 섬유제품’ 개발에 뛰어들었다.

해당 과제를 통해 개발해야 할 핵심 기술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바이오매스 기반 원료를 적용한 PU 수지 합성 공정이었다. 기존 PU 분자구조에서 석유계 원료를 가능한 많이 식물 유래 바이오매스로 대체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석유계 원료를 줄이더라도 기존 상용 제품과 동등한 물리적·화학적 특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에 옥수수, 피마자유, 대두유 등 다양한 식물성 원료를 활용해 폴리올을 만들고 이를 NCO와 반응시켜 PU 물질을 완성해냈다.

두 번째로 확보해야 할 기술은 용도에 맞는 고기능화 제작 방법이었다. 스포츠나 아웃도어 원단과 의료 그리고 군사·보호용 섬유 소재는 그 목적과 쓰임새가 명백히 다르다. 따라서 각 분야에 맞는 라미네이팅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의료 분야에 쓰이는 원단은 항균성이나 소취성이 강해야 하고, 군사 분야에서는 극한의 온도에서도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항균성과 소취성에 적합한 필름은 은Ag과 광촉매 기술을 복합 적용해 만들었고, 폴리머의 유리전이온도Tg❸를 최적화해 -32℃의 극저온에서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 필름을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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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마켓 대응형 응용 섬유제품. 식물 유래 투습 방수 PU 필름은 스포츠웨어나 아웃도어 원단에도 적용 가능하며, 이는 기업들의 ESG 성과를 높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의 R&D 과정 가운데 곳곳에 장애물이 있었다. 그중 연구진을 가장 힘들게 만들었던 것은 바이오매스 기반 합성 원료 물질을 확보하는 데 있었다. 당시만 해도 관련 기술력을 보유한 곳이 많지 않았고, 참고할 만한 자료로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비에스지 연구진 스스로가 찾아내야만 했다. 실패가 일상이 된 하루하루가 5년이 되었고, 마침내 ㈜비에스지 연구진의 손에 관련 데이터베이스가 축적되었다.
  • ❶ 수지: 고체 또는 반고체 상태의 점성이 있는 물질로 합성수지, 천연수지 등으로 나뉜다.
  • ❷ 소취성: 악취를 없애는 성질
  • ❸ 유리전이온도Tg: 고분자의 성질이 물리적으로 변하는 온도. 단단하고 딱딱한 물질이 부드럽고 탄성 있게 변하는 온도를 말한다.
R&D에서 상용화로, 안전 지키는 보호복 되다
과제의 마지막 해인 2018년, 바이오매스 기반의 PU 수지 합성부터 필름화, 라미네이팅 가공, 섬유 제품 상용화까지 모든 과제가 성공했다. 무엇보다 감격스러웠던 것은 당초 목표였던 ‘바이오매스 함량 40%’를 초과 달성했다는 것. 최종 개발한 ㈜비에스지의 PU 소재 바이오매스 함량은 44%. 타사 대비 훨씬 높은 수치였다.

이후 미국 농무부USDA ‘바이오매스 기반 제품 인증’, 독일표준협회 인증기관DIN CERTCO ‘바이오 기반 제품 인증 라벨’을 획득했다. 친환경 소재로의 전환과 탄소중립 등 글로벌 환경 이슈가 강화되는 이때 전 세계에 또 하나의 대안을 제시한 셈이다.

㈜비에스지의 PU 소재는 ‘농약침투안전 영농작업복’과 ‘포켓용 스마트 방연 마스크’, ‘유아용 및 반려동물용 매트’ 등으로 제작되어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농약침투안전 영농작업복은 농약을 살포할 때 외부의 액체나 화학물질이 침투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옷인데, 내부에서 발생하는 땀과 수분은 외부로 배출한다는 점에서 쾌적함과 보호 성능을 동시에 만족시킨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서 환경표지 인증을 받았으며 그 우수한 성능에 힘입어 조달우수제품에 지정되기도 했다.

포켓용 스마트 방연 마스크는 화재 현장에서 필요한 호흡 보호구다. PU 소재 특유의 신축성과 방염성 덕분에 유독가스나 분진이 안쪽으로 침투하지 못하며, 안면부 전체를 보호하도록 제작했다. 이 역시 우수 R&D 혁신 제품으로 지정되어 높은 매출을 기록 중이다. 유아용 및 반려동물 매트 역시 바이오매스 기반의 PU 필름을 적용해 친환경적이며 인체 친화적인 기능까지 고루 갖췄다. 특히 유아용 매트는 아마존 쇼핑몰을 통해 미국 시장에 입소문이 났을 만큼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친환경·고기능성 제품을 위한 노력들
지난 8월, 산업부는 섬유산업 지원을 위한 ‘섬유패션 경쟁력 강화 전략’을 발표했다. 친환경, 고부가가치 섬유 기술을 확보해 후발국의 추격으로부터 국내 생산 기반을 보호하고, 2030년까지 산업용·친환경 섬유 분야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1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에 대해 섬유업계의 생각은 어떤지 물었다.

“국내 섬유산업의 생산 능력을 키우고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조치가 될 것입니다. 그중 ‘섬유패션 밸류체인 친환경 전환’은 우리 ㈜비에스지가 가지고 있는 강점 분야라서 기대가 큽니다. ‘디지털 전환’ 역시 노동집약적인 우리 산업계에 필수적이죠.” 권오경 연구소장의 표정이 밝아졌다. 여기에 업계 당사자로서의 조언을 더했다. “섬유산업은 제조업의 규모가 작고 기업별 특성이 다양하다”며 “일괄적인 전략보다는 산업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에 신경 써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현재 ㈜비에스지는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의 우수기업 연구소육성사업(ATC+)을 통해 바이오매스 함량을 70%로 높인 PU 소재를 개발 중이다. 이 과제의 핵심은 ‘무용제Solvent-free’에 있다. 화학 용제Solvent는 물질을 녹여 섞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액체로, 화학반응을 촉진하거나 물질을 용해시키는 데 이점이 크다. 여러 산업에서 용제를 활용해 제품을 생산하는데, PU 소재를 만들 때 또한 사용된다. 용제의 문제는 사용 시 휘발성 유기 화합물을 발생시켜 환경오염을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이에 ㈜비에스지는 용제를 사용하지 않고 PU 소재를 만드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실험실 단계에서는 최대 71%의 바이오매스 함량을 갖는 소재를 개발한 상태로 머지않아 관련 제품이 출시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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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유래(바이오매스) 기반의 PU 필름을 원단에 라미네이팅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통해 원단의 방수나 투습 기능이 더해진다.
다시 섬유여야 하는 이유
우리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기술은 세계 정상의 자리에 있다. 모두가 고부가가치, 첨단 기술에 집중한 사이 기존의 주력산업 몇몇은 간신히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정부 과제 덕분에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고, 덕분에 사업이 성장했으니 매우 만족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목마른 것이 있으니 바로 국민의 관심이지요. 초격차 기술에 쏟는 관심의 일부라도 우리 섬유산업에 보태준다면, 거기에 힘입어 예상치 못한 성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비에스지의 토대가 된 삼공직물은 1956년에 대구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국내 최대의 섬유산업단지 한가운데서 산업의 흥망성쇠를 목도한 이들은 70여 년의 업력을 끝끝내 지키겠다는 남다른 각오를 내비쳤다. 침체기에 놓인 국내 시장의 한계를 넘기 위해 친환경, 고기능 제품으로 고부가가치사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폭염과 폭우, 폭설이 매년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한편 우주 시대가 가시화되고 있으며, 지구 곳곳에선 전쟁도 벌어진다. 갈피를 잡기 어려운 이상한 현실 가운데, 우리를 보호할 마지노선이 옷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몸을 덮고 있는 섬유 조각이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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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스지
20세기 중후반 국내 최대의 섬유도시 대구에 문을 연 뒤 70여 년 이상 섬유산업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는 폴리우레탄PU 기반의 투습 및 방수 기능을 갖춘 고기능성 필름 등을 생산하는 첨단 신소재 개발 기업으로 변신했다. 바이오매스 기반의 PU 필름 ‘Puritex’, 라미네이팅 원단 ‘Eco-invex’ 등이 주력 제품이다. ‘자연과 인간을 중시하는 기업’이라는 비전 아래 친환경·고기능 섬유 기술 R&D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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