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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그리고Draw
인간은 생각한다

디자인 혁명의 시작,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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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와 링크드인LinkedIn이 공동으로 제작한 ‘2024년 작업 동향 지수 연례 보고서2024 Work Trend Index Annual Report’에 따르면, 링크드인 회원 중 다양한 직종에서 AI 능력을 프로필에 추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창의적 직업군에서 눈에 띄는 증가세를 보였다. AI의 등장 이후, 2024년은 디자인 산업에서 AI가 현실로 자리 잡는 변곡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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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영화에서나 볼 법했던 장면들이 현실이 되어가고, 창의적 영역으로 여겨지던 디자인 분야마저 기술의 파고를 피해 갈 수 없게 되었다. 디자이너라면 기대와 불안이 교차하는 복잡한 감정을 느낄 것이다. AI는 디자인 프로세스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반복 작업의 신속한 처리, 빅데이터 기반 트렌드 분석, 심지어는 인간의 창의력을 모방한 이미지 생성까지 가능하다. 이러한 변화는 디자인 산업 전반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중요한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AI와 인간의 창의성은 무엇이 다르며, 어떻게 상호 보완할 수 있는가? AI 시대에 디자이너가 갖춰야 할 핵심 역량은 무엇인가? AI의 발전이 디자인 산업에 미치는 윤리적 영향은 무엇이며, 우리는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에 대한 궁금증이다.
AI, 새로운 디자인 도구일까? 경쟁자일까?
AI의 디자인 능력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생성형 AI는 단순한 텍스트를 입력하는 것만으로 놀라운 수준의 이미지와 영상을 만들어내며 디자인, 컬러 팔레트 제안, 폰트 매칭 등 다양한 영역 에서 그 능력을 입증하고 있다. 최근에는 AI가 생성한 이미지와 인간이 제작한 이미지를 구별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반면, AI 디자인의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AI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문화적 맥락이나 미묘한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데에도 한계를 보이고 AI의 ‘블랙박스’ 특성으로 인해 결과를 예측하거나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더불어 학습 데이터의 편향성 문제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AI는 ‘왜’라는 질문에 심도 있는 대답을 하지 못한다. 디자인의 목적과 의도를 이해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AI 활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
다양한 직무와 산업에서 뜨거워지고 있는 AI 역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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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만 해도 외부 강연을 할 때마다 “AI가 모든 사람을 대체할 수 없겠지만, AI를 능숙하게 다룰 줄 아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을 대체할 것입니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딱 1년이 지난 요즘, 디자이너의 AI 기술 활용 역량은 기본 업무 능력이 되었다. 2023년 어도비Adobe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디자이너의 약 73%가 AI 툴Tool을 활용 중이며, 95%는 AI 툴의 사용을 늘릴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앞서 언급한 ‘2024년 작업 동향 지수 연례 보고서’에서도, 지식 근로자의 75%가 오늘날 직장에서 AI를 사용 중이며, 시간 절약(90%), 핵심 업무 집중(85%), 창의성 향상(84%), 업무 만족도 증가(83%) 등의 이점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이것만 봐도 AI 활용 능력은 이제 필수가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필자 역시 회의록 정리, 데이터 분석, 외국어 번역, 문서 초안 작성, 이미지 및 영상 생성 등 다양한 업무 프로세스에서 AI 툴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업무 시간을 효율적으로 절약할 뿐만 아니라, 창의성을 고도화하고 더 많은 기회를 창출하는 데에도 도움을 얻고 있다.

챗GPT가 등장한 2022년 11월부터 지금까지 업무 전체 프로세스에 다양한 AI 툴을 접목하고 활용하면서 가장 많이 고민하는 부분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핵심’이다. 창의성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다. AI는 데이터 기반의 패턴 인식과 재조합에 의존하는 반면, 인간은 경험, 감정, 직관, 그리고 문화적 맥락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 인간의 강점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앞으로 디자이너의 핵심 가치는 ‘공감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의 니즈를 깊이 이해하고, 복잡한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은 AI가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영역이다. 또 윤리적 판단과 사회적 책임감을 바탕으로 한 디자인 결정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공생의 미학, AI와 인간 디자이너의 협업
AI와 디자이너는 경쟁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AI는 여전히 완벽하지 않지만, 다양한 툴을 적재적소에 활용한다면 반복적인 작업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절약한 시간만큼 디자이너는 창의적 사고와 전략적 결정에 집중할 수 있다.

효율성과 창의성의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AI 툴을 활용해 디자인 프로젝트 전 과정에서 작업 속도를 높이되, 그 시간을 더 깊이 있는 사고와 실험에 투자해야 한다. AI의 제안을 단순히 수용하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창의적 영감의 원천으로 활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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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운영 중인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AI 툴을 활용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AI 시대에는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기술 리터러시Iiteracy 능력이 더욱 부각될 터. 따라서 AI 도구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능력은 디자이너에게 필수적이며,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데이터 분석, 기초적인 프로그래밍 지식 등이 디자이너의 새로운 역량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동시에 인간 중심 사고는 더욱 중요해진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감성과 니즈를 깊이 이해하는 능력이 차별화의 핵심이 된다. 문화적 감수성, 윤리적 판단력, 그리고 다양한 분야를 융합할 수 있는 통찰력이 미래 디자이너의 핵심 역량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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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9일 산업부는 AI 및 디자인 전문가 등과 함께 ‘AI 디자인 현장 간담회’를 주재하고
AI 디자인 확산 전략 발표와 함께 업계에 산재한 여러 이슈를 논의했다.
AI 시대의 디자인 교육은 어떻게?
디자인 산업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디자인 교육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전통적인 디자인 교육 방식으로는 AI 시대에 필요한 역량을 키우기 어렵다. 따라서 교육기관들은 커리큘럼과 교육 방식을 재구성해야 한다. 크게는 세 가지의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AI 리터러시 교육이 필수적이다. 학생들은 AI 도구의 기본 원리를 이해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머신러닝 기초, AI 윤리 등이 커리큘럼에 포함될 수 있겠다.

둘째, 학제 간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디자인은 더 이상 독립 분야가 아니다. 컴퓨터 과학, 심리학, 인류학, 경영학 등 다양한 분야와의 융합이 필요하다. 현재 여러 대학에서 다양한 융합학부를 신설하고 있지만, 실제로 진정한 융합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공동 프로젝트, 워크숍 등을 활성화하고 각각의 상황에 맞는 디테일한 교육 과정 개발이 시급하다.

셋째, 문제 해결 능력과 비판적 사고를 키우는 교육이다. AI가 반복적인 작업을 대체할수록, 인간에게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따라서 실제 산업 현장의 문제를 다루는 프로젝트 기반 학습을 강화해야 한다. 이러한 새로운 교육의 패러다임을 통해, 우리는 AI와 함께 더 나은 미래를 디자인할 수 있는 새로운 세대의 디자이너를 양성하게 될 것이다.
윤리의 경계, AI와 디자인의 딜레마
AI의 발전은 디자인 분야에 새로운 윤리적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저작권과 오리지널리티의 문제가 대표적이다. AI가 생성한 디자인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는가? AI 학습에 사용된 데이터의 출처와 사용 방식은 윤리적으로 정당한가? 여기에 대한 사회적, 법적 합의가 시급하다. 데이터 편향성, 투명성과 설명 가능성, 인간의 창의성 대 AI의 효율성, 책임성 등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디자인 커뮤니티는 새로운 윤리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이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야 할 것이다.

일자리 불안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AI의 발전으로 일부 디자인 직군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으며, 실제로 우려하던 상황이 시작되었다고 이야기하는 분야도 있다. 이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문제로 확대될 수 있으며, 디자인 업계와 교육기관은 이러한 변화에 대비하여 재교육과 업무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새 직무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디자인 업계가 해결해야 할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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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데이터 인프라 구축에 힘써야 한다. IT 뉴스 채널 ITWorld Korea의 ‘생성형 AI라는 거부할 수 없는 물결’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이 AI를 활용할 때 ‘데이터 부족 및 품질 문제’(52.9%)를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실제로 국가기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통계 자료나 디자인 관련 데이터는 라벨링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활용에 어려움이 많다.
양질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체계적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공유한다면 산업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다음으로 AI 통합 비즈니스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다. 일부 리더들은 AI가 비즈니스에 필수적이라는 데 동의하지만, 그와 달리 대부분은 조직에 AI를 적용해 최종 이익을 창출할 계획과 비전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필자도 같은 생각이다. 단순히 한두 가지 툴을 익히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전체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AI로 재설계해야만 제대로 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제적 협력과 표준을 구축하는 것이다. AI와 디자인의 결합은 글로벌한 현상이다. 유럽연합의 AI 규제안이나 글로벌 전기전자공학자협회IEEE의 윤리적 AI 설계 가이드라인 등을 참고하여,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AI 디자인 표준을 만들어야 한다.
인간과 AI가 함께 그리는 미래
AI 시대의 도래로 디자인의 본질에 대한 재정의가 요구되고 있다. 디자인은 이제 단순한 시각적 결과물이 아니다. 사람의 니즈를 깊이 이해하고, 복잡한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며, 기술과 인간성의 균형을 찾는 총체적인 사고 과정이 되어가고 있다.

향후 5년, 10년 후에는 예상하기도 힘든 변화가 디자인 산업에 찾아올 것이다. AI 기술의 도입은 피할 수 없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라는 말처럼, AI를 반갑게 받아들이고 새로운 창의성의 도구로 받아들이길 권한다.

‘AI는 그리고Draw 인간은 생각한다’는 말은 단순한 역할 구분이 아니다. AI와 인간이 각자의 강점을 살려 미래 디자인의 청사진을 함께 그려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이미 이 청사진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여정을 시작했다. AI와의 공존은 도전이고 기회가 될 수 있다. 보다 멋진 디자인을 꿈꾸는 디자이너라면 이 흥미진진한 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기를 응원한다. AI와 함께 더 나은 미래를 디자인하는 과정이야말로 우리 시대 최고의 창의적 도전이 될 것이다.
K-디자인과 AI 융합을 위한 산업부의 ‘AI 디자인 확산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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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묘영 한국디자인산업연합회 AI&New Media 사업부회장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인터랙션 디자인을 전공했다. 국내 최초의 인포그래픽 전문 스튜디오 ‘바이스 버사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으며 동국대학교 AI융합학과,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에서 학생들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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