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제조업이 사라진다면 우리는 어떤 세상을 마주하게 될까? 일상에서 사용하는 스마트폰, 자동차, 가전제품 등 수많은 제품이 사라지거나 수입에 의존하게 될지
모른다.
제조업은 단순히 물건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경제 성장의 근간이자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산업이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제조업이 없다면
그 기술을 현실로 구현할 수 없다.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한 지금, 제조업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뿌리산업’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인하대학교 제조혁신전문대학원의 현승균 원장을 만나본다.
“만성적인 구인난과 고령화 문제는 제조업 발전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입니다. 고령자의 은퇴로 인력난이 심화되는 만큼 정년 연장 지원 확대, 장기근속을 위한 근로 여건 개선, 외국 인력 활용 요건 완화, 첨단화 및 자동화를 통한 청년층 유입 확대 등 중장기적 계획을 수립하고 지원해야 합니다.”
하지만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는 말처럼, 뿌리산업은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 먼저 기존의 전통적인 공정에서 벗어나 4차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해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 IoT,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을 활용해 생산 과정을 지능화·자동화하고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복잡한 제품을 빠르게 제작하며, 기후변화에 따른 에너지 저감 기술, 친환경 소재 개발 등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월 뿌리산업 진흥 기본 계획의 2024년도 연차별 실행 계획이 의결돼 약 6300억 원이 투입됩니다. 투자가 지속되는 이유는 국가 제조업 경쟁력 강화, 기술 혁신의 필요성, 고용 안정, 친환경 정책 대응 등 산재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러한 투자는 뿌리산업을 첨단화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주는 필수적인 조치라고 생각하는데요. 앞으로 제조업의 근간이 튼튼히 유지되면서 미래 경제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길 기대합니다.”
“인하대학교에서 국내 유일의 제조혁신전문대학원을 설립한 계기 중 하나는 인재 양성 프로그램의 한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입니다. 기존의 인력 양성 방식은 학생을 집중적으로 교육하는 프로젝트에 가까운 개념입니다. 5년간 100명을 교육했다는 식의 사업이 매번 진행된 거죠. 여기에서 한 발짝 나아가 전문대학원을 설립하니 프로젝트가 끝나도 대학원이 존속하게 됐습니다. 교육 과정에서 얻은 노하우를 쌓아가고, 산업체와 대학원이 꾸준히 교류하며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제공하는 지속가능한 생태계가 조성된 것입니다.”
전문대학원이 갖는 강점도 분명하다. 교육 과정을 통해 지능화·자동화 공정과 기술을 배우는 것에 더해 기업과의 산학 공동연구 프로젝트를 3~4건 수행하며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다. 그 때문에 졸업생을 비롯해 이들이 취업한 기업의 만족도 또한 매우 높은 수준을 자랑한다.
“뿌리산업은 제조업의 기초이자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축입니다. 위기 속에서도 혁신을 이뤄가고 있으며, 4차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해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정부와 교육기관, 그리고 산업계가 협력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을 가속화하며, 인재 양성과 첨단화로 다시 한번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속적인 지원과 투자를 통해 뿌리산업은 한국의 경제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인하대학교 제조혁신전문대학원
인하대학교 제조혁신전문대학원은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신산업 기술 분야의 융합 교육을 통해 전문 인력을 양성한다는 목표로 2020년 3월 설립됐다. 대학원은 산학 공동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해 석사학위를 받을 수 있는 프로젝트 학위제를 도입, 실무 역량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현재 ‘첨단소재공정공학전공’, ‘스마트소재부품공학전공’, ‘제조AI융합전공’을 운영 중이다. 신입생뿐만 아니라 재직자의 재교육 과정을 통해 기업 니즈에 부합하는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대학원을 졸업하면 반도체, 모빌리티, 바이오, 전자, 로봇, 산업기계, 제조장비 등 다양한 산업군으로 진로를 선택할 수 있다. 실제로 졸업생들은 석사학위 취득 후 박사 과정, 대기업, 연구소, 우수 강소기업 등에 진출해 연구개발과 설계, 공정개발, 스마트공장 시스템 구축 등 산업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imis.inha.ac.kr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결국 대답은 제조업입니다. 자동차, 반도체 등의 산업들 또한 계속 발전해 나갈 것이고요. 뿌리산업이 갖는 기본적인 장점은 한국의 중심을 잡는 업계이고, 또 계속 발전해 나간다는 것이죠. 특히 이런 진화 과정에서 전문 인력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흔히들 산업을 분류할 때 소프트웨어적, 하드웨어적인 것으로 구분합니다. 최근 진로를 고민하는 청소년이나 대학생이 많은 관심을 두는 분야가 소프트웨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두 요소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습니다. 가령 하드웨어 산업도 결국 소프트웨어와 접목하게 되는데, 고가의 장비를 활용하는 방식을 살펴보면 장착된 소프트웨어를 운용하는 형태입니다. 뿌리산업계에 도전해 하드웨어적 지식까지 탑재한다면 보다 완성형에 가까운 인재로 거듭날 수 있다는 조언을 해주고 싶습니다.
지금도 로봇 팔을 이용해 라면을 끓이거나 로봇이 서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가까운 미래에 로봇이 많은 부분을 대체하고, 무인으로 운영하는 곳이 늘어날 거라 예상합니다. 흔히들 제조업 하면 반복 작업을 통한 생산 과정에 종사하는 모습을 떠올리는데요. 제조업계는 머지않은 미래에 자동화 과정을 수립할 겁니다. 향후에는 자동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창조적 업무를 수행하는 등 뿌리기술을 이해하고 응용하는 인재가 산업 전반에서 활약하게 될 것입니다.
이후 인하대학교 신소재공학과 교수로 취임해 재료구조제어연구실을 운영하며 다수의 국가 연구개발 과제를 수행했다. 2020년 3월 인하대학교 제조혁신전문대학원장으로 취임해 뿌리산업의 발전과 전문 연구 인력 양성에 힘쓰고 있다. 2014년과 2020년에는 각각 뿌리산업 발전과 산업기술 인력 양성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