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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앞으로 다가온 기후위기
최우리 한겨레신문 기자, <지구를 쓰다가> 저자

올여름은 유독 긴 열대야와 추석 폭염으로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평균기온, 열대야 등 각종 더위 지표가 최고 수치를 넘어서며 최악의 여름으로 꼽혀 그 어느 때보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실감할 수 있었던 시간이다.
기후위기와 관련된 진지한 고민과 담론을 다룬 책을 소개하고, 기후위기에 대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유튜브 콘텐츠를 안내한다.

<기후 책>

그레타 툰베리 글 | 이순희 번역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감수 | 김영사 펴냄

기후변화 문제를 말할 때 단 한 권의 책을 읽어야 한다면 2024년 지금은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그레타 툰베리가 과학자들과 환경운동가들을 직접 조직해 필자들을 모았다. 104명의 방대한 필진이 바로 오늘 기후변화와 관련한 거의 모든 담론을 담아냈다.

스웨덴 국적의 2003년생 툰베리는 2020년대 기후변화 담론의 아이콘과 같다. 그는 2018년 여름, 열다섯 살의 나이로 스웨덴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 시위’를 주도했다. 2019년 9월 유엔본부 연단에서 뚜렷한 대책 없이 시간만 낭비하는 세계 정상들을 향해 분노를 쏟아낸 모습이 화제가 되어 단번에 기후변화 운동의 상징, 미래 세대의 대변인으로 떠올랐다.

기후위기 문제와 해법을 모두 담다

툰베리가 스무 살이 된 2023년 여름 처음 공개된 이 책은 전 세계 독자들이 함께 읽는 책이다. 책 제목이 말하듯 이 책은 거두절미하고 ‘기후 책’이다. 하드커버로 덮인 책 표지부터 기후변화와 관련한 이미지를 상징하고 있다.

하드커버의 책 표지는 앞과 뒤 전면에 걸쳐 지구의 온도 상승을 연도별로 시각화한 가열화 줄무늬Warming Stripes로 인쇄했다. 두께와 색상에 따라 실제 지구의 온난화 속도와 강도를 시각적으로 느낄 수 있다.

꺼지지 않고 달아오르는 산불, 녹아내리는 빙산, 생물종의 소멸, 패스트패션 산업의 확장, 플라스틱 오염 심화, 식량 위기와 물 부족 문제, 탄소 예산 개념, 기후정의를 둘러싼 갈등까지 인류가 직면한 기후위기 문제와 해법을 모두 담았다는 장점이 있다. 크게 5부로 구성된 책은 소항목이 100개가 넘고, 분량도 500쪽을 넘길 정도로 방대하다. 목차 자체가 기후에 대해 알아야 할 대중적 지식을 총망라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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툰베리는 비범한 저자들을 모아서 평범한 글을 쓰려 노력했다. 평범한 시민들이 더 편안하게 기후변화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책 두께에 압도될 수 있지만, 기후변화와 관련한 잘못 알려진 상식을 바로잡고, 실제 변화를 유도하길 바라는 의도가 엿보인다.

“우리는 기상시스템이 형성되는 장소와 방식, 작용 방식을 바꿔놓고 있다”(p.97)는 문장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 주장일 수 있다. 기후위기가 이미 진행되고 있음을 알고, 그다음을 생각하자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어떤 물질이 원인이 되어 어떠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지를 밝혀내고 있지만, 평범한 사람들에게 이러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못하는 표현의 한계가 있다. 그 사이에서 그레타 툰베리라는 시대의 아이콘이 지식과 정보의 불평등과 표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다양한 전문가들과 함께 기후변화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많은 과학자들이 그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다양한 방향과 속도의 해결책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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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툰베리를 성난 청소년 정도로 기억한다면, 이 책이 보여주는 전문성과 넓은 시야에 놀랄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객관적으로 서술하고, 툰베리는 다소 주관적인 서술이 드러난다. 그러나 이 둘이 교차하는 구성이 조화롭게 이어지는 것도 책의 장점이다. 툰베리의 주장이 강하게 드러나는 부분은 뒤에 많이 나오는데, 한국 시민인 내가 툰베리의 주장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비판적 독서를 하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다.

특히 2부에서는 기후에 영향을 주는 주요 요인들의 과학적 원리에 대해 제시한다. 예를 들어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지구온난화나 온실효과에 미치는 영향이 수십 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나 양 같은 반추동물(되새김동물)이 메탄가스의 주범이고, 그 때문에 채식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정설처럼 받아들여진다. “바보야, 이산화탄소보다 메탄이 문제야!” 단편적인 지식을 머릿속에 집어 넣을 때는 딱 여기까지만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2부에 등장하는 ‘메탄과 다른 기체들’ 편을 읽으면서 새로운 시각을 갖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대기 중 온실가스의 평균수명은 각각 다른데, 이산화탄소를 100년으로 본다면 메탄은 이보다 훨씬 짧은 10여 년 수준이다. 이산화탄소가 100년간 대기에 머물며 기후에 영향을 준다면, 메탄은 그보다 훨씬 적은 기간 대기에 머문다. 하지만 지구온난화지수는 메탄이 훨씬 크다. 만약 10~20년 단위의 비교적 중단기 계획을 세운다면 메탄 감축 또한 주효할 것이고, 50~100년의 장기 계획을 세운다면 우리는 여전히 이산화탄소를 우선순위에서 빼서는 안 될 것이다. 막연히 ‘기후위기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어떤 요인들이, 어떤 기전으로 영향을 주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불평등과 정의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소득분위별 탄소배출량의 격차, 비중 등 구체적 수치를 보면 왜 기후변화 문제가 정의와 불평등이라는 사회 문제와 연결되는지 알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책에서 각국의 정부가 매년 최신 배출량 자료를 최소한 GDP와 경제성장률 통계를 발표하는 빈도만큼 자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또 소득과 부의 재분배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언론에서 더 자주, 그리고 더 쉽게 이 뉴스를 전하는 것이 시작이 아닐까 고민하게 된다.

심각한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책에서 강조하는 것처럼 지구에 사는 우리 모두가 함께해야 하는 일이다. 누군가는 원시시대로 돌아가자고 할 수도 있다. 누군가는 마법 같은 해결책을 찾고 싶을 수도 있다. 누군가는 지금보다 불편한 삶을 감내할 수 있지만, 원시시대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을 수 있다. 그런 다양한 방향과 속도의 해결책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일단 기후위기의 오늘을 알아야 한다. <기후 책>은 바로 지금, 기후변화 담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패스트패션#플라스틱#물부족#탄소 배출량

<기후를 위한 경제학>

김병권 글 | 착한책가게 펴냄

이 책은 ‘거대한 감속’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더 빨리 앞을 향해 달려야 하는 이런 시대에 감속이라니, 거부감이 들 수도 있지만 기후위기 시대의 본질은 ‘다른 삶의 방식을 고민하는 것’이라고 제안한다. 이미 지구는 현대 문명을 있는 그대로 누린 결과, 이상기후와 에너지 수급 불안에서 출발하는 경제·안보 위기 상황을 맞닥뜨렸다. 최근 기후 문제를 체감할 자연의 이벤트가 늘어나자 잔뜩 성이 난 기후와 인간 경제의 관계를 다시 설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기존의 경제 성장 정책을 기후위기와 두루뭉술하게 조화시키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고 확신하게 됐다”고 말한다. 저자는 전 정의당 부설 정의정책연구소장이다. 포용·지속가능·녹색성장 등 다양하게 변주돼온 성장주의 신화에 맞서 대안 사회를 추구해온 정책 연구자다. 환경·사회·거버넌스ESG를 중시하는 경영과 RE100(재생에너지 전기 100% 사용)과 같은 기업의 자율적 노력을 검증하고 금융 경제의 팽창 속성을 견제하기 위한 공론장의 역할을 강조한다.

#지속가능#ESG#RE100

< 기후변화 세계사>

피터 프랭코판 글 | 이재황 번역 | 책과함께 펴냄

기후는 힘이 세다. 대양과 대륙을 넘나든다. 기온이 1˚C만 올라도 아프리카에서의 노예 수출이 준다. 농업 생산량이 달라지면, 노예를 사들인 사람들이 노예들이 먹는 식량을 마련하는 데 드는 비용이 따라 오르기 때문이다. 태양 활동이 적었던 소빙하기(16~19세기) 유럽에서는 포도 수확량이 줄어 포도주 가격이 오르자 그 대체품으로 맥주 수요가 늘었다. 1979년 지미 카터 당시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지붕에 설치한 태양 전지판을 자랑하며 에너지 전환 의지를 보였지만, 중동의 석유 국가들이 유가를 끌어올리며 맞섰다. 지금까지도 각국은 에너지 전환 과제를 두고 갈등한다.
<실크로드 세계사>를 쓴 역사가 피터 프랭코판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열쇠 말로 기후변화를 꼽았다. 기후변화로 국경과 삶이 바뀌는 순간을 소환하며 역사의 지평을 넓힌다. 총 2권으로 구성된 이 책은 역사적 기록과 함께 동위원소 나이테, 얼음 시료, 꽃가루 등 기후변화를 확인한 자연의 기록도 상세히 소개한다. 과학과 인문학이 조화롭게 이어지는 역사서를 읽는 즐거움이 크다.

#농업 생산량#포도 수확량#유가#에너지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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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찾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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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지연구소
www.youtube.com/@korea_polar

동해에서 사라진 오징어가 북극에서 발견됐다. 극지는 기후변화로 인한 온난화의 피해를 가장 빠르게 또 크게 보는 지역이다. 이 때문에 남극과 북극 지역에서의 일화를 들여다보는 것은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한다. 한국에도 극지역을 관측하고 연구하는 기관이 있다. 극지연구소는 꽤 오랫동안 열심히 유튜브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젊고 발랄하고 재미있는 콘텐츠도 많지만, 극지연구소의 활동에 대한 소개가 주를 이룬다. 극지에서 활동하는 한국 과학자들의 이야기, 극지의 변화와 관련한 생생한 이야기를 편안하게 보고 듣는 재미가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살펴보다 보면 극지 생활의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진다. 그렇게 궁금증을 이어가다 보면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이다.

#남극#북극#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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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실컷Sil-Cut의 기후로운 경제생활
www.youtube.com/@nocutbizsilcut

기후변화 문제는 현실 경제에 매우 큰 영향을 준다. 하나의 예로 중국과 유럽연합, 미국 등은 전기차 수출 패권을 둘러싼 관세 부과 경쟁을 한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전기차 전환을 앞다퉈 추구하는 가운데, 자국 자동차산업 보호라는 산업 정책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의 화석연료와 에너지 관련 정책이 어떤 차이가 있고,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살펴볼 수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등 탄소 감축을 유도하기 위해 재정 정책을 이끌어왔는데, 과연 새로운 대통령은 어떻게 기후위기 문제와 각종 경제 정책을 결부시킬 것인가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다. 진행자인 홍종호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는 오랜 시간 환경 정책 분야에서 목소리를 낸 전문가로, 책 <기후위기 부의 대전환>의 저자이기도 하다.

#전기차#산업 정책#에너지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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