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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가가치·친환경 스페셜티 개발
어디까지 왔나
차상호 경기대학교 신소재화학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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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롯데케미칼이 생산기술 개발에 나선 해양 생분해 플라스틱 PHA.
차별화된 스페셜티 제품으로 시장 공략
최근 국내외 기업들은 지속가능성 관점에서 플라스틱의 재활용과 친환경 제품에 대한 관심 증대로 차별화된 제품을 앞세우는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제품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스페셜티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게 된 데는 중국발 제품의 공급과잉 문제가 배경에 있다. 일례로 석유화학 제품의 쌀이라 불리는 에틸렌의 경우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따라서 국내외 기업들은 중국이 쉽게 대량 생산하지 못하는 스페셜티 제품을 개발 및 양산해 이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아 시장 주도권을 차지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스페셜티 제품은 고무부터 태양광, 반도체 등과 같은 차세대 전자재료로 넘어가고 있는 추세다.
고기능성 합성고무 파일럿 테스트 완료
금호석유화학그룹은 유럽연합EU이 시행 예정인 유로7(배기가스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액상 BRButadiene Rubber, 레이싱 타이어용 SSBRSolution Styrene Butadiene Ruber과 고부가가치 수소 첨가(수첨) 제품군인 HBPAHydrogenated Bisphenol A가 있다. 합성고무의 한 종류인 액상 BR은 타이어의 마모 및 연비 특성을 향상시켜 고내마모, 저연비 특성을 요구하는 전기자동차용 타이어에 적합한 소재다. 2024년 5월 기준 액상 BR 합성법 및 공정을 개발해 파일럿 테스트를 완료했다. 고기능성 합성고무인 SSBR은 기존 고무보다 우수한 내마모성을 지니며 안전성과 연비를 향상시킬 수 있다. 이 연구개발을 기반으로 우수한 표면 접지력과 내구성을 필요로 하는 레이싱 타이어용 SSBR 개발 및 상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HBPA는 금호피앤비화학의 제품인 BPA를 원료로 활용한 고부가가치 수첨 제품군 중 하나로, 저황변 PC 소재, BPA-Free 친환경 대체품 등으로 응용이 가능하다. 2023년 HBPA 5000톤 상업화 설비 구축을 완료하며 생산에 돌입했다.
전기차 배터리용 고강성 난연 PP 제품 개발
롯데케미칼은 지난 6월 전기차 배터리용 고강성 난연 PP 제품을 개발해 고부가가치 제품을 확대했다. 이러한 난연 PP 플라스틱은 리튬이온 배터리의 주요 화재 원인인 열폭주 현상을 지연할 수 있다. 열폭주 현상이란 외부 충격에 의해 배터리 내부 온도가 단시간에 1000°C 이상 증가하는 현상이다. 롯데케미칼은 SGFShort Glass Fiber와 LGFLong Glass Fiber를 이용해 PP 플라스틱의 강성을 보완한 소재를 개발했다. 이 소재를 이용해 자체 배터리 열폭주 시험을 통해 1000°C 이상의 온도에서 본래의 형태를 유지한 채로 PP/SGF는 300초 이상, PP/LGF는 600초 이상 견디는 성질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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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석유화학 중앙연구소에서 연구원이 스페셜티 친환경
신제품을 개발하며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초고압 케이블 핵심 소재 국산화 성공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은 초고압 케이블의 핵심 소재인 EBAEthylene Butyl Acrylate 국산화에 성공했다. 에틸렌 기반의 EBA는 열과 습기에 강하고, 전기적 손상 방지 성능이 뛰어나 110kV 이상을 송전하는 초고압 케이블에 사용된다. 연간 6000톤 이상의 EBA가 쓰이는 만큼 매년 최대 150억 원의 수입대체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외에도 음이온교환막 수전해AEMEC, Anion Exchange Menbrane Electrolysis Cell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알카라인 수전해AEC 기술과 양성자교환막 수전해PEMEC 기술의 장점을 융합해 낮은 투자비와 적은 전력으로 대량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차세대 수전해 기술이다.
태양광 봉지재용 소재 개발 성공
DL케미칼은 글로벌 범용 플라스틱 시장에서 경쟁하는 대신 신소재 개발에 집중했다. 그 결과, 메탈로센 촉매 기술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화학물질, 자외선 및 풍화에 대한 내성이 뛰어난 태양광 봉지재(태양전지 셀을 캡슐처럼 봉합해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필름)용 소재인 POEPolyolefin Elastomer의 개발 및 상업화에 성공했다. 특히 DL케미칼은 세계 최초로 기상 공정(기체 상태에서 중합하는 화학 공정)으로 POE 상업화에 성공했는데, 이는 기존 공정 대비 탄소 배출을 감소시키는 동시에 원가 경쟁력도 우수하다.

이 외에도 고절연성 PCB 소재인 노탁Notark 레진을 개발했다. PCB는 넓은 절연판 위에 회로를 형성하고 그 위에 장착된 부품들을 전기적으로 연결하는 회로기판으로, 전자제품, 휴대폰, 자동차 등에 사용되는 핵심 부품이다. 각 부품 사이에 전기신호가 전달되면 절연판 위에서 미세한 전기적 신호 손실이 발생하는데, 이는 곧 정보 전달 속도 하락과 발열로 이어진다. 그 때문에 차세대 통신에 쓰이는 초고성능 PCB는 신호 손실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노탁 레진의 신호 손실률은 기존 에폭시 수지 대비 10배 이상 뛰어나며 차세대 통신에서 요구되는 내열성 및 전기 저항성 요건 또한 충족한다. DL케미칼은 노탁 레진의 상업화를 통해 6G 통신 등 극초고속 PCB 소재를 필요로 하는 시장의 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보인다.
탄소중립에 맞춰 친환경 소재 개발에도 주목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고부가가치 제품과 함께 친환경 소재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30년 사이에 지구의 평균온도가 1.4°C 상승해 지구온난화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세계 각국이 넷제로Net Zero와 탄소중립 실천을 위한 다양한 전략을 발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분해 플라스틱 개발
LG화학은 특정 조건하에 6개월에서 2년 내 밑거름으로 분해되는 생분해 플라스틱 ‘컴포스트풀COMPOSTFUL’을 개발했다.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EU의 재생에너지 지침에 부합하는 국제 인증 제도인 ISCCInternational Sustainability and Carbon Certification 플러스Plus에서 한국 최초 친환경 인증을 획득했다. 이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이용해 식품 포장재와 농업용 멀치 필름Mulch Film을 개발했다.

이 외에도 이산화탄소로 만든 플라스틱인 PECPolyethylene Cabonate와 친환경 발포 공정으로 만든 3HP3-Hydroxypropionic acid 등을 활용한 정수기, 가구용 시트, 태양광 패널들을 개발했다. 또한 폐플라스틱을 초기 원료 단계로 되돌리는 ‘초임계 열분해 기술’을 활용해 만든 열분해유Circular Pyrolysis Oil를 이용한 Circular Balanced PE/PP, ABS, PVC 펠릿Pellet 등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LG화학은 친환경 제품의 매출 목표를 2022년 1조9000억 원에서 2030년 8조 원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재활용 원료 사용한 리사이클 제품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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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은 물리적·화학적으로 재활용한 리사이클 소재와 바이오 플라스틱 소재를 ‘에코시드’ 브랜드로 통합 출시했다.
사진은 ‘차이나플라스 2024’ 부스 모습.
롯데케미칼은 물리적·화학적으로 재활용한 리사이클 소재와 바이오 플라스틱 소재를 ‘에코시드’ 브랜드로 통합 출시하고, 2030년까지 100만 톤 규모로 공급한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대표적으로 물리적 리사이클 공정을 통해 얻은 재활용 폴리에틸렌r-PE과 재활용 폴리프로필렌r-PP을 재활용 원료로 사용했음을 GRSGlobal Recycled Standard를 통해 인정받았다. 재활용 폴리에틸렌의 경우 5400톤의 플라스틱에 적용해 연간 약 1500톤의 플라스틱 사용량 절감을 기대하고 있다. 재활용 폴리프로필렌의 경우 일본 화장품 및 제품 케이스에 적용을 완료했다. 화학적 리사이클 공정은 사용이 완료된 제품이나 공정에서 나온 부산물을 화학반응을 통해 재생산한다. 그 방법으로 해중합Depolymerization, 용매정제Solvent Purification, 열분해Pyrolysis 등이 있다.
PETPolyethylene Terephthalate의 해중합 생산물을 우유팩에 적용한 예가 있으며, PMMAPolymethyl Methacrylate 해중합 생산물을 세계 최초로 투명한 ABSAcrylonitrile Butadiene Styrene 생산에 적용해 일본 유명 화장품업체인 ‘알비온ALBION’의 내장 파트에 적용한 바 있다. 또한 소각하던 폐플라스틱을 수거해 열분해 및 분리·정제를 통해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로 다시 사용했다. 이 외에도 바이오매스 유래 물질이자 비식용 부산물인 당밀에서 제조한 원료를 사용해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적은 바이오 PET을 제조해 소스류 9종 및 샐러드 용기에 적용했다. 아울러 생분해 플라스틱인 PHAPolyhydroxyalkanoate 개발을 진행 중이다.
바이오 폐기물 원료 기반의 ‘에코’ 제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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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ENP는 독일 프리드리히스하펜에서 열린 ‘파쿠마 2024’에서 올해 새로 론칭한 브랜드 ‘에코ECO’를 전시했다.
코오롱ENP는 POMPolyoxymethylene 사업과 컴파운드 사업을 통해 ‘에코ECO’ 제품군을 개발했다. POM 사업을 통해 석유화학 기반 원료를 바이오 폐기물 원료로 대체해 생산한 ‘ECO-B’, 재생에너지 활용 그린수소 기반 원료가 적용된 ‘ECO-E’, 탄소포집 기술을 통해 얻은 원료가 적용된 ‘ECO-LCLow Carbon 등이 대표적인 제품이다. 메디컬 용도의 POM 시장 규모는 2023년 1억2400억 달러에서 2032년 2억2900달러로 성장이 예상된다. 또 컴파운드 사업을 통해 PAPolyamide6.6 및 PBTPolybutylene Terephthalate를 중심으로 특정 첨가제를 혼합해 물성을 향상시키고 있다. 특히 소비자 판매 후 수명 주기가 끝난 제품을 재활용한 원료PCR와 규격 미달이나 판매가 불가능해 소비자에게 제공하지 못한 제품을 가공한 산업 현장 스크랩 원료PIR를 이용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지구온난화지수 낮추는 대체물질
SK의 경우 친환경 소재 및 기술에서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연료 연소 및 산업 공정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포집 후 저장 및 전환해 활용하는 기술) 확보에 초점을 두고 있다. 대표적으로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서 잔류물을 제거하기 위한 세정 가스로 사용되는 NF3(삼불화질소)의 대체물질 개발이다. NF3의 경우 지구온난화지수GWP, Global Warming Potential가 17400인데, 동등한 수준의 식각과 세정 효율을 지니면서도 GWP는 20~30 수준으로 매우 낮은 F3NO(산화 삼불화아민)을 개발했다. 이 외에도 SK 머티리얼즈는 전기차 배터리의 주요 소재인 배터리 음극재 생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SK머티리얼즈 그룹포틴의 실리콘 음극재는 기존 흑연 대비 전기 용량이 5배 이상 높아 배터리 성능을 대폭 개선할 수 있다. 이는 전기차 보급 확대로 이어져 화석연료 차량 주행에 따른 탄소 배출량 저감에도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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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장에서 부각되는 친환경 소재 제품
폐플라스틱의 처리가 주요 환경문제로 대두되면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친환경 제품 시장의 규모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생분해 플라스틱 시장 규모는 2021년 약 100조 원이지만, 2026년 303조 원으로 연간 24.8%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기존 제품에 사용된 석유계 물질을 친환경 물질로 대체하려는 노력은 해외에서도 지속되고 있다. EU의 일회용 플라스틱 지침SUP, Single-Use Plastics Directive과 포장재 지침PPWD 등에 따라 2030년 1월부터는 2차 플라스틱 포장에 10~35%의 재활용을 함량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일례로 아랍에미리트UAE의 경우 친환경 제품 시장이 2020년 84만 톤에서 2030년 144만 톤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UAE 정부는 기업들의 플라스틱 폐기물 감소를 위해 플라스틱 재생과 같은 친환경 제품 기술 사용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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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장에서 친환경 제품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친환경 소재 생산 능력은 2023년 218만 톤에서 2028년 743만 톤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각종 친환경 물질이 다양한 제품군에 적용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바이오 기반의 친환경 소재 제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NTT도코모는 케나프 섬유 강화 바이오 플라스틱을 사용한 단말기 ‘N701i EXO’를 개발했다. PLAPoly Lactic Acid를 기반으로 케나프 섬유를 적용해 강도 향상을 도모했다. 이와 같이 친환경 복합재를 이용한 제품은 석유계 플라스틱과 비교해 식물 성분이 90%이면서 동시에 우수한 내열성과 강도를 갖는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바이오솔라BioSolar사는 아주까리씨Castor Bean를 이용해 만든 바이오 기반 플라스틱을 솔라모듈 제작에 적용했다. 또 독일 바스프에서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원료인 PBATPolybutylene Adipate Terephthalate를 이용한 농업용 필름을 상용화했다. 다양한 친환경 제품 개발이 국내외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향후 관련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국내외의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과감한 연구개발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를 발판 삼아 재도약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 스페셜티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통해 각 기업의 경쟁력 강화는 물론 국가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발판을 이뤄낼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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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호
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졸업 후 석사와 박사를 마치고, 미국 미시간대학교University of Michigan, Ann Arbor에서 박사 후 연구원을 했다.
현재 경기대학교 신소재화학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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