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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분야
스페셜티가 뜬다!
김대웅 한국화학산업협회 연구기획실장

수년 전 ‘차·화·정車·化·精’의 시대가 있었다.
그 당시 기업 실적과 밸류에이션이 동시에 뒷받침되어 우리나라의 주가 상승을 이끌던 자동차, 석유화학, 정유 종목을 일컫는 말이었다. 또한 석유화학산업은 반도체·자동차산업과 함께 수출 3대 트로이카로 불리며 국가 산업을 이끌어왔다. 하지만 최근 세계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상태가 지속되면서 석유화학산업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과잉, 주요 수출 시장인 중국의 경기 부진, 고유가에 따른 원가 부담 등으로 수익성이 저하되고 있으며, 기후변화 및 플라스틱 규제 움직임에 따라 친환경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이 같은 글로벌 변화와 요구에 따라 석유화학업계는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제품으로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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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쓰오일이 2018년 5조 원을 들여 완공한 정유 석유화학 복합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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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_4_0.jpg 산업의 흐름과 위기 극복 방안
화학산업은 석유화학, 고무 및 플라스틱, 정밀화학이 전방산업으로 구분될 수 있으며, 원료~중간체~최종재까지 긴밀한 공급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석유화학은 석유 제품(Naphtha, 납사 또는 나프타 등으로 발음) 또는 천연가스를 원료로 한 에틸렌 등 기초 유분과 이를 원료로 하는 합성수지(플라스틱), 합성섬유(폴리에스터, 나일론 등), 합성고무(타이어, 신발 등) 및 각종 화합물(정밀화학 제품의 원료 및 중간체)을 생산한다. 고무 및 플라스틱은 합성고무와 합성수지 등을 원료로 자동차, 전자제품의 내외장재 등 생활필수품, 포장재, 타이어 고무 제품 등의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또한 정밀화학은 전방산업과 밀접하게 연계돼 반도체·자동차산업 등에 필수 핵심 소재를 공급하는 산업으로서 염·안료(디스플레이 등), 점·접착제(반도체), 도료·코팅(모빌리티, 배터리) 등의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소재군 수요에 발맞춰 발전하고 있다.

최근 석유화학 경기는 다운사이클과 함께 구조적 대변화에 직면해 있다. 우선 중국 중심의 대규모 석유화학 설비 투자가 지속적으로 확대돼 우리나라 생산 규모의 2배 이상이 증설됐다. 그뿐만 아니라 범용 제품의 수익성이 낮은 가운데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친환경 규제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 특히 중국이 이미 세계 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공급 규모를 넘어섰음에도 생산 능력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 공급과잉 문제는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수출 주도형 산업으로 지리적 이점 및 중국 경제의 고성장 수혜를 받아왔다. 하지만 원료 측면의 한계와 중동,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중국 공략 강화로 수출 시장 점유율이 점차 감소돼 사업이 위축되고 있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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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_4_0.jpg 스페셜티 제품, 어떤 것들이 있나
스페셜티 화학 소재는 코팅, 접착제 및 충진제, 농업용 화학 제품, 기타 스페셜티(전자용 화학 제품, 세정제, 계면활성제, 향료·향수, 건축용 화학 제품, 수용성 폴리머, 촉매, 식품첨가제 등) 등으로 대부분 정밀화학에 해당된다. 이러한 화학 소재를 활용해 고부가가치를 생산하는 특수한 용도의 제품을 스페셜티 제품이라 할 수 있다. 스페셜티 제품은 보다 높은 기술력과 품질이 요구되며, 특정한 산업이나 용도에 맞춤형으로 개발된다. 또 스페셜티 제품을 통한 수익성 향상은 물론 고도의 기술과 혁신을 필요로 하기에 경쟁사와의 차별화된 경쟁력, 글로벌 시장에서의 높은 수요에 따른 시장 확장이 가능하다.
대표적인 스페셜티 제품은 고기능성 폴리머, 고성능 화학 소재, 스페셜티 화학 첨가제로 나눌 수 있다.
︙고기능성 폴리머
특수한 기능을 갖도록 개발된 고분자물질이다. 기존의 범용 엔지니어링 플라스틱보다 더 높은 성능을 제공하는 폴리머이며, 다양한 산업에서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하는 데 사용된다. 예를 들어 내열성, 내충격성, 내화학성 등 다양한 물성을 갖는 고기능성 폴리머는 자동차, 전자, 의료, 항공기 부품 등에 사용된다.

대표적인 제품으로 폴리에테르에테르케톤PEEK, 폴리카보네이트PC, 폴리아미드PA, 초고분자량 폴리에틸렌UHMWPE 등이 있다. PEEK는 금속 대체 솔루션으로, 부식성 환경에서 뛰어난 내열성과 내압성을 제공하는 소재다. PC와 PA는 내열성, 내충격성, 내화학성을 갖는 고부가가치 폴리머로 자동차 부품, 전자제품 하우징(제품을 보호하는 케이스) 등에 사용되며, UHMWPE는 의료용 소재(인공관절), 군경용 방탄복을 비롯해 물을 흡수하지 않기 때문에 선박(항해) 분야 등에 사용된다.
︙고성능 화학 소재
사용 성능과 성분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된다. 초전도 재료, 광전자 소재, 정보 소재 등 신소재 개발 및 첨단 산업에 공급돼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하는 데 사용되는 원료가 여기에 해당된다. 내열성, 절연성, 내후성(잘 썩지 않는 성질), 내스크래치성 등 다양한 특성을 가지고 있어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첨단 산업을 비롯해 광학렌즈, 의료기기, 토목 구조물에 쓰인다.

대표적인 제품은 실리콘(실리콘 오일, 실리콘 고무, 실리콘 레진), 광학용 수지(폴리메틸메타크릴레이트PMMA, 사이클로올레핀폴리머COP, 코팅제(불소수지·폴리우레탄·에폭시 코팅제) 등이 있다. 실리콘 고무는 건축용과 자동차용, 전자 부품용 실란트에 사용되며, 광학용 수지인 PMMA는 자동차 헤드램프 렌즈, 안전유리, 광학렌즈 등 디스플레이, 조명기기, 광고판에 활용되고 있다. 코팅제는 자동차, 선박, 항공기 등의 도장과 건축용 타일 접착제 등으로 쓰인다.
︙스페셜티 화학 첨가제
범용 화학 제품에 소량의 첨가제를 합성하면 물리적, 화학적으로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자동차, 전자, 건축, 헬스케어 등에 사용돼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각광받고 있으며, 우리나라 석유화학 기업들도 꾸준히 투자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플라스틱 첨가제는 소량 투입으로 플라스틱의 물성과 기능을 향상시켜 가소제DOP, DINP, 난연제, 안정제, 충격보강제 등에 쓰이는 물질이다. 주로 가전제품의 내외장재와 자동차의 범퍼, 대시보드 등에 사용된다.

고무 첨가제는 여러 환경 요인에서 쉽게 노화되는 것을 방지하는 산화방지제, 보강제 등에 사용돼 타이어의 내구성 및 성능을 향상시킨다. 또 산업용 고무 제품 등에도 쓰인다.

촉매는 화학 반응속도를 증가 또는 감소시키는 효과를 가지는 물질이다. 분자의 구조와 성질을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어 고분자 제품의 물리적·기계적 특성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또 내열성이 있어 높은 온도에서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 메탈로센 촉매를 이용해 LG화학과 롯데케미칼에서 고성능 폴리머를 생산 및 상용화하고 있으며, 제올라이트 촉매의 경우 한화토탈에너지스와 에쓰오일S-OIL 등에서 석유정제 및 화학합성 기술에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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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정밀화학 마곡 연구소 연구원이 의약용 스페셜티 소재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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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_4_0.jpg 고부가가치, 친환경 신시장 선점을 위한 노력
앞에서 살펴봤듯이 석유화학산업은 글로벌 경쟁 구도 속에 범용 사업을 축소하는 동시에 탈석유, 탈플라스틱 등 탄소중립과 친환경 전환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이에 고부가가치, 친환경 신시장을 선점함으로써 성장 기반을 강화하는 동시에 스페셜티 소재 및 제품 개발 확대로 산업의 초격차를 확보해야 하는 시점이다.

글로벌 선도 석유화학 기업들은 오래전부터 범용 제품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 바스프BASF는 높은 기술력을 확보한 기업 인수를 통해 EPEngineering Plastic 사업에 빠르게 진출해 선도적 입지를 구축했다. 다우케미칼Dow Chemical과 미쓰비시케미칼Mitsubishi Chemical은 사업 전환에 대한 강력한 의지에 따라 범용 제품 영역을 축소하고, 고성능 제품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을 추진했다. 또 스미토모화학Sumitomo Chemical은 기존 범용 수지 제품의 고부가가치화와 함께 정밀화학 분야로 진출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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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중동의 석유화학 공세에서 살 길은 스페셜티뿐이다.
전북 전주에 있는 효성첨단소재의 탄소섬유 공장에서 한 직원이 제품을 점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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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쓰오일은 석유화학 분야 투자를 통해 지속 성장 동력을 강화하고 있다.
2018년 가동을 시작한 에쓰오일 울산 정유·화학 복합시설인 올레핀 다운스트림 공장 전경.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도 원료 및 수출 시장 다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중단기적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범용 제품 중심에서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제품, 친환경 제품군 중심으로 다각화하고 있다. 또한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중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친환경 공정 기술의 개발에도 적극 노력하고 있다.

그 외에도 석유화학업계는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친환경 사업 비중을 크게 확대해 바이오 기술 기반으로 생분해성 제품과 식물 유래 저탄소 바이오연료를 활용한 제품 개발의 고도화를 추진 중이다. 또 재활용 플라스틱 시장 공략을 위해 기계적,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수소에너지, 전지 소재 영역 등 스페셜티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세계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1_4_0.jpg 스페셜티 제품으로 새로운 도약 준비한다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스페셜티 제품으로 전환하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생존 전략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적인 변화다. 이는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속적인 투자와 기술개발, 시장의 요구에 대한 민첩한 대응이 필요하다. 아울러 환경문제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친환경 제품 개발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앞으로 석유화학산업이 이러한 도전을 통해 성공적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스페셜티 제품 분야의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노력뿐만 아니라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더불어 한국화학산업협회와의 유기적인 협력이 필수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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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웅
한국화학산업협회(구 한국석유화학협회) 연구기획실장이자 기초화학산업협력단 단장, 화학·바이오ISC 실무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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