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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ging Tomorrow>R&D Project
전에 없던 원천 기술의 탄생
웨어러블 로봇
주도국 한 걸음 더
안전한 100m 7초 주파 및 편안한 12시간 착용이 가능한 휴먼증강 하이브리드 로봇 슈트의 개발
| 중앙대학교 인간-로봇융합연구센터
김아름 사진 중앙대학교 인간-로봇융합연구센터 제공

세상에서 제일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의 100m 세계신기록이 곧 깨질 전망이다. 그것도 9초 58보다 2초 이상 빠른 7초대로. ‘그게 가능하다고?’ 하는 의문이 든다면, 여기를 주목해보자.
중앙대학교 인간-로봇융합연구센터에 따르면 이제 곧 그 놀라운 역사가 실현된다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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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로봇과 함께 사는 시대가 왔다. 공장이나 물류 창고 등에서 제품을 만들고 옮기는 일만 하는 줄 알았던 로봇이 이제 식당이나 호텔, 공항 등에서 각종 편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가정에서 집안일까지 돕는다. 그와 함께 눈에 띄는 증가세를 보이는 것이 ‘웨어러블 로봇’이다. 몸이 불편한 이들의 재활 치료를 돕는 것으로 개발된 기기들이 지금은 산업 현장에서 작업자의 안전을 지키는 등 새로운 역할을 도맡고 있다. 포털 사이트에 웨어러블 로봇을 검색해보면 당장 구매해 사용할 수 있는 제품도 많다.

웨어러블 로봇 시장이 커지며 업계는 새로운 기능을 개발하는 데 한창이다. 여러 기능이 ‘차세대’ 웨어러블 로봇을 표방하고 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문제는 외면받고 있다. 이에 산업부는 그 맹점을 해결하고자 노력 중인 중앙대학교 인간-로봇융합연구센터 이기욱 센터장 연구팀에 주목했다. ‘안전한 100m 7초 주파 및 편안한 12시간 착용이 가능한 휴먼증강 하이브리드 로봇 슈트의 개발’ 과제를 알키미스트 프로젝트에 선정한 것이다.
하이브리드 웨어러블 로봇 슈트의 핵심 기술
이 교수는 이 과제를 통해 “웨어러블 로봇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제시’하고 동시에 ‘구동기Actuator의 혁신’을 일으킬 것”이라 자신했다. 새로운 접근? 구동기의 혁신? 이를 단순화시키면 ‘편안함’과 ‘빠른 속도’로 정리할 수 있다. 결국 연구팀의 목표는 ‘편안한 웨어러블 로봇 슈트를 입고 놀라울 만큼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것이다.

얼핏 당연해 보이는 말이지만, 지금껏 이를 적용해낸 웨어러블 로봇은 없었다. 시도조차 미미했다. 웨어러블 로봇 시장이 이제 막 성장세를 탄 것이 그 이유겠지만, 그 간단한 성능을 구현하는 데 셀 수 없을 만큼 많고 어려운 기술이 필요한 까닭이다.

연구팀은 이번 과제를 통해 총 세 가지의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한데 모아 슈트를 완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핵심 기술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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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기술의 한계점을 극복해 안전한 100m 7초 주파와 편안한 12시간 착용이 가능한 로봇 슈트DASH 개발
*DASH : Dramatically Accelerable, Safe, and Hyper-comfortable Suit
첫째, ‘액체질소 기반 무음 공압 인공근육’ 기술이다. 앞서 언급한 구동기의 혁신이 여기에 속한다. 구동기란 기계에 입력된 에너지를 물리적인 힘이나 운동 형태로 바꾸는 장치다. 로봇 팔을 움직이게 하거나 로봇 슈트가 착용자의 다리를 더 빠르게 움직이도록 돕는 것이 구동기의 역할이다. 연구팀은 새로운 구동기 기술을 이용해 액화가스로 공기를 압축, 인공근육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100m를 7초에 달릴 수 있도록 하는 폭발적인 추진력을 제공한다.

둘째, ‘안전하고 편안한 고효율 소프트 슈트’다. 기존 제품의 경우 무겁고 딱딱한 소재로 구성돼 있다. 장시간 착용하기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에 연구팀은 12시간 이상 착용해도 불편하지 않도록 편안하고 가벼운 착용감의 슈트를 고민했다. 로봇 연구에 의류학과 교수가 참여한 것도 그 때문이다. 서울대학교 의류학과 박주연 교수는 의복압센서를 통해 신체에 가해지는 압박 정도를 측정하고, 혈중 젖산 농도를 통해 피로도를 확인하는 등 착용자의 편안함을 향상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안했다. 일반적인 의복의 형태와 가깝게 제작해 입고 벗는 과정 또한 편리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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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의복형 전신센서 기반 의도 예측 및 제어 시스템’이다. 로봇 슈트 내부에는 착용자의 세세한 근육의 움직임부터 빠른 달리기 동작까지 정밀하게 인식할 수 있는 센서가 장착돼 있다. 이러한 센서에서 측정한 데이터를 통해 로봇은 착용자의 동작을 인식하고 알고리즘에 따라 의도를 분석한다. 빠르게 변하는 달리기 동작을 지원하고 최적의 주행 전략을 짜는 것도 이 시스템의 기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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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에 가까운 연구에 도전하는 이유
인터뷰를 위해 이 과제를 처음 접했을 때 기자는 한동안 고개를 갸웃거렸다. ‘인간 신체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목표인 스포츠에 로봇 기술을 적용해도 되는 것일까?’, ‘100m를 7초에 달릴 수 있도록 돕는 슈트를 12시간씩 착용할 일이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었다. 이에 대해 이 교수가 입을 열었다.

“100m 달리기 기록 단축은 새로운 기술의 지향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정확할 겁니다. 지금껏 웨어러블 로봇은 인간의 신체적 한계를 보완하는 도구로만 사용됐어요. 어떤 방향으로 신체 능력을 증강할 수 있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지요. 우리는 스포츠와 같은 인간 고유의 영역을 침해하려는 것이 아니라, 연구로 얻는 파생 기술들로 사람의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탐색하는 것입니다.”

기술 그 자체를 대회에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선수들의 훈련을 돕는 기계를 개발하거나 쉽게 달성하기 어려운 기록을 경험시킨 후, 머슬 메모리로 각인시켜 선수 본연의 기량을 끌어올리는 등의 형태로 발전할 것이라는 뜻이다.

빠른 속도와 긴 착용 시간에 대해서는 “두 기능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단순히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보다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해결하는 과정에서 얻는 기술적 성과에 더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바로 눈앞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집중하기보다 현재 기술로는 실현 불가능한 목표를 설정하고, 그 실마리를 찾는 과정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 산업부가 알키미스트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이유와 정확히 일치했다. 비로소 이 과제가 왜 알키미스트에 선정됐는지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어 이 교수는 현재 개발 중인 기술들이 향후 어떻게 산업계에 적용될 수 있는지를 설명했다. 먼저 액체질소 기반 무음 공압 인공근육은 별도의 소음 없이 강력한 힘을 제공한다는 이점이 있다. 따라서 고중량 작업에서 작업자의 피로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자연스럽게 산업 현장의 작업 효율이 높아질 것이고, 근로자의 만족도 또한 높아질 것이다.

다음으로 고효율 소프트 슈트는 긴 시간 착용해도 편안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사용자의 움직임에 맞춰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때문에 작업 생산성을 향상하는 것은 물론 재활 치료나 노약자 보조 수단으로 활용해도 좋다.

마지막으로 의복형 전신센서 기반 의도 예측 및 제어 기술은 실시간으로 사용자의 동작을 감지해 로봇이 자연스럽게 움직이도록 한다. 이는 작업자가 정확한 동작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에 작업 환경의 안전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초고령화에 따라 근로자의 평균연령이 높아지는 요즘, 이 과제를 통해 개발된 기술들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연구팀 또한 자신들의 연구 결과가 산업과 사회 전반에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라는 가능성에 큰 자부심을 보였다.
알키미스트 프로젝트는?
산업통상자원부 주관 아래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이 실시 중인 연구개발지원사업. 성공 가능성은 낮지만 혁신적인 기술 발전을 위한 어려운 연구들을 지원한다. 미래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가능성이 있는 기술개발을 응원하며, 연구 과정에서 산업적인 파급력이 높은 기술 확보를 목표로 한다.
글로벌 웨어러블 로봇 기술의 오늘
오늘날 전 세계가 휴먼증강 하이브리드 로봇 슈트와 같은 기술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미국의 국방고등연구사업국DARPA은 특히 군사용 근력증강 로봇 개발에 주력한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와 같은 최첨단 기술을 통해 군인의 신체적·인지적 능력을 극대화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일본은 의료용 웨어러블 로봇인 HALHybrid Assistive Limb 시스템 상용화에 성공했다. 특히 재활 치료 분야에서 호평이 크다. 유럽에서는 소프트 로봇 기술과 AI 기반 제어 시스템을 활용한 슈트 등이 개발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대학, 연구기관, 기업 등이 힘을 합쳐 웨어러블 로봇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재난 구조용, 산업용, 재활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였다. 여기에 이번 과제를 통해 개발된 인공근육, 고효율 에너지 시스템, 소프트 로봇 등의 핵심 원천 기술이 더해진다면 어떨까. 글로벌 웨어러블 로봇 시장에서 선도적 위치를 차지할 기회가 연구팀 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이다.

“우리는 ‘인간을 위한 로봇, 인간과 함께하는 로봇’을 실현하는 세상을 꿈꿉니다. 로봇이 인간의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공존하며, 신체 능력을 보조하고 증강해 궁극적으로 인간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목표지요.”

2021년 6월에 시작한 이 과제는 이제 종료 시점까지 1년 6개월가량 남았다. 기간 내 원하는 연구 결과를 완벽하게 도출해낼 수 있을까.

“실패해도 좋다는 말 덕분에 오히려 연구가 순탄하게 잘 진행되는 것 같습니다. 몇 가지 난제가 남긴 했지만, 모두가 머리를 모으고 있으니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 예상해봅니다. 각 기술이 하나의 슈트로 잘 구현되도록 통합시키는 것이 남은 과제입니다. 기술 구현은 물론 착용자가 그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실현 가능성이 높은 연구 대신 기꺼이 실패에 도전한 연구팀. 스스로의 한계를 깨부수며 새로운 길을 만들고 있는 그들의 행보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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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학교
인간-로봇융합연구센터
로봇공학, 웨어러블 디바이스 분야 특화연구소. 웨어러블 로봇 연구 관련 단위 기술을 융복합해 차세대 통합 시스템 기술로 창출하고자 힘쓰고 있다. 지능형 웨어러블 로봇 교육연구단을 통해 차세대 로봇 전문가를 양성하고, 알키미스트 프로젝트 등 다양한 연구개발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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