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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ism>슬기로운 기술 생활
이제 가전도 구독하는 시대
김형자 과학 칼럼니스트

인공지능AI 열풍 속에서 가전업계는 새로운 키워드로 ‘구독 가전’을 제시했습니다. 말 그대로 가전제품을 월 단위로 구독한다는 의미입니다.
구독 가전은 최첨단 기술이 접목되어 있기에 가능합니다. 과연 어떤 기술들이 숨겨져 활용되고 있는지 그 비밀을 알아볼까요?

‘소유’에서 ‘소비’로 인식 변화된 구독 가전
최근 가전에 대한 인식이 ‘소유’에서 ‘소비’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목돈을 들여 제품을 산 뒤 고장 날 때까지 오랜 기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가전 소비 형태였다면, 이제는 빌려 쓰거나 초기 비용이 낮은 장기 할부로 가전을 쓰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2000년대 초 미국의 경제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저서 <소유의 종말>에서 “더 이상 소유는 필요하지 않으며, 접속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견했습니다. 그로부터 20년 후 소유하지 않아도 합리적 가격으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스트리밍 라이프’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현재 구독 가전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정수기는 물론 에어컨, 세탁기, 청소기, 스타일러, 식기세척기, 가습기, 공기청정기, 안마 의자, 노트북 등 웬만한 가전은 구독 서비스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구독 가전의 장점은 당장 목돈이 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또 구독 기간에 제품 청소, 소모품이나 부품 교체 및 수리 등 관리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이렇게 구독 가전이 급성장한 배경 중 하나는 바로 최첨단 정보기술IT의 발전 때문입니다. 컴퓨팅 파워와 데이터 축적을 기반으로 사용 패턴을 분석하는 AI, 원격제어가 가능한 사물인터넷IoT, 가전제품의 데이터를 저장하고 분석하는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 거래와 계약의 신뢰성은 물론 결제까지 가능하게 하는 블록체인 기술 등이 모두 여기에 해당합니다. 그렇다면 AI, IoT, 클라우드 컴퓨팅, 블록체인 기술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접목돼 구독 가전의 서비스를 가능하게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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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AI 기능 탑재로 ‘AI 가전’ 이미지 굳혀
첫 번째로 AI 기술입니다. AI는 기계가 인간의 지능적 행동을 모방할 수 있게 하는 기술로, 가전제품의 인공지능화를 가능하게 합니다. 챗GPT 같은 생성형 AI를 접목한 AI 홈 허브 디바이스로 AI 가전을 연결해 다양한 AI 기능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규모 언어 모델LLM과 생성형 AI 스피커가 가전제품과 연결되어 음성으로 가전제품을 제어할 수 있게 됩니다. “나 지금 출근할 거야. 오후 6시까지 집안일 끝내줘”, “저녁 식사로 뭘 해 먹으면 좋을까?” 같은 개인화된 명령과 질문에도 기기가 이용자 성향과 의도를 파악해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LLM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로 사전 학습된 초대형 딥러닝Deep Learning 모델입니다.

또 AI 기술을 적용한 로봇청소기는 집 안을 자동으로 청소할 수 있어 편리함을 제공합니다. 레이더 센서가 장착된 AI 에어컨과 공기청정기는 반려동물 동선을 고려해 풍향과 온도·습도까지 바꿔줍니다. AI 냉장고는 식품의 유통기한을 파악해 기한이 임박한 식품을 알려주고, AI 세탁기는 운동이 끝날 때쯤 코스를 미리 설정해뒀던 ‘기능성 의류’로 알아서 바꿔주기도 합니다. AI로 새롭게 그려내는 일상의 풍경입니다.

이처럼 최근의 가전제품은 ‘AI 가전’이라는 이미지를 굳힐 만큼 다양한 AI 기능이 탑재돼 있습니다. 그리고 전 세계 AI 시장을 이끄는 사람들은 구독 가전 서비스 경쟁에 열중입니다. 가전에 파고든 AI 기술이 제품력에 이어 고객 맞춤형 서비스로 이어지는 양상입니다.
정보의 네트워크화 ‘클라우드 없인 AI도 없다’
두 번째로 구독 가전의 중심에는 클라우드Cloud(구름)가 있습니다. 클라우드 없인 구독 경제도, AI도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클라우드는 인터넷을 이용해 서버, 디스크, 소프트웨어 등 IT 자산을 임대해 사용하고, 그만큼의 비용을 서비스 제공자에게 지불하는 컴퓨팅 방식을 의미합니다.

구름은 고정된 장소에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느 장소, 어떤 시간에 있든지 구름이라는 정체성이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클라우드도 마찬가지입니다. 클라우드 컴퓨팅을 도입하면 가상 서버에 소프트웨어나 데이터가 저장돼 있기 때문에 인터넷이 연결된 어디서든지 사이트에 접속만 하면 자원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봅시다. 우리는 세계 어느 나라에 가더라도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디스크드라이브나 메모리에 정보를 넣어둔 컴퓨터에서는 그 PC를 이용하지 않으면 문서나 그래픽 등의 작업을 할 수 없습니다. 워드나 엑셀로 문서 작업을 하려고 할 때 개인 PC에 저장해둔 소프트웨어를 불러 실행해야 합니다. 또 회사에서 작성하던 보고서를 집에서 계속 작업하려면 문서를 USB 메모리에 담아와 PC로 옮겨야만 합니다.

클라우드 환경은 이러한 불편함을 없앴습니다. 어디서든 수도꼭지 틀 듯 접속해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빼내듯 자신의 정보를 꺼내 쓸 수 있는 정보의 네트워크화 방식입니다. 따로 떨어진 것들을 하나의 네트워크Cloud Servers로 연결하고, 원격으로 필요한 작업을 실행할 수 있는 기술인 셈입니다. 관련 자료를 개인 컴퓨터가 아닌 인터넷과 연결된 메인 컴퓨터에 저장해놓고 쓰는 시스템입니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효율성을 유지하면서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이자, 언제든지 손쉽게 IT 자원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게 주요 이점입니다. 기업들은 데이터센터를 직접 운영할 필요 없이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 업체를 통해 자원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가장 큰 업적은 ‘소유’해야 한다고 생각해온 IT 자원을 ‘대여’하는 것으로 인식을 전환한 것입니다. 클라우드는 필요할 때마다 자원을 빌려 쓸 수 있습니다. 사용자는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에게 사용한 만큼만 비용을 지불하면 돼 미사용 시스템 자원에 대한 비용 부담이 줄어듭니다. 이러한 특성은 구독 경제의 개념과도 정확히 일치합니다. 또 클라우드는 효율적인 빅데이터의 저장과 관리를 통해 AI의 학습에도 필수적으로 활용됩니다.
가전제품을 똑똑하게 바꾸는 기술, 사물인터넷
세 번째로 IoT 기술입니다. IoT는 가전제품을 인터넷에 연결해 제어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게 합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 허브를 통해 가전제품을 제어할 수 있고, 스마트폰 앱을 통해 가전제품의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습니다.

IoT는 말 그대로 사물끼리 인터넷과 연결돼 정보를 주고받는 환경을 말합니다. 기존엔 사람과 기계, 사람과 사람만 인터넷을 통해 교신했다면, 이제는 지능형 인터페이스를 갖춘 기계(사물)끼리 스스로 알아서 인터넷으로 정보를 교신해 사람들에게 좀 더 편리한 삶을 제공합니다. 이것이 IoT의 핵심 개념입니다.

IoT 기기의 작동 과정은 간단합니다. 먼저 센서를 통해 명령받은 주변 환경의 모든 데이터를 수집한 다음, 네트워크를 통해 클라우드 시스템이나 다른 기기에 전송·저장해 데이터를 공유합니다. 네트워크 내 모든 기기에서 수집된 데이터는 분석·처리 과정을 거쳐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거나 자동화하는 데 활용합니다. IoT는 지금 AIoT의 영역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AI와 IoT의 결합어인 AIoT는 사물인터넷을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AI 알고리즘이 분석해 스스로 판단을 내리는 융합 기술을 가리킵니다. IoT가 사전에 정의된 프로그램과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동작하는 반면, AIoT는 학습과 추론에 의한 지능형 동작을 수행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기존의 IoT 시스템을 활용해 사용자가 스마트폰 앱으로 조명을 켜고 끄는 명령을 보내는 상황을 가정해봅시다. IoT에 부착된 조명 센서는 빛의 강도를 감지하고, 이 정보를 중앙 서버로 전송합니다. 중앙 서버에서는 정해진 규칙에 따라 조명을 제어하고 사용자에게 응답하게 됩니다. 하지만 AIoT는 사용자가 특정 시간에 조명을 자주 켠다면, AI 알고리즘이 해당 시간에 자동으로 조명을 켜도록 스스로 판단하고 명령합니다. 에어컨이 실내 온도와 습도를 파악해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것 또한 바로 AIoT 기능의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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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자사 인공지능AI TV에 ‘생성형 배경화면’ 기능을 적용했다.
생성형 배경화면은 사용자의 취향과 선호도를 반영해 AI TV가 제공하는 고화질 이미지다.
보안성 우려되는 가전제품에 적합한 기술, 블록체인
마지막으로 블록체인 기술입니다. 블록체인은 거래 기록을 분산형 네트워크에 저장하는 분산 원장 기술입니다. 거래가 이뤄질 때마다 거래 내역(데이터)이 담긴 새로운 블록block들이 기존 블록에 ‘사슬chain’처럼 연결되는 기술입니다. 거래가 이뤄지면 거래 당사자들이 갖고 있는 전자 장부帳簿에 하나씩 순서대로 거래 기록이 적힙니다.

그렇다면 가전제품에 블록체인을 접목하면 어떤 장점을 누릴 수 있을까요? 블록체인 기술은 가전제품의 보안성을 높여줍니다. AI 가전은 사용자의 가전 사용 환경과 개인정보를 수집해 이를 서비스 제공에 활용하기 때문에 개인정보 유출 위험도 덩달아 커집니다. 따라서 만일 스마트락에 이 기술을 적용한다면 블록체인 기술로 보호되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고, 스마트 허브는 가전제품의 사용 기록을 블록체인에 저장해 보안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또 블록체인은 제품의 생산부터 유통, 판매까지의 모든 단계를 기록합니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제품의 원본성을 확인하고 정품 인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가짜 제품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고 불법 거래를 방지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앞으로 가전제품은 AI, 클라우드 컴퓨팅, IoT,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더욱 스마트한 기능을 제공할 것입니다. 또 우리의 생활을 더욱 안전하게 만들어줄 것입니다. 계속 발전하는 구독 가전의 기술들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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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자
청소년 과학 잡지 <Newton> 편집장을 지냈으며, 현재 과학 칼럼니스트와 저술가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구멍에서 발견한 과학>, <먹는 과학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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