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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처럼 사라진다
스텔스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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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주름잡는 스텔스 전투기. 스텔스기를 탐지하는 건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보다 어렵다고 합니다.
‘은폐 기술’로 불리는 스텔스 기술은 과연 어떤 원리로 구현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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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과 방패 관계, 탐지 기술과 스텔스 기술
전쟁의 목적은 승리입니다. 승리를 위해 온갖 첨단 기술이 동원됩니다. 전투기나 잠수함은 소리(음파)나 열에서 발생하는 적외선, 레이더 신호 등을 활용해 적의 물체를 찾아냅니다. 문제는 그로 인해 적에게 들키기도 쉽다는 것이죠. 따라서 그런 신호의 노출을 최소한으로 줄이려는 기술개발 경쟁이 치열합니다. 바로 스텔스 기술입니다.

스텔스 기술은 적의 레이더, 적외선 추적기, 음파탐지기 등에 쉽게 잡히지 않도록 아군의 무기 신호를 축소하거나 통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레이더와 관련이 깊습니다. 이를테면 항공기나 군함, 유도탄 등 군용 무기체계를 만들 때 적의 레이더 전파를 흡수해 감시망에서 탐지할 수 없게 하는 것입니다. 물론 완전히 숨기는 것은 아니고, 최대한 작게 해 레이더망에 잘 드러나지 않도록 합니다.

레이더Radar는 전파(전자기파)를 물체에 쏜 후 반사되어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 거리, 방향, 고도를 알아냅니다. 물체의 위치와 속도를 파악할 수 있어서 비행기 또는 배의 위치, 지형 정보, 구름과 같은 기상 정보를 얻어냅니다. 박쥐가 초음파를 이용해 장애물과 먹이의 위치를 알아내는 원리와 같습니다. 적의 레이더를 파괴하지 않는 한, 적이 레이더 전파를 내보내는 것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되돌아가는 반사파를 통제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전파를 튕겨내지 않고 흘려보내는 것이 그 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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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구현한 미래형 스텔스 전투기
레이더 전파 흡수·차단이 기술의 핵심
스텔스 기술은 어떤 원리로 레이더의 신호를 은폐할까요. 레이더 전파를 흡수하는 도료부터 레이더 전파의 반사를 막는 설계, 엔진의 배기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기술, 적외선·음향 스텔스 기술까지 다양합니다. 그중 가장 잘 알려진 기술은 무기의 모양을 최적화해 레이더 반사 면적을 줄이는 것입니다.

기체의 정면에서 전파가 날아올 때, 전파가 가장 많이 반사되는 곳은 공기흡입구와 그 속의 엔진 전면의 팬 부분, 그리고 머리 부분의 레이돔입니다. 이에 스텔스 무기들은 공기흡입구 안으로 들어온 전파가 다시 바깥으로 나가기 쉽지 않도록 S자 형태로 구부러지게 설계합니다. 미국이 개발한 세계 최초의 스텔스 공격기 F-117은 전파의 파장보다 더 촘촘한 구멍의 철망을 씌워서 전파가 공기흡입구 안쪽으로 못 들어오게 하기도 했습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기술은 무기 표면에 특수한 탄소 소재 또는 도료를 발라 전파를 흡수함으로써 레이더 반사 단면적을 줄이는 것입니다. 전파가 이 흡수물질에 닿으면 빠져나가지 못하고 열에너지 형태로 변환됩니다. 하지만 적의 레이더 전파 모두를 흡수하지 못해 효율이 낮다는 게 단점입니다.

한편 바다에서는 21세기형 최첨단 전투함인 미 해군의 줌왈트급 구축함Zumwalt-class destroyer이 활약하고 있습니다. 레이더와 적외선 스텔스 기술이 적용돼 선체와 엔진에서 발생하는 열, 배기가스 방출을 최소화합니다.

줌왈트는 미 해군 참모총장이었던 엘모 러셀 줌왈트 주니어 제독의 이름을 딴 것입니다. 줌왈트 제독은 베트남전 당시 미군과 한국군의 화력 지원을 맡으며 많은 전과戰果를 올렸습니다. 길이 183m, 배수량 1만4564톤인 구축함이 레이더에는 300톤급 어선 크기로 포착됩니다. 그 때문에 적진으로의 진입이 쉽습니다. 레이더로 보면 어선인지 요트인지 군함인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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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기지 레이더 시스템은 여러 개의 송신기와 수신기를 다른 위치에 배치해
함께 작동하는 레이더 시스템이다. 다양한 각도와 위치에서 목표물을 탐지할
수 있고 데이터 융합으로 신호 처리 효과를 높일 수 있으며 전자전 대응력
등을 강화해 스텔스 기술로 탐지 회피를 시도하는 목표물에 효과적이다.
신소재, 나노 기술로 시각 은폐하는 전투복
최근에는 전투복에도 스텔스 기술이 접목되고 있습니다. 체온은 물론 사람의 형상까지 완벽하게 위장할 수 있는, 미래 보병을 위한 새로운 개념의 전투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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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은폐 효과를 높이기 위해 전투복의 패턴 디자인도 변화된다.
스텔스 전투복은 어떤 형태로 구현될까요?
전문가들에 따르면 신소재와 나노 기술, 착용형 기기Wearable Device를 바탕으로 위장무늬와 위장색이 주변 환경과 같아지거나 시각적으로 병사의 존재 자체를 완전히 숨길 수 있는 ‘시각 은폐 기술’이 중심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를테면 인공지능 기능을 갖춘 특수한 원단으로 전투복을 만들거나, 위장 기능 역할을 하는 나노미터(10억분의 1m) 크기의 센서 수십만 개를 전투복 표면에 부착하는 방식입니다.

여기에 신체 각 부위에서 발산하는 열에너지(적외선)를 줄이는 ‘방사율 저감 코팅 기술’도 개발 중입니다. 병사 각각의 기초대사량과 운동량을 계산하고 군복 착용에 따른 온도 변화를 분석해 적외선을 줄이는 방식입니다. 이 같은 ‘체온 차단 기술’은 적의 탐지 수단으로부터 완벽한 은폐를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시각 은폐 기술이 적용된 전투복이나 전투 장비가 등장한다면 병사들은 더 은밀하면서도 안전하게 임무 수행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시각·레이더·적외선 동시에 제어하는 스텔스 메타물질
최근 적외선과 레이더 전파 모두에서 스텔스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복합 스텔스 기술이 한국에서 처음 개발되었습니다. 바로 ‘스텔스 메타물질’입니다. 연세대학교 기계공학부 조형희 교수팀이 개발의 주인공입니다.

메타물질은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특성을 갖도록 구현한 인공 물질을 말합니다. 기존 재료를 섞거나 분리해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아예 새 물질을 창조했습니다. 메타물질 이론은 1967년 러시아의 물리학자 빅토르 베셀라고Victor Veselago가 처음 제시했습니다. 그는 ‘빛과 같은 파장을 반사하지 않고 우회시키는, 자연과 반대되는 특징을 가진 물질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조형희 교수팀이 찾은 스텔스 메타물질은 선택적으로 에너지를 방사하는 방식입니다. 대기 중에서 흡수되는 5~8㎛(마이크로미터) 대역의 에너지들은 모두 내보내고, 3~5㎛나 8~12㎛ 대역은 에너지를 내보내지 않는 메타물질입니다. 따라서 필름 형태의 이 메타물질을 항공기의 날개나 표면에 부착하면, 레이더 스텔스를 방해하지 않으면서 적외선 스텔스 기능도 갖출 수 있다는 게 조 교수의 설명입니다. 교수팀의 시각・레이더・적외선 동시 회피 ‘복합 스텔스 기술’은 레이더 전파를 90% 이상 흡수합니다. 적외선 신호는 95% 이상 줄일 수 있습니다. 이 복합 스텔스 기술은 산업부가 주최하는 기계의 날 기념행사에서 ‘2022 대한민국 올해의 10대 기계 기술’로 선정된 바 있습니다.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 개발은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 일본에서도 경쟁이 한창입니다. 조형희 교수팀의 복합 스텔스 기술이 한국군의 전투기와 군함 등에 실제로 적용돼 대한민국을 굳건하게 지키는 든든한 무기들로 완성될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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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물질 기반 다중 대역 스텔스 기술이 적용된 차세대 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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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자 과학 칼럼니스트
청소년 과학 잡지 편집장을 지냈으며, 현재 과학 칼럼니스트와 저술가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구멍에서 발견한 과학>, <먹는 과학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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