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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게 최적의 답변을 이끌어내는
AI 트레이너
문형남 숙명여자대학교
글로벌융합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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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의 등장 이후 거의 모든 산업에 인공지능AI이 도입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은 AI로 인해 2027년까지 6900만 개의 일자리가 생기고 8300만 개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AI 혁신을 상징하는 새로운 직업 ‘AI 트레이너’ 문형남 교수를 만나 변화의 바람 속 나아갈 길을 물었다.

word 김규성 photo 김기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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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께서 다루는 ‘AI’는 무엇이고 어떤 분야에 활용되나요? 아직 생소하게 느껴지는 직업인 AI 트레이너에 대해서도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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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는 2022년 11월 30일에 등장해 두 달 만에 1억 명이 넘는 사용자를 확보할 만큼 세계적인 파급력을 보였습니다. 이후 글로벌 기업들이 AI 시장을 선점하고자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했고, 덕분에 산업적, 사회적으로 여러 변화가 발생했지요. 통상적으로 챗GPT와 같은 AI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에 기반한 생성형 AI입니다. AI를 활용해 방대한 양의 데이터 가운데 적절한 답변을 만들어내지요.

AI 트레이너는 AI의 특성을 파악해, 사용자들이 보다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직업입니다. 주요 업무로는 ‘AI에 대한 트레이닝’과 AI 이용자를 위한 활용법 교육을 꼽겠습니다. 먼저 AI 트레이닝은 프롬프트 엔지니어링과 유사한 면이 있어요. 생성형 AI가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구체적이면서 간결한 문장을 입력해 정답에 가까운 답변을 얻어내죠. AI 트레이너의 고유 역할이라면 답변 자체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AI를 훈련한다는 점입니다. 더불어 AI 이용자를 위한 활용법 교육을 진행할 때도 단순히 좋은 답변을 얻어내는 방법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AI 자체를 훈련시키는 방법에 대해 강의합니다.
AI 트레이너는 어떤 방식으로 AI를 훈련하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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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질 좋은 기초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좋은 데이터가 무엇인지 선별하여 확보하는 ‘데이터 품질관리’에 신경 써야 하지요. 이후에는 선별된 데이터를 라벨링합니다. 데이터 라벨링이란 AI의 인식을 돕기 위한 과정이에요. 예를 들어 훈련받지 않은 AI는 개와 고양이를 잘 구분하지 못합니다. 트레이너는 AI에 개와 고양이의 사진을 보여주는 과정을 자동화해 진행하고, 그 결과 학습된 AI는 개와 고양이를 인식하고 구분하게 됩니다. 기초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데이터 라벨링이 트레이닝의 시작 단계에 해당합니다.

이후에는 직접 프롬프트를 입력하며 교육을 이어갑니다. 물론 AI를 훈련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잘못을 지적하면 ‘죄송하다’, ‘답변을 고치겠다’고 해놓고 금세 딴소리를 하니까요.
AI는 잘못된 정보나 오류를 그럴듯하게 포장하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AI 활용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이들도 많은데,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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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는 모든 명령에 대해 반드시 결과물을 만들어내도록 만들어졌습니다.

가령 AI가 제작한 그림에서 사람의 손가락이 예닐곱 개거나 모양이 어색하기도 한데요. 데이터가 부족할 때 그곳을 빈칸으로 두지 않고 자체적으로 결괏값을 생성해내기 때문입니다. AI가 그럴듯하게 대답을 만들어내는 환각(할루시네이션) 문제 또한 같은 궤에 있어요. 데이터가 부족하거나 잘못된 경우, AI가 임의로 텍스트를 채우며 잘못된 답변이 나오는 것이죠.

우리가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한 오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AI의 그림 실력이 놀랍도록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봅시다. AI 트레이너가 보다 정교한 알고리즘과 질문을 만들어간다면 AI의 답변 또한 정확성이 높아질 것입니다.

한 가지 꼭 기억하셔야 하는 점은 트레이너뿐 아니라 AI 사용자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입력하는 질문과 답변에 대한 반응 모두가 데이터에 반영되기 때문이죠. AI가 틀린 답변을 내놓았을 때 실망하며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틀린 답변이란 점을 가르쳐줘야 합니다.
잠재력이 가장 높은 분야는 어떤 분야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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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않은 미래에는 AI가 쓰이지 않는 곳을 찾는 게 쉬울 만큼, 모든 분야에서 AI의 도입 속도가 빠른 시점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효과를 보일 곳이라면 마케팅 분야입니다.
최근 10여 년간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 마케팅이 활발했는데요. 앞으로 소비자는 SNS나 검색창에서 제품을 찾지 않고 AI에 질문하게 될 것입니다. 브랜드, 가격, 규격 등을 일일이 찾지 않아도 되니까요. AI에 “5만 원대 청바지 중 내 허리둘레와 허벅지 굵기에 알맞고 품질이 가장 좋은 제품을 찾아줘”라고 질문한다면 AI는 보유한 데이터와 검색 등을 통해 알맞은 제품을 답해줄 것입니다. 이때 브랜드의 프로필과 제품 라인업의 우수성을 AI의 데이터 선별 과정에 알맞게 입력하는 것이 바로 AI 트레이너의 역할입니다. AI를 ‘설득’하는 것이죠.
AI를 설득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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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AI가 어떤 정보의 신뢰도를 높게 책정하고 또 낮게 측정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일례로 주요 언론 기사에 언급된 내용이나 업체 홈페이지 등에 기재된 내용은 나름의 가중치를 갖고 수용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런 특징을 적용해 좋은 데이터를 많이 입력해야겠지요. 우리 제품이 얼마나 좋은 제품인지 나름의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AI를 교육하는 트레이너의 가치관이나 윤리 문제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한 대책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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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이나 비윤리적인 행위의 정당화, 무분별한 데이터 수집으로 인한 개인정보 이슈 등 AI에도 수많은 문제점이 존재합니다. 제도 개선을 통해 규제해야만 하는 부분도 있을 테지만, 정보의 ‘신뢰성’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해결될 사안도 많습니다.

저 역시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을 때 AI의 반응이 궁금해 실험해본 적이 있습니다. 질문과 답변을 반복하던 중 AI가 잘못된 정보임을 알아챘고, 질문자의 신뢰성을 의심하더군요. 결국 제가 AI에게 사과하고 말았습니다. 이처럼 AI 트레이너가 잘못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주장을 ‘설득’할 수 있습니다. 수십 개 업체가 자신의 제품이 최고라고 AI를 트레이닝하는데 매진하는 광경도 예측이 되고요. 한 가지 다행인 점은 AI 역시 정보의 신뢰성에 대해 끊임없이 확인한다는 것입니다. 데이터를 확장해나가는 AI에 의해 잘못된 정보임이 판별될 것이고, 가짜 정보를 입력하는 아이디이자 AI 트레이너라고 낙인찍히겠지요.
AI의 도입으로 사라지는 일자리에 대한 논란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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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지만 AI 도입으로 인해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직업이란 것은 고정된 게 아니고 기술이 발달하며 변화하는 것입니다. AI 트레이너 또한 이제껏 없던 직업이고요. 불과 20~30년 전만 해도 컴퓨터를 다룰 줄 몰랐던 사람이 대다수였지만, 이제 일상의 한 부분이 되었듯 AI의 일상화에 대비해야 할 시기입니다. 자신의 전공과 함께 AI를 학습해나간다면 다가올 AI 대전환 시기에도 자신만의 경쟁력을 가질 것입니다.
AI 트레이너가 되기 위한 방법과 필요한 자질, 주요 취업 경로 등이 궁금합니다. 일반적인 기업에서 AI 트레이너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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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컴퓨터 전공자들이 갖고 있던 컴퓨터 활용 능력에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사람이 잘 다룰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발자로서 능력만큼이나 AI와의 소통 능력도 중요하기 때문이죠.

아쉽게도 AI 트레이닝만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일자리는 많지 않은 상황입니다. AI 개발 기업이나 스타트업처럼 직접 관련이 있는 회사에 지원하는 것이 일반적이죠. 하지만 AI를 활용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그리 오래지 않아 대다수의 기업이 개발자나 디자이너를 보유하고 있는 것처럼 AI 트레이너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 예상합니다.
AI 트레이너는 최근에 생긴 직업인데요. 어떤 계기로 AI 트레이너의 길을 선택하셨는지 말씀해주세요. 향후 목표는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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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챗GPT가 서비스를 시작하고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겼을 때 AI 트레이너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전문가들이나 알던 AI가 대중화된 것이니, 드디어 그간 연구해온 바를 적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이제는 저만이 가진 트레이닝 스킬을 알리고 누구나 AI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학교나 한국AI교육협회를 통한 교육에 전념할 시점입니다.

AI의 활용도와 중요성으로 미루어볼 때 언젠가 필수 교과과정에 AI 과목이 신설될 수 있다고 봅니다. 한 명의 연구자이자 AI 전문가로서 교육과정을 정립하는 데 일조하고, 나아가 우리나라가 AI 강국이 되도록 돕는 게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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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호 잡 인사이드에는
똑소리단 김정민, 정경국, 안경은, 류창흔, 심형훈, 문준아, 김경환, 이상영,
김태권, 전준규, 조상해, 박기혁, 손상완, 김경은, 김동민, 박혜지, 유한결, 김지온,
심경태, 윤혜인, 윤지원, 한주석 님께서 참여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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