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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냉전 시대,
K-방산의 성장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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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2년 반이 넘어서고 있다. 중동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2023년 10월 하마스의 기습적인 이스라엘 공격이 전면전으로 확대되며, 가자 지구와 이스라엘 남부를 중심으로 치열한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미국과 중국의 전략경쟁Great Power Competition도 긴장도를 높이고 있다.
전 세계는 지난 30여 년의 탈냉전 시대를 끝내고 본격적인 신냉전New Colde War 시대로 재편되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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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3년 10월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23’ 에어쇼. 우리나라와 동맹국들의 우수한 방위산업 기술이 한데 모인 자리였다.
국방 예산 증액 도미노,
‘글로벌 방산 골드러시 시대’
글로벌 안보 환경의 변화 추세에 따라 최근 전 세계 국방 예산이 천정부지로 늘고 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국방 예산이 2조4430억 달러를 넘었다(한화 3268조 원). 전년 대비 6.8% 급증한 수치이자 최근 9년 연속 증가한 결과이다.

2023년 기준 권역별 국방 예산은 북미 지역이 전체의 39%인 9430억 달러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어 아시아·태평양이 5950억 달러로 24.4%, 유럽이 24.1%(5880억 달러), 중동 8.2%(2000억 달러) 순이다. 증가율 측면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에 따라 유럽 권역이 전년 대비 16% 증가했다. 특히, 동유럽 권역은 전년 대비 31% 급증한 1810억 달러를 기록했다.

중요한 포인트는 이러한 국방 예산 급증 추세가 단기간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의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조사기관인 에이비에이션 위크Aviation Week는 2023년 전 세계 국방 예산이 2조300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는데, 실제로는 2조4330억 달러를 기록했다. 에이비에이션 위크에 따르면 2032년에 전 세계 국방 예산이 2조5000억 달러를 상회할 전망이다. 최근 추세를 고려한다면 3조 달러 이상도 가능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전 세계 무기 획득 예산도 증가하고 있다. 2023년 전 세계 무기 획득 예산은 2년 전보다 20% 이상 증가한 6600억 달러로 추정된다. 마찬가지로 에이비에이션 위크는 2032년 글로벌 무기 획득 예산은 75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추세를 고려하면 1조 달러에 근접할 가능성도 크다.
요약해보면,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2023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은 유럽과 미주, 아시아·태평양, 중동, 오세아니아를 포함하는 전 세계적인 국방 예산 증액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져 명실공히 ‘글로벌 방산 골드러시 시대’가 도래한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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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독주와 러시아의 추락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가장 주목할 변화는 크게 4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미국의 독주 체제가 확고해졌다는 점이다. 과거 5년(2014~2018년) 대비 최근 5년(2019~2023년)간 미국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34%에서 8%P 증가한 42%를 차지했다. SIPRI에 따르면, 미국은 2023년 말 기준 전투기 1000여 대, 자주포 700여 대, 공격헬기 390대 등을 포함하여 무려 5600여 대 이상의 무기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동·북유럽과 중동,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미국의 수출 독주는 계속될 전망이다.
둘째, 러시아의 급격한 추락이다. 주지하다시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에 대한 경제, 금융, 방산 등 거의 전 분야에서의 글로벌 제재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 대비 최근 5년 러시아의 시장 점유율은 21%에서 11%로 급락했다. 미래 전망 역시 밝지 않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다층적 제재와 전쟁 중 드러난 러시아 무기체계의 신뢰도 하락, 인도·이집트·베트남 등 기존 무기 구매국의 수입 다변화 추세 등으로 추가적인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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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한국이
새로운 방산 강국으로
셋째, 최근 5년 기준으로 프랑스가 11%를 기록하며 세계 2위에 이름을 올렸다. 프랑스는 최근 라팔 전투기를 중심으로 과거 러시아의 주요 무기 수출국인 이집트, 카타르, 인도네시아 등에 200억 달러가 넘는 계약을 체결했다. 최근 프랑스의 적극적인 무기 수출 시장 공략과 대규모 방산수출금융, 유럽방산정책EDIS에 따른 EU 회원국 내 무기 거래 비중 확대 정책 등으로 프랑스의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한국 등 수출 신흥 국가들의 급격한 약진이다. 한국은 최근 3년(2022~2024년)간 380억 달러 이상의 무기 수출 계약 성과를 올리며 글로벌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했다. 실제로 2022년 폴란드에 전차, 자주포, 천무, FA-50 다목적 전투기 4종에 대해 450억 달러가 넘는 무기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교두보 삼아 최근 에스토니아와 루마니아에 K9 자주포 수출을 계약하기도 했다. 이는 K-방산이 동·북유럽 국가들의 시급한 무기 수요에 타 국가 대비 가성비 높은 제품을 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공급했기 때문이다. 또 기술 이전, 현지 생산 등 다양하고 유연한 산업 협력을 제공함으로써 프랑스, 독일 등 기존 무기 수출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은 현재 미국, 유럽, 중동, 아시아·태평양, 호주, 중남미를 포함한 전 세계 30여 개국에 1200억 달러 이상의 무기 수출을 추진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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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부단한 혁신 계속해야
이러한 성과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고, 2027년 글로벌 방산 수출 4대 강국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혁신을 계속해나가야 할 것이다.

먼저, K-방산의 산업 생태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올해 초 미국과 유럽은 각각 방위산업전략서를 발표하고 미래 방위산업 생태계 강화를 위한 비전과 전략을 제시했다. 미국은 미·중 전략경쟁에서의 군사적 우위를 확보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방위산업 생태계 재건을 위해 공급망 탄력성 제고와 전문인력 양성 등 4대 중점 전략과 25개 세부 과제를 적극 추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유럽위원회Europe Council 역시 역내 무기 거래와 공동 구매· 개발을 확대해 유럽 방위산업 생태계를 강화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미국, 한국 등에 의존하는 유럽 내 무기 자급률을 현재 20% 수준에서 2035년까지 5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도 현재의 수출 증가 추세에 안주하지 말고 국내 방위산업 생태계의 취약점을 식별하고 이를 적극 보완해야 한다. 특히 민간 첨단 기업 등 혁신 주체의 진입을 확대하고 획득 방식 유연화, 충분한 인력 수급과 공급망 탄력성 제고를 위한 핵심 부품·소재 국산화, 우방국과의 방산 협력 강화 등에 매진해야 한다.
방산수출금융 등 제도 뒷받침으로 국가주력산업 진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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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록히드마틴사의 F-35. 스텔스 기능이 뛰어나 글로벌 전투기 시장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방산수출금융의 지원 여부가 수출의 성패를 좌우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과거와 달리 조 단위로 수출 규모가 확대되면서 이에 걸맞은 방산수출금융지원제도가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이나 프랑스, 이탈리아 등의 전통적인 수출 강국은 오래전부터 무기 구매국이 요구하는 다양한 수출금융 조건을 충족시켜왔다. 미국은 해외군사재정지원FMF, Foreign Military Financing 프로그램을 별도로 운영하며 구매국에게 대출, 보증뿐만 아니라 차관, 원조까지 지원하고 있다. 프랑스도 OECD 가이드라인과는 별개의 자체 무기수출금융지원제도를 통해 이집트, 인도네시아 등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무기 수출 계약에 성공했다. 우리나라도 향후 대형 무기 수출을 위해 정부 및 민간 금융기관의 수출금융 지원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지난 50여 년간 K-방산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국가안보산업으로서의 역할에 매진해왔다. 신냉전 시대에서 K-방산은 우방국과의 안보와 경제, 사회, 문화 등 외연을 넓히는 국가전략산업으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기획재정부는 K-방산을 신성장 원천기술 및 경제 안보 품목으로 지정했으며, 산업통상자원부도 국가첨단전략산업 및 소부장법에 방산 분야를 추가 검토하는 등 국가전략산업으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우리 산업의 높은 성장세에 따라 2022년 매출이 최초로 20조 원을 넘어섰다. 최근 5년(2018~2022년)간 연평균 5.7%의 높은 매출 성장세를 보였고, 무기 수출 또한 2년 연속 100억 달러(수주 기준)를 넘어섰다. 이러한 높은 성장 추세를 고려해 2020년대 중후반에는 국가 경제를 선도하는 12대 국가주력산업 진입도 유력한 상황이다. 앞으로 K-방산이 국가안보 및 국가전략산업임과 동시에 미래 국가주력산업에 진입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국민의 지지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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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산을 위한 산업부·KEIT의 지원
2023 올해의 산업부 R&D 우수성과 10선 中
표적획득/추적장비 초음속 경전투기 체계통합 및 항공전자 소프트웨어 개발
KAI한국항공우주산업
표적획득/추적장비는 조종사에게 표적 정밀 추적을 위한 광학 영상을 제공하는 장비로, KAI는 항전체계통합 검토 및 요구도 설정, 항공전자소프트웨어 4종 개발, 항공전자통합시험 검증 등을 맡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이를 통해 항공기의 성능 향상과 수출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다.

K9 자주포용 1000마력급 엔진 부품 국산화
STX엔진
방산 품목은 수출 시 해외 기술제휴사 정부의 수출 승인 문제가 까다롭다.
디젤엔진기업인 STX엔진은 2021년 6월부터 3년 만에 엔진 설계, 시제품 제작, 엔진 성능 시험을 완료하며 K9 자주포용 엔진 국산화에 성공해 K9 자주포의 수출에 힘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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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한국혁신학회, 한국방위산업학회에서 각각 감사, 이사직을 수행하고 있으며 국방산업발전협의회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2022 자랑스러운 방산인’에 선정된 바 있으며 미 전략국제연구센터CSIS의 객원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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