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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산업의 필수 불가결 된 섬유
세계 최고 수준 산업으로 키운다

2024 섬유패션 산업 경쟁력 강화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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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라고 하면 흔히 옷을 떠올린다. 그 때문에 정부가 ‘섬유 강국’을 육성하겠다는 전략 발표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반도체나 이차전지도 아니고 섬유를 잘 만들기 위해 정부가 전략까지 세워야 하느냐는 의문이다.

word 이슬기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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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3일 서울 강남 섬유센터에서 진행된 ‘섬유패션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섬유패션 업계 간담회’.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병오 한국섬유산업 연합회장을 중심으로 국내 섬유패션 관련 협·단체, 학계, 연구기관 및 기업 대표 등이 참석해 섬유패션산업의 현안과 향후 발전 방향을 논의했다.
최근 섬유산업은 첨단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필수 불가결의 요소가 되고 있다. 로켓엔진을 만드는 것부터 항공기, 전기차 부품 등 다양한 분야에 최신 기술이 결합된 섬유가 쓰이기 때문이다. 가벼우면서 불에 타지 않고, 단단한 섬유를 만드는 데에 국가가 힘을 쏟는 이유다. 정부의 섬유 경쟁력 강화 전략은 무엇이고, 첨단 섬유는 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첨단 섬유 시장은 커지는데 韓 경쟁력은 약해져
지난 8월 13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섬유패션산업 경쟁력 강화 전략’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산업용 섬유 분야 세계시장 점유율은 현재 3%에서 10%로, 친환경 시장 점유율은 2%에서 10%로, 섬유산업의 디지털 전환 수준은 35%에서 60%로 각각 높이겠다는 게 골자다. 이를 통해 세계적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고성능 아라미드와 탄소섬유, 해양 수산 섬유, 차세대 전자통신 섬유 등 첨단산업용 섬유의 핵심 기술을 2030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으로 고도화하겠다는 목표다. 의류용 섬유 기업이 산업용 섬유 기업으로 전환하는 경우에는 기술 컨설팅과 함께 설비투자를 정책금융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섬유패션산업은 1950~1960년대만 하더라도 한국의 주력산업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미국·일본 등 선도국이 첨단산업용 섬유 시장에서 앞서 나가는 가운데 중국·인도 등 후발국이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치고 올라오면서 한국은 이들 사이에서 ‘넛크래커’ 상황이 되며 생산·수출이 위축되고 있다. 실제 섬유업계는 2000년에 188억 달러의 수출 실적을 올렸지만, 2022년엔 43억9000만 달러 수출에 그쳤다. 4분의 1 토막이 난 것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산업용 섬유의 시장 규모는 2021년 1467억 달러 수준에서 2027년엔 1922억 달러로 연평균 4.7% 성장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각국 정부도 섬유의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첨단 섬유 시장에서 오랜 기간 강자로 군림했던 미국과 일본은 현재도 시장을 사실상 양분해 독점 상태에 가까운데, 우리나라를 비롯해 각국 정부는 이 구조를 깨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 ❶ 넛크래커Nut-cracker: 1990년대 후반 저임금의 중국과 높은 기술의 일본 사이에 끼여버린 한국의 산업 상황을 뜻하는 말로 쓰였다. 원래 호두를 눌러 껍질을 까는 기계를 뜻하는데, 당시 한국의 상황이 꼭 그와 같았다.
북한도 로켓 만들기 위해 밀반출했던 첨단 섬유
첨단산업용 섬유의 대표 격은 아라미드 섬유다. 굵기는 5㎜에 불과해 실처럼 얇지만, 강철보다 5배나 단단해 2톤 무게를 버틸 수 있다. 총알도 아라미드 섬유를 뚫지 못하고, 400~500℃ 고온에서도 타거나 녹지 않는다. 매우 단단하면서 가벼워 미사일이나 로켓에도 쓰이고 방탄복, 소방복 등 각종 보호장비 등에 보강재로 활용되고 있다.

아라미드 섬유가 국가 방산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화도 있다. 북한은 지난 2016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아라미드 섬유 실을 밀반출하려다 적발되기도 했다. 장거리 로켓을 만드는 데 아라미드 섬유 실을 활용하려고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에선 무기 및 군사장비 제작에 이용될 수 있는 이중용도 품목으로 분류돼 대통령령에 의해 수출이 금지돼 있다. 유엔UN 역시 아라미드 섬유가 고체연료 미사일 추진체 캐니스터 제작 등에 사용될 수 있다며 북한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아라미드 섬유는 생산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북한이 밀반출하지 않는 이상 손에 넣을 수 없었던 이유다. 현재 글로벌 아라미드 시장에서 미국 듀폰과 일본 데이진 등이 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다만 코오롱인더스트리 등 후발 주자인 국내 기업도 투자를 확대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옷 만드는 섬유산업도 바뀌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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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섬유산업도 ‘ESG 경영’ 트렌드에 따라 바뀔 필요가 있다. 염색 가공 분야에 오염 배출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결국 폐수와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만 한다. 정부는 이를 위해 온실가스 배출 감소를 지원하는 기술과 인증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한편 정부는 섬유업계에 인공지능AI 도입 등의 자동화에도 힘쓸 예정이다. AI로 수요를 예측하고, AI를 기반으로 패턴을 제작하고, AI를 통해 신속하고 유연하게 생산하도록 하며, 노동력 부족 문제에도 적용할 수 있다. 첨단산업을 향한 섬유산업의 첨단·자동화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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