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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릭과 바이오시밀러,
복제약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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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약에는 오리지널 의약품과 복제약이 있습니다. 복제약이 가짜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오리지널 의약품은 크게 ‘합성의약품’과 ‘바이오의약품’ 두 종류로 나뉘는데, 여기에 두 의약품의 기술을 활용한 ‘복제약’이라는 특별한 개념이 하나 더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복제약은 오리지널 의약품과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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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약, 오리지널 의약품 특허 만료 후 개발 가능
복제약은 오리지널(원개발) 의약품을 그대로 만들어낸 의약품을 말합니다. 오리지널 의약품은 특정 질환을 치료할 목적으로 특정 성분으로 가장 처음 개발된 신약입니다. 세포실험과 동물실험을 거치고 여러 단계의 임상시험을 통과한 후 시장에 출시됩니다. 효과가 좋더라도 안전성에 문제가 생기면 출시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신약은 보통 개발 기간만 10년 정도 소요되고, 성공률도 매우 낮은 편입니다.

그래서 신약이 나오면 특허권을 10~15년간 보호해줍니다. 신약을 만드는 데 들어간 개발사의 막대한 자금과 시간의 가치를 인정한다는 의미입니다. 특허가 만료된 후에는 개발사가 더 이상 독점판매권을 보유할 수 없게 됩니다. 신약 개발사뿐 아니라 다른 제약 회사도 오리지널 의약품의 복제약을 개발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복제약의 경쟁력은 낮은 약값입니다. 이미 공개된 약을 분석해 만들기 때문에 개발 비용이 대폭 줄어듭니다. 시장이나 정부에서 인정하는 약값도 낮아집니다. 복제약은 대개 오리지널 의약품 가격의 80% 수준이고, 상한선은 53.55%를 넘지 않습니다. 복제약의 가격 인하를 통해 오랫동안 안전하게 사용해온 오리지널 의약품을 더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환자들에게 큰 혜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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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성의약품과 동일한 제네릭,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거쳐 허가
복제약은 ‘제네릭’과 ‘바이오시밀러’로 구분됩니다. 둘 모두 특허가 만료된 의약품을 동일한 효능을 갖도록 만들었다는 게 공통점입니다. 하지만 각각 합성의약품과 바이오의약품을 복제한다는 데서 차이가 있습니다. 먼저 제네릭에 대해 알아볼까요?

제네릭generic(통칭의)이란 말은 ‘일반적’이라는 뜻의 ‘General’과 어원이 같습니다. 제네릭은 특허가 만료된 합성의약품의 공개된 기술을 이용해 동일하게 만든 의약품을 말합니다. 합성의약품은 화학물질을 재료로 사용합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제네릭은 오리지널 합성의약품과 주성분, 함량, 효능・효과, 복용 방법 등이 동일합니다. 제네릭은 오리지널인 합성의약품의 화학식을 알면 같은 성분을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화학반응을 그대로 따라 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화학반응은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아 오차가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네릭은 오리지널 합성의약품이 거친 여러 단계의 임상시험을 생략합니다.

단, 실제로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일한 특성을 가졌는지 살피기 위해 ‘생물학적 동등성bioequivalence 시험’이라는 과정을 거칩니다. 인체 내에서 나타나는 효능·안전성이 똑같은지 시험을 통해 입증한 뒤 별도의 허가 심사를 받는 것입니다. 보통 제네릭 약효가 오리지널 합성의약품의 80~125% 범위에 들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을 받고 출시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제네릭은 약효가 오리지널 합성의약품과 동일할 수도 있지만, 80%에 걸쳐 약간 떨어지거나 125%에 가까워 더 좋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는 복사기에서 복사하듯, 제네릭이 단순히 오리지널 합성의약품을 찍어내듯 만들어낸 복제의 결과물과는 다르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제네릭은 2011년부터 2022년까지 12년 동안 1만 개 이상의 제품이 출시됐습니다. 매년 평균 835개 제품이 시장에 나왔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제네릭이 대외적인 악재가 있어도 물량 공세와 적극적인 프로모션으로 점유율을 유지했다는 의미라고 말합니다.

멕시코 등 세계 여러 나라는 공공보건의료 비용 절감을 위해 제네릭의 생산 촉진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에 힘입어 제네릭 시장은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하지만 약효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으면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거나 부작용 우려가 있을 경우에는 제네릭보다 오리지널 합성의약품을 고수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바이오의약품과 유사한 바이오시밀러, 임상 모두 거쳐야
제네릭이 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21세기의 화두는 ‘바이오의약품’입니다. 따라서 요즘 이슈로 떠오르는 복제약은 ‘바이오시밀러’입니다. 바이오시밀러는 특허가 만료된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복제약을 뜻하는데, ‘동일성’이 아닌 ‘유사성biosimailarity’을 요구합니다.
바이오의약품은 대장균이나 효모, 동물세포 등 살아 있는 세포에서 단백질을 뽑아내 생산합니다. 생물체에서 유래했기 때문에 독성이 낮고 작용기전(약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효과를 나타내는지를 설명하는 일)이 명확해 난치·희귀·만성질환에 큰 효과를 보입니다. 하지만 생물체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바이오의약품의 특성상 오리지널과 완전히 동일하게 만들어내는 것은 사실상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바이오의약품은 ‘공정’이 제품을 만듭니다. 배양 조건과 정제 방법 등 제조 공정의 작은 차이에도 영향을 받아 최종 산물이 다를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동일한 제조 과정을 거쳐도 누가 언제 만들었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제품이 나오기도 합니다. 이는 바이오시밀러가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과 유사하지만 다른 물질이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이야기입니다. 부모의 유전자를 받았지만 첫째, 둘째, 셋째 아이의 생김새나 성격이 다른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제약업계가 ‘유사하다’란 뜻의 ‘시밀러’를 붙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바이오시밀러는 결과물에 조금씩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는 만큼,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을 만들 때처럼 임상시험의 모든 단계를 다시 거칩니다. 그런 관계로 제네릭보다 개발 기간이 길고 비용도 많이 들어 값도 더 비쌉니다. 하지만 업계는 바이오의약품과 유사한 기능을 갖는 바이오시밀러가 큰 부가가치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세계 유수의 제약기업들은 최근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누적 매출액 1위 의약품인 애브비의 휴미라Humira가 2023년 1월에 특허가 만료되었고, 이를 시작으로 스텔라라Stelara, 옵디보Opdivo, 키트루다Keytruda 등 50개 이상의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 독점권이 2032년까지 순차적으로 풀리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바이오의약품을 처음 만들 때의 성공률은 8%쯤 됩니다. 그런데 이미 만들어진 바이오의약품을 복제하는 바이오시밀러는 평균 성공률이 80%에 이른다고 합니다. 비용도 바이오의약품의 8분의 1밖에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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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릭이 시장 대부분 차지, 바이오시밀러 강세
세계 의약품 시장은 복제약이 판도를 크게 뒤흔들고 있습니다. 오리지널 의약품 못지않은 안전성에 뛰어난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 의약품 선진국인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서 복제약 사용이 늘고 있고, 특히 제네릭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인구 고령화 현상으로 의료비 증가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됨에 따라 오리지널 의약품과 성분·효능 등이 동일하면서도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적은 제네릭 의약품 사용을 국가 차원에서 장려하기 때문입니다.

세계의 제네릭 의약품 시장 규모는 2022년 4119억9000만 달러(약 559조 원)에 달합니다. 제약업계는 2023년부터 2027년까지 다수의 주요 합성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되기 때문에 제네릭 시장은 2030년 6133억4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합니다.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어떨까요. 지난해 286억2000만 달러(약 39조 원)에 달했던 세계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연평균 17.8%로 빠르게 확대돼 바이오의약품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입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프로스트앤설리번F&S은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향후 5년간 눈에 띄는 성장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성장 전망치는 2024년 420억 달러, 2025년 500억 달러, 2027년 600억 달러, 2028년 765억1000만 달러 규모에 이릅니다.

현재 바이오시밀러는 미국과 유럽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한국이 선도하고 있지요. 국내 기업들은 시장 규모가 큰 미국, 유럽 등으로 활발하게 진출 중입니다. 단순 시장 진출을 넘어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면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합니다. 다양한 대응 전략을 발판 삼아 한국이 미래 먹거리로 복제약 시장을 선도해나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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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자 과학 칼럼니스트
청소년 과학 잡지 편집장을 지냈으며, 현재 과학 칼럼니스트와 저술가로 활동 중이다. 문화체육관광부 , <조선일보>, <주간조선>, <시사저널> 등의 매체에 과학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저서로는 <구멍에서 발견한 과학>, <먹는 과학책>, <지구의 마지막 1분> 등이 있다.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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