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16일, 영국 보건 당국이 ‘카스게비Casgevy’라는 신약을 승인했다. 적어도 의생명과학에서는 역사적인 사건이라 하겠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가 치료제로 처음 데뷔하는 순간이자, ‘낫적혈구병’이라는 유전 질환을 치료할 길이 열렸으니 말이다. 낫적혈구병은 이름대로 적혈구를 낫처럼 구부러뜨리는 질병이다. 이렇게 변형된 적혈구는 원반 모양인 정상 적혈구보다 기능이 현저히 떨어져서 환자는 악성 빈혈로 고통받곤 한다. 유전병이다 보니 낫적혈구병을 완전히 고치려면 유전자를 교정해야만 하는데, 이것은 ‘미션 임파서블’ 수준의 어려운 과제였다. 카스게비는 어떻게 불가능을 가능하게 할까?
┋크리스퍼란 무엇인가
유전자를 이루는 물질인 DNA는 A(아데닌), G(구아닌), C(사이토신), T(티민) 이렇게 로마자 알파벳 네 개로 쓰인 기다란 문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 DNA 알파벳을 전문용어로 ‘염기’라고
부른다. 1987년 일본 연구진이 대장균의 DNA에서 처음으로 회문 구조를 발견했다. 회문이란 ‘다시 합창합시다’ 또는 ‘PULL UP IF I PULL UP’처럼 앞으로 읽으나 뒤로 읽으나 뜻과
모양이 같은 문장을 말한다. 이후 여러 세균의 DNA 염기 순서를 낱낱이 읽어내면서 많은 세균에 다양한 회문이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때로는 이런 회문에 세균 바이러스 DNA의 일부가 붙어
있기도 했다.
거의 모든 세균의 DNA 여기저기에서 회문이 발견되었지만, 그 기능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심지어 부르는 이름도 연구진마다 제각각이었고 2002년에 와서야 크리스퍼라는 이름으로 통일되었다. 크리스퍼는 영어 단어 6개, ‘Clustered Regularly 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s’에서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줄임말이다. 전체 이름을 우리말로 옮기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분포하는 짧은 회문의 반복’이라는 뜻이다.
지구상 모든 생물은 바이러스 감염을 피할 수 없다. 2007년, 덴마크의 한 요구르트 회사 연구진이 요구르트를 만드는 젖산균(유산균)을 키우다 특이한 현상을 발견했다. 일부 젖산균이 특정 바이러스에 내성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 젖산균의 DNA를 분석했더니, 크리스퍼 사이에 바로 그 바이러스 DNA의 일부가 들어 있었다. 그로부터 15년 뒤 2012년에 두 여성 과학자가 크리스퍼의 작동 원리를 규명해내는 데 성공했다. 2020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제니퍼 다우드나와 에마뉘엘 샤르팡티에가 그 주인공이다.
세균은 침입한 바이러스의 DNA를 조각내고 그 일부를 크리스퍼 사이에 보관한다. 만약 같은 바이러스가 다시 들어오면 크리스퍼에 끼워둔 DNA를 그대로 읽어 RNA❶를 만들어낸다. 이 RNA는 재침입한 바이러스 DNA의 일치하는 부분에 결합하는데, 이때 바이러스 DNA를 자를 수 있는 단백질이 함께 가서 붙는다. 이렇게 가위와 같은 역할을 하는 단백질을 ‘캐스9Cas9’이라고 한다.
거의 모든 세균의 DNA 여기저기에서 회문이 발견되었지만, 그 기능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심지어 부르는 이름도 연구진마다 제각각이었고 2002년에 와서야 크리스퍼라는 이름으로 통일되었다. 크리스퍼는 영어 단어 6개, ‘Clustered Regularly 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s’에서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줄임말이다. 전체 이름을 우리말로 옮기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분포하는 짧은 회문의 반복’이라는 뜻이다.
지구상 모든 생물은 바이러스 감염을 피할 수 없다. 2007년, 덴마크의 한 요구르트 회사 연구진이 요구르트를 만드는 젖산균(유산균)을 키우다 특이한 현상을 발견했다. 일부 젖산균이 특정 바이러스에 내성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 젖산균의 DNA를 분석했더니, 크리스퍼 사이에 바로 그 바이러스 DNA의 일부가 들어 있었다. 그로부터 15년 뒤 2012년에 두 여성 과학자가 크리스퍼의 작동 원리를 규명해내는 데 성공했다. 2020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제니퍼 다우드나와 에마뉘엘 샤르팡티에가 그 주인공이다.
세균은 침입한 바이러스의 DNA를 조각내고 그 일부를 크리스퍼 사이에 보관한다. 만약 같은 바이러스가 다시 들어오면 크리스퍼에 끼워둔 DNA를 그대로 읽어 RNA❶를 만들어낸다. 이 RNA는 재침입한 바이러스 DNA의 일치하는 부분에 결합하는데, 이때 바이러스 DNA를 자를 수 있는 단백질이 함께 가서 붙는다. 이렇게 가위와 같은 역할을 하는 단백질을 ‘캐스9Cas9’이라고 한다.
- ❶ RNA: 리보핵산Ribonucleic acid의 약자. 생명체의 유전 정보와 관련된 중요한 분자 중 하나다. 유전자 발현과 단백질 합성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는다.
- ❷ PAM: 특정 DNA 서열을 인식하고 절단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짧은 DNA 서열. 목표 DNA를 정확하게 식별하고 결합할 수 있도록 돕는다.
┋1세대 유전자가위 기술 ‘아연-손가락 핵산분해요소’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3세대 유전자가위’라고 한다. 앞선 1, 2세대 유전자가위가 있다는 말이다. 1996년 2월, 유명한 국제 학술지인〈미국국립과학원회보〉에 ‘하이브리드 제한효소: 포크
원 결합 아연 손가락’이라는 제목의 논문이 발표되었다. 세균이 침입한 바이러스 DNA를 파괴한 효소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은 일찍이 1960년대에 이미 발견되었다. 이를 ‘제한효소’라고
부르는데, 여기에는 세균이 자기 DNA는 건드리지 않고 침입한 바이러스 DNA에만 제한적으로 작용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제한효소는 매우 다양한데, 인식해서 자르는 DNA 염기 순서가 다
제각각이다.
아연 손가락은 DNA 염기 3개를 선택적으로 인식해서 결합하는 작은 단백질이다. 아연 손가락은 마치 ‘엄지 척’ 모양으로 DNA에 결합하는데, 이때 아연 이온이 손가락 마디를 구부리듯 단백질이 적절히 접히게 도와준다. 한편 ‘포크 원Fok I’은 여느 제한효소와 달리 DNA를 인지하는 부위와 가위 역할을 하는 부위가 따로 나뉘어 있다. 따라서 DNA를 자르는 기능을 하는 부분만 떼어서 아연 손가락에 붙이면 원하는 곳을 자를 수 있는 하이브리드 효소가 완성된다. 이게 바로 1세대 유전자가위인 ‘아연-손가락 핵산분해효소’이다.
아연 손가락은 DNA 염기 3개를 선택적으로 인식해서 결합하는 작은 단백질이다. 아연 손가락은 마치 ‘엄지 척’ 모양으로 DNA에 결합하는데, 이때 아연 이온이 손가락 마디를 구부리듯 단백질이 적절히 접히게 도와준다. 한편 ‘포크 원Fok I’은 여느 제한효소와 달리 DNA를 인지하는 부위와 가위 역할을 하는 부위가 따로 나뉘어 있다. 따라서 DNA를 자르는 기능을 하는 부분만 떼어서 아연 손가락에 붙이면 원하는 곳을 자를 수 있는 하이브리드 효소가 완성된다. 이게 바로 1세대 유전자가위인 ‘아연-손가락 핵산분해효소’이다.
┋테일 단백질을 이용한 2세대 기술 ‘탈렌’
2세대 유전자가위 탈렌은 1세대 유전자가위에서 DNA 결합 단백질인 아연 손가락을 ‘테일TALE’이라는 단백질로 바꾼 것이다. DNA 염기 3개를 인지하는 아연 손가락과
달리 테일은 염기
1개만을 인지하기에 그만큼 제조 비용과 시간이 줄어들고, 표적을 더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테일 단백질은 상대적으로 크기가 커서 세포 안으로 전달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게 아쉽다. 탈렌 유전자가위는 2009년에 처음 만들어졌고,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유전자 편집에 활용되기 시작했다.
┋1, 2세대 보완한 3세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
크리스퍼 유전자가위가 앞서 개발된 유전자가위들과 비교해 가장 다른 점은 유전자 편집에 RNA를 이용한다는 점이다. 인식하고 결합하는 단백질이 작은 RNA로 대체됨으로써, 아연 손가락이나
테일 단백질을 맞춤형으로 만들 때마다 매번 거쳐야 하는 복잡한 공정이 대폭 간소화되었다. 그 덕분에 기술력을 보유한 소수 연구자만 재현할 수 있었던 유전자가위 기술이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의 현재와 미래
카스게비 승인으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은 입증된 셈이지만, 현재는 DNA 염기를 정확하게 바꾸거나 추가해 유전정보를 교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DNA는 2개의 가닥이 꽈배기처럼 꼬여
있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DNA 두 가닥을 모두 잘라 편집한 다음, 세포 자체의 복구 시스템을 이용하여 마무리 연결을 한다. 이 때문에 절단 부위에서 의도치 않은 DNA가 들어가거나 없어지는 문제가 일어나곤 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차세대 기술개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인데, 그 가운데 하나가 ‘프라임 편집Prime editing’ 기술이다.
프라임 편집 기술의 핵심은 DNA를 두 가닥이 아니라 한 가닥만 자르도록 캐스9 효소를 변형했다. DNA를 한 가닥만 잘라내므로 그만큼 안전하고 원하는 유전정보를 정확히 넣을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발전한 기술로 인정받고 있다. 이전 기술과 비교해 설계와 교정 방법이 좀 더 복잡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렇듯 정밀하고 안전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개발을 위한 연구는 현재진행형이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DNA 두 가닥을 모두 잘라 편집한 다음, 세포 자체의 복구 시스템을 이용하여 마무리 연결을 한다. 이 때문에 절단 부위에서 의도치 않은 DNA가 들어가거나 없어지는 문제가 일어나곤 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차세대 기술개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인데, 그 가운데 하나가 ‘프라임 편집Prime editing’ 기술이다.
프라임 편집 기술의 핵심은 DNA를 두 가닥이 아니라 한 가닥만 자르도록 캐스9 효소를 변형했다. DNA를 한 가닥만 잘라내므로 그만큼 안전하고 원하는 유전정보를 정확히 넣을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발전한 기술로 인정받고 있다. 이전 기술과 비교해 설계와 교정 방법이 좀 더 복잡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렇듯 정밀하고 안전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개발을 위한 연구는 현재진행형이다.
┋유전자 편집의 기준과 범위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적용할 대상과 범위가 늘어나면서 이를 둘러싼 논쟁도 그만큼 치열해지고 있다. 위에서 번갈아 사용한 유전자 ‘편집’ 또는 ‘교정’이라는 표현은
영어 ‘gene editing’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연구자들은 보통 ‘교정’이라는 단어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교정의 사전적 의미가 ‘잘못된 글자나 글귀 따위를 바르게
고침’이니까, 유전자 교정이 좀 더 긍정적으로 들려서 그런 듯하다.
교정을 하려면 옳고 그름을 판단할 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질문하고 답을 구해야 한다. 다시 말해 심도 있는 소통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아마도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유전병을 비롯한 난치병을 치료하거나 예방 목적으로 사용하는 데에는 모두 동의할 것이다. 문제는 좀 더 들어가면 어디까지가 치료와 예방이고 어디부터가 신체 능력 강화인지 경계가 흐려지고 만다는 점이다. 이제 인류는 모든 생명체의 유전자를 원하는 대로 편집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만큼 이를 안전하고 올바르게 사용하기 위한 기준을 세우는 일이 시급해졌다. 유전자는 자기들끼리는 물론이고 생명시스템 안팎을 오가는 다양한 신호와 얽혀 네트워크를 이룬다. 따라서 나무가 아닌 숲을 봐야만 그 기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니 단순히 개별 기능을 아는 수준에서 유전자를 좋고 나쁨이라는 이분법적 잣대로 평가하는 건 매우 위험할 수 있다. 생명을 음악에 비유한다면, 지금 우리는 악보에 쓰인 음표를 읽어 멜로디만 알 뿐이다. 아직 화음과 리듬이 어우러진 완전한 곡을 연주하지는 못하는 상태다. 덧붙여 우리 인간에게 생명체의 유전자를 마음대로 편집할 권리가 있는지도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생물학을 뜻하는 영어 단어 ‘biology’는 각각 ‘생명’과 ‘학문’을 의미하는 고대 그리스어 ‘비오스bios’와 ‘로고스logos’가 합쳐진 말이다. 그런데 비오스에는 전혀 다른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강세를 앞에 두면 ‘활’, 뒤에 두면 ‘생명’을 뜻한다. 그래서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활이 생명을 뜻하지만, 하는 일은 죽음이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생물의 변형과 복제를 넘어 설계와 제조까지 시도하는 현대 생물학에서 내 눈에는 비오스의 두 얼굴이 얼핏얼핏 보인다.
생물학은 21세기에 들어서 더욱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미생물과 동식물은 물론이고 심지어 인간마저 변형시키는 경지에 이르렀다. 생물학은 영향력이 커질수록 미래를 올바르게 이끌 지혜가 절실해졌다. 어떻게 해야 그런 지혜를 기를 수 있을까? 아무래도 과학에만 머물러서는 힘들 듯하다. 현재 생물학이 느끼는 한계를 넘어서려면 다른 학문, 특히 인문학·예술과 만나 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생각의 깊이가 넓어져 다양한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바다처럼 넓고 깊어야만 큰 배를 띄울 수 있듯이, 현재의 영향력과 미래 잠재성에 비추어볼 때, 생물학은 인문학·예술과 만날 준비가 이미 되었으며 또한 만나야만 한다.
교정을 하려면 옳고 그름을 판단할 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질문하고 답을 구해야 한다. 다시 말해 심도 있는 소통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아마도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유전병을 비롯한 난치병을 치료하거나 예방 목적으로 사용하는 데에는 모두 동의할 것이다. 문제는 좀 더 들어가면 어디까지가 치료와 예방이고 어디부터가 신체 능력 강화인지 경계가 흐려지고 만다는 점이다. 이제 인류는 모든 생명체의 유전자를 원하는 대로 편집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만큼 이를 안전하고 올바르게 사용하기 위한 기준을 세우는 일이 시급해졌다. 유전자는 자기들끼리는 물론이고 생명시스템 안팎을 오가는 다양한 신호와 얽혀 네트워크를 이룬다. 따라서 나무가 아닌 숲을 봐야만 그 기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니 단순히 개별 기능을 아는 수준에서 유전자를 좋고 나쁨이라는 이분법적 잣대로 평가하는 건 매우 위험할 수 있다. 생명을 음악에 비유한다면, 지금 우리는 악보에 쓰인 음표를 읽어 멜로디만 알 뿐이다. 아직 화음과 리듬이 어우러진 완전한 곡을 연주하지는 못하는 상태다. 덧붙여 우리 인간에게 생명체의 유전자를 마음대로 편집할 권리가 있는지도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생물학을 뜻하는 영어 단어 ‘biology’는 각각 ‘생명’과 ‘학문’을 의미하는 고대 그리스어 ‘비오스bios’와 ‘로고스logos’가 합쳐진 말이다. 그런데 비오스에는 전혀 다른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강세를 앞에 두면 ‘활’, 뒤에 두면 ‘생명’을 뜻한다. 그래서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활이 생명을 뜻하지만, 하는 일은 죽음이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생물의 변형과 복제를 넘어 설계와 제조까지 시도하는 현대 생물학에서 내 눈에는 비오스의 두 얼굴이 얼핏얼핏 보인다.
생물학은 21세기에 들어서 더욱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미생물과 동식물은 물론이고 심지어 인간마저 변형시키는 경지에 이르렀다. 생물학은 영향력이 커질수록 미래를 올바르게 이끌 지혜가 절실해졌다. 어떻게 해야 그런 지혜를 기를 수 있을까? 아무래도 과학에만 머물러서는 힘들 듯하다. 현재 생물학이 느끼는 한계를 넘어서려면 다른 학문, 특히 인문학·예술과 만나 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생각의 깊이가 넓어져 다양한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바다처럼 넓고 깊어야만 큰 배를 띄울 수 있듯이, 현재의 영향력과 미래 잠재성에 비추어볼 때, 생물학은 인문학·예술과 만날 준비가 이미 되었으며 또한 만나야만 한다.
김응빈 연세대학교 시스템생물학과 교수
미생물을 공부하며 인문예술학자와 융합 연구도 수행하고 있다. <오늘은 유전자가위>를 비롯해서 여러 책을 썼고, 유튜브 채널 ‘김응빈의 응생물학’을 통해 흥미진진한 생물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