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익숙한 로봇은 거대한 기계 팔이 물건을 나르거나 자동차 부품을 제작하는 등의 모습일 것이다. 이러한 로봇은 대부분 산업용 로봇으로, 공장 등에서 제조 공정 자동화에 중점을 두고 사람이 필요 없는 제조 환경을 구축하고자 도입한다. 반면 협동로봇은 사람과 같은 작업 공간에 공존하며, 사람이 하기에 다소 위험하거나 신체적으로 부담이 되는 작업을 대신 수행함으로써 작업 효율성을 높여주는 로봇이다.

일반적으로 산업용 로봇은 작업 시 주위에 누군가 다가와도 멈추는 기능이 없기에, 로봇 팔 길이보다 1.5배 이상의 넓은 공간을 확보해야 하며 펜스를 치는 등의 안전대책이 필요하다. 반면 협동로봇은 인간과 협동하는 파트너 개념이기에 예상치 못한 충돌 등의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안전성을 중요시한다. 또한 협동로봇은 산업용 로봇에 비해 저렴하고 조작 방법이 쉬우며 이동이 가능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현재 물류 분야에서 무거운 물건을 작업자와 함께 분류하거나, 의료 분야에서 물리치료를 돕는 등 다양한 쓰임새를 자랑한다. 이처럼 협동로봇의 활용도가 늘어나고 소비자에게 노출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디자인의 중요성도 부각되었다. ㈜레인보우로보틱스의 협동로봇이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것 역시 심미적으로 완성도 높은 디자인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로봇 디자인의 중요성을 일찍이 깨달은 ㈜레인보우로보틱스지만 실제 디자인 회사와 협업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디자인 혁신을 수행할 만한 능력을 갖춘 디자인 업체 중 몇몇은 로봇 제작 회사와 일한다는 것에 생소함을 느껴 거절하기도 했고, 가용할 수 있는 범위를 초과하는 금액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에 이정호 대표는 2018년 산업통상자원부의 사업인 ‘선진 디자인 프로세스 도입 및 협동로봇의 활용성 및 편의성 증대를 위한 디자인 개발’ 연구과제에 지원했고, 그 결과 세계적인 디자인 회사 탠저린 리미티드와 사업에 참여할 수 있었다.
이 대표는 “탠저린 리미티드와 함께하면서 아이팟 등 애플의 유명 제품을 디자인한 디자이너가 로봇을 디자인하는 기회를 얻게 됐다”며 “디자인 업체와 협업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산업부 프로그램을 통해 선진 디자인 회사의 프로세스를 체득하고 우리 회사에 내재화시키는 경험을 얻었다”고 성과를 자부했다.

해당 과제를 시작한 첫해에는 로봇의 시제품 개발과 가공에 집중하여 모터 제어기, 운영체제, 프레임워크, 각종 센서, 인터페이스 보드 등을 개발했고, 디자인 프로세스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것은 개발 2년 차부터였다. 개발진은 데스크 리서치를 통해 경쟁사 제품, 사용 환경, 사용자, 사용 자세 등 백그라운드 정보를 수집한 뒤 기존 제품과 차별화되는 아이디어를 모색하고 개선 방향을 선정했다. 구체화한 디자인을 바탕으로 3D 모델링을 시작했고, 최종 시안으로 3D 프린팅 제품을 제작하여 테스트를 진행했다.

사업 3년 차에는 탠저린 리미티드사로부터 도입한 디자인 프로세스를 내재화해 자체적으로 협동로봇을 개발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디자인 개발진은 ①제품 리서치 및 제품 기획 ②콘셉트 아이디어 스케치 및 디자인 선정 ③기구 설계·3D 모델링 및 렌더링 ④1차 샘플 시제품 제작 ⑤1:1 Woking 시제품 제작 등의 과정을 거쳐 RB5-850, RB3-1200, RB10-1300 등의 RB 시리즈 3종의 로봇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