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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양육, 인류 식량문제의 대안 기술로 성장하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배양육 생산 기술
서울대학교산학협력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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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없는 밥상, 당신은 얼마나 지속할 수 있는가?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2023년 우리 국민의 1인당 육류 소비량이 평균 60.6kg으로 전년 대비 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2028년에는 61.4kg, 2033년에는 65.4kg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다시 말해 누군가에겐 고기 없는 밥상이란 상상조차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 중요한 식재료가 곧 부족해진다는 사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된 연구가 배양육이다.

word 김아름 photo 서울대학교산학협력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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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양육, 지속가능한 미래 식량
인류가 배양육 연구를 이어가는 까닭은 새로운 음식을 먹기 위해서가 아니다. 배달 앱과 음식물 쓰레기에 지친 사람에겐 먹거리 문제가 대수롭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당장 25년만 지나면 이 상황은 달라진다. 2050년 세계 인구는 100억 명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인구가 증가하면 자연스레 육류 수요도 늘게 될 터. 100억 인구가 만족할 만큼의 고기를 얻기 위해선 육류 생산량이 150% 이상 늘어나야 한다. 하지만 전통적 축산 방식으로는 이처럼 짧은 시간 내에 전체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 가축 생산을 위한 자원이 부족할뿐더러,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 동물복지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그렇다고 인류의 식습관 자체를 바꾸기는 더 어려운 일. 이에 배양육이 떠오르게 된 것이다.

서울대학교 조철훈 교수를 필두로 세종대학교, ㈜스페이스에프, 대상㈜, 롯데정밀화학㈜, 한국화학연구원부설 안전성평가연구소에 몸담고 있는 연구원 80여 명이 팀을 이룬 것도 배양육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2020년부터 2026년까지 배양육 생산 기반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의 ‘알키미스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해당 기술 개발에 성공할 경우, 실험실 조건에서 약 6주 내에 육류를 얻을 수 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6개월을 사육해 도축한 돼지고기 한 마리에서 대략 60kg의 고기를 얻을 수 있는데, 실험실에선 근육 줄기세포 60개를 6주간 키워 총 60kg의 고기를 얻을 수 있게 된다. 훨씬 짧은 기간 내 같은 양을 획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도축이나 뼈를 발라내는 과정 또한 생략된다는 이점이 있다.
국내 최초, 최고의 배양육 연구팀
서울대학교산학협력단을 중심으로 한 연구단은 지난 2023년 올해의 산업부 R&D 대표 성과 10선에 선정되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들의 연구 분야가 ‘실패’를 지원하는 알키미스트 프로젝트라는 데 있다. 실패 가능성이 높은 R&D를 지원하는 사업에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연구 결과를 도출해낸 것이다. 이는 배양육 사업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단계를 아우르는 통합연구 시스템이 큰 역할을 했다.

배양육 생산 기술은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초기 기반기술이다. 따라서 각 단계를 결정하는 핵심요소기술이 잘 연결되어 있어야만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는데, 연구단은 해당 연구를 기획할 때부터 공정 전체를 고려한 이상적인 팀을 구성했던 것이다. 핵심요소기술은 총 5단계로 나뉜다. 배양육 기술의 시작인 ‘세포(세포주)’, 가축의 먹이라고 할 수 있는 ‘배양액’, 세포의 증식, 분화 및 조직화에 필요한 ‘지지체’, 효율적인 세포의 ‘대량배양기술’, 그리고 ‘식육화 가공기술’ 등이다. 서울대학교와 세종대학교에서 줄기세포와 같은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스페이스에프는 각 기술을 접목해 전체 공정을 설계했다. 세포를 키우고 고기를 수확하는 데 필수적인 배양액, 지지체는 각각 대상㈜과 롯데정밀화학㈜이 연구에 참여했다. 둘 모두 식용이 가능할 만큼 안전하고 높은 효율성을 자랑한다. 마지막으로 안전성평가연구소가 세계 기준에 적합한 방법으로 배양육의 안전성을 평가한다. 단계마다 업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연구진이 참여해 전체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것이다.

연구단은 지난 3년간의 연구를 통해 세계 최초로 ‘돼지 배아줄기세포’를 만들고 이를 이용해 근육으로 분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또 동물의 태아에서 추출하는 혈청 대신 ‘무혈청 배양액’을 개발완료해 윤리와 단가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무혈청 배양액은 제품의 품질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도 효과적이기 때문에 대량 생산 공정에서 큰 이점으로 작용한다.

현재까지 연구단은 총 13건의 배양육 시제품을 생산했고, 10건의 국내 특허와 5건의 국외 특허를 출원해 3건을 등록했다. 그 과정에서 논문 27개와 11개의 상도 받았다. 연구가 완료되는 2026년이 되면 또 얼마만큼의 성과를 얻을지 자못 기대된다.
연구단의 세포배양식품 생산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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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양육이 우리 식탁에 오를 날은
해외에선 이미 시장에 출시된 제품도 있다. 2020년 싱가포르에서 판매 허가된 배양닭고기를 시작으로 미국과 이스라엘 등에서 배양쇠고기, 배양메추라기고기 등이 등장했다. 하지만 이를 맛보기란 쉽지 않다. 배양육 시대가 열렸다고는 하나 아직 대부분의 기술이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고, 배양육 제조 단가가 높아 유통이 어렵기 때문이다. 기존 육류와 비교해 식감이 다른 것도 중요한 이유다.

국내 연구단은 ‘최초’보다 ‘지속가능성’에 연구의 중점을 두고 있다. 축종별 최적의 배양육용 세포를 확보하고 가격 경쟁력이 높은 무혈청 식용 배지를 개발한 것도 그 일환이다. 그뿐만 아니라 국내 최대 규모의 배양육 파일럿 플랜트를 완공했고, 대량 배양 연구를 진행하며 보다 저렴한 배양육을 안정적으로 공급한다는 목표다. 동시에 기존 육류와 유사한 식감의 고기를 배양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와 개발, 시식 등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세계 최초로 돼지 배아줄기세포를 개발한 만큼, 돼지고기 분야에선 최초의 양산도 기대할 만하다.

무엇보다 국내 최초의 배양육 원천기술을 개발해 상용화함으로써 국내 후발 주자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고, 배양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있다. 연구단은 30년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스마트폰, AI 시대가 실현된 것처럼, 30년 후 맞이할 세포 농업 시대를 여는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한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알키미스트 프로젝트의 진정한 의미임을 자부했다.

서울대학교 조철훈 교수는 “알키미스트 프로젝트는 여느 사업과 달리 실패를 용인하는 도전적인 연구과제”라며 지원 기관에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또한 “이러한 혁신 도전형 과제를 위해 과감한 연구·행정적 지원을 끊임없이 제공하는 KEIT와 꾸준히 소통하며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겠다”는 각오를 피력했다.

지난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세포배양식품을 포함한 신소재 식품의 ‘한시적 기준 및 규격 인정 기준’을 고시했다. 연구단은 해당 내용에 따라 제품의 안전성 등을 평가받을 예정이다. 모든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내년도 하반기엔 시판 허가가 날 가능성도 있다.
모두와 공생하는 산업으로 성장하길
조 교수는 “어떤 좋은 기술도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야만 사업 진행이 가능하다”며 늘 소비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필요한 사항을 발굴해 협력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존 산업인 축산업과의 공존도 고민 중이다. 인류의 행복과 번영을 위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기에, 축산업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으며 산업 성장 역시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우수 성과명에 ‘지속가능한’이라는 키워드를 넣은 것 또한 그런 생각과 무관하지 않다.

인류는 예정된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구 온도가 높아져 더 지독한 질병이 찾아오고, 혹독한 재난이 다가올 것이라는 미래 말이다. 이에 여러 산업이 조금 다른 미래를 위해 온 힘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 배양육 개발 역시 그 노력 중 하나다.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환경을 덜 해치고, 인간과 동물이 함께 건강하게 살아가는 내일. 30년 후 우리는 세계 최초로 개발된 한국의 배양돼지고기 브랜드 제품으로 배양삼겹살을 구워 먹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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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양육을 주제로 한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지배종> 포스터.
조철훈 교수는 “극 초반 자료에 근거한 내용이 나와서
반가웠다. 특히 가죽, 모피, 작물 등을 세포로 생산하는 세포
농업 이야기나 배양육이 양산되어 시판되는 광경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반부 배양액에 세균이
많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실제로 세균이 있으면 세포나
배양육이 자랄 수 없다는 점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다”라며
드라마상의 오류를 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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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프로젝트 주관기관
‘서울대학교산학협력단’
2003년 (재)서울대학교산학협력재단으로 출범해 2008년 현재 산학협력단으로 이름을 바꿨다. 세계를 선도하는 창의적 지식과 원천기술 창출에 기여한다는 미션 아래 글로벌 산학협력을 선도하고, 고객 중심 연구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며, 미래 기술 가치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번 배양육 프로젝트는 서울대학교 식품동물생명공학부 조철훈 교수와 이창규 교수가 이끄는 2개 연구실이 주관하고 있다.
https://snurnd.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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