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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나뭇잎이 만드는 청정에너지
광합성 원리 이용한 청정 수소 생산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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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체가 살아가는 데 중요한 성분 중 하나는 산소다. 산소 없이는 당장 숨을 쉬는 것도 불가능하다. 애초에 자외선으로부터 생명체를 지키는 오존층 또한 산소를 기초로 형성되었다. 산소를 만든 자연의 법칙, 광합성. 현재 인류는 이 광합성 원리를 바탕으로 미래의 생존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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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통해 생성한 인공나뭇잎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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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나뭇잎은 어떤 기술?
인공 나뭇잎은 식물의 광합성 기술을 모방해 만들어졌다. 따라서 인공 나뭇잎 기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식물의 광합성 원리를 알아야 한다. 식물은 뿌리로 흡수한 물을 줄기를 통해 가지와 나뭇잎 등에 보낸다. 이파리까지 퍼진 수분이 햇빛과 만날 때, 식물세포 내 엽록체에서 화학반응이 일어나는데, 이것이 바로 광합성이다. 화학반응의 결과, 산소와 수소이온, 전자 등이 발생한다. 이후 산소는 공기 중으로 배출되어 생명체의 호흡을 돕는 데 쓰이고, 수소이온과 전자는 이산화탄소와 결합해 포도당으로 변환된다. 그 포도당이 식물의 생장에 필요한 영양소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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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대니얼 노세라 박사는 식물의 광합성 원리를 바탕으로, 태양전지의 양극과 음극에 코발트와 니켈을 사용해 산소와 수소이온 등을 만드는 ‘인공 나뭇잎’ 기술을 개발했다. 현재는 전력 및 수소 생산, 탄소 포집 등의 다양한 목적을 위해 세계 곳곳에서 추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 연구팀 역시 수소 생산을 위해 연구를 진행 중이다. 수소는 연소 시 물만을 배출하는 청정에너지원이다. 따라서 고품질의 수소를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것이 미래 에너지 안보와 기술 혁신, 경제 성장에 중요하지만, 기존에는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수소를 생산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인공 나뭇잎 기술을 활용할 경우, 태양빛을 흡수하는 반도체 광촉매 물질만 사용하면 되기 때문에 기존보다 훨씬 깨끗한 방식으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인공 나뭇잎 기술이 미래 화석 에너지 고갈 및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친환경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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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❶ 광촉매: 빛을 흡수해 화학반응을 촉진하는 물질이다. 빛에너지를 흡수해 전자와 정공hole을 생성하고,
    이 전자와 정공이 화학반응에 참여한다.
청정 수소를 만들기 위한 글로벌 연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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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나뭇잎을 활용한 청정 수소 생산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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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기후변화협약이 체결된 이후 전 세계 국가들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청정에너지 확대를 중장기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또한 수소 경제를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의 핵심으로 보고 수소를 이용한 에너지 활용 계획을 주요 전략 투자 분야 중 하나로 선정했다. 이에 따라 수소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청정 수소를 생산하기 위한 인공 나뭇잎 기술 연구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유럽을 중심으로 수전해 시스템의 효율 향상을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미국 에너지부DOE와 일본의 일부 기관(JHyM, NEDO) 등이 광촉매를 이용한 물 분해 청정 수소 생산을 연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국에너지기술원KIER,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SK이노베이션, S-Oil, 한국과학기술원KA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등 다양한 연구소, 기업, 대학 연구팀에서 고온 수전해, 열분해, 광분해 등 차세대 친환경 수소 생산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상업화의 기준점인 ‘광-수소 변환 효율 10%’를 달성하는 소재가 개발되지 않아 고효율 소재 개발을 위한 기초-원천기술 연구 단계에 머무르고 있으며, 기술 실증을 위한 대규모 모듈 제작 및 수소 생산 시스템 연구가 미비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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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나뭇잎 기술 핵심 ‘광촉매’ 문제, 게르마늄으로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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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화철을 활용한 인공 나뭇잎의 수소 생산 개념도
표면에 구멍이 송송 난 붉은색 막대가 산화철 광촉매이다. 산화철 광촉매의 투명기판에서 주석이 침투하는 것을 억제해 산화철의 게르마늄 첨가 효과를 크게 개선했다.
인공 나뭇잎 기술의 핵심은 광촉매이다. 광촉매가 식물의 엽록소처럼 햇빛을 받아 전자를 만들기 때문이다. 광촉매 물질로는 값이 싸고 비용 효율이 높으며 물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작용하는 이점을 가진 산화철이 많이 연구되고 있다. 하지만 산화철은 전기전도도가 낮아 이를 높여줄 별도의 첨가제가 필요하다.

여러 첨가제 후보 가운데 주목할 만한 것으로 게르마늄Germanium이 꼽혔다. 그런데 막상 실제 실험을 진행해보니 이론보다 효과가 크지 않아 의문점이 큰 물질이기도 했다. 필자가 속한 UNIST 연구팀은 게르마늄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고, 그 원인과 해결법을 찾아냈다. 게르마늄의 효과를 떨어뜨린 것은 열처리 과정에서 투명기판에서 광촉매로 침투한 주석이었다. 주석이 광촉매 속으로 침투해 내부 구조를 손상시킨 까닭이다.

이후 주석이 게르마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산화게르마늄 막 코팅법을 개발했다. 이는 광촉매 표면에 열처리 후에 나타나는 다른 문제도 함께 해결해줬고, 그 결과 수소 생산량이 기존 대비 3배 이상 늘어났다. 기존 단일 산화철 전극으로 구성된 인공 나뭇잎 기술에서 생산할 수 있는 수소는 1~3% 내외. 해당 연구에서 입증한 효율 5%는 세계 최고 수준임이 분명했고, 연구 결과는 2021년 국외 저명한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발표됐다.
  • ❷ 산화철: 철과 산소가 결합하여 형성된 화합물이다. 철의 산화 상태와 결정 구조에 따라 다양한 특성을 갖는다. 본문에서 산화철은 화학반응에서 촉매로 사용되어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해시킨다.
고효율, 저비용 청정에너지 상용화하는 날까지
고효율 광촉매 인공 나뭇잎 기술은 수소 및 청정에너지 분야에서 혁신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중요한 기반 기술이다. 특히 산화철을 활용한 연구는 안정성과 저비용적인 측면에서 매우 유망한 접근 방법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아직 해결하지 못한 난제들을 위한 기술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어야만 한다.

연구자로서 다양한 첨가제를 활용해 난점을 극복하고 고성능의 산화철 전극을 개발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성과였다. 특히 게르마늄을 첨가하고, 주석Sn 성분에 따른 효율 저하 문제를 해결한 것은 수소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혁신적인 결과였다. 필자를 비롯한 UNIST 연구진은 기존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기술 실증을 위한 생산 시스템 연구 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우리의 발걸음이 더욱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수소 생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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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현 울산과학기술원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
에너지 변환 및 저장, 2D 물질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으며, Materials Today Energy (Elsevier) 편집위원, 금속재료학회지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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