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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이온 배터리
소재가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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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는 한 번 쓰면 버리는 일차전지와 다시 충전해 쓸 수 있는 이차전지로 나눕니다. 현재 가장 많이 쓰이는 이차전지는 리튬이온전지죠. 리튬은 특정 조건이 되면 전자를 내놓고 이온이 됩니다. 이 전자가 전선을 타고 흐르는 것이 전기죠. 따라서 배터리를 이용해 전기를 사용하는 건 리튬에서 전자를 떼내 전선에 흐르게 한다는 말입니다. 반대로 충전한다는 것은 리튬이온에 전자를 넣어주는 일입니다. 어려운 듯 쉬운 이차전지에 대해 알아봅니다.

방전 과정에서 전지 내부의 상황을 살펴보면 음극의 리튬이 전자를 내놓고 이온이 된 뒤 양극으로 이동합니다. 양극에선 리튬이온과 전자를 붙잡아 저장합니다. 양극과 음극이 바로 붙어 있으면 일이 편하겠지만 그래선 양극과 음극의 물질 사이에 급격한 화학반응이 일어나서 폭발합니다. 따라서 이 둘 사이에는 만남을 방지하는 분리막이 이를 차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리튬이온은 오고 가야 하니 그를 가능하게 해주는 전해액이 양극과 음극 사이 공간을 채우고 있습니다. 결국 리튬이온 이차전지는 양극과 음극, 전해액 그리고 분리막 네 가지로 구성되는 거지요.
| 1. 양극과 음극을 나눠주는 분리막
분리막은 폴리에틸렌이나 폴리프로필렌을 이용해 만드는데 그 제조 방법에 따라 습식과 건식으로 나눕니다. 습식은 폴리에틸렌을 사용하며 주로 휴대폰이나 노트북 등에 들어갑니다. 건식은 폴리에틸렌이나 폴리프로필렌 둘 다 사용하며 습식에 비해 초기 투자 비용이 적고 유해물질이 나오지 않지만 제조 기술 난이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주로 전기자동차용으로 쓰이죠. 분리막의 기본 소재는 폴리에틸렌과 폴리프로필렌이지만 분리막의 바깥에는 세라믹코팅을 통해 안정성을 높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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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리튬이온의 이동을 도와주는 전해액Electrolyte
전해액은 전해질과 용매 그리고 첨가제로 구성됩니다. 전해질은 리튬이온이 이동하는 것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데 리튬을 중심으로 한 화합물이 쓰입니다. 육플루오르화인산리튬LiPF6이 가장 많이 사용됩니다. 하지만 전기자동차용 전해질에는 추가로 F전해질이라 부르는 리튬비스아마이드LiFSI, D전해질이라 부르는 리튬이플루오르보레이트LiDFOP B전해질이라 부르는 리튬비스보레이트LiBOB, P전해질이라 부르는 리튬이플루오르화인산LiPO2F2 등도 첨가되지요.
F전해질은 출력을 높이고 부식을 방지함으로써 전지 수명을 늘리고 저온에서 방전되는 걸 막아줍니다. P전해질은 전지 수명을 길게 하고 출력을 높이면서 충전 시간을 줄여주고 고온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도록 돕습니다. D전해질의 경우 충전 시간을 줄여주면서 높은 온도에서 안정성을 가지도록 하며 B전해질은 상온과 낮은 온도에서 출력을 높여주면서 순간 출력량을 늘리는 효과가 있습니다.
용매의 점도가 높아 끈적거리면 리튬이온이 잘 이동할 수 없으니 점도가 낮은 물질을 이용해야 하죠. 하지만 또 용매는 리튬이온이 전해질에 잘 녹아들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데 이를 위해선 유전율Permittivity이 높아야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물질은 점도가 높을수록 유전율이 높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쓰이는 용매는 유전율과 점도가 높은 물질과 둘 다 낮은 물질을 혼합해서 사용합니다. 주로 에틸렌 카보네이트와 프로필렌 카보네이트가 쓰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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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리튬이온이 전자와 만나 리튬이 되는 곳, 양극
양극은 크게 집전체(양극판)와 합제로 구성됩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양극에선 리튬이온이 전자와 만나 리튬이 되는 과정이 핵심입니다. 이때 전자가 이동하는 통로면서 합제를 지탱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집전체입니다. 집전체로는 알루미늄을 아주 얇게 만든 알루미늄박이 사용됩니다.

합제는 양극재(양극활물질, 이하 활물질), 도전재 그리고 바인더로 구성됩니다. 활물질은 리튬을 중심으로 구성된 물질로 충전할 때는 리튬이온과 전자를 내놓고, 방전할 때는 리튬이온과 전자를 붙잡는 역할을 합니다. 도전재는 활물질이 내놓은 전자를 집전체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죠. 바인더는 활물질과 도전재가 집전체에 잘 붙어 있도록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활물질은 배터리 전체 가격의 약 40%를 차지합니다. 가장 비싼 물질이죠. 또한 배터리 용량과 수명 및 안정성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이 활물질은 리튬만으로 구성되진 않습니다. 구성 성분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누는데 보통 리튬코발트산화물 배터리, 리튬코발트산화물에 니켈과 망간이 결합된 NCM 배터리, 코발트 대신 철을 사용하는 LFP 배터리, 역시 마찬가지로 코발트를 사용하지 않는 LMO 배터리 등이 있습니다.

결국 리튬이온 배터리 활물질의 핵심 소재는 리튬과 코발트, 니켈, 망간 등인데요. 그중에서 니켈 함량을 높이는 것이 요사이 리튬이온 배터리 연구의 핵심 중 하나입니다. 니켈 함량이 높을수록 에너지 밀도가 높아져 작은 부피에 더 많은 전기를 저장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니켈 함량이 높을수록 안정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어 이를 극복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또 하나, 코발트 함량을 줄이는 것 또한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는 지정학적 문제와 가격경쟁력, 그리고 인권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전체 코발트 매장량의 60%가 콩고에 집중되어 있는데 채굴 과정에서 아동노동 등의 문제가 불거지고 있지요. 또 이 코발트를 정제해서 판매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점유율이 50%에 가깝기 때문에 공급 불안정성 문제가 걸립니다. 게다가 코발트 매장량이 많지 않다 보니 계속 가격이 오르는 것 또한 문제가 되지요.

도전재로는 기존에는 카본블랙을 주로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카본나노튜브CNT를 도전재로 사용하는 경향이 늘고 있습니다. 카본나노튜브의 경우 강도도 높고, 전기 전도도도 뛰어나 카본블랙에 비해 20% 정도만 넣어도 충분한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남는 공간에 양극재를 더 넣으면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는 거죠.

배터리를 만들 때 활물질과 도전재가 섞인 작은 입자들을 양극집전체인 알루미늄박 위에 얇게 발라주는데(도포라고 합니다) 이때 이 알갱이들이 잘 붙어 있도록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인더입니다. 크게 폴리비닐리덴플루오라이드PVdF와 스티렌부타디엔고무SBR, 카르복시메틸셀룰로오스CMC 계열로 나눕니다. 이 중에 PVdF는 비수계 바인더로 실 모양으로 입자들을 감싸고 SBR/CMC는 작은 점 모양으로 접촉면을 만듭니다. SBR/CMC 계열은 제작 시 용매로 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오염물질이 덜 나오므로 친환경적입니다. 최근 이러한 방향으로 연구개발이 이루어지는 이유입니다.
| 4. 충전시간을 결정하는 음극
음극의 핵심은 충전할 때 리튬이온을 얼마나 빨리 잘 받아내느냐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충전 시간이 결정되지요. 현재 전기자동차 문제 중 가장 빨리 해결하고 싶은 것이 긴 충전 시간이니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것이 음극 관련 소재 개발의 핵심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음극도 양극처럼 음극재(음극활물질)와 도전재, 바인더가 섞인 합제와 음극판으로 이루어집니다. 도전재와 바인더는 양극과 같은 물질을 씁니다. 그러나 음극판은 양극판과 달리 구리를 씁니다. 이때 구리 두께가 얇을수록 음극활물질을 많이 넣을 수 있기 때문에 배터리 용량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줍니다. 그래서 4~6마이크로미터 두께의 아주 얇은 박 형태로 만들어 씁니다.

음극재로는 주로 흑연을 씁니다. 흑연은 순수한 탄소로만 이루어진 물질로 정육각형 모양의 판이 여러 겹 쌓인 층상구조입니다. 리튬이온이 그 사이사이에 저장되죠. 지금 이 흑연 대신 실리콘을 쓰려는 연구가 한창입니다. 용량이 4배 이상 늘어나기 때문이죠. 하지만 실리콘의 경우 리튬이온이 들어왔다 나갈 때 부피 변화가 큰 것이 문제입니다. 현재는 흑연에 실리콘을 소량 첨가하는 정도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실 도전재로 탄소나노튜브를 쓰려는 이유도 음극재로 실리콘을 사용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리튬이온 배터리 하나마다 리튬, 망간, 니켈, 코발트, 알루미늄, 구리 같은 금속과 탄소나노튜브, 흑연, 실리콘 등의 비금속물질 그리고 다양한 무기화합물과 유기화합물을 물리적, 화학적 성질을 고려해서 적절하게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 마치 종합예술과도 같다는 느낌이 드는 건 저 혼자만의 생각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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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용 과학 작가·사단법인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 지구에너지위원회 부위원장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과학 4.0>, <지구를 선택한 사람들> 외 과학과 관련한 다수의 저서를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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